백씨는 늘 화려하고 값비싼 장신구로 치장하고 다녔다. 허리는 꼿꼿했고, 몸가짐에는 명문가 규수 특유의 오만함이 배어 있었다. 빼어난 용모까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말하거나 행동할 때도 언제나 자신감이 넘쳤다.반면, 그에게는 그 모든 것이 없었다.심태숙은 어릴 적부터 사람들의 안색을 살피며 아버지와 적모의 환심을 사는 법부터 익혀야 했다. 백씨처럼 태어날 때부터 몸에 밴 당당함은 가져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의 뼛속 깊은 곳에는 떨쳐 내지 못한 열등감이 자리하고 있었다.그래서 처음 본 순간부터 백씨에게 마음을 빼앗겼다.부부로 살아온 세월이 벌써 수십 년이었다. 백씨도 전에는 부군을 살뜰히 내조하던 현숙한 부인이었다. 요 며칠 어리석은 욕심에 눈이 멀어 잘못을 저지르기는 했으나, 그래도 심태숙은 차마 그녀를 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싶었다.지난밤, 그는 백씨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의 방에 들였던 소실들은 모두 장원으로 보내고, 나 소실까지 내보내기로 했다. 앞으로는 백씨와 조용히 의지하며 살아갈 생각이었다. 분수에 맞지 않는 것을 탐하며 남들과 다투지 않고, 자식들이 훌륭히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손주들이나 정성껏 돌보다가 그렇게 평온하게 여생을 보내고 싶었다.그는 우선 백씨에게 몇 달 동안 장원에 머물다 돌아오라고 했다. 손에 쥐고 있던 권한과 재물도 모두 내놓으라고 했고, 백씨 역시 순순히 따르겠다고 약속했다.심태숙은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돌이켜 보면 부군인 자신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탓도 있는 듯했다. 이제라도 백씨가 마음을 돌려 다시는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그는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는 백씨와 나눈 이야기를 심서준에게 모두 전한 뒤,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서준아, 네가 한 말이 모두 나를 위해서였다는 건 안다. 헌데 네 넷째 형수가 나와 함께한 세월이 얼마인데… 나는 끝내 그 사람을 버릴 수가 없구나. 그 사람도 내게 약속했다. 앞으로는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