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리안은 더 이상의 대답조차 기다리지 않은 채 몸을 돌려 그대로 자리를 떠나버렸다.조금만 더 그곳에 머물렀다간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를 것 같다는 걸, 그 자신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스벤은 당연하다는 듯 곧바로 디리안의 뒤를 따랐다. 음울하게 굳은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의 기세에 카페 안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황급히 길을 비켜주었다. 누구 하나 감히 그의 앞을 가로막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스벤.”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스벤의 걸음이 멈췄다.그가 천천히 뒤돌아보자 비베니에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몸은 팽팽하게 굳어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만큼은 얼음처럼 차갑고 또렷했다.“전해줘… 난 절대 물러서지 않을 거라고.”비베니에는 낮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스벤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친 기색도 있었고, 실망한 듯한 감정도 묻어 있었으며, 어딘가 안쓰럽게 여기는 마음까지 섞여 있었다.“차라리 보상을 받아들이셨어야 했습니다, 모로 영애. 여기까지 일을 키우지 마시고.”그 말을 끝으로 스벤은 더 이상 비베니에의 반응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몸을 돌려 디리안을 따라 떠났다.비베니에는 두 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손등이 새하얗게 질릴 정도였다.분노가 속에서 끓어올랐지만 그녀는 끝까지 감정을 억눌렀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이성을 잃는 순간, 패배하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탁.잠시 뒤 종업원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음식들을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편히 드십시오. 공작께서 원하시는 건 무엇이든 주문하셔도 된다고 하셨습니다.”종업원이 공손하게 말했다.하지만 비베니에는 끝내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화를 내지도 않았다.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입술만 세게 깨물고 있을 뿐이었다. 눈가에 맺혀 흔들리는 눈물을 간신히 참아내면서.아무리 화가 나고, 지금 상황이 끔찍하게 증오스러워도, 그녀는 디리안에게서 자신이 무엇을 받아왔는지 잊은 적이 없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