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율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대표님, 뭘 설명하라는 거죠?”“몰라서 그래?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네 상사를 난처하게 만들면 돼, 안 돼?”배윤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강하율은 그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제 제 전 남자 친구에 대해서 얘기한 것뿐인데 그게 상사랑 무슨 상관이 있죠? 그리고 제가 틀린 말을 했나요? 솔직히 말해서... 바람피운 건 사실이잖아요.”배윤제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곱씹고 나서야 그는 강하율이 대놓고 자신에게 반박했음을 깨달았다.언짢아진 그가 말했다.“강하율, 너 내가...”“알아요. 기억을 잃으셨다면서요.”강하율은 오히려 비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대표님, 대표님은 기억을 잃은 것뿐이지 바보가 된 게 아니잖아요. 교통사고 당일 기억을 잃고 그날 바로 정다인 씨를 알게 돼서 연인이 되었다고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누가 그 말을 믿겠어요? 이제 와서 이런 얘기해 봐야 아무 의미 없어요. 다행히 대표님 덕분에 제 처지를 똑똑히 알게 됐어요. 그리고 대표님이랑 정다인 씨는 정말 잘 어울린다는 것도 확실히 알았어요. 두 분 행복하세요.”강하율의 어조는 너무 덤덤해서 마치 기억을 잃은 사람이 그녀인 듯했고, 배윤제와의 과거도 깨끗하게 잊은 것 같았다.강하율은 사실 오래전부터 그 말을 하고 싶었으나 배윤제와 정다인에게 그런 말을 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두 사람은 몇 번이고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었다.그녀가 배윤제를 사랑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배윤제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한참 동안 강하율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녀를 거칠게 끌어당겼다.“행복하라고? 결국은 속상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잖아. 강하율, 나는 너 때문에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었어. 그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날 거라고 생각하지 마.”게임을 시작하는 것도, 끝내는 것도 반드시 배윤제 본인이어야 했다.강하율은 룰을 바꿀 자격이 없었다.강하율은 살짝 놀라더니 이내 저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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