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Chapter 71 - Chapter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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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정다인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똑똑한 사람은 그 말의 의미를 바로 이해하고 웃음을 터뜨렸다.헬렌 로어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강하율 씨,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강하율은 배윤제의 경고하는 듯한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제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한 이유는... 전 남자 친구가 바람을 피웠기 때문이에요.”“강하율 씨,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정다인은 순간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재벌가 아가씨인 그녀가 여자 친구가 있는 남자와 바람을 피웠다는 소문이 돈다면 사람들에게 경멸당할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강하율은 매우 덤덤히 대꾸했다.“부총괄님, 왜 그렇게 흥분하세요? 제가 말한 건 제 전 남자 친구예요. 부총괄님과는 아무 상관이 없을 텐데요.”“저... 저는 그저 너무 사적인 이야기라 더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정다인은 강하율을 노려봤으나 강하율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그러나 그녀의 말은 이미 헬렌 로어와 줄리아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줄리아는 정다인을 힐끗 보며 말했다.“정다인 씨, 아까는 강하율 씨에게 대답하라고 해놓고 왜 지금은 얘기하지 못하게 막는 거죠?”정다인은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강하율을 난처하게 만들려고 함정을 파놓은 당사자가 그녀였으니 말이다.줄리아는 웃으며 말했다.“강하율 씨,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다른 여자에게 쉽게 넘어가는 남자는 절대 좋은 남자가 아니니까요. 한 번 바람피운 남자는 또 바람을 피우게 돼 있어요. 이미 헤어졌으니 다행이에요.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아도 되니 말이에요.”헬렌 로어가 위로했다.“세상에 남자는 많아요. 하율 씨는 앞으로 더 좋은 남자를 만나게 될 거예요.”강하율은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다 지나간 일이니 이제는 괜찮아요. 괜히 우스운 얘기를 꺼낸 것 같네요.”어차피 지금 웃음거리는 강하율이 아니라 표정이 잔뜩 일그러진 정다인과 어두운 표정의 배윤제였다. 그는 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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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강하율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대표님, 뭘 설명하라는 거죠?”“몰라서 그래?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네 상사를 난처하게 만들면 돼, 안 돼?”배윤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강하율은 그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제 제 전 남자 친구에 대해서 얘기한 것뿐인데 그게 상사랑 무슨 상관이 있죠? 그리고 제가 틀린 말을 했나요? 솔직히 말해서... 바람피운 건 사실이잖아요.”배윤제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곱씹고 나서야 그는 강하율이 대놓고 자신에게 반박했음을 깨달았다.언짢아진 그가 말했다.“강하율, 너 내가...”“알아요. 기억을 잃으셨다면서요.”강하율은 오히려 비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대표님, 대표님은 기억을 잃은 것뿐이지 바보가 된 게 아니잖아요. 교통사고 당일 기억을 잃고 그날 바로 정다인 씨를 알게 돼서 연인이 되었다고요?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누가 그 말을 믿겠어요? 이제 와서 이런 얘기해 봐야 아무 의미 없어요. 다행히 대표님 덕분에 제 처지를 똑똑히 알게 됐어요. 그리고 대표님이랑 정다인 씨는 정말 잘 어울린다는 것도 확실히 알았어요. 두 분 행복하세요.”강하율의 어조는 너무 덤덤해서 마치 기억을 잃은 사람이 그녀인 듯했고, 배윤제와의 과거도 깨끗하게 잊은 것 같았다.강하율은 사실 오래전부터 그 말을 하고 싶었으나 배윤제와 정다인에게 그런 말을 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두 사람은 몇 번이고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었다.그녀가 배윤제를 사랑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배윤제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한참 동안 강하율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녀를 거칠게 끌어당겼다.“행복하라고? 결국은 속상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잖아. 강하율, 나는 너 때문에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었어. 그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날 거라고 생각하지 마.”게임을 시작하는 것도, 끝내는 것도 반드시 배윤제 본인이어야 했다.강하율은 룰을 바꿀 자격이 없었다.