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Chapter 201 - Chapter 210

242 Chapters

제201화

강서이는 온몸에서 빛이 나는 사람처럼 보였다. 모두의 시선이 강서이에게 향해 있었다.노아리는 고개를 돌렸다가, 민도하가 넋을 잃은 듯 강서이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옆으로 늘어뜨린 손을 천천히 말아 쥐면서, 손톱이 손바닥마저 파고들 듯했다.지금 노아리는 자신이 우스운 사람이 된 것 같았다.‘내가 지금 뭐가 된 거지?’강서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노아리의 귀에는 한 글자도 들어오지 않았다.노아리는 입술을 달싹거리면서 겨우 힘을 짜내 민도하를 불렀다.“도하야, 나 몸이 안 좋아. 우리 돌아가자.”다행히 민도하는 금세 정신을 차렸고, 더는 강서이를 보지 않았다.“그래.”민도하는 노아리를 부축했다.그렇게 노아리를 데리고 연회장을 떠났다.차에 올라탄 뒤에야 팽팽하게 조여 있던 노아리의 신경이 조금씩 풀렸다.“며칠 쉬어. 휴가 줄 테니까 푹 쉬어.”민도하는 여전히 노아리를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그 태도에 노아리는 조금 나아졌다.“괜찮아. 하룻밤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노아리는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여기서 패배를 인정할 수도 없었다.‘강서이가 이번에 이긴 건 운이 좋았을 뿐이야.’‘강서이 운이 매번 이렇게 좋을 리 없어.’그러니 노아리는 다시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자신의 자리를 되찾아야 했다.모두의 마음도 되찾아야 했다. 민두해까지 포함해서.오늘 강서이가 꽤 빛난 건 사실이었다. 아마 민도하도 강서이를 다시 봤을 것이다.‘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민도하의 마음은 여전히 나에게 있어.’‘그거면 충분해.’...‘문심’ 발표회의 성공은 강서이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과장 없이 말해도, 협업을 제안하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였다.그뿐만이 아니었다. ‘문심’의 등장은 전 세계적으로도 뜨거운 화제가 됐다.세계 AI 분야의 전문가들은 ‘문심’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문심’이 전 세계 인공지능 개발 구도를 다시 짜는 계기가 됐다는 말이 나왔다.AI 연구 개발은 막대한 투자와 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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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서태우는 화면을 클릭하고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분명히 이번 경제지 특집 인터뷰 주인공과 표지는 노아리라고 하지 않았던가.‘그런데 왜 갑자기 강서이로 바꿨어?’서태우는 노아리가 보지 못했기만을 바랐다.다행히 올린 지 오래되지 않아 메시지는 아직 삭제할 수 있었다.서태우는 황급히 주문 인증 캡처를 지웠고, 남유환에게도 슬쩍 신호를 보냈다.남유환은 바로 알아듣고 자신이 보낸 말도 함께 삭제했다.하지만 두 사람의 이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그 얄팍한 수습책은 아무것도 되돌리지 못했다.노아리는 이미 다 보고 있었다.다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뿐이었다.정확히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하지만 노아리는 따로 경제지 편집장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다.상대는 윗선의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잡지사도 화제성과 판매량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 노아리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노아리는 화를 억누르지 못한 채 전화를 끊었다. 안색은 몹시 좋지 않았다.이사랑이 급히 노아리를 달랬다.“언니, 커피 좀 마시고 진정해. 저 사람들 다 분위기 따라 움직이는 거잖아.”“강서이가 ‘문심’ 하나로 확 떠 버렸고, 지금은 관심이 전부 그쪽으로 쏠려 있으니까. 지금 당장은 우리가 강서이랑 비교되기 어려운 거야.”이사랑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덧붙였다.“그래도 강서이가 오래 가지는 못해. 언니는 해외 명문대 금융학 박사잖아. 노씨 집안이랑 이씨 집안의 자랑이고.” “강서이가 평생 따라와도 닿을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언니야.”“형부도 언니 실력을 알아봤으니까, 그렇게 공들여서 대통은행에서 스카우트한 거잖아. 잠깐 뒤처졌다고 기죽을 필요 없어.”이사랑의 말에 노아리의 마음은 조금 누그러졌다.“됐어. 빨리 메이크업이나 다시 고쳐. 조금 있으면 형부가 언니 데리러 와서 리조트 데려간다면서. 기운 내야지.”“그래.”민도하가 자신을 위해 그렇게까지 신경 써 준다는 생각이 들자, 노아리의 기분은 다시 나아졌다.