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Chapter 191 - Chapter 200

242 Chapters

제191화

노아리는 이사랑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렵지 않게 알아차렸다.“누가 마음에 들어? 내가 한번 물어봐 줄게.”이사랑의 뺨에 수줍은 기색이 번졌다.“나명그룹 남수환 전무님요.”“보는 눈은 있네.”노아리가 이사랑을 칭찬했다.“나중에 내가 자리 한번 만들어 줄게. 기회는 내가 봐서 잡아 줄 테니까.”적어도 서태우 같은 재벌 2세 망나니에게 마음이 간 건 아니었다.“고마워, 언니! 언니랑 형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노아리는 거울 속 공들여 단장한 자신의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았다.자신감이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당연하지.”...김설은 강서이를 보자 깜짝 놀랐다.“오늘 정말 그렇게 입고 가세요?”“왜?”강서이는 자신의 옷차림을 내려다보았다.평소와 다를 게 없어 보였다.“그래도 오늘은 ‘문심’ 론칭 발표회잖아요. 저는 언니도... 좀 더 차려입고 오실 줄 알았어요.”“오늘 발표회의 주인공은 하 사장이랑 개발팀이야. ‘문심’의 핵심 기술을 만든 사람들이니까. 나는 투자자일 뿐이고, 내가 괜히 앞에 나서는 건 맞지 않아.”틀린 말은 아니었다.김설은 그 말을 듣고 시야가 확 넓어지는 기분이었다.‘역시 우리 서이 언니를 따라다니면 배울 게 있다니까.’발표회는 오전 9시로 예정되어 있었다.강서이는 7시 반에 호텔에 도착했다.오랜 세월 민도하라는 완벽주의자에게 시달리며 몸에 밴 습관이었다.모든 동선을 미리 확인하고, 작은 변수까지 점검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했다.설령 문제가 생기더라도 바로 꺼낼 수 있는 대안을 준비해 두어야 했다.확인을 모두 마친 뒤, 강서이는 하장현과도 다시 한번 내용을 맞췄다.현장은 모두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었다.그런데... 사람이 없었다.기자가 한 명도 오지 않았다.하장현은 눈에 띄게 초조해했다.이마에 맺힌 땀을 몇 번이고 닦아 냈다.김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김설은 바깥으로 몇 번이나 나가 사람들의 동선을 살폈다.사람은 꽤 많았다.다만 전부 ‘슈퍼채팅’ 축하 리셉션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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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강서이는 사람들의 불안한 분위기를 다독인 뒤 잠시 바깥 상황을 살피러 나갔다.오전 8시 반.호텔 로비를 오가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하지만 대부분은 ‘슈퍼채팅’ 축하 리셉션 쪽으로 향했다.하필이면 강서이가 밖으로 나오자마자 심진호와 마주쳤다.심진호는 꽤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예전에 강서이가 초대장을 보냈을 때, 심진호는 일이 있어 참석하기 어렵다는 핑계를 댔었다.그런데 이렇게 딱 걸리고 말았다.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사이, 강서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심 대표님은 ‘슈퍼채팅’ 축하 리셉션에 가시는 길이시죠? 나가서 왼쪽으로 도시면 됩니다. 행사장은 그쪽이에요.”심진호는 웃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웃지 않기도 애매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아, 그게요, 강 대표. 제가 조금 있다가 시간 내서 ‘문심’ 발표회장도 한번 들르겠습니다. 응원도 해 드리고요.”인사치레라는 걸 강서이도 알고 있었다.강서이는 그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심진호는 몇 마디 더 예의를 차린 뒤 자리를 떠났다.그때 민두해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강서이는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강서이는 ‘문심’ 발표회 이야기를 민두해에게 따로 하지 않았다.민두해가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전화 너머로 현재 상황을 물었다.강서이는 걱정되는 일은 감추고 좋은 말만 골라 말했다.이쪽은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민두해가 말했다.[그럼 다행이구나.]민두해와의 통화를 막 끝냈을 때, 서태우가 나타났다.밖에서 곧장 ‘슈퍼채팅’ 축하 리셉션으로 갈 수 있었을 텐데도, 서태우는 굳이 안쪽까지 들어와 한 바퀴 둘러보았다.목적은 뻔했다.서태우는 일부러 강서이를 비웃으러 온 것이었다.“야, 이게 무슨 발표회야? 사람 하나 없네. 너희끼리 자축이라도 하는 거야?”강서이는 대꾸할 가치도 느끼지 못했다.서태우는 등장부터 요란했다.뒤에는 몇 사람이 따라오고 있었고, 사람들은 거대한 해바라기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서태우가 일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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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어쨌든 서한승과 노아리의 관계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달랐다.