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가짜 결혼, 진짜 신분: Bab 471 - Bab 480

664 Bab

제471화

강지현은 일어나 욕실 문 앞에 가서 김태하의 이름을 불렀고, 안에서 나던 소리가 뚝 끊겼다.그리고 손잡이를 돌리던 찰나, 문이 먼저 열렸다.순간 중심을 잃은 강지현의 몸이 앞으로 기울며 넓은 품 안에 꼬꾸라졌다.풀어헤친 잠옷 너머로 따뜻하고 단단한 가슴이 그녀를 단단히 받쳐 안았다.“왜, 아직도 잠이 안 와?”김태하는 손을 뻗어 그녀를 꼭 끌어안고 머리를 살포시 쓰다듬었다.목소리가 워낙 다정하고 따스해서 그 어떤 이상한 기색도 느껴지지 않았다.강지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남자의 넓은 등 뒤로 두 손을 뻗었다.“응, 근데 넌 왜 안 자? 혹시 어디 불편해?”“아니, 너랑 같이 자고 싶어서 씻으려 했지.”나지막한 음성이 고막을 파고들었다.그는 일부러 강지현의 귓가에서 한 박자 쉬어 가며 속삭였다.귓가를 간지럽히는 숨결에 강지현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아무리 건강하다 해도 에너지가 너무 넘쳐나는 거 아니야?”강지현은 작게 투덜거리더니 김태하의 품에서 쏙 빠져나왔다.이내 수줍은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그와 깍지를 꼈다.하지만 손이 닿는 순간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강지현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김태하를 바라보았다.기분 탓인지 희미한 불빛 아래 잘생긴 얼굴이 다소 창백해 보였다.“샤워했잖아.”“설마...”강지현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이내 진지한 얼굴로 다급히 김태하를 침대로 끌어당겼다.그리고 따스한 이불 속으로 밀어 넣고는 그의 몸을 빈틈없이 감싸 안았다.에어컨 온도도 단숨에 5도나 올렸다.그것도 모자라 김태하의 손을 조물조물 비비더니 자신의 품속에 집어넣고 따뜻하게 녹여주었다.“지현아, 나 괜찮아.”김태하가 나지막이 웃음을 터뜨렸다.우왕좌왕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졌다.“손이 이렇게 얼음장 같고 몸도 찬데 뭐가 괜찮아! 감기 걸린단 말이야. 내가 감기약 챙겨왔으니까 다행이지, 일단 몸 좀 녹이고 이따가 약 먹어.”강지현은 미간을 찌푸린 채 마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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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강지현은 울상이 된 채 미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김태하를 바라보았다.“나 완전히 늦잠 잤어. 상원궁 직원들이 많이 화났을 텐데...”“괜찮아. 아침에 미리 연락해서 양해 구했어. 촬영은 오후로 미루기로 했고, 정 안 되면 하루 더 연장하면 돼. 위약금이야 우리가 내면 되지 뭐.”김태하가 다정하게 속삭였다.강지현이 이토록 당황한 표정을 짓는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었기에 저도 모르게 그녀의 뺨을 살포시 꼬집었다.“그래도 이건 좀 아니잖아. 다 내가 못 일어난 탓인데...”강지현은 미안해서 죽을 맛이었다.무려 상원궁에서 진행하는 촬영이지 않은가.그런데 이런 중요한 순간에 펑크를 내다니, 죄책감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김태하는 강지현의 귓가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내가 안 깨운 거야. 알람도 일부러 껐고. 원래는 아침 햇살 받으면서 찍으려고 일찍 잡았던 건데, 어제 잠을 설칠 줄 누가 알았겠어. 상원궁 측도 촬영 대상이 다크서클을 달고 피곤한 얼굴로 사진 찍기를 원치 않을 거야.”김태하의 말은 그녀에게 큰 위로가 되어 주었다.강지현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의아한 듯 시선을 돌렸다.“그나저나 넌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우리 어젯밤에 같이 잠들었잖아.”“이제 곧 웨딩사진 찍어야 하니까, 나도 좀 긴장되네.”김태하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강지현의 눈동자가 반짝이더니 덩달아 미소를 머금었다.산전수전 다 겪은 기업 총수마저 긴장한다는데, 자신이 조금 뚝딱거렸던 것쯤은 눈감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오전 촬영을 놓치는 바람에 오후 일정은 한층 더 빠듯해졌다.상원궁 측은 두 사람을 위해 엄선한 일곱 가지 스타일의 착장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각각 상원궁의 사계절 변화와 역사적 변천, 그리고 일 년 중 가장 중요한 축제들에 맞춰 준비된 것이다.하나같이 엄청난 정성과 공을 들인 고급스러운 의상들이었다.김태하는 강지현을 위해 함께 매치할 전통 장신구 몇 세트를 장만하여 사람을 시켜 보내오기도 했다.촬영 내용은 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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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강지현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달래듯 말했다.