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Chapter 181 - Chapter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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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보아하니... 퇴사한 듯했다.“저는 프라임로드투자에서 이미 나왔어요.”강서이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서며 설명했다.진재언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강서이가 회사를 그만뒀다는 말을 듣자 꽤 놀란 듯했다.남들이 보기에 프라임로드투자는 대기업이 분명했다. 복지도 좋고 연봉도 높아서, 들어가고 싶어도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강서이는 진재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했다. 그래서 가방에서 사원증을 꺼내 살짝 보여 주었다.“이제 제 일을 해요.”진재언은 사원증에 적힌 회사명과 직함을 보았다.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고개가 끄덕여졌다.진재언은 강서이와 직접 만나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강서이가 능력 있고 안목 있는 사람이라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다.예전부터 진재언은 그런 생각을 했다. 강서이 같은 사람이 누군가의 비서로만 일하는 건 너무 아깝다고.그게 민도하의 비서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정말 축하드려요.”진재언은 진심으로 말했다.“감사해요.”강서이의 시선이 다시 진재언 품 안의 종이상자로 향했다. 잠시 말을 고르던 강서이가 물었다.“설마... 꿈결엔진에서 나오신 거예요?”“네.”진재언은 힘없이 웃었다.“공동 창업자랑 제 방향이 너무 달랐어요. 의견 차이가 커져서 결국 갈라서게 됐습니다.”강서이는 안타까웠다.진재언은 재능과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었다.처음 강서이가 꿈결엔진의 프로젝트를 선택했던 것도 바로 그 점 때문이었다.“괜히 이런 모습을 보여 드렸네요.”“앞으로 계획은 있으세요?”강서이가 물었다.진재언은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습니다. 좀 막막하네요.”진재언과 이봉석은 대학 동기이자 룸메이트였다.처음에 게임을 만들고 싶어 한 쪽은 진재언이었다. 이봉석은 집안 형편이 괜찮았다.두 사람은 서로 이야기를 맞춰 함께 창업을 시작했다.의견 차이는 처음부터 있었다. 다만 진재언은 이봉석이 자금을 댄 사람이라는 점을 생각해서, 전체를 위해 웬만한 일은 참고 넘겼다.선을 넘는 일만 없었다면, 두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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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좋지 않은 검사 결과 때문에 강서이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장유솜은 민도하가 어렵게 연결해 준 사람이었다. 강서이는 병원을 나서기 전 장유솜에게 작은 부탁을 했다.검사 결과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었다.장유솜은 안경을 살짝 밀어 올리며 말했다.“환자분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건 의사로서 당연히 지켜야 할 중요한 책임입니다. 제 직업윤리는 분명하니 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감사합니다.”강서이는 무거운 마음으로 병원을 나섰다.날씨마저 꼭 강서이의 마음 같았다. 하늘은 잿빛으로 흐려져 있었다.민도하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 어떤 감정인지 딱 잘라 말하기 어려웠다.사실 민도하가 오든 오지 않든, 강서이의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이미 무뎌질 만큼 무뎌져 있었다.다만 약속을 지키지 못할 거라면 애초에 말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싶었다....연휴가 끝나자마자, 강서이는 다시 바쁜 업무 속으로 들어갔다.아침 일찍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강서이는 김설에게 샷을 추가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부탁했다.김설은 알겠다고 대답했다.하지만 강서이 앞에 놓인 건 아메리카노가 아니었다. 따뜻하게 우려 낸 익모초 흑설탕차였다.강서이가 미간을 찌푸리며 김설을 바라봤다.김설이 말했다.“대표님 생리 중일 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드시면 안 돼요. 이거 마시면 좀 편하실 거예요.”“내가 생리 중인 건 어떻게 알았어?”강서이가 의아한 듯 물었다.김설이 대답했다.“보면 알아요. 대표님은 그때마다 안색이 하얘지고, 습관처럼 손으로 아랫배를 누르시거든요.”“제법이네. 세심해졌고, 관찰도 할 줄 알고.”강서이가 칭찬했다.김설은 강서이가 직접 데리고 키운 사람이었다. 다 좋은데 덜렁대는 게 문제였다.