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7년을 바쳤는데, 내가 떠나자 미쳐버렸네: Chapter 211 - Chapter 220

242 Chapters

제211화

강윤희는 강서이의 손을 잡고 물었다. “아직 힘드니?”“다 지나갔어요.”힘든 마음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지금의 강서이는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 생각은 끝없는 자기 감금으로 이어질 뿐이었다.강서이는 앞만 보고 싶었다.강윤희는 인생을 먼저 살아 본 사람의 말투로 말했다. “사람은 다시 시작할 용기를 가져야 해. 마음으로 쌓은 감옥 안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네.”강윤희는 강서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밥 먹자.”“맞다, 엄마. 저희가 헤어진 걸 알면서 왜 민도하를 집에 오게 했어요?”“딱 한 번이었는데 네가 본 거야.” 강윤희도 난처해했다.“재검 예약은요?”강윤희가 설명했다. “그때 네가 바빴잖아. 그래서 나 혼자 병원에 가서 재검을 받으려고 했는데, 절차를 잘 몰라서 이틀이나 헛걸음을 했어. 도하가 어디서 들었는지 예약을 도와줬고.”“예전에 네가 도하한테 해 준 게 그렇게 많은데, 겨우 그 정도 도움을 받는 거라서 마음은 편했어.”“그래도 나중에는 분명히 말했어. 앞으로는 나 찾아와서 신경 쓰게 하지 말라고.”강서이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엄마 말이 너무 맞아서 반박할 수가 없네요.”강서이는 한동안 걱정했던 일이 이렇게 가볍게 풀릴 줄은 몰랐다.이것도 나쁘지 않았다.원래는 설 연휴 동안 집에서 쉬기로 했지만, 강서이는 연휴가 끝나기도 전에 다시 회사로 나가 야근을 시작했다.떠날 때 강윤희는 음식으로 가득 찬 상자 두 개를 챙겨 주었다.손수 빚은 만두와 갈비찜, 잡채 같은 음식들이었다.집에 가면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먹을 때 데워 먹으라고 했다.바쁘면 강서이가 제대로 밥을 챙겨 먹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강서이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다 이웃 할머니 이복자를 만났다.이복자가 말했다. “서이야, 남자친구는 데리러 안 왔어?”“헤어졌어요.”놀란 이복자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강서이가 떠난 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어쩌다 헤어졌을까? 참 괜찮은 청년이었는데.”
Read more

제212화

강서이는 오늘이 밸런타인데이라는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지난 7년 동안 가장 신경 썼던 날이, 어느새 중요하지 않은 날이 되어 있었다.오후 회의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사회자는 재치 있게 말하며 일찍 마무리했다. 남은 시간은 다들 데이트에 쓰라는 농담도 덧붙였다.하장현은 강서이에게 저녁에 따로 일정이 없으면 함께 식사를 하자고 물으려고 했다. 이미 식당도 예약해 둔 상태였다.하지만 하장현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민두해에게서 전화가 왔다.민두해가 강서이를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했다.민두해의 식사 자리라면 강서이는 반드시 가야 했다.하장현도 뭐가 더 중요한지 알고 있기에 식사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민두해와의 식사 자리에 간 강서이는, 기업인협회에서 본 낯익은 사람들을 만났다.물론 처음 보는 얼굴도 있었다.상대는 젊었다. 서른 남짓으로 보였고, 외모도 눈에 띄었다.특히 분위기가 자리의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달랐다.민두해가 상대의 신분을 소개하고 나서야 강서이는 왜 그렇게 느꼈는지 알았다.상대는 기업인이 아니라 공무원이었다.직급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민두해의 식사 자리에 올 정도라면 배경이 단순할 리 없었다.남자는 젠틀하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강 대표님, 안녕하세요. 배준석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저도 반갑습니다.” 강서이는 예의를 갖춰 답했다.강서이는 인사가 이쯤에서 끝날 줄 알았다.하지만 배준석은 다시 말했다. “강 대표님 명성은 알고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꼭 뵙고 싶었고요.”강서이는 조금 뜻밖이었다.배준석이 설명했다.“‘문심’ 발표회 영상을 봤고, R시 AI 서밋에도 참석했습니다. 그때 강 대표님이 워낙 인상 깊었습니다. 오늘 이렇게 직접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우리 배 과장이 이성에게 이렇게 관심 보이는 건 드문 일인데?”옆에서 누군가 농담을 던졌다.“강 대표도 미혼이라고 들었는데, 두 분이 인연이 될 수도 있지 않겠어?”강서이는 여성으로서 다소 불편함을 느꼈다.배
Read more