다른 사람이 하는 말은 들은 척도 안 하던 김태하였지만, 그녀가 한마디 하자 순순히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달콤하고 애틋한 기류에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의 볼이 발그레해졌다.김태하와 강지현의 신분이 워낙 특별하다 보니, 아무리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친절하게 대해줘도 다들 조금은 긴장하고 있던 터였다.하지만 이 타이밍에 제대로 염장을 당하자, 딱딱하게 굳은 분위기가 서서히 풀렸다.“와, 부럽다... 저 다시 사랑을 믿어볼까 봐요.”“우리 오늘 지현 씨랑 같이 야식 먹다가 당뇨병 걸리는 거 아닌가 몰라요.”당황한 강지현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인 채 헛기침했다.“농담도 참. 얼른 밥 먹어요. 다들 많이 드시고... 최 비서님도 이제 그만 까고 식사하세요.”최동윤은 무의식적으로 김태하를 눈여겨보았고, 그의 허락을 받고 나서야 자리에 앉았다.그러면서도 손에 쥐고 있던 랍스터 두 마리를 마저 까서 강지현과 김태하의 앞접시에 각각 하나씩 놓아주었다.김태하는 앞접시에 랍스터 살이 놓이기 무섭게 젓가락으로 집어 들고 강지현에게 넘겨주었다. 이 사소한 행동에 스태프들은 또다시 환호를 터뜨렸다.강지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테이블 밑으로 슬그머니 발을 뻗어 김태하의 바짓단을 톡톡 건드렸다.적당히 좀 하라는 경고였다.지나친 염장질로 사람들의 눈총을 사고 싶지는 않았다.비록 테이블 전체가 두 사람이 풍기는 달달한 기류로 가득 찼지만, 덕분에 가라앉았던 분위기도 한층 화기애애하게 살아났다.스태프들은 저마다 농담을 한마디씩 건넨 뒤, 자연스럽게 연애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했다.다들 한창 젊은 나이에 커리어를 쌓느라 바빠서 결혼은커녕 애인조차 없는 상태였다.원래는 일에만 치여 사느라 평소에는 연애 생각 따위 하지도 않았지만, 오늘 강지현과 김태하에게 제대로 자극을 받은 모양이었다.김태하 같은 남자만 있다면 연애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화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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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김태하는 참 말도 잘 들었다.강지현이 챙겨주는 약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는 대로 넙죽 삼켰다.“오늘 밥 너무 적게 먹은 거 아니야?”조금 전 야식 자리를 떠올리던 강지현은 김태하가 몇 숟갈 뜨지도 않았던 게 못내 마음에 걸려 다시금 걱정이 밀려왔다.“입맛이 별로 없어?”“응, 시간이 너무 늦어서 배가 안 고프네.”김태하는 시선을 슬쩍 피하며 가볍게 팔을 스트레칭했다.그러고는 옷을 갈아입으러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무언가 눈치챈 강지현이 다급히 발걸음을 옮겨 따라붙었다.“너...”이내 앞을 가로막아서더니, 까치발을 들고 두 손으로 김태하의 뺨을 감싸 쥐었다.그리고 얼굴을 바짝 들이민 채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다.날렵한 윤곽과 이목구비는 가까이서 볼수록 감탄이 나올 만큼 정교했지만, 바다처럼 깊은 눈동자에는 피곤함이 묻어났다.“지현아.”“살 좀 빠진 것 같다?”강지현이 고개를 기우뚱하며 묻자, 김태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이내 심장 깊은 곳에서 걷잡을 수 없는 애틋함이 치밀었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리를 안아 가뿐히 들어 올렸다.마치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깜짝 놀라는 강지현을 품에 안은 채 침대까지 거침없이 걸어갔다.단단한 팔뚝은 그녀를 안정적으로 받쳐주었다.침대로 가는 내내 숨소리 한번 흐트러지지 않던 그는 강지현의 몸이 폭신한 매트리스 한가운데에 닿고 나서야 깊은숨을 들이쉬었다.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콧등 위로 쏟아져 내렸다.“확인해 볼래? 나 아직 힘 펄펄 한데.”“아니야! 괜찮아.”캐리어 속에 있는 낯부끄러운 속옷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강지현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힘 넘치는 거 아주 잘 알겠으니까 굳이 증명 안 해도 돼.”오늘은 정말 뼈가 바스러질 정도로 피곤했다.여기서 더 까불다간 내일 영영 일어나지 못할 게 뻔했다.김태하도 단지 장난을 치려던 참이었다.그러나 마치 겁먹은 토끼처럼 가련한 강지현의 눈빛을 마주하자 금세 마음이 약해졌다.그는 아무 말 없이 허리 숙여 두 팔로 침대 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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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푹 자고 일어난 덕분에 다음 날 아침 아주 일찍 눈이 떠졌다.하지만 자신을 품에 안은 김태하의 몸이 어딘가 모르게 조금 웅크려져 있는 게 느껴졌다.얼굴은 여전히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강지현은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다.