예전에 프라임로드투자에 있을 때도, 강서이는 김설의 그 점을 여러 번 바로잡아 주었다.이제 보니 효과가 있긴 한 모양이었다.칭찬을 받은 김설은 꽤 으쓱한 표정을 지었다.“당연하죠. 제가 누구 밑에서 배웠는데요!”말을 마친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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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하지만 가운데 자리에 앉아 있는 강서이를 확인한 서주미는 하려던 말을 그대로 삼켜야 했다.그때 서주미의 표정은 꽤 볼만했다.강서이는 철저히 업무적인 태도로 서주미에게 앉으라고 했다.질문도 일반적인 면접 질문이었다. 상대가 서주미라고 해서 특별히 대우하거나 일부러 곤란하게 만들지도 않았다.오히려 서주미가 긴장한 탓에 계속 실수를 했다.“오늘 면접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결과는 일주일 안에 안내드릴 예정이니 메일과 문자 확인 부탁드립니다.” “나가시면서 다음 지원자분 들어오시라고 전해주세요.”서주미는 완전히 굳은 표정으로 면접실을 나갔다.결과는 이미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프런트를 지나갈 때, 직원이 서주미를 불러 세웠다.“서주미 씨, 면접 끝나셨어요? 잘 보셨죠?”서주미는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다.직원은 웃으며 말했다.“이력이 그렇게 좋으신데 당연히 합격하시겠죠! 앞으로 같은 회사에서 일하게 될 텐데 잘 부탁드려요!”서주미는 잠시 생각하다 프런트 직원에게 물었다.“강서이 씨가 여기 대표예요?”“네. 그렇게 안 보이죠? 저 나이에 벌써 대표라니까요. 능력도 있는데 예쁘기까지 하고. 진짜 다 가진 사람 같아요.”프런트 직원이 한마디 할 때마다, 서주미의 표정은 조금씩 더 굳어졌다.“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대표님 정말 좋으세요. 직원들한테도 잘해 주시고, 대표라고 권위 내세우는 것도 전혀 없어요.”“저희가 아직 작은 회사이긴 해도 대표님 능력이면 언젠가 회사도 크게 키우실 거예요.”서주미는 넋이 빠진 사람처럼 그로스캐피탈을 나섰다.오피스 빌딩 입구에 서자, 마음속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막막했다.프라임로드투자에서 해고된 뒤로 서주미는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보느라 바빴다.처음에는 대기업 위주로 지원했다. 서주미에게는 프라임로드투자에서 근무했다는 꽤 괜찮은 경력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이상하게도 대기업들은 전부 서주미의 이력서를 거절했다.서주미가 여기저기 돌려서 알아본 끝에, 민도하가 업계에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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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강서이는 서주미의 고자질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표정은 여전히 차분하고 서늘했다.“그리고 프라임로드투자 성과 회식 때도요. 노아리 본부장이 심진호를 따라간 게 아니라, 본인이 먼저 같이 간 거였습니다.”“제가 심진호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렸는데도 따라갔어요.” “그렇게 한 건 강 대표님이 노아리 본부장 때문에 업무상 책임을 지고, 민 대표님에게 질책을 받게 만들려는 의도였고요.”서주미가 정말 갈 데까지 몰렸다는 건 한눈에 보였다. 그래서 자신이 비밀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강서이에게 털어놓는 모양이었다.아마 이걸로 충성심을 보였다고 생각하고, 강서이가 면접 결과를 바꿔 주길 바라는 듯했다.하지만 서주미는 강서이를 너무 얕본 것이다.서주미에게 이런 속셈만 없었다면, 이틀 안에 합격 통보를 받았을지도 몰랐다.결국 서주미는 스스로 앞길을 막은 셈이었다.하장현의 회사는 여전히 정신없이 바빴다. 강서이가 도착해 보니, 전보다 사람이 줄어 있었다.강서이는 하장현의 비서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알았다. 최근 퇴사한 직원들이 전부 높은 연봉 제안을 받고 이직했다는 사실을.한두 명이면 자연스러운 인력 이탈로 볼 수 있었다.하지만 7, 8 명이 연달아 빠졌다면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강서이는 조규찬에게 확인을 부탁했고 곧 사정을 파악할 수 있었다.예상한 대로였다. 직원들은 모두 노아리가 높은 연봉을 조건으로 걸고 ‘슈퍼채팅’ 쪽으로 데려간 사람들이었다.하장현을 데려가지 못하니, 하장현 회사 사람들을 빼 간 것이다. 누가 봐도 강서이를 겨냥한 움직임이었다.강서이는 하장현과 이야기를 나눴다.“인력이 빠져나가면, 지금 다시 채용해도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려요. 일정에도 영향이 꽤 클 겁니다.”강서이는 동화투자의 남수환 대표에게 일정에 맞춰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한 상태였다.