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조금만 움직여도 공포가 밀려오는 듯했다.“긴장 풀거라. 이든 선생은 그저 너랑 이야기 나누며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주러 오신 거지, 딱딱하게 진료를 보러 오신 게 아니란다.”지순옥은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진 것을 보고 얼른 말을 건넸다.강지현은 김태하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그의 허벅지 위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할머님이랑 잠시 나가 있을 테니 의사 선생님과 편하게 이야기 나눠. 나 금방 돌아올게.”그녀는 김태하의 곁을 지켜주고 싶었지만, 혹시나 자신 앞에서 그가 더 불편해할까 봐 걱정이 앞섰다.하지만 강지현이 막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김태하가 그녀를 홱 붙잡았다.고개를 숙이고 있어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잡은 손을 놓아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어쩌면,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순간일지라도 그의 본능적인 첫 번째 반응은 여전히 강지현이 곁에 머물러 주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몰랐다.강지현이 멈칫하자, 김태하는 그제야 서서히 손을 풀었다.“괜찮습니다, 강지현 씨도 함께 계셔도 좋아요. 저희는 그저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것뿐이고, 두 분은 부부이시니 딱히 피하실 이유도 없지요.”이든의 국어 실력은 훌륭했고 목소리 또한 무척이나 부드러웠다.그는 강지현을 바라보며 안심하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강지현이 지순옥을 바라보자, 지순옥은 미소를 지으며 곧 점심시간도 다 되어가니 근처에서 먹을거리를 직접 좀 사 오겠다고 했다. 이따가 다 함께 간단하게 요기라도 하자면서 말이다.이든이 자신의 비서를 바라보자, 비서도 자리에서 일어나 지순옥을 따라나섰다.방 안에 세 사람만 남게 되자, 이든은 그제야 주머니에서 펜과 종이를 꺼내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김 대표님, 지현 씨. 듣기로는 두 분이 신혼여행 중이시라던데,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감사합니다.”강지현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 사이 이든은 펜으로 종이 위에 슥슥 그림을 그려 나갔다.그것은 간단한 캐리커처였는데, 마침 두 사람이 맞은편 소파에 앉아 두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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