그녀에게 성대한 결혼식을 선사해 주려다 과로를 한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안쓰러운 마음에 손가락을 뻗어 깃털 같은 속눈썹을 살며시 건드렸다.손끝을 타고 간지러운 느낌이 전해지기도 전에 감겨 있던 눈이 떠지며 칠흑 같은 눈동자가 드러났다.김태하가 나직하게 신음하며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곧이어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깼어?”“응, 아직 시간 남았으니까 10분만 더 자.”강지현은 조곤조곤 말하며, 손가락으로 남자의 이마 위로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쓸어 넘겼다.김태하는 다시 눈을 감고 그녀를 품속으로 조금 더 끌어당겼다.그러고는 코끝으로 정수리를 비비며 나른하게 웅얼거렸다.남자가 보기 드물게 어리광 부리는 모습에 강지현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그녀 역시 눈을 감고, 맞춰둔 알람이 울릴 때까지 조용히 곁을 지켰다....이후의 촬영은 무척이나 순조로웠다.카메라 앞에 두 사람이 눈빛을 교환할 때마다 감탄이 터져 나왔고, 배경과 조명 모두 완벽했다.사계절의 변화부터 세월의 흐름까지, 찍는 족족 인생샷이 탄생했으며 영상 촬영 역시 단 몇 번 만에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애초 온종일 걸릴 예정이었던 분량은 해 질 무렵이 되자 일찌감치 끝이 났다.촬영이 마무리된 후, 어제 강지현과 함께 밥을 먹었던 헤메 담당자가 문득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지현 씨, 상원궁 뒤편에 되게 유명한 나무가 있거든요. 천년이나 된 고목인데 ‘홍실나무’라고도 해요. 관광객들이 다들 거기다 복주머니도 걸고 소원도 적어두고 가더라고요. 인연을 이어주는 데는 완전 용하다고 소문나서 인증샷 찍는 커플들도 엄청 많아요.”이내 손가락으로 방향까지 가리켜 보였다.마침 붉은 노을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이라, 홍실나무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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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그때 김태하도 눈을 떴다. 강지현이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자,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소원 빌었어.”강지현은 살짝 웃으며 그의 사진을 조심스레 가방 안에 넣었다. 그러고는 바람에 흔들리는 두 줄의 리본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경건하게 빌었다.돌아가는 길, 강지현은 보물이라도 자랑하듯 몰래 찍은 사진을 김태하에게 보여 주었다.사진의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고 그 안의 김태하는 풍경보다 더 눈부셨다.볼수록 마음에 들어, 이 사진 한 장만으로도 사진 대회에서 상을 탈 수 있을 것 같았다.오늘 상원궁에서 하루 종일 사진을 찍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이 사진을 뛰어넘을 만한 것이 단 한 장도 없었다.부드러운 저녁빛이 차창 너머로 스며들어, 그의 또렷한 이목구비 위에 금빛으로 내려앉았다.김태하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찍은 건데, 당연히 제일 잘 나왔지.”그가 사진을 가져가려 하자, 강지현은 순순히 내주지 않았다.“내가 가지고 있을래. 다음에 더 잘 나온 사진이 생기면, 그때 이거 줄게.”“그래.”“김태하.”“응?”강지현은 김태하의 품에 기대 누운 채, 손에 든 사진을 이리저리 들어 올리며 몇 번이고 바라보았다.“너 원래 귀신이나 신 같은 거 안 믿는다며?”“내 소원만 이루어진다면, 오늘부터 믿어 볼 생각이야.”다음 날 이른 아침, 해원시 외곽에 있는 추모 공원.권미숙의 장례를 조촐하게 치렀다. 이도운은 사흘 동안 빈소를 지킨 뒤, 할머니의 유골을 할아버지의 유골과 합장했다.공원을 나온 뒤, 문수정은 이규진을 돌보러 병원으로 갔다.진태웅이 이민지에게 눈짓하자, 이민지는 곧장 이도운과 백하린을 따라가 두 사람에게 집에 들러 식사라도 하고 가라고 제안했다.이도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백하린이 그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그래요. 다들 고생했잖아요. 같이 식사라도 해요.”권미숙의 죽음은 이도운에게 큰 충격이었다.백하린이 서경시에서 급히 돌아왔을 때, 이도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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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설령 백하린이 나중에 알게 된다 해도, 그녀와 이도운 사이에는 어쨌든 아이가 있었다.이윤후를 봐서라도, 설마 그녀가 정말 이씨 가문이 몰락해 죽어 가는 꼴을 가만히 보고만 있겠는가.강지현이 주씨 가문의 딸이라고는 해도, 세상을 제 마음대로 주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미래 그룹 쪽이 아무리 돈이 많다 한들, 뿌리 깊은 해성 그룹까지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을 터였다.