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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가짜 결혼, 진짜 신분: Chapter 391 - Chapter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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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1화

“그냥 좀 충돌이 있었던 것뿐이잖아요? 당신들 제정신이에요? 그렇게 잘났으면 우리 못 들어가게만 하지 말고 강지현 그년이나 불러내요!”이민지가 또다시 이성을 잃고 악을 썼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백하린도 드물게 이민지의 감정에 공감했다. 어이가 없어 헛웃음까지 나왔다.대체 강지현 쪽 사람들이 무슨 권리로 자신들을 곤란하게 만든단 말인가? 강지현이 대체 뭐라고?이경 그룹을 등에 업고 조그만 회사를 하나 세운 것뿐이면서, 감히 이렇게 기고만장하게 굴다니. 그 회사가 해성이랑 비교나 된다고?백하린은 서운혁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데리러 나오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집안일을 그에게 알리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그녀는 계속해서 따져 물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그녀가 어떤 말을 꺼내도 상대는 조금의 체면도 봐주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십여 명의 사람들이 몰려와 그들을 강제로 내쫓으려 했다.권미숙은 이런 모욕을 당해본 적이 없었다.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숨까지 제대로 쉬지 못했다.문수정은 곧장 그녀를 부축해 한쪽으로 물러났다.백하린도 결국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이씨 가문 사람들만 먼저 돌려보내고 자신만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씨 가문 사람들을 쫓아낸 뒤, 상대는 그녀마저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저는 엄연히 회의에 초청받은 귀빈이에요!”“안에 계신 분들도 모두 회의에 참석하신 귀빈들입니다. 그런데 여러분께서는 행사장 질서를 어기셨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들여보내 드리면 제가 뭐라고 보고를 올리겠습니까?”아무리 따져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그녀 역시 꼼짝없이 밖으로 ‘모셔져’ 나가고 말았다.권미숙은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결국 문수정과 함께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돌아갔다.이민지는 백하린마저 강제로 쫓겨나는 꼴을 보더니,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언니, 대체 할 줄 아는 게 뭐예요? 아까는 우리 들여보낼 수 있다고 그렇게 자신만만하더니. 설마 강지현보다도 못한 거예요?”고작 이 정도 실력이면서 방금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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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해원시 과학기술 분야의 거물이 서운혁을 소개했다.강지현은 회의에 참석하기 전, 시간을 내어 이번 포럼에 참가한 기업들을 모두 훑어본 상태였다.해성은 배경이 탄탄한 데다 사업 분야 역시 강지현이 관심을 두고 있는 쪽이었다.그녀는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부회장님, 반갑습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협업해 보고 싶습니다.”“강 대표님께서 제가 드리려던 말씀을 먼저 하셨네요.”서운혁이 시원하게 웃었다. 얇은 안경테 너머 깊은 눈빛이 강지현의 얼굴에 곧장 머물렀다.강지현은 가볍게 미소 짓더니, 비서에게서 직접 명함을 받아 서운혁에게 건넸다. 서운혁도 곧바로 두 손으로 자신의 명함을 내밀었다.두 사람은 짧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 서운혁이 문득 입을 열었다.“강 대표님, 혹시 저희 어디서 뵌 적 있습니까?”“글쎄요. 아마 없을 텐데요.”강지현은 잠시 말을 멈췄다. 동시에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지나치게 직설적이라는 것도 느꼈다.곁에 있던 사람이 눈짓하자, 서운혁은 곧바로 미안한 듯 살짝 고개를 숙였다.“실례했습니다. 제가 착각했나 봅니다. 이상하게 강 대표님을 뵈니 어쩐지 낯설지가 않아서요. 괜히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강지현은 이런 식의 의례적인 말에 이미 익숙했다. 딱히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적당히 받아넘겼다.“그럼 저희가 인연이 있는 모양이네요. 사실 저도 부회장님이 꽤 친근하게 느껴집니다.”서운혁은 그 틈을 타 회의가 끝난 뒤 식사를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강지현은 비서에게 눈짓을 보냈다.비서가 곧바로 말했다.“부회장님, 죄송합니다. 