제213화

민두해는 강서이를 친근하게 ‘서이’라고 부르며 인맥을 소개해 주고, 큰 프로젝트에도 끌어들였다.질투가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노아리가 민도하에게 물었다. “우리도 가서 인사할까?”민도하는 고개를 저었다.“아니. 아버지가 요즘 날 별로 반기지 않아. 가 봐야 좋은 표정 못 볼 거야.”노아리는 어색하게 웃었다. “알았어.”강서이는 선배들을 모두 차에 태운 뒤에야 핸드폰을 꺼냈다. 김설에게 데리러 오라고 전화를 하려고 했다.전화가 연결되기 전에 차 한 대가 강서이 앞에 멈췄다.뒷좌석에서 배준석이 문을 열고 내렸다. “강 대표님, 어디 사십니까?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괜찮습니다. 비서에게 오라고 하려고 했습니다.”“번거롭지 않습니다. 마침 ‘문심’에 대해 궁금한 게 많습니다. 잠깐 이야기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배준석의 태도는 진지했다.일과 관련된 문제라면 강서이는 거절하지 않았다.강서이는 배준석의 차에 올랐다.배준석은 실제로 업무 이야기를 꺼냈다. ‘문심’의 AI 기술을 활용해 상담 지원 플랫폼을 구축하고 싶다고 했다.강서이는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시청 프로젝트는 수익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홍보 효과와 평판 면에서는 분명한 가치가 있었다. 사람들의 입소문을 얻을 수 있는 일이니까.“추후에 다시 만나 자세히 논의하시죠.”강서이가 좋다고 답했다....다음 날 오전, 강서이는 컴퓨팅 칩 관련 협의를 위해 영승반도체로 가야 했다.영승반도체는 프라임로드투자의 자회사로, 프라임로드투자의 가장 핵심 프로젝트를 맡고 있었다.강서이는 민도하 곁에서 7년을 일했지만 영승반도체에 대해 아는 것은 수박 겉핥기 수준이었다.영승반도체와 관련된 일은 민도하 자신이 늘 직접 챙겼고, 다른 사람에게 쉽게 넘기지 않았다.강서이는 영승반도체에 가기 전, 책임자인 양정원과 미리 연락했다.양정원은 회사 정문에서 강서이를 기다리고 있었다.강서이와 양정원은 서로 아는 사이였다. 예전애 양정원은 매주 프라임로드투자
Read more