민도하는 노아리가 ‘슈퍼채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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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강서이가 일부러 일정을 비운 건 민두해의 생신을 챙기기 위해서였다.예전에 민도하가 말했을 때 강서이가 대답하지 않았던 건, 민도하를 상대하기 귀찮았기 때문이었다.게다가 강서이가 이곳에 온 건 민도하 때문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강서이 자신의 이름으로 온 자리였다.강서이는 민씨 가문에 오지 않은 지 꽤 오래됐다. 그래도 이곳은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대문은 살짝 열려 있어서 손으로 밀기만 하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민두해는 거실에 앉아 있다가, 통창 너머로 강서이를 보았다.민두해가 옆에 있던 진인자에게 한마디 하자, 진인자가 반갑게 밖으로 나왔다.“서이 씨 오셨네요. 얼른 들어오세요. 이제 서이 씨만 오시면 다 왔어요.”‘나만 오면 된다고?’‘그럼 민도하도 와 있다는 뜻인가?’강서이는 아주 잠깐 멈칫했지만, 곧 이해했다.둘은 어쨌든 부자 사이였다. 민도하가 이 자리에 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다만 노아리까지 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물론 노아리가 있든 없든, 강서이에게는 아무 영향도 없었다.강서이는 민두해를 보러 온 것이지, 다른 사람을 신경 쓰러 온 게 아니었다.그래서 강서이는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거실에는 민두해만 있고 민도하는 보이지 않았다.다른 사람도 없었다.민두해는 차를 마시고 있었다.강서이는 가져온 선물을 민두해에게 건넸다.“산지에 부탁해서 구한 녹차입니다. 회장님 입맛에 맞으실지 한번 봐 주세요.”“그래.”기분 좋게 선물을 받은 민두해는 직접 차를 우려 강서이에게 한 잔 따라 주었다.강서이는 두 손으로 잔을 받았다.민두해는 차를 맛본 뒤 꽤 후한 평가를 내렸다.“이 정도 오래된 차나무에서 나온 찻잎은 구하기 쉽지 않은데, 신경을 많이 썼구나.”“그렇게까지 어렵진 않았습니다. 친구 고향이 그쪽이라 도움을 받았어요.”강서이가 설명했다.옆에 있던 진인자가 환하게 웃었다.“우리 민 대표님이 준비한 것도 이 녹차예요. 두 분이 은근히 잘 통하시네요. 혹시 미리 맞추신 거예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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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왠지 익숙한 맛이었다.어디선가 먹어 본 맛 같았다.강서이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다시 한 숟가락 떠먹었다.강서이는 전문 미식가가 아니었다. 당연히 미각이 전문가 수준일 리도 없었고, 맛을 세세하게 구분해 정리할 수도 없었다.그래서 두 번째로 넘기자, 그 미묘한 익숙함은 다시 사라졌다.‘삼계탕 맛이야 다 비슷하겠지.’강서이는 삼계탕 그릇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좋네요.”그제야 민도하는 몸을 돌려 주방으로 들어갔다.진인자도 한 숟가락 떠먹고 말했다.“조금 달아요. 혹시 설탕 넣으셨어요?”진인자는 곧바로 민두해를 보며 잔소리를 했다.“우리 민 대표님은... 회장님이 혈당을 관리하셔야 하는 거 뻔히 알면서 왜 설탕을 넣고 그랬을까요?”강서이도 자연스럽게 민두해에게 당부했다.“회장님, 많이 드시진 마세요.”상은 꽤 풍성했다. 진인자의 말에 따르면, 그중 네 가지는 민도하가 직접 만든 음식이라고 했다.공교롭게도 그 네 가지가 전부 강서이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다.민도하가 노아리에게 깊이 빠져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강서이는 괜한 생각을 했을지도 몰랐다.강서이가 의외라고 느낀 건, 민도하의 요리 솜씨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점이었다.다만 전반적으로 맛이 달았다.그나마 진인자가 몇 가지 음식을 따로 해 둔 덕분에, 민두해가 먹을 만한 반찬이 아예 없는 사태는 피할 수 있었다.식사가 절반도 채 지나기 전에 민도하의 핸드폰이 울렸다.강서이는 민도하 바로 옆에 앉아 있어서 화면에 뜬 이름이 한눈에 들어왔다.노아리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자리에서 일어난 민도하가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꽤 오래 돌아오지 않았다.강서이는 고개를 숙이고 밥 먹는 데만 집중했다. 딱히 마음에 두지도 않았다.오히려 진인자가 옆에서 혼잣말처럼 투덜거렸다.“대표님도 참, 무슨 전화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저렇게 오래 받으세요? 밥도 안 먹고. 이런 날씨엔 음식이 금방 식는데...”‘노아리의 전화인데, 중요하지 않을 리가 있을까?’강서이는 속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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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하지만 노아리는 이미 따로 선물까지 준비해 두었고, 민도하가 말만 꺼내면 함께 민씨 가문에 가서 민두해의 생신을 챙길 생각이었다.