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Kabanata 91 - Kabanata 100

497 Kabanata

제91화

다음 순간, 허지연이 앞으로 나서며 배윤호와 헬렌 로어를 바라봤다.“배윤호 대표님, 헬렌 씨. 단순히 직책 때문이었다면 하율 씨도 감히 두 분을 건드리지는 못했을 거예요. 그러나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이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요.”강하율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헬렌 로어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죠?”허지연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사실은 질투심 때문이에요. 강하율 씨는 살인범의 딸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뒤 남자 친구에게 버림받았고 승진 기회마저 잃었거든요. 그때 마침 정다인 씨가 호텔로 왔죠. 정다인 씨는 배윤제 대표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을 뿐만 아니라 강하율 씨가 꿈에도 바라던 자리까지 가져갔으니 멘탈이 심하게 흔들렸을 거예요.”허지연은 살인범의 딸이라는 말을 유독 강조했다그렇게 되자 강하율이 무슨 일을 저질러도 충분히 그럴듯해졌다.사람들의 칼날 같은 시선이 강하율에게로 향했다.강하율은 숨이 턱 막히는 기분에 무의식적으로 배윤제를 바라보았다.배윤제라면 얼마든지 그녀를 도와 설명해 줄 수 있었으나 그는 그저 조롱과 질타 가득한 눈빛으로 거만하게 강하율을 내려다볼 뿐이었다.마치 정다인을 겨냥해서 이런 짓을 벌인 건 모두 그녀의 잘못이라는 듯이 말이다.강하율은 심장이 쿡쿡 쑤시는 듯한 괴로움을 느꼈다.배윤제는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강하율 아빠의 사건에 의문점이 많다는 것도, 그녀가 왜 그에게 버림받았는지도, 어쩌다가 승진 기회를 잃었는지도 말이다.그러나 배윤제는 사람들이 강하율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걸 그저 가만히 지켜보면서 정다인을 지켰다.마치 상처투성이가 된 강하율의 몸에서 튄 피가 순결한 정다인을 더럽힐까 봐 두려운 것처럼 말이다.강하율은 시선을 내려뜨리면서 자조했고 등 뒤에 숨긴 손을 움켜쥐었다.그러다 문득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을 느꼈다.천천히 시선을 들어올리자 배윤호와 눈이 마주쳤다.배윤호는 여유로운 얼굴로 반지를 만지작거리면서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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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잠시 뒤, 마른 체형의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그녀는 객실팀의 도수진이었다.허지연이 다가가서 말했다.“도수진 씨, 도수진 씨가 알고 있는 걸 전부 말하도록 해요.”도수진은 겁먹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저는 안혜슬 씨 동료예요. 어제 안혜슬 씨가 갑자기 저한테 연락해서 근무 시간을 바꾸자고 했어요. 저는 안혜슬 씨에게 연속 근무를 하면 힘들 거라고 했는데 딱 한 번만 바꾸자고 하면서 저한테 돈까지 줬어요. 저는 어머니가 입원하고 계셔서 돈이 필요했기에 알겠다고 했어요.”강하율은 도수진을 빤히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하는 말, 다 사실인가요?”도수진은 무언가에 자극받은 듯이 갑자기 뒤로 물러났고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강 팀장님, 죄송해요. 더 말하지 않을게요. 제발 제 상사에게 컴플레인을 걸지 마세요. 지난번에 아파서 비고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건 제 잘못이에요. 하지만 저도 힘들게 돈을 버는 입장이에요. 그러니까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도수진은 강하율이 자신을 계속 괴롭힌 것처럼 처량하게 울었다.강하율이 입을 열려는데 누군가 갑자기 나서며 말했다.“강하율 씨는 사실이냐고 물은 것뿐인데 왜 우는 거예요? 아주 평범한 질문일 뿐이잖아요. 지금 울어야 하는 건 당신이 아니라 기밀문서가 유출된 우리예요!”그 말을 한 사람은 줄리아였다.줄리아가 그녀를 도와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강하율은 감격한 표정으로 줄리아를 바라봤다.줄리아는 다른 쪽을 힐끗 보더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대답할 수 있겠어요?”도수진은 순간 기가 눌린 듯이 우는 것도 까먹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 사실이에요. 안혜슬 씨가 제게 근무 시간을 바꾸자고 했어요. 지금 분명히 이 별장 안에 있을 거예요. 안혜슬 씨만 찾으면 돼요.”줄리아는 문가에 서 있는 경호원들에게 손짓했다.“다들 가서 찾아요.”“네.”경호원들이 안으로 들어왔다.그 모습을 보자 정다인은 더 이상 숨길 생각도 없는지 허지연과 눈을 마주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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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윤제 씨, 그만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하율 씨를 오해했고 저 때문에 배윤호 대표님과 헬렌 씨의 협상이 결렬된 거예요.”