그래서 강서이는 서한승에게 길을 알려 주었다.“‘슈퍼채팅’ 축하 리셉션 행사장은 왼쪽이에요.”서한승이 웃었다.“나 ‘문심’ 발표회 보러 온 건데.”잠시 말을 멈춘 서한승이 장난스럽게 덧붙였다.“지금 나 쫓아내는 거야?”“축하 리셉션에 가는 줄 알았어요.”“아니야. 오늘은 ‘문심’ 발표회에만 참석하러 왔어. 다른 일정 없어.”서한승은 분명하게 말했다.강서이가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차리길 바라는 뜻도 담겨 있었다.하지만 강서이는 서한승이 투자자 자격으로 온 거라고만 생각했다.그 이상으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럼 선배님, 안으로 들어가요.”강서이가 직접 앞장섰다.서한승은 강서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어떻게 아직도 학생 때랑 똑같이 연애 쪽으로는 이렇게 둔하지?’강서이가 7년이나 이어진 연애를 막 끝냈고, 몸도 마음도 지쳐 있다는 걸 생각하지 않았다면.또 새 출발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지 않았다면.서한승은 벌써 마음을 숨기지 않았을 것이다.‘됐어. 7년도 기다렸는데, 하루 이틀 더 못 기다릴까?’그래도 강서이가 지금은 온 마음을 일에 쏟고 있었다.실연 때문에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이었다....한편, 서태우는 요란하게 ‘슈퍼채팅’ 축하 리셉션장에 모습을 드러냈다.서태우가 가져온 거대한 해바라기 꽃다발은 확실히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노아리는 해바라기를 보자마자 서태우의 의도를 알아차렸다.노아리는 웃으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사실 너만 와 줘도 충분했는데, 이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었어.”이게 바로 여유였다.이게 바로 그릇이었다.서태우는 노아리에게서 재벌가 안주인다운 품격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다.그럴수록 노아리가 더 대단해 보였다.“네 체면 세워주러 온 거잖아. 당연히 이 정도는 해야지! 이것도 너에게 주려고 가져왔어.”서태우가 내민 건 꽤 값이 나가는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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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노아리가 붉은 입술 끝을 살짝 올렸다.“도하는 우리 부모님 모시러 갔어.”서태우와 남유환은 동시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몇 사람이 민도하와 알고 지낸 세월이 짧지 않았지만, 민도하가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노아리의 부모님까지 직접 모시러 가다니.정말 노아리를 아끼는 모양이었다.그러니 노아리의 부모까지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겠지.“너희 아버지도 오늘 오셔?”노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우리 아빠는 원래 내 일을 늘 응원해 줘. 이렇게 중요한 자리인데 당연히 오셔야지.”“하긴. 내가 너 반만큼만 잘났어도 우리 아버지는 행사장 입구에서 직접 손님 맞겠다고 나섰을 텐데.”서태우가 자기 자신을 놀리듯 말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도하도 예비 장인어른한테 진짜 살뜰하네. 민 회장님도 그런 대접은 못 받아 봤을 것 같은데? 아, 민 회장님은 오늘 오셔?”마지막 질문은 서태우가 별생각 없이 던진 말이었다.하지만 뜻밖에도 노아리의 마음 한구석을 건드렸다.노아리는 누구보다 민두해가 이 자리에 와서 자신을 지지해 주길 바랐다.그건 곧 민두해가 자신을 인정한다는 뜻이었고, 민도하와의 결혼 이야기도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였으니까.하지만 민도하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으니, 노아리도 쉽게 먼저 이야기할 수 없었다.노아리는 그저 자신이 아직 충분히 높은 자리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민두해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다.그러니 더 노력해서 올라가야 했다.언젠가는 민두해도 자신을 달리 보게 될 것이다.그래도 서태우가 물은 이상, 노아리는 자신의 체면을 세워야 했다.“민 회장님은 오래전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셨잖아. 이런 공식 행사에는 더 이상 참석하지 않겠다고 하신 지 오래라, 따로 번거롭게 연락을 드리지 않았어.”서태우는 그 말을 그대로 믿었다.“그렇긴 하지. 우리도 설날에 세배를 드리러 갈 때나 겨우 민 회장님 뵙잖아.”그때 남유환이 불쑥 끼어들었다.“누가 그래? 지난번에 화한리조트에서 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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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응, 그냥 한번 보러 왔다.]