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쉰 듯 낮은 목소리가 계연수의 귓가에 다시 내려앉았다.“그날… 네가 부른 사람이 나였구나.”낮게 잠긴 목소리 끝에 희미한 떨림이 배어 있었다.계연수는 심서준에게서 이런 목소리를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그의 등에 손을 얹어 가만가만 쓸어내리며 조심스레 물었다.“부군, 왜 그러세요?”심서준은 눈을 감은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계연수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가 이내 천천히 풀렸다.한동안 말없이 그녀의 온기를 느끼던 그는 끝내 길고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돌이켜 보면 모두 자신이 자초한 일이었다.그때 자신이 먼저 고개를 숙였더라면, 그 알량한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내려놓았더라면, 단 한 번이라도 계연수를 더 만나 그녀의 마음을 물었더라면…두 사람이 이토록 먼 길을 돌고 돌아서야 서로의 곁에 닿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그날 밤, 심서준은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완전히 깨달았다. 그리고 그 마음은 깨달음과 동시에 산산이 부서졌다.하지만 그때 계연수가 부른 사람이 자신이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계연수와 사옥현의 혼약을 깨뜨렸을 것이다.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그녀를 제 곁에 붙잡았을 터였다.심서준은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한참이 지난 뒤에야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나직이 말했다.“아무것도 아니다.”그는 계연수의 어깨에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조금 전의 동요를 감추려는 듯 다시 차분한 얼굴로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모두 지나간 일이니, 이제 와서 굳이 꺼낼 필요도 없다.”계연수는 곧장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조금 전까지 집요하게 과거를 캐묻던 사람이 대체 누구란 말인가. 자신이 오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제 와서 지나간 일이니 그만하자니, 너무도 제멋대로였다.심서준은 이야기를 끝내려는 듯 그녀를 품에 안고 잠을 청하려 했다. 하지만 계연수는 그의 품 안에서 몸을 비틀어 빠져나온 뒤, 두 손으로 심서준의 뺨을 감쌌다.이번에는 절대로 피하게 둘 생각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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