백하린이 그 든든한 배경만 붙잡고 있다면, 이씨 가문도 아직 힘을 보존할 수 있었다.복수는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지금 백하린과 이도운은 절대 이혼해서는 안 됐다.문수정과 백하린의 사이는 이미 껄끄러웠기에, 두 사람의 관계를 회복시킬 역할은 자연히 이민지와 진태웅에게 돌아갔다.이민지는 가사도우미에게 풍성한 한 상을 차리게 했다.백하린을 집으로 초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녀의 입맛을 잘 몰랐던 이민지는 명절 상차림처럼 닭고기와 오리고기, 생선, 각종 해산물 요리까지 빠짐없이 준비했다.상황이 달라지면 사람의 태도도 달라지는 법이었다. 지금 이민지는 그저 백하린과 관계를 좋게 만들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서 태도도 더없이 살가웠다. 백하린의 외투를 받아 주고, 옆에 앉아 이런저런 집안 이야기를 꺼내며 다정하게 굴었다.하지만 백하린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태세 전환만큼은 이씨 가문 사람들을 따라올 자가 없었다.이도운 때문에 백하린은 대놓고 이민지에게 냉랭하게 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민지의 지나친 친절은 그저 거북하기만 했다.이민지가 음식을 덜어 주려 하자, 백하린은 곧바로 피하며 자신은 담백하게 먹는 편이니 알아서 먹겠다고 선을 그었다.호의를 건넸다가 보기 좋게 무안만 당한 이민지는 얼굴이 금세 굳어졌다. 진태웅은 황급히 식탁 아래에서 그녀의 발을 툭 차며 눈치를 주었다.“아가씨, 다음에 우리를 부를 때는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차리지 않아도 돼요. 사람은 네 명뿐인데, 다 먹지도 못하잖아요. 게다가 이씨 가문도 지금 경제 사정이 좋지 않으니, 조금 아끼는 게 낫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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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나는 네 아이의 엄마고, 네 아내야.”“이젠 아니야.”이도운은 차갑게 내뱉고는 그녀의 두 팔을 거칠게 떼어 냈다.하지만 그 강한 힘에 백하린의 가녀린 몸은 오히려 관성처럼 그의 품 안으로 다시 부딪혀 들어갔다. 백하린은 아픔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도운의 머리를 끌어안더니, 억지로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두 사람이 실랑이하는 소리는 이민지와 진태웅의 귀에도 들렸다.이민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확인하러 가려 하자, 진태웅이 얼른 그녀를 붙잡았다.한참이 지나서야 두 사람은 함께 밖으로 나왔다.이민지는 두 사람의 목덜미에 남은 흔적을 보고, 저도 모르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진태웅을 바라보았다.“형님, 며칠 동안 너무 힘들었잖아요. 오늘은 여기서 쉬고 가는 게 어때요? 객실도 다 정리해 뒀어요. 편하게 쉬실 수 있을 거예요.”진태웅이 재빨리 말하며 백하린 쪽을 바라보았다.예상대로 백하린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지금 이도운과 백하린의 관계는 다시 풀어 나가야 할 시점이었다. 그 사이에서 진태웅과 이민지가 다리를 놓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백하린은 방금 세게 눌려 욱신거리는 어깨를 문지르며 이도운의 반응을 살폈다.“됐어. 난 돌아갈 거야.”하지만 이도운은 진태웅에게 더 말할 틈도 주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고는 먼저 밖으로 나가 버렸다.그가 떠나자, 백하린도 당연히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다.이민지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이건 그들이 예상했던 흐름과는 달랐다. 진태웅은 아직 백하린에게 일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한 상태였다.진태웅은 어쩔 수 없이 서둘러 두 사람을 뒤쫓아가, 억지로라도 백하린을 아래층까지 배웅했다.“형수님, 형님 잘 부탁드립니다. 지금 집안 분위기가 다들 많이 가라앉아 있어서요. 형수님께서도 조금만 이해해 주세요.”“그럴게요. 도운이 지금 힘든 시기니까, 제가 잘 돌볼게요.”“그럼... 해원시에 계속 계실 생각이신 거죠?”백하린은 말을 마치자마자 이도운을 따라가려 했지만, 진태웅은 계속 말을 이어 갔다.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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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백하린은 마음이 착잡했다.예전의 이도운은 무엇 하나 허투루 넘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겉모습은 물론이고 집 안까지 늘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방 안은 이렇게 엉망이었다.강지현만 아니었다면 그의 인생은 여전히 찬란했을 텐데.“도운아, 우리 다시 시작하자. 응?”“윤후가 그러더라. 