배윤제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난 다인이를 믿어. 강하율, 좋은 말로 할 때 손 내놔.”“...”강하율은 차갑게 웃으며 굳어버린 손목을 천천히 움직이려고 했다.그런데 배윤제가 기다리지 못하고 손을 뻗어 강하율의 팔을 거칠게 잡아당겼다.강하율이 피하려는데 갑자기 누군가 강하율의 앞에 서면서 배윤제의 손을 잡았다.배윤호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행동거지 똑바로 해. 너는 지금 호텔을 대표하고 있으니까.”배윤제가 피식 웃었다.“형, 이 상황에서 클라이언트의 자료를 유출한 도둑을 감싸는 건 현명하지 못한 처사야. 헬렌 씨한테는 어떻게 설명할 거고, 배진 그룹에는 또 어떻게 보고할 건데?”“그렇게 생각해?”배윤호가 차갑게 말했다.그와 동시에 배윤제의 안색이 점점 더 나빠졌다.자세히 관찰하면 배윤호에게 붙잡힌 그의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배윤호는 이내 배윤제를 밀어냈고 몸을 돌려 강하율을 내려다봤다.강하율은 벽에 몰아붙여진 상태라서 배윤호가 내뿜는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휘감는 기분을 느꼈다. 배윤호는 이를 악문 건지 턱에 힘이 들어가 있었고 그의 까만 눈동자에서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강하율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고, 주먹을 쥔 손은 그의 손에 붙잡혀 등 뒤에서 펼쳐졌다.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배윤호가 손바닥에 남은 손톱자국을 쓰다듬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는 마침 배윤호와 시선이 마주쳤다.배윤호는 처음부터 그녀의 손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배윤호의 키가 190cm인 탓에 가녀린 강하율은 완전히 그의 몸에 가려져서 뒤에 있는 사람들은 강하율을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었다.배윤제는 그 모습을 본 순간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배윤호가 강하율에게 다른 마음을 품을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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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서류도 사라지고 안혜슬도 사라졌으니 의심스러울 만도 했다.안혜슬이 문서를 가져갔든, 가져가지 않았든 지금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건 정다인과 허지연이었고 강하율로서는 누명을 벗을 방법이 없었다.정다인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온화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른 사람들은 알아채기 어려운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강하율 씨, 그냥 솔직히 얘기하도록 해요. 괜히 친구까지 끌어들이지 말아요. 강하율 씨도 강하율 씨 아버지처럼 감옥에 가고 싶은 건 아니죠?”정다인은 일부러 마지막 말을 강조했다.마치 다른 사람에게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는 걸 알리고 싶은 듯이 말이다.정다인이 의기양양해할 때 강하율은 고개를 들어 차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정다인 씨도 기밀문서를 유출하면 감옥에 간다는 걸 알고 있었군요. 정말 다행이네요.”정다인은 흠칫했다. 강하율의 눈빛에 정다인은 순간 긴장했다.정다인은 천천히 배윤제에게 다가가며 일부러 억울한 척했다.“윤제 씨, 저는 최선을 다해 강하율 씨를 설득했어요. 그런데도 강하율 씨는 포기하지 않네요.”다 강하율의 잘못이라는 뜻이었다.배윤제는 미간을 찌푸린 채 강하율을 바라보며 음산하게 말했다.“강하율, 적당히 해. 더는 시간 끌지 말고 어서 안혜슬이랑 문서를 내놔. 난 반드시 우리 호텔의 클라이언트에게 이 상황을 설명해야 하니까 말이야!”‘설명? 잘됐네.’강하율은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시계를 본 강하율은 시간이 된 걸 확인하고는 몸을 돌려 배윤호와 헬렌 로어를 향해 정중히 말했다.“배윤호 대표님, 헬렌 씨.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두 분께서 증인이 되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괜히 누군가 말을 바꿀지도 모르니까요.”그 말은 누가 봐도 배윤제를 겨냥한 것이었다.배윤제가 정다인을 감싼 것은 한두 번이 아니었고 강하율도 매번 그들에게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이번에는 기밀문서를 유출했다는 빌미로 그녀를 괴롭혔으니 강하율은 이번 기회에 물귀신 작전을 쓸 생각이었다.그 말을 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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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정다인은 상황이 심상치 않자 또 연기를 시작했다.