그런데 오늘이 될 때까지, 노아리는 민도하의 초대 소식을 듣지 못했다.결국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직접 이곳으로 찾아온 뒤 민도하에게 그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방금 통화 중에도 이미 한차례 감정을 쏟아냈다.민도하는 곧 나가겠다고 노아리를 달랬고 실제로도 진짜 곧바로 나왔다.노아리의 마음도 조금은 풀리려던 참이었다.그런데 바로 그때, 강서이가 이 집을 나서는 모습이 보였다.가까스로 눌러 두었던 감정이 다시 터져 나왔다.민도하의 눈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그저 묵직한 압박감만 느껴졌다.“정말 아버지를 뵙고 싶어?”“당연하지.”“좋아. 데리고 들어갈게. 대신 안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참아.”민도하는 말한 그대로 노아리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진인자는 강서이가 뭔가 두고 간 줄 알았다. 현관 쪽에서 인기척이 나자, 웃으며 문을 열었다.“서이 씨, 뭐 두고 가신 거 있으세요?”문을 열고 보니 민도하였다. 진인자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대표님, 왜 다시 오셨어요? 서이 씨랑 같이 계신 거 아니었어요?”노아리가 민도하의 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안녕하세요.”진인자는 노아리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목소리는 들어 본 적이 있었다.노아리가 입을 열자마자, 진인자는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이어서 표정이 곧바로 달라졌다.“누구세요? 저는 모르는 분입니다. 이 집에서는 맞이할 수 없으니 돌아가 주세요.”가사도우미에게 이렇게 매몰차게 쫓겨나자, 노아리의 미간이 구겨졌다.“저는 도하 씨 여자친구예요. 민 회장님 생신을 축하드리러 왔어요.”“저는 대표님이 여자친구를 사귄다는 얘기는 들은 적 없습니다. 이만 돌아가 주세요.”진인자는 말을 마치자마자 문을 닫았다.민도하까지 함께 문밖에 세워 둔 셈이었다.노아리는 잠시 멍해졌다가 민도하를 돌아봤다. 민도하가 무슨 말이라도 해 주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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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쉽게 물러설 생각이 없었던 서태우는 핸드폰을 꺼내 강서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채팅창에 빨간 느낌표가 떠오르자, 서태우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자신이 언제 차단된 건지 전혀 감도 잡히지 않았다.하는 수 없이 서태우는 민도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하야, 나 좀 도와줘.”민도하가 물었다.[뭔데?]서태우가 말했다. “강서이한테 연락 좀 해줄 수 있어? 협력 얘기하려고 하는 거야. 나 차단 풀어 달라고 말 좀 해줘.”전화기 너머 민도하가 기가 막힌 듯 말했다. [못 도와줘. 나도 차단 당했어.]서태우는 말문이 막혔다.“강서이가 너까지 차단했다고?”서태우가 알던 강서이는 민도하의 말이라면 무조건 거의 다 들어주는 사람이었다.하늘이 두 쪽이 나도 전번 차단 같은 일은 일어날 리 없다고 여겼다.무려 7년이었다.강서이는 민도하 곁에서 꼬박 7년을 버텼다. 그렇게 쌓인 깊은 정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끊을 수 있겠는가?강서이가 회사를 그만뒀을 때도, 서태우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강서이가 민도하에게 잠시 서운함을 드러낸다고만 생각했다.화가 풀리면 예전처럼 얌전히 민도하 곁으로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주인에게 충성스러운 강아지처럼.강서이가 직접 회사를 차리고 프로젝트를 준비한다는 말도 서태우에게는 달리 보이지 않았다.서태우는 강서이가 성과를 내서 민도하에게 자신을 증명하려는 거라고 여겼다.결국 전부 민도하의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이라고 판단했다.그런데 민도하까지 차단당했다니.‘말이 돼?’“강서이가 이제 너까지 우습게 본다는 거야?”담담한 민도하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거의 묻어나지 않았다. [응.]서태우가 위로했다. “괜찮아. 너한텐 아리가 있잖아.”민도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끊어진 통화음을 들으며 서태우는 멍해졌다.‘내 위로가 별로였나?’‘왜 도하가 기분 나쁜 것처럼 보이지?’하지만 지금 서태우는 제 코가 석 자였다. 