대표님께서는 오늘 일정이 이미 꽉 차 있어서요.”그때 강지현이 손을 들어 비서의 말을 막고는 서운혁을 향해 말했다.“부회장님께서는 해원시에 얼마나 머무르십니까? 제가 시간이 날 때, 차라리 제가 대접하겠습니다.”“급히 온 일정이라, 이번에는 회의 참석만 하고 내일 바로 떠납니다.”서운혁은 강지현이 완곡하게 거절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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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저녁 무렵, 아직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지기도 전에 강지현은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오늘은 약속을 지키려고 일부러 일찍 귀가한 것이었다. 김태하와 함께 있어 주기 위해서였다.부상을 입고 며칠 쉬지도 않았는데, 김태하는 벌써 몸이 근질근질한 모양이었다. 강지현이 외출을 허락하지 않자, 그는 온라인으로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매일 오후만 되면 거실은 회의실처럼 변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찾아와 김태하에게 업무 보고를 했다.강지현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결국 한쪽 눈을 감아줄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맡은 일도 아직 며칠은 더 있어야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하루 종일 김태하 곁에 붙어 있어 준다 해도, 그가 정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얌전히 쉬어 줄 리는 없었다.집에 돌아온 강지현은 방문이 살짝 열린 것을 보고 곧장 숨을 죽였다. 그리고 조심조심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역시나.딱 걸렸다.김태하는 회의 중이었다. 거실 소파 양옆에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서 있었다.김태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는 듯했다.강지현도 발소리를 죽인 채 슬그머니 사람들 틈에 섞여 들어갔다.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무슨 회의를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숨이 막힐 만큼 조용했다.막 사람들 사이에 선 순간, 최동윤이 그녀를 발견했다. 강지현은 얼른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최동윤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곧 김태하 쪽을 바라보았다.김태하는 소파 한쪽에 기대앉아 있었다. 한 손으로는 프로젝트 보고서를 한 장씩 넘기고 있었고 다른 한 손은 허벅지 위에 가볍게 올려 둔 채 휴대폰을 누르고 있었다.사람들은 김태하의 이런 편한 차림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잠옷 차림에 안경을 쓰고 머리도 정돈하지 않아 살짝 흐트러져 있었다. 평소의 범접하기 어려운 귀공자 같은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어 보였다.그렇다고 해서 만만해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업무를 처리할 때의 김태하는 효율이 굉장히 높았다. 마치 감정이라는 것이 없는 로봇처럼, 전문적이고 냉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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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움직이지 마. 상처 벌어지면 어떡해.”강지현도 사람들 사이를 빠르게 헤치고 나와 곧장 김태하의 옆에 앉았다.“온다고 왜 미리 말 안 했어?”김태하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그는 말하면서 최동윤의 부축을 가볍게 밀어냈다. 쓰고 있던 안경도 벗어 내려놓더니, 곧바로 손을 뻗어 기다렸다는 듯 강지현의 뺨과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김태하의 태도 변화는 너무도 빨랐다. 게다가 주변 시선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주변 사람들은 순간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천장을 봤다가 바닥을 봤다가, 왼쪽을 봤다가 오른쪽을 봤다가, 결국 몰래 두 사람을 훔쳐보았다.밖에서 김태하가 지독한 애처가라는 소문이 도는 것도 괜한 말은 아닌 듯했다.다만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저토록 차갑고 무심해 보이던, 감정이라고는 없는 사람처럼 굴던 남자에게 이런 다정한 얼굴이 있을 줄은.방금 전까지만 해도 거실을 짓누르던 서늘한 분위기는 이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진 듯했다.대신 공기 중에는 어딘가 달짝지근하고도 민망한 기류가 번지기 시작했다.강지현은 얼굴 가득 걱정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입을 열자마자 살짝 타박부터 했다.“분명 조용히 쉬기로 했잖아. 누가 집에서 회의하래?”그녀는 목소리를 낮추고 고개를 살짝 기울여 김태하의 귓가에 말했다.