“강하율 씨, 저는 아까 클라이언트의 기밀문서가 유출되었다는 소문이 밖으로 새어 나간다면 호텔의 이미지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예요.”정다인은 호텔을 내세워 자신의 혐의를 벗어 보려 했다.강하율은 배윤제가 또 나서려고 하자 곧바로 대답했다.“그렇다면 부총괄님은 아무런 증거도 없는데 단지 추측만으로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 건가요? 진짜 범인은 찾지 않고 동료를 모함하는 건 호텔 이미지에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요?”그 말을 듣자 정다인은 화가 났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경찰이 엄숙하게 말했다.“정다인 씨, 그런 말은 굉장히 무책임한 발언일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입니다.”늘 아부만 들어온 정다인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혼난 것은 처음이라 얼굴 근육이 경련했다.강하율은 그녀를 보는 것조차 귀찮아 말을 이어갔다.“허지연 씨, 도수진 씨, 두 분은요? 설마 증거가 없는 건 아니죠? 설마 두 분도 호텔을 위해서 그러신 건가요?”똑같은 이유를 두 번, 세 번 얘기한다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초조해졌다.허지연은 입술을 꾹 깨물다가 이판사판이라는 듯이 말했다.“그럼 강하율 씨는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안혜슬 씨는 어디 있죠? 강하율 씨에게도 안혜슬 씨가 기밀문서를 가져가지 않았다는 증거는 없잖아요.”강하율은 피식 웃었다.이때 복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저를 찾는 건가요?”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허지연은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별... 별장에 있었던 거예요? 왜 아까 찾았을 때는 없었던 거죠?”안혜슬은 구석 쪽에 있는 창문을 가리켰다.“저기 정원이랑 숲이랑 이어져 있어요. 하율이가 화전이랑 산나물무침을 좀 만들고 싶다길래 이 창문을 통해 정원으로 넘어갔죠. 그런데 저는 무슨 일로 찾은 거예요?”안혜슬은 그렇게 말하면서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바구니 안에는 금방 캔 산나물들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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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그 사람은 바로 도수진이었다.객실팀 직원인 도수진은 CCTV 사각지대도, 객실 청소 순서도 다 알고 있었다.그녀는 그 점을 이용해 안혜슬이 카펫을 청소하는 틈을 타 그녀를 기절시켰고 문서를 사진으로 찍어서 허지연에게 전송했다. 그 뒤 허지연이 정다인에게 사람들을 불러서 강하율을 잡으러 가자고 했다.도수진은 현장에서 강하율과 안혜슬의 덜미를 잡는다면 바깥쪽의 CCTV를 확인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야 그녀가 CCTV 사각지대를 이용해 몰래 별장에 드나들었다는 사실이 들통나지 않을 수 있었다.그러나 치밀한 강하율은 차근차근 그들을 유도해 끝내 그들이 본색을 드러내게끔 했다.도수진은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정다인과 허지연을 바라보았으나 두 사람은 가만히 있었다.도수진은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무서워서 온몸이 덜덜 떨렸다.그녀는 곧바로 정다인과 허지연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저 두 사람이 시킨 일이에요! 저 두 사람이 강하율 씨를 없애버려야 한다면서 시킨 일이라고요!”“도수진 씨...”정다인은 반응이 굉장히 빨랐다. 그녀는 이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제가 방안에서 강하율 씨가 저를 상사로서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평을 한 적이 있는 건 맞아요. 아마도 마침 방 청소를 하던 도수진 씨가 그 말을 듣고 저한테 잘 보이려고 이런 짓을 한 거겠죠. 하지만 그게 어떻게 제 탓이죠?”정다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배윤제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더니 경고하는 눈빛으로 도수진을 바라봤다.자신의 신분을 잘 생각해 보라는 눈빛을 했다.허지연도 옆에서 거들었다.“저도 도수진 씨에게 당했어요. 도수진 씨가 누가 기밀문서를 유출했는지 알고 있다고 해서 서둘러 부총괄님을 데리고 범인을 잡으러 이곳에 온 거예요. 게다가 제가 알기로 도수진 씨 어머니는 몸이 많이 아프셔서 돈이 많이 필요하대요. 오늘 도수진 씨가 안혜슬 씨와 근무 시간을 바꿔서 이렇게 큰 일이 생긴 걸 보면 어쩌면... 계좌를 한 번 조사해 보세요.”그 말을 듣자 도수진은 해외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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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윤제 씨.”