민두해의 목소리는 담담했다.마치 산책 삼아 근처에 들른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은 말투였다.하지만 강서이는 알고 있었다.민두해는 은퇴한 뒤로 좀처럼 외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지도 오래였다.일부러 와 준 게 분명했다.다만 민두해는 그런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런 점은 민도하와 꽤 닮아 있었다.강서이는 서둘러 민두해를 맞으러 밖으로 나갔다.걸음을 재촉하다 회전문 앞에서 누군가와 가볍게 부딪혔다.크게 부딪힌 것은 아니었다.그래도 강서이는 곧바로 사과했다.“죄송합니다.”“괜찮습니다.”그 정도 충격은 남자에게 아무 영향도 주지 않는 듯했다.강서이가 급히 자리를 떠난 뒤, 남자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선 채 강서이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멍한 기색이었다.방금 스쳐 지나간 일이 남자에게는 마치 오래전으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남자는 하마터면 이름을 부를 뻔했다.상대가 자신을 전혀 모르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다면.“아빠!”노아리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노장훈을 발견하고 밝게 불렀다.노장훈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입가에는 자애로운 미소가 떠올랐다.“왜 나왔어? 드레스 입고 움직이기 불편할 텐데.”“아빠랑 엄마 직접 맞이하고 싶어서요.”노아리는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엄마는요? 같이 안 오셨어요?”“차에 핸드폰을 두고 내렸다더라. 도하가 같이 가지러 갔어.”노장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민도하가 이예수와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엄마!”노아리가 다정하게 이예수를 끌어안았다.이예수는 얼른 말했다.“드레스 구겨진다.”“괜찮아요. 스타일리스트도 현장에 있어요. 흐트러지면 바로 봐 줄 거예요.”노아리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부모와 따뜻하게 인사를 나누면서도 민도하에게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우리 부모님 모시러 가 줘서 고마워.”“안으로 들어가자.”민도하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정리했다.노아리는 이예수의 손을 잡고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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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이예수는 그래도 노아리에게 당부하는 일을 잊지 않았다.“그러니까 분위기 좋을 때 확실히 못 박아. 너랑 도하 일은 더 미루지 말고 정리해야 해. 괜히 질질 끌다가 무슨 변수라도 생기면 곤란하잖아.”“그럴 일 없어요. 도하는 저한테 진심이에요.”“진심이라는 게 언제까지 똑같을 것 같아? 도하가 앞으로도 계속 너만 신경 쓴다고 장담할 수 있어? 남자 마음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벼워.”“엄마가 너보다 남자를 더 잘 알아. 어떻게든 도하를 네 쪽으로 단단히 묶어 놔야 해. 서한승한테 7년을 허무하게 날린 것처럼 되면 안 된다고.”노아리의 표정이 곧바로 진지해졌다.“알았어요.”“머리 좀 써. 필요하면 써야 할 방법은 써야지. 얌전한 척만 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야. 엄마한테 좀 배워.”이 말을 하면서 이예수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괜히 주변 사람들 귀에 얘기가 들어가게 할 생각은 없었다.노아리는 입술만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모녀 사이라서 이예수는 노아리의 표정만 봐도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이예수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설마 너희... 아직 제대로 진전이 없는 거야?”“도하가 저를 많이 존중해 줘요.”노아리로서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이예수의 표정이 가라앉았다.“남녀 사이에 무슨 존중 타령이야? 엄마가 그렇게 큰 대가까지 치르면서 판을 깔아 줬는데, 아직도 아무 진전이 없다는 거야?”이예수가 말한 대가란, 일부러 집에 불을 낸 일이었다. 딸에게 갈 곳이 없다는 명분을 만들어 민도하의 집에 들어가게 하려는 계산이었다.하지만 오늘은 딸에게 중요한 날이었다. 이예수도 더는 길게 훈계하기 어려웠다.“서둘러. 더 끌지 말고.”“알았어요.”노아리의 부모가 도착하자, 리셉션이 정식으로 시작됐다.사회자가 무대에 올라 오프닝 멘트를 했다. 서태우는 민도하의 통 큰 준비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사회자마저도 방송국 간판 아나운서 출신이었다.남유환의 자리는 서태우 바로 옆이었다. 