강하율은 살짝 놀라더니 이내 저항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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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말을 마친 뒤 배윤제는 장천우를 데리고 떠났다.배윤제가 사람이 오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강하율은 그의 배짱을 조금은 인정해 줬을 것이다.그러나 배윤제는 그러지 못했다.그리고 강하율은 배윤제가 대체 자신에게 뭘 바라는지 알 수 없었다.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발소리가 들렸다.다가온 사람은 바로 양지원이었다.“하율 씨, 안 그래도 찾고 있었어. 잠깐 출장 다녀온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죄송합니다.”강하율은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몰랐고 양지원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양지원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하율 씨가 그동안 많이 참아왔다는 거 나도 알고 있어. 안 그래도 배진 그룹에서 오래 일한 지인에게 물어봤는데 배진 그룹에서 사인을 안 해서 정다인 씨도 아직 정식으로 임명된 건 아니래. 반드시 3개월 수습 기간을 지나야 정식으로 임명된대.”“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총괄님. 예전에는 제가...”연애에 미쳐서 부끄러운 일을 많이 했었다.“하율 씨, 나는 이 호텔에서 일하기 시작한 뒤로 줄곧 하율 씨 어머니 밑에서 일했어. 하율 씨 어머니도 그동안 많은 일을 겪으셨어. 하지만 그것도 다 잠시일 뿐이야. 중요한 건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난 하율 씨가 하율 씨 어머니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고 믿어.”양지원은 다정한 어른처럼 차분히 강하율을 타일렀다.엄마를 떠올린 강하율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그녀는 너무 오랫동안 한 곳에 멈춰 있었으니 이제는 정말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두 사람이 사무실로 돌아가려던 순간, 강하율이 문득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양지원을 바라봤다.“총괄님, 전에 이 복도 옆에서 자라는 꽃 냄새를 맡으면 힘들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오늘은 왜 갑자기 이쪽으로 오셨어요?”양지원은 피할 수만 있다면 절대 그 길을 걷지 않았고, 꼭 지나가야 할 때면 늘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렸었다.그래서 오늘처럼 입과 코를 막지 않은 건 처음이었다.양지원은 흠칫하더니 서둘러 입과 코를 가렸다.“돌아오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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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정다인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박도윤을 보자마자 바로 그를 끌고 사무실을 떠났다.“갑자기 이곳에는 왜 온 거예요?”“정다인 씨, 우리의 약속을 잊은 건 아니죠? 저는 참을성이 많은 사람은 아니라서요.”박도윤이 거들먹거리면서 말했다.정다인은 그를 이용해 강하율을 처리할 생각이었기에 미소를 지었다.“뭐가 그렇게 급해요? 일단은 때를 기다려야 해요. 그래야 윤제 씨도 믿을 거 아니에요? 설마 여자 한 명 때문에 윤제 씨랑 사이가 틀어지고 싶은 건 아니죠?”박도윤은 그 말을 듣고 웃었다.“보아하니 이미 계획이 있는 모양이네요.”정다인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조급해하지 말아요. 협박을 해서 억지로 자는 것보다는 앞으로 강하율 씨가 제발 자기랑 같이 자자고 애원하는 게 더 재미있지 않겠어요? 그렇게 되면 질릴 때까지 즐길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박도윤의 눈빛이 번뜩였다.바람둥이인 그에게 다가오는 여자들은 많았다.그래서 자신을 거절했던 차가운 여자가 제발 같이 자자고 애원하는 것이 그에게는 그 어떤 게임보다도 흥미로웠다.박도윤은 피식 웃었다.“그럼 좋은 소식을 기다릴게요.”...아침 식사 때 있었던 작은 소동을 제외하면 오후 회의와 저녁의 파티는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정다인이 시비를 걸지도 않았고 배윤제도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았다.그래서 강하율은 자신과 배윤제의 일도 이제는 완전히 지나간 일이라는 착각이 들었다.저녁 식사가 끝난 후 강하율의 하루 업무도 마무리됐다.클라이언트를 배웅한 뒤 한숨 돌리려던 순간,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치는 가운데 달빛 아래 선 남자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평소보다 더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강하율은 고개를 들지 않아도 상대가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아마도 배윤호일 것이다.강하율이 어쩔 줄 몰라 하던 찰나 마침 휴대폰이 진동했고 강하율은 황급히 메시지를 확인하는 척하며 그의 시선을 피했다.메시지를 보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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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배윤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얘기해.”장천우는 그제야 CCTV 영상을 꺼내 들었다. 영상에 강하율이 아침에 떠날 때 박스를 하나 버리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경비가 순찰하다가 안에 새것처럼 보이는 인형들이 들어있는 걸 보고 아이들에게 주려고 가져갔었다고 합니다. 그 물건들은 제가 다시 회수했습니다.”장천우는 그렇게 얘기하면서 배윤제의 앞에 박스를 내밀었다.배윤제는 한눈에 자신이 강하율에게 선물했던 인형을 알아봤다.