민도하의 기분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서태우의 머릿속은 강서이와 어떻게 다시 말을 트는가 이 문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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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설이 다가오는데도 강서이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강윤희와 시간을 보낼 틈조차 없었다.출장길 공항에서 탑승을 기다리던 강서이는 강윤희에게 전화를 걸어 병원 재검을 꼭 받으라고 당부했다.강윤희는 지난주에 이미 병원에 다녀왔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강서이는 잠시 말을 멈췄다. “엄마 혼자 다녀왔어요?”[아니. 도하가 같이 가 줬어.]강서이는 바로 미간을 바로 찌푸렸다. 민도하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몰랐다.강서이는 진작부터 민도하에게 말했다. 엄마를 찾아가 귀찮게 하지 말라고.강서이는 더는 강윤희에게 숨기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민도하와 이미 헤어졌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려고 했다.“엄마, 사실 저랑 민도하는 이미...”그때 옆에 있던 하장현이 강서이를 불렀다. “강 대표, 탑승 시작됐어요.”강서이는 말을 멈췄다. 이 이야기는 전화 몇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게다가 곧 비행기에 타야 했다. 말만 꺼내 놓고 전화를 끊으면 강윤희가 괜히 더 걱정하고 불안해할 터였다.어차피 곧 설이니 설에 집에 가서 차근차근 말하면 됐다.“아니에요, 엄마. 저 이제 비행기 타야 해서 전화 끊을게요. 몸 잘 챙겨요.”강서이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두 사람의 이번 출장지는 K시였다. 동화투자와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였다.계약은 순조로웠다.동화투자의 남수환 대표도 강서이를 매우 높이 평가했다. “예전에 프라임로드투자 축하 자리에서 강 대표님을 처음 봤을 때부터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느꼈습니다.”남수환이 그 일을 꺼내자 강서이는 뒤늦게 기억을 떠올렸다.남수환과 인연이 생긴 건... 민도하 덕분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민도하가 강서이를 남수환 앞에 세워서 깊은 인상을 남기게 해 주었다.그렇지 않았다면 당시 경력도 배경도 부족하던 강서이가, 겨우 20억 원대 소규모 프로젝트를 들고 동화투자와 협력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었겠는가?...돌아오는 길, 하장현이 강서이에게 설 연휴 계획을 물었다.“집에 가서 엄마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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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예전에는 설에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세배를 하곤 했다.인터넷이 보편화된 뒤로는 문자와 카톡으로 새해 인사를 보내는 일도 자연스러워졌다.올해 강서이가 받은 새해 인사는 유난히 많았다.강서이는 이제 그로스캐피탈 대표였고, ‘문심’의 영구 파트너였다.예전처럼 민도하 뒤를 따라다니며 존재감도 없던 강 비서가 아니었다.‘돈이 최고야.’‘돈이 남자보다 훨씬 믿을 만해.’강서이는 몇몇 인사에만 답장을 보냈고, SNS에도 설 인사를 올렸다.[평안과 기쁨이 함께 하길.]강서이가 해마다 설이면 올리던 문구였다.예전에 민도하가 물은 적이 있었다. 왜 남들은 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쓰는데, 강서이만 평안과 기쁨이라고 쓰는지.강서이는 엄마가 아픈 뒤로 깨달았다고 했다. 복 많이 받는 것보다 편안하게 지내는 게 먼저라는 걸.평안과 기쁨이라는 말에는 즐거움도 담겨 있지만, 가족의 무탈함과 건강을 바라는 마음이 더 깊게 들어 있었다.SNS 글을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톡 알림이 떴다.[평안과 기쁨이 함께 하길.]강서이는 메시지를 열어 보았다. 별다른 기억이 없는 프로필 사진이었다.닉네임도 낯설었다. ‘온도 낮춤’이라고 되어 있었다.게시물은 하나도 없이 텅 비어 있어서 새 계정처럼 보였다.아마 예전에 어느 협력 자리에서 추가한 사람일 것이다.강서이는 친구를 잘 지우는 편이 아니다.아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친구 목록에서 삭제하지 않았다.낯선 사람이라 답장은 하지 않았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설 식사를 준비했다.하장현과 하정민은 강서이 집에서 식사를 마친 뒤에도 한참을 더 놀다 갔다.하정민은 강서이에게 요즘 생긴 고민을 털어놓았다.학교에서 어떤 남학생이 꽤 적극적으로 따라다닌다는 이야기였다.맛있는 간식을 사 오려고 줄을 서고, 도서관 열람실 자리까지 대신 잡아 준다고 했다.어쨌든 좋은 사람 같다고 했다.강서이는 듣고 나서 말했다. “큰 노력도 아닌 일에 쉽게 감동하면 안 돼.”하정민은 무심한 척 하장현을 슬쩍 바라봤다.이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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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하장현이 말했다. “지난 연애가 서이 씨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는 것도 알아요. 