정다인은 배윤제가 강하율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기회를 틈타 그를 붙잡으면서 너그러운 척했다.“안혜슬 씨도 고충이 있었을 텐데 한 번 기회를 주는 건 어때요? 저도 호텔 측의 처벌을 달게 받을게요.”그 말 한마디로 정다인은 체면도 챙기고 이득도 챙겼다.배윤제는 시선을 거두어들이며 손을 휘저었다.“그럼 그냥 넘어갈게.”상황을 보던 경찰이 말했다.“그럼 도수진 씨는 저희가 데려가겠습니다.”도수진은 자신만 체포된다는 걸 알아차리자 공포보다 살고 싶다는 본능이 앞서서 경찰들을 뿌리치고 갑자기 강하율에게 달려들었다.“강 팀장님, 저는 감옥에 가기 싫어요. 제발요...”그러나 도수진이 강하율에게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강하율은 누군가에게 밀린 것처럼 조리대 쪽으로 쓰러졌다.“오지 말아요!”강하율은 비명을 지르는 동시에 일부러 조리대 위에 있던 밀가루를 위로 뿌렸고, 밀가루는 정확히 정다인과 허지연 위로 쏟아졌다.두 사람은 서로의 꼴을 보더니 소리를 질렀다.“꺅! 내 얼굴!”당황한 그들은 밀가루를 밟아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쾅 소리와 함께 바닥에 넘어져서 온몸이 밀가루투성이가 되었다.그 와중에 얼굴이 유독 하얘서 입을 벌리면 아주 우스워 보였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몰래 웃었는데 그중에서 줄리아와 헬렌 로어가 배를 끌어안으며 가장 크게 웃었다.강하율도 웃고 싶었으나 잠깐 방심한 탓에 본인도 균형을 잃고 몸이 휘청거렸다.그런데 마침 누군가 그녀의 허리를 잡아주었다.“재밌어?”배윤호의 낮은 목소리가 그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며 뜨거운 숨결이 강하율의 이마를 스쳤다.속내를 들키게 된 강하율은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녀가 몸을 움직이자 배윤호가 손에 힘을 주며 작게 말했다.“정말 넘어지고 싶어?”강하율은 감히 움직일 수 없었다.다행히 그들의 앞에 조리대가 있어 배윤호가 강하율의 허리를 잡은 모습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그렇게 그 사건은 경찰들이 도수진을 데려가는 것으로 일단락됐고 다른 사람들도 상황을 지켜보다가 떠났다.그리고 배윤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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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회의실.임원 회의에 강하율처럼 보잘것없는 직급의 사람은 발언권이 없어 그저 듣기만 할 수 있었다.강하율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회의실 내 테이블의 가장자리 쪽 의자에 앉았다.무릎 위에 놓은 노트를 펼치자마자 배윤제가 정다인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배윤제는 직급을 무시하고 정다인을 자기 옆자리에 앉혔고,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작은 목소리로 감탄했다.“대표님 정말 너무 멋있어요! 정말 스윗하네요.”“그냥 멋있기만 한 게 아니라 여자 친구한테도 엄청 잘하잖아요. 어제 정다인 씨가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전문가 세 분을 모셔서 검진했다잖아요.”“저도 들었어요. 정말 너무 부럽네요. 하율 씨, 하율 씨는 정다인 씨와 같은 부서잖아요. 매일 두 분의 애정행각을 보는 거 아니에요?”그 말을 듣자 강하율은 펜 뚜껑을 열다가 멈칫했다.배윤제는 정다인을 위해 어제 별장에서 있었던 일이 새어나가지 않게 철저히 조치한 듯했다.‘정말 지독하게 애쓰네.’강하율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무심하게 그렇다고 대답하고는 노트에 날짜를 적었다.자리에 앉은 뒤에도 배윤제는 익숙한 시선을 느끼지 못했다.본능적으로 시선을 든 그는 강하율이 고개를 숙인 채로 뭔가를 쓰면서 옆에 있는 사람들과 웃으면서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그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과거 강하율은 배윤제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봤다.마치 짝사랑하는 상대의 반응을 기대하듯 말이다. 과거의 강하율은 배윤제가 일 때문에 자신을 잠깐이라도 바라본다면 뛸 듯이 기뻐했었다.강하율이 마지막으로 그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본 게 언제였을까?한편 모두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던 정다인은 고개를 돌리자 배윤제가 자꾸 강하율을 힐끔대는 걸 보고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화가 나서 하마터면 미소를 유지하지 못할 뻔했다.그녀의 머릿속에는 어제 배윤제의 화를 내던 모습, 처음으로 그녀를 의심하던 모습이 떠올랐다.“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거야?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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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강하율은 본능적으로 티포트를 꽉 쥐었다.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 배윤호는 이미 사람들을 데리고 자리에 앉았다.