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자리였다. 강지현도 그에게 체면은 세워주고 싶었다.하지만 김태하는 그런 것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쉬고 있었어. 회의하면서 자료 몇 개 본 것뿐이야. 힘쓸 일도 없었고.”“누가 그래. 방금 얼굴 완전히 굳어 있었거든.”강지현이 작게 말했다.“그건 자료 때문이 아니야.”강지현이 아직 충분히 가까이 오지 않았다고 느낀 듯, 김태하가 문득 그녀의 코끝 가까이로 다가왔다. 그리고 손을 뻗어 그녀의 뒤통수를 감싸더니, 입가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의 숨결은 낮고 조심스러웠다.“네가 또 내 메시지에 답을 안 해서 그렇지.”“나는...”강지현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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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그들은 높은 연봉을 받는 책임자들이었고 이미 관련 계약서에도 서명한 상태였다. 김태하가 마음먹고 책임을 묻겠다면 명분은 차고 넘쳤다.“됐습니다. 복기 보고서 쓰는 것도 시간 낭비죠. 제 아내가 말했으니, 이번 한 번만 넘어가겠습니다.”김태하가 담담하게 말했다.그 한마디에 내내 조마조마하던 사람들의 마음이 겨우 제자리로 내려앉았다.너무 다정했다.‘대표님도 저렇게 다정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최동윤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얼른 헛기침을 하며 사람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번에도 나가지 않으면 정말 눈치 없는 짓이었다.“대표님, 그럼 푹 쉬십시오. 사모님과도 편히 쉬시고요!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사모님, 늘 만사형통하시고 매일 행복하십시오!”몇 사람은 나가기 전에도 강지현에게 굳이 인사를 건네는 것을 잊지 않았다.기분이 좋아진 게 훤히 보였다. 축복의 말까지 술술 나올 정도였으니까.강지현은 그 모습이 조금 우스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모두가 나가고 나서야 최동윤은 테이블 위에 놓인 물건들을 전부 챙겼다. 김태하의 업무용 노트북까지도.그가 매일 얌전히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은 전부 거짓말이었던 셈이다.강지현을 안심시키려고 집 안에는 업무 관련 물건을 두지 않았을 뿐, 사실은 최동윤을 시켜 매번 들였다가 빼고 있었던 것이다.김태하는 더는 참지 못했다. 최동윤이 아직 완전히 나가기도 전에, 그는 다시 강지현의 허리를 끌어안아 품 안에 가두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강지현은 반쯤 밀어내고 반쯤은 그에게 끌려갔다. 어쨌든 그녀에게 최동윤은 엄연히 남이었으니까.그 모습을 본 최동윤은 뒤도 돌아보지 못한 채 밖으로 뛰쳐나갔다. 서류가 바닥에 떨어졌지만 줍지도 못했다. 문을 닫을 때도 최대한 조용히 닫으려 했지만, 그렇다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을 수는 없었다.“...”김태하는 강지현이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특히 오늘 낮에는 이상하게도 강지현이 침대에서 일어난 순간부터 온몸이 개미에게 물리는 것처럼 근질거렸다.의사는 상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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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강지현이 김태하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사탕 먹었어? 왜 이렇게 달아.”그녀가 막 떨어지려는 순간, 김태하가 다시 입을 맞춰왔다. 전처럼 깊은 키스는 아니었다. 이번에는 정말 가볍게, 입술을 살짝 머금는 정도였다.“그럼 더 맛봐도 되겠네.”“...”강지현은 더는 못 버티겠다는 듯 숨을 삼켰다. 김태하는 대체 어떻게 저렇게 지나치게 차갑고 냉정한 얼굴을 하고서, 사람 뼈마디까지 녹여버릴 것처럼 흔들 수 있는 걸까.“나 배고파.”강지현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눈을 깜빡이고 김태하를 바라봤다.“근데 아직은 움직이기 싫어.”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두 사람은 불도 켜지 않은 채, 서로에게서 떨어지고 싶어 하지도, 몸을 일으키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강지현은 겉옷만 벗었을 뿐, 옷조차 갈아입지 않은 상태였다.“그래. 그럼 내가 밥 해줄게.”김태하가 말하며 몸을 일으키려 하자, 강지현이 다시 그의 팔을 붙잡았다.“너 환자잖아. 무리하면 안 돼. 네가 나 밥해주면 나 마음 아파.”강지현은 일부러 김태하의 귓가를 살짝 깨물며 말했다.김태하의 귀 끝이 붉어졌다. 온몸의 피가 함께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그는 곧장 손을 돌려 그녀의 팔을 눌러 잡았다.“마음 아파하지 마. 난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말로는 하고 싶어서 한다고 했지만 정작 떠날 생각은 조금도 없어 보였다. 오히려 또 다른 무언가를 하려는 눈치였다.