‘문심’의 자체 개발 대형 모델이 약속한 시기에 올라가지 못하면, 두 회사의 협력에도 분명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당분간은 다들 조금만 더 힘내 주세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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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강서이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김설이 버섯 닭곰탕을 들고 강서이를 찾아왔다.요즘 김설은 부지런했다. 매일 다른 보양국을 챙겨 와서 강서이의 속을 달래 주고 있었다.그 국물들이 효과가 있는 건지, 최근 강서이의 위장은 제법 얌전해졌다.김설은 국을 그릇에 담으며 투덜거렸다.“프라임로드투자가 ‘슈퍼채팅’에 홍보비를 얼마나 쏟아부었는지 모르겠어요. 온통 ‘슈퍼채팅’ 광고예요.” “B시 지하철역마다 광고판이 깔렸고요. 주요 언론사랑 방송국에도 다 광고가 들어갔더라고요.”강서이는 버섯 닭곰탕을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한 국물이 내려가자 속이 한결 편안해졌다.강서이는 문득 자신이 너무 보수적으로 계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홍보비가 수십억 원 수준이 아니라 최소 200억 원은 들었을 것이다.‘슈퍼채팅’은 자본의 힘을 등에 업고 출시 사흘 만에 다운로드 1위에 올랐다.그뿐만이 아니었다. 유명 인플루언서들도 대거 동원해서 홍보를 돌렸다.매일 고정으로 화제 키워드 세 자리까지 차지했다.노아리도 ‘슈퍼채팅’의 성공 덕분에 이름을 크게 알렸다. 최근에는 경제 프로그램 게스트 섭외도 여러 건 들어올 정도로, 그야말로 한창 주목받는 중이었다.반면 강서이 쪽은 정신없이 바빴다.하장현은 보름째 야근을 이어 가고 있었다.강서이는 매일 그로스캐피탈에서 퇴근한 뒤, 차를 몰고 하장현의 회사로 가 일을 도왔다.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다 했다.강서이가 조금이라도 더 하면, 하장현과 직원들은 그만큼 덜 해도 되니까.금요일에도 일은 깊은 밤까지 이어졌다.하장현이 오늘 밤은 아마 새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강서이는 직원들이 먹고 마실 것을 사러 나갔다.밖으로 나와서야 강서이는 자기 차에 기름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요즘 너무 바빠서 차에 기름이 남아 있는지 확인할 여유조차 없었다.견인 서비스를 부르려던 때, 검은색 벤틀리 한 대가 강서이 옆에 멈춰 섰다.차창이 내려가더니, 뒷좌석에 앉아 있던 서한승이 강서이를 불렀다.“서이야? 여기서 뭐 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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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강서이는 민도하에게서 짙은 술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아마 어디 술자리에서 막 나온 모양이었다.집 안으로 들일 생각은 없었기에, 본능적으로 민도하를 문밖에 세워 두려고 했다. 하지만 민도하가 먼저 거칠게 강서이를 밀어내고 집안으로 들어섰다.강서이의 월세집은 크지 않았다. 방 하나에 거실 하나, 주방과 화장실이 전부였다.손바닥만 한 집이라 민도하는 1분도 되지 않아서 샅샅이 훑었다.강서이는 굳이 막지 않았다. 대신 핸드폰을 들고 문자를 보냈다.집 안을 확인한 민도하는 다른 사람이 없다는 걸 알고 다시 강서이 쪽으로 돌아섰다.강서이는 문자를 보내느라 갑자기 다가오는 민도하를 미처 보지 못했다.기척을 느꼈을 때는 이미 민도하가 가까이 와 있었다.위협을 느낀 강서이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하지만 등 뒤는 현관문이라서 더는 물러날 곳이 없었다.강서이의 몸은 가까이 다가온 민도하와 문짝 사이에 끼게 되었다.분노가 실린 성인 남자의 힘은 강서이 혼자 밀어낼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민도하는 어렵지 않게 강서이를 붙잡았다. 강서이의 턱을 쥐더니 고개를 숙이면서 거칠게 입술을 덮었다.낯설면서도 익숙한 숨결에 술 냄새가 뒤섞여 있어서, 강서이의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강서이는 망설이지 않고 손을 들어 민도하의 뺨을 치려고 했다.하지만 먼저 알아차린 민도하가 강서이의 손목을 붙잡고는 그대로 머리 위로 끌어 올렸다.강서이의 상체가 억지로 들리듯 젖혀졌다. 오히려 민도하에게 틈을 내준 꼴이 되자, 민도하는 더 거리낌 없이 입맞춤을 깊게 밀어붙였다.강서이는 팔다리에도, 몸에도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건 입을 벌려 민도하를 깨무는 것뿐이었다.전혀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그 행동이 민도하의 미친 짓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오히려 민도하를 더 자극했다.민도하는 고개를 비껴, 강서이의 쇄골을 세게 깨물었다.힘도 결코 약하지 않았다.강서이는 통증에 몸부림치며 소리쳤다.“민도하, 지금 무슨 짓이야?”“놔!”민도하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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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노아리가 도착했을 때, 민도하는 길가 화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거의 다 타 들어간 담배가 손끝에 끼워져 있었다.