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현이 주씨 가문의 핏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문수정에게 오히려 기묘한 평온이 찾아왔다.집안에 닥친 이 날벼락 같은 재앙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던 것이다.백하린이 눈앞의 화근이라면, 강지현은 그들의 명운을 뒤흔들 업보였다.권미숙은 이제 지는 태양에 불과했다. 노파에게는 더 이상 이씨 가문을 지탱할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지금 이규진은 가족을 필요로 했기에, 문수정은 이도운마저 무너지게 둘 수는 없었다.이도운은 문수정의 말을 듣고도 묵묵부답했다. 그저 조용히 권미숙을 향해 다시 무릎을 꿇었다.그리고 바닥에 머리를 세 번 조아렸다.이후 문수정이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입을 닫은 채 미동조차 안 했다.새벽녘, 결국 노부인의 심장이 멎었다.이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임종을 지켰다.의사의 사망 선고가 내려지기 무섭게, 절차에 따라 고인을 염습하고 수의를 입히는 장례 준비가 진행되었다.모든 뒷수습을 마치고 나니 이미 밖은 아침이었다.권미숙이 생전에 유언을 남겼는데, 자신의 장례는 모든 절차를 간소화하여 크게 벌이지 말고 영감과 합장해 달라는 내용이었다.화장을 마친 유해는 이도운의 손에 들려 곧장 집안에 마련된 빈소로 모셔졌고, 곧바로 밤샘 조문이 시작되었다.피로가 극에 달한 문수정은 이민지, 진태웅과 함께 잠시 머무르다가 잠을 청하러 들어갔다.이민지와 진태웅 역시 금방 자리를 떠났다. 이규진 쪽에도 여전히 보살필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다만, 노부인의 부고는 아직 이규진에게 차마 전하지 못한 상태였다.집을 나서는 길, 진태웅이 할 말이 남은 듯 입술을 달싹였다.그리고 길에 올라서자마자 바로 본색을 드러냈다.“강지현이 주씨 가문 핏줄이라니, 이제 너희 집은 폭삭 망한 거야. 우리 지금 큰일났어. 내가 보기에 강지현이 다음으로 복수할 대상은 이도운이야. 차라리 이번 기회에 네 오빠랑 인연 끊어!”“진태웅, 너 진짜 인간도 아니다. 할머니가 방금 돌아가셨는데 꼭 지금 이 타이밍에 그딴 소릴 해야겠어?”이민지는 필사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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