제214화

전날 같은 특별한 날이라면 듣는 사람은 여러 가지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양정원도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강 대표님이 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그제야 노아리는 마지못해 강서이를 한 번 보았다. 하지만 사과 한마디 없이 곧장 노트북을 열었다. “바로 시작하죠.”양정원이 말했다. “제가 먼저 소개를...”“괜찮습니다. 저희는 아는 사이예요.” 노아리가 양정원의 말을 잘랐다. “강 대표님은 프라임로드투자에서 나가신 분이니 서로 어느 정도는 알죠.”노아리가 그렇게 말하니 양정원도 더 말하기 어려웠다.노아리는 말을 돌리듯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어젯밤 영승반도체의 협력 조건을 살펴봤어요. 그로스캐피탈처럼 작은 회사와 협력한 전례도 없고, 협력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더군요.” “강 대표님은 어떤 방법으로 민 대표님에게 협력을 받아 내신 건가요?”양정원은 숨을 들이마셨다.마치 정실이 첩을 심문하는 분위기와도 같았다.이럴 줄 알았으면 어떻게든 병가를 냈을 것이다.원래 강서이는 공과 사를 분명히 나누며 업무적으로만 대할 생각이었다.노아리가 룰을 지키지 않는다면, 강서이도 굳이 맞춰 줄 필요가 없었다.‘탁’ 소리를 내며 노트북을 닫은 강서이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양정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양 사장님께서 민 대표님께 그대로 전달해 주세요. 협력은 민 대표님이 먼저 제안했고, 계약도 민 대표님이 저와 체결했습니다.”“이제 귀사에서 이의를 제기하신다면 민 대표님께 계약대로 처리해 달라고 하세요. 배상할 부분은 배상하시면 됩니다.”강서이의 반응은 노아리의 예상 밖이었다.노아리는 그로스캐피탈이 영승반도체에 매달리는 입장이라고 생각했다.두 회사의 지위가 같지 않다고 여겼다.그래서 조금 거칠게 말하고 비꼬아도 강서이가 참을 줄 알았다.하지만 강서이는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나왔다.그런데도 노아리는 물러서지 않았다. “강 대표님, 잘 생각하셔야 할 거예요. 영승반도체는 국내 최고 수준의 컴퓨팅 칩을 가지고 있습니다.”“‘
Read more

제215화

“태우야, 전화해서 물어봐.” 노아리가 재촉했다.서태우는 통화를 마친 뒤 말했다. “갑자기 처리할 일이 생겨서 못 온다고 하네. 우리끼리 먹으래. 기다리지 말고.”“또 못 온다고?” 이사랑은 잔뜩 기대하고 있었기에, 남유환이 오지 않는다는 말에 표정이 바로 무너졌다.노아리가 달랬다. “괜찮아. 다음에 다시 약속 잡으면 돼.”이미 여러 번 약속을 잡았고 겨우 성사되는 줄 알았는데, 또 중간에 취소되자 이사랑은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다.다음이 언제가 될지도 알 수 없었다.일행이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 창가 자리에 앉아 밥을 먹는 강서이와 남유환이 한눈에 들어왔다.두 사람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얼핏 보면 데이트하는 연인처럼 보였다.노아리의 걸음이 멈췄다.‘유환이 말한 급한 일이 저거였어?’‘강서이 때문에 나랑 한 약속을 취소한 거야?’노아리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이사랑도 화가 났다.남유환은 이사랑이 마음에 둔 남자였다. 강서이의 행동은 이사랑의 남자를 빼앗으려는 것처럼 보였다.“언니...”“소란 피우지 마. 가자.” 노아리는 이사랑보다 침착했다.노아리는 강서이를 우습게 봤지만, 남유환과 서태우 앞에서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사랑이 일을 벌이게 두지 않도록 곧바로 데리고 나갔다.사실 남유환은 강서이와 업무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었다.‘문심’ 쪽에 새 데이터가 필요했고, 남유환이 직접 가져다주었다.업무 이야기도 해야 했고, 마침 식사 시간이라 두 사람은 먹으며 대화를 나눈 것뿐이었다.식당은 남유환이 예약했다. 서태우를 조금이라도 도와주자는 생각에 일부러 DAAL을 골랐다.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각자 헤어졌다.서태우가 남유환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강서이는 너한테 대하는 거랑 나한테 대하는 게 왜 이렇게 극과 극이야?” 서태우는 아직도 강서이와 협력 이야기를 할 기회를 잡지 못해 답답해하고 있었다.“네가 나 좀 도와줘.”더 끌면 정말 해외로 쫓겨날 처지였다.남유환은 바로
Read more