아빠가 너무 보고 싶대. 우리 세 식구가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고...”“지금은 이씨 가문이 예전 같지 않지만, 적어도 숨어 지낼 필요 없잖아. 회사가 무너졌으면 다시 세우면 돼”“내가 도와줄게.”백하린은 이도운의 몸에 조심스레 기대며 한마디 한마디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 말에는 지금껏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이윤후에게 온전한 가정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였다. 두 사람의 끝이 이렇게 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였다.그리고 그녀는 정말로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날 사랑한다고 했지. 얼마나 사랑하는데?”마침내 이도운이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백하린은 가슴이 벅차올라 곧장 몸을 일으켜 그의 곁에 쪼그려 앉았다.“널 위해서라면 이씨 가문도 짊어질 수 있어.”“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각오도 되어 있고?”이도운은 느긋하게 백하린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과 말투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고인 물처럼 음산했다.하지만 지금 백하린에게 그런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이도운과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예전에 네가 나를 위해 그랬던 것처럼.”백하린은 일부러 과거를 꺼냈다.하지만 그 말이 나오자, 이도운의 눈빛은 오히려 더욱 사납게 변했다.그는 갑자기 백하린의 턱을 움켜쥐었다. 손가락에 힘이 어찌나 세게 들어갔는지, 백하린은 눈물이 맺힐 뻔했다.잠시 후, 그의 손끝에서 힘이 조금씩 풀렸다. 그는 그녀의 뺨을 가볍게 어루만지며 제 곁으로 끌어당겼다.“강지현은 내 원수야. 난 그 여자를 증오해. 죽여 버리고 싶을 만큼.”백하린은 잠시 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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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사실 이런 일까지 백하린이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서운혁이 이미 팀을 시켜 다 정해 둔 일이었다. 이번에는 그저 백하린에게 업무 명목을 붙여 주고 겸사겸사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정도였다.회의가 끝난 뒤, 서운혁은 다시 백하린의 집안일을 물었다.그날 밤 서운혁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 이후로, 백하린은 그를 바라볼 때마다 자꾸 시선을 피하게 되었다. 이런 질문에 답할 때도 예전처럼 솔직하고 담담하게 말할 수 없었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어르신 일은 마무리됐어요. 다만 집안에 아직 처리할 일이 좀 남아서, 해원시에 며칠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오늘 백하린의 기분은 꽤 괜찮았다.사실 그녀는 아무 성과 없이 돌아갈 각오까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이도운과의 관계가 풀리기 시작했다.아직 이도운이 이혼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지만, 백하린은 자신이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면 그가 다시 자신을 받아들일 거라고 믿었다.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을 소홀히 할 생각도 없었다.정 안 되면 해원시와 서경시를 오가면 되고, 아니면 이도운의 상태가 조금 나아졌을 때 그를 데리고 함께 서경시로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서운혁은 조금도 재촉하지 않았다.“괜찮아요. 나도 마침 그 얘기를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지사 쪽 프로젝트가 이미 확정됐어요. 당분간 해원시에 남아서 그 프로젝트를 맡아도 됩니다.”서운혁의 말을 들은 백하린의 얼굴에도 반가운 기색이 떠올랐다.“좋아요. 어떤 프로젝트인데요?”“자료는 이미 보냈습니다. 이번에도 신에너지 분야예요. 다만 이번에는 협력사가 있습니다. 해원시를 대표하는 제약사죠.”서운혁이 담담하게 말했다.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백하린은 바로 알아차렸다.“주상 그룹이요?”지난번 컨퍼런스에는 이씨 가문 사람들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래서 주상 그룹 사람들을 만나지 못한 일이 백하린에게는 줄곧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이번 협력사가 주상 그룹이라는 말을 듣자, 그녀는 자연히 기쁠 수밖에 없었다.해원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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