강지현도 김태하가 장난을 잘 못 견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의사가 이미 몇 번이나 신신당부했다. 절대 격한 움직임은 안 된다고.그녀는 곧장 몸을 돌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우리 배달 시키자.”“...”김태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듯 강지현의 몸을 다시 끌어안았다.“나도 볼래.”“그럼 뭐 먹고 싶은데?”음식을 보자고는 했지만 강지현이 물어봐도 그는 영 건성으로만 굴었다.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마치 음식보다 그녀의 얼굴이 훨씬 더 끌린다는 듯이.그의 목울대가 느리게 움직였다. 강지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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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강지현은 김태하를 슬쩍 곁눈질했다. 그의 입가에 희미하게 걸려 있던 웃음기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눈살을 찌푸린 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여유로운 시선으로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더 감정을 읽기 어려웠다.“화났어?”강지현이 조심스럽게 떠보았다.“아니.”김태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왜 화를 내. 내 아내 예쁘다고 칭찬한 건데, 기뻐해야지.”그런데 목소리에서는 기뻐하는 기색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강지현은 곧바로 휴대폰 화면을 껐다.“그럼 답장 안 할게. 그냥 못 본 걸로 하자.”“...”김태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강지현이 팔꿈치로 그의 가슴을 쿡 찔렀다.“질투하지 마. 그 사람 나보다 나이 많아.”“나도 너보다 나이 많아.”“...”강지현이 잠깐 멈칫했다.“그 사람은 너보다도 많아. 그리고 좀 나이 들어 보여. 너처럼 잘생기지도 않았고.”“꽤 자세히 봤나 보네?”김태하의 시선이 느릿하게 강지현의 얼굴로 옮겨왔다.강지현은 말문이 막혔다. 말하면 말할수록 질투심만 더 건드리는 꼴이었다.“김태하, 괜히 질투하지 마. 알잖아. 내 눈엔 너밖에 안 보이는 거.”그 말은 그 어떤 설명보다 효과가 좋았다. 김태하가 시선을 슬쩍 옆으로 돌렸고 입가에는 있을 듯 말 듯한 웃음기가 다시 어렸다.“해성, 그 회사 마음에 안 들어.”“알아. 너희랑 경쟁 관계잖아. 듣기로는 해원시에 지사도 세운다며.”강지현은 순전히 김태하를 생각해서 한 말이었다. 오늘 그 소식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그에게 물어본 것도 그래서였다.실제로 김태하도 그 일 때문에 꽤 신경이 쓰이던 참이었다. 해성은 최근 미래 그룹과 한 국제 프로젝트를 두고 경쟁 중이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일찍부터 뛰어든 회사라, 어느 정도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하지만 그 프로젝트는 김무언이 오래전부터 눈여겨보던 것이었다. 미래 그룹도 이미 적지 않은 돈을 쏟아부은 만큼, 막판에 남에게 빼앗기고 싶지는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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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그래, 안 울었어.”강지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이를 달래듯 김태하의 어깨를 토닥였다.“너랑 영화 보는 거 재밌네. 다음에도 같이 보자.”말을 마친 그녀는 깔끔하게 TV를 끄고 테이블 위를 대충 정리한 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침실로 들어가 옷을 벗었다.샤워할 생각이었다. 강지현이 막 목욕 수건을 두르려던 순간, 김태하도 뒤따라 들어왔다. 그녀는 곧바로 몸을 돌렸다.“나 씻을 거야. 나가줘.”“못 본 사이도 아닌데, 뭘 그렇게 긴장해?”남자는 일부러 그러는 게 분명했다. 그는 뒤에서 강지현의 허리를 끌어안더니 손끝으로 수건을 가볍게 건드렸다. 그러자 수건이 힘없이 아래로 흘러내렸다.강지현은 김태하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지만 갑자기 맨몸이 드러나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그녀가 허리를 숙여 수건을 주우려 하자, 김태하가 허리를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같이 씻자.”“장난치지 마...”“나 불편하잖아. 좀 도와줘.”김태하는 제대로 된 핑계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강지현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은 채 제 옷깃을 풀었다.잠옷은 쉽게 벗겨졌다. 바닥으로 떨어진 옷은 순식간에 강지현의 수건 위를 덮어버렸다.김태하가 일부러 그러는 걸 뻔히 알면서도 강지현은 결국 속수무책으로 말려들고 말았다.아무리 조심하고 아무리 참아보려 해도, 젖은 온기 속 다정함 앞에서는 끝내 버틸 수 없었다.물소리가 부드럽게 일렁였고 몸도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김태하의 몸도 제법 회복된 상태였다. 그래도 강지현은 되도록 그를 더 챙기려 했다. 