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설산에서 함께 버텼던 사흘 밤낮의 기억을 꺼낼 때마다 백하린은 단 한 번도 공감을 보인 적이 없었다.그저 수줍어하는 척 서둘러 화제를 돌리며 그가 더는 추억을 들추지 못하게 입을 막곤 했다.그리고 무엇보다 결정적인 건, 귀 뒤에 있던 붉은 점이 어느 순간 감쪽같이 사라졌다.“하하하...!”머릿속이 띵 해나더니, 이도운은 웃음을 터뜨렸다.웃음소리는 점점 커졌고,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까지 맺혔다.이도운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남자는 겁에 질려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으며 자리를 떴다.영문도 모른 채 구경만 하던 사람들도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뒤따라 부랴부랴 흩어졌다.남자 동창이 이도운에게 무슨 말이라도 더 건네려 했지만, 아내의 손에 강제로 끌려 나갔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민지는 멀어지는 뒷모습에 대고 눈을 흘겼다.저런 게 무슨 친구라고, 결정적인 순간엔 하나같이 도움도 안 되는걸!이도운이 다시 한번 휘청거리자, 이민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의 팔을 붙잡았다.“오빠, 왜 그래? 괜찮아?”“내가... 다 틀렸어.”이도운이 이민지를 바라보았다.붉게 젖은 눈시울과 대조적으로 입가에 걸린 기괴한 미소는 보는 이의 심장을 찢어놓을 만큼 처절했다.이민지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오빠 잘못 아니야. 이건 다 백하린이랑 강지현, 그 독한 여자들이 나쁜 거라고!”“아니, 내 잘못이야.”이도운이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낯빛은 시신처럼 창백했고, 뺨을 타고 흐른 눈물 한 방울이 입술 사이로 스며들었다.입 안 가득 번지는 지독한 쓴맛이 전신을 타고 퍼졌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도운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뒷좌석에 기댄 채 멍한 눈으로 창밖을 스쳐 지나가는 풍경만 응시했다.할머니께 이런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아 동생을 부른 것이었기에, 차는 본가가 아닌 그의 개인 별장으로 향했다.강지현이 떠나고 백하린마저 곁에 없게 된 데다 이씨 가문에 풍파가 닥친 이후로 집에서 일하던 가사 도우미들은 모두 정리된 상태였다.본가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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