그래서 저도 제 마음을 계속 눌러 왔어요” “하지만 저는 민도하 대표가 아니에요. 서이 씨를 아프게 하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지금 당장 대답하지 않아도 돼요. 부담을 느끼실 필요도 없어요. 저와 친구로 지내는 게 편하면 친구로 계속 지낼게요.” “다만 제가 서이 씨를 좋아할 권리까지 빼앗지는 말아 주세요.”하장현은 강서이보다 더 진심이었다.“언젠가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저를 먼저 떠올려 주실 수 있을까요?”진심 어린 마음은 쉽게 외면하기 어려웠다.강서이는 하장현에게서 한때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그런 자신과 닮은 마음을 차마 아프게 할 수가 없어서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하장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제가 서이 씨, 아니, 강 대표를 한번 안아 봐도 될까요?”강서이도 한때의 자신을 안아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하지만 결국 강서이가 한 건 하장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는 것뿐이었다.“하 사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장현과 하정민을 보내고 난 뒤, 강서이는 바깥에서 찬바람을 조금 맞았다.머릿속이 가라앉자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강 건너편에서 불꽃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밤하늘 한쪽이 환하게 밝아졌다.올해 설에는 드물게 비가 오지 않았다.강 양쪽 둔치에서 불꽃놀이가 이어졌지만, 맞은편 불꽃이 특히 더 화려하고 선명했다.강서이는 잠시 멈춰 서서 바라봤다.그때 서한승에게서 전화가 왔다.강서이가 전화를 받자 서한승의 목소리가 들렸다. [서이야, 새해 복 많이 받아.]“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강서이도 말했다.[불꽃 봤어?]서한승이 물었다.강서이는 의아했다.“제가 불꽃 보는 줄 어떻게 알았어요?”서한승이 말했다. [그냥 한번 맞춰 봤어.]“강 건너편 불꽃, 선배님이 쏘는 거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죠?”[정답. 상으로 뭐 받고 싶어?]강서이는 멈칫했다.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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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밤 10시가 넘어서야 일을 마친 강서이는, 졸음이 몰려와서 누우려고 침대 쪽으로 갔다.베개 밑에는 강윤희가 넣어 둔 세뱃돈 봉투 두 개가 있었다. 제법 두툼했다.강서이가 기억하는 한, 설과 생일마다 강윤희는 늘 봉투 두 개를 준비했다.강서이는 예전에 왜 두 개를 주는지 물은 적이 있었다.강윤희는 다른 아이들이 두 개를 받으니 너도 똑같다고 답했다.강서이는 알고 있었다. 강윤희가 행동으로 말해 주고 있다는 것을.부족했던 아버지 몫의 사랑을 두 배의 엄마 사랑으로 채워 주겠다는 뜻이었다.그래서 강서이는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어도 뭔가 빠졌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그런 가정환경 때문에 주눅 든 적도 없었다.강서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엄마가 있었다.강서이가 세뱃돈 봉투를 안고 흐뭇하게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확인하지 않아도 누가 보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강서이가 카톡을 열자 민두해가 보낸 세뱃돈 송금 메시지가 있었다.해마다 그랬듯, 정확한 시간에 도착해 있었다.이번에는 받지 않았다. 민도하와 이미 헤어졌으니 이 세뱃돈을 받는 건 맞지 않았다.강서이는 민두해에게 평안과 기쁨이 함께 하길 기원한다고 답장을 보냈다.예년의 민두해는 거의 답장을 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드물게 한 문장이 돌아왔다. [평안과 기쁨이 함께 하길.]마지막에는 세뱃돈도 잊지 말고 받으라고 덧붙였다.[회장님, 저... 민 대표와 헤어졌어요.]말하지 않은 뜻은 분명했다. 강서이에게는 더 이상 세뱃돈을 받을 자격도 이유도 없다는 뜻이었다.민두해의 답은 짧고 단호했다. [내가 너한테 세뱃돈 주는 게 도하랑 무슨 상관이야? 지금도 나하고 계속 좋은 사이를 유지한 마음이 있으면 받아. 싫으면 받지 말고.]민두해가 이렇게 말하자, 강서이도 감히 더 미루지 못하고 바로 세뱃돈을 받았다.이어 한마디를 보냈다.[회장님, 감사합니다.]자정이 되자 바깥에서는 다시 요란하게 불꽃이 터졌다.시끄럽다고 느낀 강서이는 이어폰을 끼고 바깥 소음을 막은 뒤 편안하게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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