그래서 오래 이어지지는 않았다.가볍게 맛만 보는 정도.정말, 딱 거기까지였다.그런데도 김태하는 아직 아쉬운 듯 그녀를 끌어안았다.“앞으로 매일 밤, 조금만 더 자주 하면 안 돼?”“김태하, 너 진짜 미쳤구나.”강지현은 붉어진 얼굴로 입술을 살짝 깨물며 작게 웃었다.하지만 ‘미쳤구나’라는 말이 김태하의 귀에 닿는 순간, 그는 잠시 멍해지고 말았다.두 사람이 씻고 나온 뒤에야, 강지현은 김태하에게 다음 주 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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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알았어. 나 항복.”강지현은 이제 김태하 앞에서는 거짓말을 못 하겠다고 생각했다.거짓말을 못 하는 건 아니었지만 김태하에게만큼은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어쩐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나, 이제 그 어르신을 한번 만나러 가야 해.”강지현의 목소리가 조금 가라앉았다.“주호석 어르신?”김태하의 눈빛에도 옅은 그늘이 내려앉았다.주승호의 아버지, 주호석.그는 오래전부터 M국에 정착해 지내고 있었다.소문에 따르면 그가 해외로 나간 건 편안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주승호와 오래전부터 사이가 틀어져, 일부러 얼굴을 보지 않고 지냈다는 말이 더 많았다.심지어 주승호가 위독했을 때도 주호석은 돌아오지 않았고, 주승호가 숨을 거둔 뒤에야 급히 귀국해 장례식에만 참석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마저도 당일 바로 떠났다고 했다.강지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포럼에서 돌아오는 길, 그녀는 엄경미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주호석이 그녀를 보고 싶어 한다는 내용이었다.엄경미에게서 온 전화라면 강지현도 당연히 경계부터 했다. 그런데 엄경미는 곧바로 전화를 주호석에게 넘겼다.알고 보니 엄경미가 M국 출장길에 주호석을 찾아갔고 주상 그룹의 상황도 간단히 보고한 모양이었다.주승호가 주상 그룹을 맡은 뒤로, 엄경미는 해마다 안부 인사를 핑계 삼아 주호석을 찾아가 회사 일을 이야기하곤 했다. 때로는 중요한 결정에 그의 의견을 참고하기도 했다.주승호가 세상을 떠난 이상, 사실 그 역할은 이제 강지현에게 넘어와야 했다.“듣기로는 그분이 국내를 떠난 게, 네 아버지랑 생전에 사이가 좋지 않아서라며. 너도 주씨 집안에 돌아온 지 꽤 됐는데, 왜 이제 와서 널 부르는 거야?”김태하는 단번에 핵심을 짚었다.강지현도 주병찬에게 대강 들은 적이 있었다. 주승호와 주호석은 오래전부터 경영 방식이 맞지 않았다고 했다.게다가 주승호는 성격이 차갑고 고집이 셌다. 그 점은 주호석과 가장 닮아 있었다. 닮은 만큼 두 사람은 더 부딪혔고 결국 주호석은 딸이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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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이야기 자체는 얼핏 들으면 그럴듯했다. 하지만 김태하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넌 못 가.”강지현이 부드럽게 말했다.“상처도 아직 다 안 나았잖아.”“갈 수 있어.”김태하가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자, 강지현은 결국 두 사람이 했던 약속을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이제 내 말 안 들을 거야? 우리 전에 약속한 건 다 없던 일로 할 거야?”“너랑 떨어지기 싫어. 하루도 안 돼.”김태하의 미간이 깊게 구겨졌다. 목소리에는 어느새 다급함이 배어 있었다. 목울대가 불안하게 오르내리더니 결국 말끝이 끊겼다.그는 두려웠다. 불안이 마음속에서 또다시 고개를 든 것뿐인지, 아니면 정말 좋지 않은 예감인지는 알 수 없었다.“나도 너랑 떨어지기 싫어. 그런데 이번엔 좀 특별한 일이잖아. 내가 아픈 사람을 데리고 그렇게 먼 데까지 갈 수는 없어. 너도 아내 마음 좀 생각해줘.”전에 김태하는 그녀에게 환자의 마음을 존중해달라고 했다. 강지현은 그 말을 따라주었다.이번에는 김태하가 따라줄 차례였다.김태하는 반박할 말이 없었다. 억지로 그녀를 붙잡을 수도, 무작정 따라가겠다고 우길 수도 없었다.게다가 그의 몸은 냉정하게 말하면 확실히 짐이 될 수 있었다. 스스로는 괜찮다고 느껴도, 먼 길을 오가는 동안 어떤 상황이 생길지는 장담할 수 없었으니까.김태하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지현이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싸고 입을 맞췄다. 김태하의 표정에는 아직 쓸쓸함이 묻어 있었지만 이 정도면 이미 물러선 셈이었다.한참 뒤, 김태하가 입을 열었다.“경호원 몇 명 데리고 가.”“응.”“무슨 일 생기면 바로 나한테 말해. 숨기지 말고.”“알았어.”“주씨 집안 사람들이 널 힘들게 하면 앞으로 안 보고 살아도 돼. 너한테는 우리 집 할아버지랑 할머니도 있잖아.”“...”강지현은 한참 동안 자신을 깊게 바라보는 김태하의 눈을 마주하다가, 다시 한번 힘주어 대답했다.“응.”김태하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답답하게 가라앉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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