제216화

“미안해요. 예전엔 제가 잘못했어요. 사과할게요. 강 대표님께서 넓은 마음으로 한 번만 봐주세요. 저 같은 사람한테 일일이 따지지 말아주세요.”서태우는 양심이 생겼는지, 처음으로 강서이에게 사과했다.그 사과는 꽤 진심이었다.그런데 강서이는 서태우의 사과를 듣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강서이가 말했다. “일단 읽고 나서 말해.”서태우는 그제야 강서이가 건넨 문서를 바라봤다.맨 위에 찍힌 또렷한 세 글자를 보자 서태우는 정신이 아찔해졌다.내용증명.‘왜 내용증명인가?’강서이가 말했다. “마침 왔으니까 내가 따로 보내는 수고는 덜었네. 서로 편하지.”서태우는 할 말을 잃었다.‘이게 할 말인가?’‘나는 협력을 부탁하러 온 것이지, 고소장을 구하러 온 게 아니잖아!’“나는 회의가 있어서 배웅은 못 해.” 강서이는 노트북을 들고 회의실로 향했다.서태우는 억울해서 속이 뒤집혔다.강서이가 왜 이렇게까지 독해졌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억울함을 안고 프라임로드투자로 달려간 서태우는 민도하에게 하소연했다.“도하야, 강서이가 어떻게 이렇게 매정할 수 있냐? 그래도 다 아는 사이고, 너희 둘은 7년이나 만났잖아.”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해? 나한테 내용증명을 보내다니!”“너무 기세등등한 거 아니야? 넌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는 거야?”민도하는 드물게 한숨을 쉬었다. 책상 위에 놓인 서류 더미를 서태우 쪽으로 밀었다. “강서이는 공평해. 나한테도 보냈어.”서태우는 다시 말문을 잃었다. 그리고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때, 노아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도하야, 날 찾았어?”민도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받아.”민도하는 방금 서태우에게 밀어준 서류 더미에서 한 부를 꺼내 노아리에게 건넸다.노아리는 문서를 받아 들고 미간을 찌푸렸다. “내용증명?”서태우가 말했다. “너도 있어?”“설마 이것도 강서이가 보낸 거야?”“강서이가 이거 대량 발송이라도 하는 건가?”노아리는 강서이가 자신에게 내용증명을
Read more

제217화

민도하는 잠시 말을 멈추고 미간을 좁혔다. “다만 ‘슈퍼채팅’은 우선 합의를 시도해야 해. 이 사건이 법적 절차로 가면 감옥에 들어갈 사람이 꽤 많아.”...월요일, 강서이는 업무 논의를 위해 하장현의 회사로 갔다가 건물 아래에서 뜻밖에 노아리를 보았다.노아리도 강서이를 알아봤다. 순간 노아리의 표정이 차가워지면서 곧 시선을 돌렸다.김설이 강서이 옆에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분이 왜 여기 있어요?”“하 사장을 만나러 온 것 같아.” 강서이가 추측했다.그 추측은 곧 사실로 확인됐다.하장현은 노아리가 여러 경로를 통해 자신에게 연락해 왔다고 말했다. ‘슈퍼채팅’ 침해 문제를 논의하고 싶어 했다고 했다.하지만 하장현은 모두 거절했고, 강서이와 직접 이야기하라고 했다.노아리는 아마 자존심 때문에 강서이를 찾지 못한 듯했다.그래서 강서이한테는 따로 연락이 오지 않았다.하장현이 강서이에게 물었다. “이 일은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에요?”“소송은 마지막 선택지예요. 시간도 힘도 많이 들잖아요. 가능하면 협상하는 쪽이 낫죠. 다만...”강서이의 표정은 담담했다. “노아리 본부장은 저와 협상할 자격이 없어요.”“민 대표가 직접 와야 한다는 뜻이에요?” 하장현이 물었다. “민 대표가 나설까요?”강서이는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그건 노아리 본부장이 민 대표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에 달렸겠죠.”민도하가 그토록 노아리를 아낀다면, 노아리를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는 것도 당연하지 않겠는가?따지고 보면 노아리에게 고마워해야 할지도 몰랐다.민도하가 노아리의 길을 깔아 주려 하지 않았다면, 강서이는 영승반도체와 협력할 자격을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게다가 당시 계약서 조항은 모두 그로스캐피탈과 ‘문심’에 유리하게 되어 있었다.그래서 강서이는 당당하게 민도하에게 내용증명을 보낼 수 있었다.“이쪽은 제가 잘 모르는 분야예요. 강 대표가 결정하는 대로 따를게요.” 하장현은 늘 그렇듯 강서이 편에 섰다.강서이와 하장현은 한
Read more