“다들 앉으시죠.”배윤호는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무심한 움직임 같지만 묘하게 압박감이 느껴졌다.사람들은 하나둘 자리에 앉았고 강하율은 조금 멋쩍어했다.멀지 않은 곳에 있던 양지원이 입술을 달싹거리며 소리 없이 말했다.‘다들 앉으라잖아. 얼른 앉아.’강하율은 그제야 안도하며 서둘러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다.그러나 그녀보다도 더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이 있었다.정다인의 옆에 남자 한 명이 있었는데 그 남자는 배윤호의 부하직원 중 한 명으로 직급이 상당히 높았다.사실 직급을 따지고 보면 그 남자가 정다인이 앉은 자리에 앉아야 했다.그러나 정다인은 배윤제가 앉으라고 해서 그 자리에 앉은 것이라 지금 일어난다면 자기가 상대보다 지위가 낮다고 인정하는 꼴이 된다.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었기에 정다인은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정다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배윤제의 여자 친구라는 점을 고려해 배윤호가 그런 것쯤은 개의치 않아 할 거라고 생각했다.“오빠...”정다인은 입술을 깨물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배윤호는 싸늘한 눈빛을 해 보이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호칭은 상황을 봐가며 쓰도록 해. 그리고 이곳에는 오빠라고 불릴 사람이 없어.”그 말에 정다인의 안색이 잿빛이 되었다. 그녀는 매우 창피했다.그리고 정다인 다음으로 표정이 좋지 않은 사람은 바로 배윤제였다.배윤제도 배윤호를 형이라고 불렀으니 말이다.배윤호가 정다인에게 망신을 줬다는 건 그에게 망신을 준 것과 다름없었다.그러나 배윤호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라서 반박할 수가 없었고 그저 정다인을 힐끗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정다인은 굴욕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면서도 체면을 지키려고 웃으면서 말했다.“대표님 말씀이 옳아요. 앞으로는 명심하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그녀는 펜을 꼭 쥐고 양지원의 옆자리로 가서 앉았다. 마침 강하율의 사선 앞쪽이었다.강하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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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배씨 가문의 둘째 아들 배윤제는 해외 명문대 금융학과 졸업생이었고 그의 동기들 역시 국내외 재벌가 후계자들이었다.배윤제는 평소에 제멋대로이고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겉모습일 뿐, 사실은 철저한 사업가였다.그러니 그가 정다인이 기밀 유출 사건을 꾸몄다는 걸 공개할 리가 없었다.정다인을 사랑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배윤호와 헬렌 로어의 협력을 망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희생양 하나를 내세워 죄를 뒤집어씌우면 그만이었다.강하율이 바로 그가 생각해 둔 희생양이었다.남자 친구와 헤어진 데다가 승진에도 실패했고, 거기에 정다인을 질투했다는 핑계까지 더한다면 강하율이 복수심 때문에 기밀을 유출했다는 논리가 꽤 그럴싸해졌다.그리고 정다인은 아무런 피해도 보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었다.그렇게 되면 배윤제는 지금처럼 배진 그룹을 대표해서 헬렌 로어와 다시 협상해 보겠다는 말을 꺼낼 수 있었다.현재 헬렌 로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협력 상대는 배윤호를 제외하면 배윤제뿐이었다.그 사실을 깨달은 강하율은 펜을 꽉 쥐었다.배윤호는 여유로운 태도로 구석을 힐끗 바라보았다. 그는 강하율의 붉게 부어오른 손끝을 잠시 바라보다가 어두워진 눈빛으로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늘 그렇듯 차갑고 낮은 목소리였다.“나는 헬렌 씨를 설득할 자신이 있어. 형, 언제부터 그렇게 겁이 많아진 거야? 한 번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겠어?”배윤제는 눈을 가늘게 뜨며 경멸 어린 눈빛을 해 보였고 배윤호는 파문 하나 일지 않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시간이 있으면 해외 소식에 좀 더 신경을 쓰도록 해. 의미 없는 일이나 사람에게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배윤제는 흠칫하더니 곧바로 휴대폰을 꺼냈다.이내 기사를 확인한 배윤제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는 하마터면 추태를 부릴 뻔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로어 가문과 협력할 가능성이 매우 컸는데 결국에는 협상이 결렬됐어. 이 일로 회사에서는 네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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