그런데 행사가 시작됐는데도 남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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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타워 꼭대기에 놓인 잔은 노아리의 몫이었다.나머지 샴페인은 행사 도우미들이 참석자들에게 나눠 주었다.모두가 잔을 손에 들자 노아리는 샴페인 잔을 높이 들어 올렸다.노아리는 참석해 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슈퍼채팅’의 최신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화면이 공개되는 순간, 노아리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입가에는 승자의 미소까지 떠올라 있었다.이 순서는 노아리가 직접 기획한 것이었다.노아리는 리셉션에서 사람들 앞에 ‘슈퍼채팅’의 최신 다운로드 수를 공개하려고 했다.‘슈퍼채팅’은 초반부터 대대적인 홍보를 깔아 둔 프로젝트였다. 그래서 노아리는 충분히 자신이 있었다.노아리는 오늘 가장 뜨거운 박수가 행사장을 뒤덮기를 기대했다.하지만 다운로드 순위가 공개되자, 떠들썩하던 행사장은 갑자기 조용해졌다.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했다.노아리는 잠시 의아했다.‘슈퍼채팅’의 다운로드 수가 너무 압도적이라 다들 놀란 건가?’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슈퍼채팅’은 출시 사흘 만에 다운로드 순위 1위에 올랐다.노아리는 매일 데이터를 확인해 왔다. 그래서 더 당당할 수 있었다.“잔을 들어주세요, 귀빈 여러분.”노아리는 다시 말하며 참석자들에게 함께 건배하자는 뜻을 보였다.하지만 무대 아래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표정으로 앉아 있을 뿐, 누구 하나 잔을 들지 않았다.노아리는 마침내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급히 뒤를 돌아 스크린을 바라봤다.다운로드 1위에 올라 있는 이름을 확인한 노아리의 표정이 크게 흔들렸다.‘다운로드 1위가 왜 ‘문심’인 거야?’기대가 분노와 당혹으로 바뀌며 노아리의 손이 떨렸다. 잔에 담긴 샴페인마저 밖으로 튈 정도였다.민도하의 대처가 빨랐다. 바로 진행을 멈추게 하고 사람을 시켜 화면을 전환했다.수많은 시선들이 지켜보는 앞인 데다가 여러 매체가 지켜보는 자리이기도 했다.노아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태연한 척하는 것뿐이었다. 노아리는 급히 준비한 원고 내용을 바꿨다.“‘슈퍼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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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이제 이예수의 체면은 완전히 구겨진 셈이었다.노장훈은 큰일을 여러 번 겪어 본 사람답게, 이런 상황에서도 이예수보다 훨씬 침착했다.“가자.”노장훈은 이예수를 챙겨 자리에서 일으켰다.이예수는 이미 더 앉아 있을 수 없었다.노장훈이 말하자마자 이예수는 곧바로 코트를 집어 들고 함께 행사장을 나갔다.메인 테이블에 앉은 손님은 몇 되지 않았다. 노장훈 부부가 떠나자, 그 자리에는 서태우와 민도하만 남았다.서태우는 아직도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멍해져 있었다.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민도하는 술렁이는 비난 속에서 무대 위로 올라갔다. 이어 노아리의 손에서 마이크를 받아 들고, 그녀를 자신의 등 뒤로 세워서 혹시 모를 몰래 촬영을 막았다.“죄송합니다, 여러분. 노아리 본부장이 최근 계속 고강도 업무를 이어 오느라 컨디션이 좋지 않습니다. 이후 순서는 제가 대신 진행하겠습니다.”민도하의 말이 떨어지자, 행사장 안 사람들의 시선과 분위기가 다시 달라졌다.사람들은 이미 민도하와 노아리가 가까운 사이라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깊다는 말도 오래전부터 돌았다.민씨 집안과 노씨 집안이 혼담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B시 권력층에서는 꽤 큰 화젯거리였다.노씨 집안 역시 그 관계 덕분에 B시에서 적지 않은 주목을 받고 있었다.민도하가 직접 무대에 올라 노아리를 감싸는 모습을 보이자, 두 집안의 혼담 소문은 더 그럴듯해졌다.노아리가 오늘 망신을 당한 건 사실이었다.하지만 민도하가 옆에 있는 한, 이 정도 일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사람들은 모두 옆 행사장으로 가서 상황을 보고 싶었다. 재계 거물들의 면면을 직접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또는 그 자리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으려는 사람도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다.민도하의 체면은 세워줘야 했으니까.그래서 연회장이 완전히 텅 비는 일만은 피할 수 있었다.다만 남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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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서태우는 감히 노아리에게 보여 줄 수가 없어서 말을 더듬으며 둘러댔다.