제218화

민도하가 떠난 뒤, 김설은 참지 못하고 강서이에게 수다를 떨었다. “민 대표님이 저렇게 난처해하는 모습은 처음 봐요.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죠? 정말 속이 다 시원해요!”김설은 예전에 민도하에게 많이 시달렸다.이제 민도하가 강서이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니 온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시원함을 느끼던 김설은 곧 호기심을 드러냈다.“민 대표님이... 정말 얌전히 일주일 뒤에 올까요?”“아니.” 강서이는 손에 든 서류를 집중해서 넘기고 있었다.“어떻게 알아요?”“7년을 알았어. 민도하 성격은 내가 잘 알아.”김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네요.”강서이가 예상한 대로 그날 오후 민도하가 나타났다.강서이는 오후에 선도기술 손규원과 면담이 잡혀 있었다.손규원이 갑자기 장소를 바꿨고, 강서이는 그 안에 뭔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손규원이 지정한 회원제 룸에 도착하자, 예상대로 민도하가 와 있었다.손규원은 웃으며 말했다. “민 대표님과도 조금 이야기할 일이 있어서요. 두 분도 아는 사이니 같이 자리 잡아 봤습니다. 강 대표님, 괜찮으시죠?”이런 상황에서 괜찮지 않다고 할 수는 없었다.민도하가 손규원을 설득역으로 고른 건 정확한 선택이었다.손규원은 말재주가 좋았다. 몇 마디로 이 일의 이해관계를 강서이에게 또렷하게 설명했다.사실 강서이도 프라임로드투자와 진짜로 등을 질 생각은 없었다.영승반도체의 실력은 분명했다.영승반도체와 협력하지 못하면, 강서이는 다시 칩 제조 회사를 찾아 기술 지원을 받아야 했다.빙빙 돌아가느라 시간만 지체될 뿐이었다.사업에서는 약할 때 몸을 낮추고 힘을 길러야 했다.이것은 예전에 민도하가 강서이에게 가르쳤던 중요한 원칙이었다. 강서이는 지금까지 마음에 새겨 두고 있었다.그래서 강서이는 손규원의 중재를 받아들였다. 단, 요구 조건도 분명하게 제시했다.‘슈퍼채팅’ 관련 책임자의 공개 사과.‘문심’ 연구개발 손실 배상.‘슈퍼채팅’ 서비스 종료 및 시장 철수.강서이가 하나씩 말할 때마다 손규원은 숨을
Read more