밤바람이 스쳤다.불씨가 남은 담뱃재가 손등 위로 떨어지자, 뜨거운 감각에 민도하의 손이 저절로 움찔했다.민도하는 먼 곳을 보던 시선을 거두고, 손등 위에 담뱃재가 남긴 붉은 자국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담뱃재가 떨어진 자국은 또렷했다.민도하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담배를 입에 물더니, 무감각하게 몇 모금 더 빨아들였다.마지막에 가서야 다 타 버린 꽁초를 화단 흙 위에 비벼 껐다.“도하야.”노아리가 결국 입을 열었다.민도하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하고 차가운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여긴 왜 왔어?”담배를 너무 많이 피운 탓인지, 민도하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낮게 잠겨 있었다.노아리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서이 씨가 나한테 연락했어. 네가 여기 있으니까 데려가라고.”그 대답은 민도하에게 뜻밖의 일도 아니었다.강서이는 정말 모범적인 전 연인이었다. 끝내자고 하고 끝냈고, 절대 뒤돌아보지 않았다.처음부터 끝까지 민도하와 조금도 엮이고 싶어 하지 않았다.“가자.”민도하는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사실 노아리에게는 묻고 싶은 게 많았다.왜 강서이를 찾아왔는지.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강서이가 왜 자신에게 연락해서 민도하를 데려가라고 했는지.하지만 그 질문들은 전부 노아리의 가슴속에만 남은 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민도하도 노아리에게 이 일을 설명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노아리는 마음속 의문을 삼킨 채, 빠르게 민도하를 따라잡았다.“다음부터는 술 그렇게 많이 마시지 마.”“응...”민도하는 나지막하게 대답했다.차에 오르자마자 민도하는 눈을 감고 쉬었다. 표정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고, 눈매와 미간에는 차가운 기운이 내려앉아 있었다.차를 돌리던 노아리는 맞은편 노상 주차 구역에 세워진 익숙한 차를 보자, 마음속에 의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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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함께 지내며 기억에 깊이 남았던 장면들은, 때로 관계 안에서 면죄부처럼 남곤 한다.하지만 사랑을 저버린 사람에게는 그런 면죄부도 소용이 없었다.강서이가 7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그 관계 안에 제삼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그래서 강서이는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있었다. 지나간 기억들을 꺼내 들면서 자신의 마음을 설득할 수 있었다.마지막 1년 동안 민도하가 강서이에게 차갑게 굴고, 심지어 강서이를 외면했을 때조차.강서이는 그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하지만 배신만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배신은 배신한 사람이 아니라 배신당한 사람을 죽이게 되니까.전날 밤 제대로 잠들지 못했지만, 강서이는 아침 5시 50분에 어김없이 눈을 떴다.아마 손발이 계속 이불 밖에 나와 있었던 모양이었다. 깨어났을 때 손끝과 발끝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그래서 그런 꿈을 꾼 모양이었다.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했는데도, 다시 떠올리면 강서이의 마음은 어쩔 수 없이 흔들렸다.사람은 문서 파일이 아니다. 지우고 싶은 것만 지우고, 남기고 싶은 것만 남길 수는 없었다.그저 시간이 흐르며 모든 기억이 희미해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오전에 서한승이 직접 그로스캐피탈로 와서 강서이와 차를 바꿨다.강서이는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도와준 것도 고마운데 직접 오게 해서 미안해요. 원래 오후에 김설 시켜서 차를 보내려고 했어요.”서한승은 그럴 줄 알고 자신이 직접 온 것이었다.최근 두 사람은 업무상 엮일 일이 거의 없었고, 강서이는 계속 바빴다.서한승은 한동안 강서이를 보지 못했는데, 드문 기회를 잡자 직접 움직인 것이다.물론 서한승은 그런 속내를 강서이에게 말하지 않았다. 대신 프로젝트 상황을 묻자 강서이가 말했다.“정상적으로 진행 중이에요. 다만 인력이 부족해서 다들 야근하면서 버티는 중이에요.”“도움이 필요하면 말해.”“고마워요.”서한승은 잠깐 앉아 있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강서이가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서한승이 그곳에 있는 것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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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강서이가 김설에게 물었다.