“나... 나 좀 수위가 높은 방송 보고 있었어. 네가 보기엔 좀 그래.”노아리는 굳이 캐묻지 않았다. 대신 직접 핸드폰을 꺼내 ‘문심’ 발표회 라이브를 검색했다.“아리야.”서태우는 지금 노아리의 상태가 걱정됐다.하지만 노아리는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 그냥 보는 거야.”말은 그렇게 했지만, 노아리의 안색은 정말 좋지 않았다.서태우는 노아리를 어떻게 위로해야 좋을지 몰랐다.라이브 화면이 노아리에게 주는 압박감은 서태우가 느낀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서태우는 핸드폰을 쥔 노아리의 손에 점점 더 힘이 들어가는 걸 똑똑히 보았다.손톱 끝마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한승이가 ‘문심’ 발표회에 갔구나.”노아리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서태우는 어색하게 말을 덧붙였다.“우리 은행장님은 ‘문심’ 투자자 중 한 명이잖아. 현장에 가서 힘을 실어 주는 건 당연하지.”“그럼 유환은?”서태우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유환이는 아버지가 부르셔서 간 거야! 사실 마음은 여기 있었을 거야. 유환도 처음엔 제일 먼저 여기 왔잖아.”하지만 그런 해명은 노아리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고, 아는 건 한 가지뿐이었다.서한승도, 남유환도 모두 강서이 쪽으로 갔다는 것.“민 회장님까지 강서이를 그렇게 밀어주네.”서태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이건 서태우도 어떻게 둘러댈 방법이 없었다.서태우가 노아리에게 그만 보라고 말하려는데, 서태우의 핸드폰이 울렸다.서태우의 아버지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전화를 받자마자 서태우는 서정송 회장에게 한바탕 호되게 혼이 났다. 서정송은 당장 ‘문심’ 발표회장으로 오라고 명령했다.“저는 안 가고 싶어요.”[그래? 그럼 지금 바로 비행기표 끊어 줄게.]서정송의 말에는 망설임이 없었다.서태우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갈게요. 가면 되잖아요!”전화를 끊은 서태우는 되는대로 핑계를 댔다.“아리야, 우리 아버지가 쓰러지셨다고 하셔서 병원에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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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서태우는 자신에게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미리 알았더라면, 예전부터 조금은 몸을 사렸을 것이다.적어도 지금처럼 민망해서 바닥이라도 뚫고 숨고 싶은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테니까.“인사 안 해?”서정송은 속이 타 죽을 지경이었다.서태우는 억지로 한 마디를 짜냈다.“강 대표님.”강서이는 담담하게 고개만 한 번 끄덕였다. 표정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고, 서태우를 제대로 바라보지도 않았다.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강서이의 그 끄덕임은 서정송의 체면을 세워준 것일 뿐이었다.강서이는 서태우를 반기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서정송도 그 점을 모를 리 없었다. 다만 아무것도 보지 못한 사람처럼 굴 수는 있었다.“강 대표님과 저희 태우가 또래이기도 하니, 앞으로 좋은 인연으로 자주 교류하면 좋겠습니다.” “저희 같은 기성세대는 이제 뒤에서 힘을 보탤 때지요. 앞으로 B시를 이끌어 갈 사람들은 결국 강 대표님 같은 젊은 분들이니까요.”서정송은 말을 이어 갔다.“특히 강 대표님처럼 젊고 유능한 분은 앞으로 B시 재계의 중심이 되실 겁니다. 저희 태우도 많이 이끌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태우도 AI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얼마 전에도 AI 프로젝트에 하나 투자했는데, 이름이 ‘슈퍼채팅’입니다.”서태우는 할 말을 잃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해외로 쫓겨나는 게 나았지.’해외로 나가는 건 고생만 하면 된다.하지만 지금은 창피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강서이는 서태우가 ‘슈퍼채팅’에 투자했다는 말을 듣고서야 서태우를 제대로 바라봤다.다만 그 시선이 서태우를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서태우는 왠지 강서이가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았다.강서이가 말했다.“서 대표님께는 참 ‘좋은 아드님’이 있으시네요.”서정송은 그 말의 뜻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칭찬으로 받아들인 듯했다.“생긴 건 그럭저럭 봐 줄 만한데, 나머지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강서이는 가볍게 웃기만 할 뿐, 더 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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