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자 비는 완전히 그쳤다.차가운 공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낮은 흐느낌처럼 들려왔다. 괜히 마음까지 쓸쓸해지는 밤이었다.김태하는 아직도 사무실 안쪽 작은 발코니에 서 있었다. 그는 드문드문 불이 켜진 맞은편 건물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최동윤이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대표님, 시간이 늦었습니다. 제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강지현은 집에 없었다.맞은편 방은 불빛 하나 없이 어두웠다. 집으로 돌아간다 한들, 더 허전해질 뿐이었다.요 며칠 김태하는 오전에는 병원에 가 몸을 돌보고 오후에는 미래 그룹에서 일을 처리했다.의사는 무리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보존적 치료를 이어 가려면 무엇보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최동윤도 그 말을 잊지 않고 틈날 때마다 김태하에게 쉬라고 권했다. 하지만 강지현이 없자 김태하는 꼭 넋이 빠진 사람처럼 굴었다. 밥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고, 제때 쉬어도 얼굴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최동윤은 김태하가 속으로 얼마나 힘들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차라리 한 번에 무너지는 고통이 나았다. 이렇게 천천히 마음을 갉아먹는 고통이야말로 더 잔인했다.김태하의 병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었다.최동윤은 자신이었다면 벌써 무너졌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태하는 어떻게 저렇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회사에서 서류를 보고, 전화로 강지현과 평범하게 웃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래.”김태하는 짧게 대답하고 시선을 거두었다. 밤바람이 차가웠던 탓인지, 그는 가볍게 기침을 했다.최동윤은 곧바로 들고 있던 코트를 내밀었다.돌아가는 길, 김태하는 강지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두 사람 사이에는 열두 시간의 시차가 있었다. 계산해 보니 강지현이 있는 곳은 이제 막 아침 여덟 시쯤이었다.평소라면 이미 일어났을 시간이었다.아니나 다를까, 강지현에게서 곧바로 답장이 왔다.최동윤은 룸미러로 뒷좌석을 힐끗 보았다.김태하는 한참 동안 휴대폰만 붙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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