“언제부터 내 취향을 그렇게 잘 알았어?”김설이 대답했다.“관찰요. 비서는 대표님 취향을 파악하는 게 정말 중요하거든요. 그래야 더 세심하고 효율적으로 보좌할 수 있고, 업무 관계도 좋아지니까요.”“많이 늘었네. 설이 다시 봐야겠어.”강서이가 칭찬하자, 김설은 살짝 어깨를 으쓱했다.“제가 좋은 대표님을 만났잖아요.”“얼른 드세요. 식으면 맛없어요.”김설은 재촉한 뒤 옆에 앉아서 핸드폰을 들여다봤다.그러다 뭘 본 건지, 김설이 분한 듯이 한마디 했다.“와, 저 상을 받을 낯짝이 있나 봐요.”“뭐가?”강서이가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노아리요. 프라임로드투자가 올해의 우수사원상을 진짜 노아리한테 줬어요!”강서이가 한마디 했다.“별일 아닌 걸로 호들갑은... 나 다 먹었으니까 공지 돌려. 조금 있다가 회의할 거야.”말을 마친 강서이는 다시 일에 몰두했다.그날도 강서이는 밤 열한 시가 넘도록 야근했고, 집에 도착했을 때는 자정이 훌쩍 지나 있었다.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눕자마자 거의 바로 잠들 수 있을 정도였다.의식이 흐릿해지기 직전에, 강서이가 갑자기 눈을 떴다.남은 정신을 겨우 붙잡고 일어나 식탁 앞으로 가서는, 꽃병처럼 쓰고 있던 트로피를 집어 들고 그대로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잠시 멍하니 있던 강서이는 다시 쓰레기봉투를 묶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대로 쓰레기 수거함에 던져 넣고 나서야, 만족스럽게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문심’ 출시를 사흘 앞두고, 강서이는 ‘문심’ 제품 발표회에 주요 언론사들을 초청하려고 했다.하지만 여러 매체에 연달아 연락해 봐도 돌아오는 답은 모두 같았다. 발표회 당일에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하루 전이나 하루 뒤는 가능하다고 했다. 딱 발표회 당일만 안 된다고 했다.한두 곳이라면 우연일 수 있었다.하지만 여러 곳이 연달아 같은 반응을 보이자, 강서이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강서이가 언론 쪽 지인에게 부탁해서 알아보자, 곧 사정을 파악할 수 있었다.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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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7년이면 뭐 어때?남자도 노아리가 뒤늦게 나타나서 차지했으니 일도 똑같이 뒤집을 수 있었다.강서이는 노아리가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할 줄은 몰랐다.같은 날 축하 행사를 여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호텔까지 같은 곳으로 잡았다니.김설이 그 이야기를 전했을 때, 강서이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까지 나왔다.“우리쪽에서 피해야 할까요?”김설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지금은 노아리가 한창 주목받는 시기였다. 정면으로 부딪치면 ‘문심’이 유리할 것이 없었다.차라리 소나기를 피해서, 다른 장소에서 발표회를 여는 편이 나을 수도 있었다.오늘 전까지만 해도, 강서이는 김설의 제안을 고려했을지도 몰랐다. 발표회 장소를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었다.감정만으로 움직이는 건 강서이의 방식이 아니었다. 모든 결정은 프로젝트의 이익과 성장 가능성을 기준으로 내려야 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강서이에게는 계산이 서 있었다.그래서 피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김설은 강서이가 속으로 뭘 계획하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대표가 이렇게 결정했다면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그래서 더 묻지 않았다.김설은 그저 강서이의 지시에 따르기로 했다.하장현 쪽도 마찬가지였다. 하장현은 강서이를 전적으로 신뢰했다....사흘 뒤, 발표회는 예정대로 열린다.그 소식을 들은 노아리는 입가에 희미한 웃음을 띠었다.노아리는 원래 강서이가 꽤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 보니, 자신이 강서이를 너무 높게 봤던 모양이었다.‘오히려 잘됐네. 이번 기회에 강서이가 자기 분수를 똑똑히 알게 되겠지.’‘강서이는 예쁜 것 말고는 가진 게 없잖아.’‘그런 인간이 뭘로 나와 겨루겠어?’‘내게 있는 건 뛰어난 외모뿐만이 아니잖아.’전에 민도하가 술에 취해 강서이를 찾아갔던 일 때문에, 노아리도 조금 마음에 걸린 적은 있었다.하지만 생각을 바꿔 보니 이해 못 할 일도 아니었다.남자란 원래 한때 자기 곁에 있던 여자에게 어느 정도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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