제219화

민도하가 웃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그 말을 듣자 강서이의 머릿속이 잠시 비어 버렸다.식사 자리가 끝나고 세 사람은 밖으로 나와 인사를 나눴다.강서이는 말수가 적었다. 고개를 숙인 채 김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쪽 식사 자리가 끝났으니 차를 가져오라고 했다.문밖에는 찬바람이 사납게 불었다.꽃샘추위 탓에 초봄에 내리는 비는 겨울보다 더 차갑게 느껴졌다.노아리는 차 밖에 서서 민도하를 기다리고 있었다.차 안에서 기다려도 됐지만, 굳이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서 있었다. 강서이에게 보란 듯이 보여 주려는 태도였다.어쩌면 주인을 확인시키려는 행동이기도 했다.노아리는 강서이에게 증명하고 싶었다. 일이 터져도 민도하는 끝까지 자신의 편이며, 한계 없이 자신을 받쳐 줄 사람이라고.그래서 노아리는 오만하게 강서이를 차갑게 한 번 훑어본 뒤, 민도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도하야.”민도하가 물었다. “왜 차 안에서 안 기다렸어?”“널 빨리 보고 싶어서.” 노아리는 애교 섞인 미소를 지었다.사람들 앞에서 다정하게 구는 걸 전혀 피하지 않았다.“자, 자. 두 분만의 시간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제 차도 왔네요. 민 대표님, 강 대표님, 노 본부장님, 저는 들어가 보겠습니다.” 손규원은 차에 오르기 전까지도 두 사람을 놀렸다.손규원이 떠나자 민도하도 노아리의 차에 올라탔다.“강 대표, 다음에 보자.”강서이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은 그것으로 충분했다.가능했다면 가장 기본적인 반응조차 하고 싶지 않았지만.두 대의 차가 앞뒤로 떠나자 문 앞은 조용해졌다.강서이만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밤바람이 스치자 뼛속까지 차가웠다.강서이는 캐시미어 코트를 여몄지만, 찬기가 몸속으로 파고드는 감각은 여전했다.‘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직접 듣고 직접 보지 않았다면, 강서이는 그 말이 민도하의 입에서 나왔다고 믿지 못했을 것이다.민도하의 비서로 지내던 시절, 강서이가 가장 많이 한 일
Read more

제220화

목요일.강서이는 배준석의 초청을 받아 상담 지원 플랫폼 건을 논의하러 시청으로 갔다.배준석은 실행력이 강한 사람이었다. 며칠 사이에 상담 지원 플랫폼의 세부 내용과 대략적인 요구 사항을 모두 정리해 두었다.강서이가 이 자료를 ‘문심’ 쪽과 연결하기만 하면 바로 학습 단계로 들어갈 수 있었다.현재 ‘문심’의 알고리즘과 학습 속도라면 보름 안에 결과를 낼 수 있었다.“그럼 강 대표님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배준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서이와 악수했다. “추가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연락 주세요. 제가 가능한 범위 안에서 전력으로 협조하겠습니다.”“좋은 협력 부탁드립니다.”배준석은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강서이에게 물었다. “점심시간이 거의 다 됐네요. 제가 식사 대접을 하고 싶은데, 강 대표님 시간이 괜찮으실까요?”배준석은 좋은 협력 상대였고 사람도 신사적이었다. 강서이가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식당은 배준석이 골랐다. 분위기가 꽤 괜찮았고, 배준석의 근무지 바로 옆이라 편리했다.강서이도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이 대부분 배준석의 직장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직원도 배준석을 알아보고 웃으며 인사했다.“배 과장님, 여자친구분이랑 식사하세요?”배준석은 평소 꽤 친근한 사람인 듯했다. 직원이 그런 농담을 편하게 건넬 정도였다.“저희 부서 협력사 대표님입니다. 여자친구 아닙니다.” 배준석은 정중하게 설명했다.직원이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두 분이 잘 어울리셔서 연인인 줄 알았어요.”강서이는 이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쓰지 않았다.두 사람이 협력 관계라는 걸 알고 나자, 직원은 부담이 없어진 듯 배준석에게 가벼운 이야기를 했다. “맞다, 배 과장님. 예전에 소개팅하셨던 분도 여기서 식사 중이세요.”“전 여자친구라고 할 사이는 아닙니다. 소개를 받아 밥만 두 번 먹었을 뿐이고, 정식으로 만난 적은 없습니다.” 배준석은 다시 말을 바로잡았다.“그렇군요. 방금 배 과장님 이야기를 하시던데요.”직원의 말이 끝나자 누군가 배준석
Read more
PREV
1
...
202122232425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