미련을 버리지 못한 그는 인형 옷을 들춰 자신의 이니셜을 확인하더니 이내 인형의 머리를 거칠게 잡아 뜯었다.“강하율! 감히 이런 짓을 해?”기회가 왔다고 생각한 정다인은 곧바로 배윤제의 팔을 잡았다.“윤제 씨, 화내지 말아요. 하율 씨도 이제는 완전히 마음을 정리한 거겠죠.”“그럴 리가 없어!”배윤제는 본능적으로 부정했다.강하율이 그를 사랑하지 않을 리가 없지 않은가?정다인은 주먹을 꽉 쥐면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그럼 아까 강하율 씨랑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람은 누구죠? 굉장히 수줍어하던데... 안 그래도 오늘 강하율 씨가 몇 번이나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바보처럼 웃더라고요. 아마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게 아닐까요?”“...”배윤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심각해졌다.그는 장천우를 돌아보며 말했다.“강하율이 요즘 누구랑 만나고 있는지 확인해 봐.”“네.”장천우가 떠나자 정다인은 천진난만한 얼굴로 배윤제에게 몸을 기대며 말했다.“윤제 씨, 왜 강하율 씨 일에 그렇게 신경을 쓰는 거예요? 자꾸 그러면 나 화낼 거예요.”정신을 차린 배윤제는 정다인의 뺨을 가볍게 꼬집었다.“강하율이 괜히 헛소리를 해서 네게 영향이 갈까 봐 그러는 거야.”정다인은 순간 멈칫했다.배윤제의 태도는 지나치게 무성의했다. 그가 이렇게 그녀를 대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정다인은 그의 품 안으로 파고들며 말했다.“윤제 씨, 나랑 했던 약속 잊은 건 아니죠?”“그럴 리가. 강하율이 우리 사이에 끼어들 일은 평생 없을 거야.”“알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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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강하율이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박도윤이 얼굴을 들이밀며 강제로 키스하려고 했다.강하율은 구역질이 나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아 하이힐로 박도윤의 발을 콱 밟았다.“악!”박도윤이 비명을 질렀다.강하율은 그 기회를 틈타 벗어날 생각이었는데 박도윤은 아파하면서도 강하율을 놓아주지 않았다.그는 오히려 힘주어 강하율을 회의실 테이블 위로 쓰러뜨렸다.쿵.테이블에 부딪친 강하율은 온몸이 아팠다.강하율은 힘으로 박도윤을 이길 수가 없어서 달리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박도윤은 발을 쿵 구르더니 바로 강하율을 덮쳤다.“강하율, 어디서 순결한 척이야? 너 배윤제랑 4년 동안 만나면서 걔랑 질리도록 잤을 거 아니야? 나랑 한 번 자는 게 뭐 어때서? 내가 배윤제보다 못한 게 뭔데?”강하율은 강하게 나가도 소용없자 곧바로 말투를 바꿨다.“박도윤, 우리는 친구야. 나를 네 친여동생처럼 여길 거라고 했었잖아!”그 말을 듣더니 박도윤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여동생? 하하, 맞아. 하율아, 사실 나는 너를 처음 봤을 때부터 너랑 자고 싶었어. 그런데 배윤제가 나보다 더 빨리 손을 썼더라고. 배윤제의 신분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너랑 친구로 지낸 거야. 하지만 이제 너는 배윤제에게 버림받았지. 나는 사실 너랑 조건 만남을 하고 싶었는데 네가 주제도 모르고 그 제안을 거절했잖아. 설마 배윤제를 위해서 평생 외롭게 살 생각이야? 절대 그렇게 놔둘 수는 없지!”박도윤은 그렇게 말하면서 강하율의 옷을 잡아당겼다.제복을 입고 있는데도 이렇게 몸매가 좋으니 벗기면 더 섹시할 것이다.찌직 소리와 함께 강하율의 스타킹이 찢어졌다.안색이 창백해진 강하율은 이를 악물고 중심을 잡은 뒤 다리를 들어 박도윤의 그곳을 걷어찼다.그 순간 박도윤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그는 이내 이를 악물며 강하율을 테이블 위에서 끌어 내렸다.강하율이 균형을 잡기도 전에 분노에 찬 박도윤은 힘으로 그녀를 자신의 허벅지 위에 억지로 앉혀버렸다.그는 험상궂은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강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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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사람들은 당연히 자기가 본 것을 믿으려고 했다.강하율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에 경멸과 조롱이 가득했다.강하율은 입술을 파르르 떨면서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부정했다.“아니에요...”그녀는 애써 목소리를 높였다.배윤제는 유혹적인 강하율의 모습을 보자 조금 전 봤던 장면이 떠올랐다.정다인의 말처럼 강하율은 이미 다른 남자를 물색하고 있었다.배윤제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강하율, 너 진짜 천박하구나? 그렇게 남자가 고파? 감히 내 친구를 꼬셔?”배윤제는 처음으로 이성을 잃고 손을 들며 강하율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강하율은 이제 막 몸을 지탱하며 바닥에서 일어났는데 밖에서 신사다운 척하며 다니던 배윤제가 자신을 때리려고 할 줄은 상상도 못 해서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다.그러나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눈을 뜨자 눈앞에 배윤호가 서 있었다.그는 배윤제의 손을 잡고서 실눈을 떴다.“적당히 해.”배윤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상태라 차갑게 웃었다.“나는 내 여...”그가 자기 여자 친구를 혼내는 것뿐이라고 말하려는 순간, 정다인이 앞으로 나서면서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그녀는 배윤제와 강하율의 관계를 사람들이 모르길 바랐다.“배윤호 대표님, 윤제 씨는 그냥 너무 화가 나서 직원을 훈계하고 싶었던 것뿐이에요. 이곳은 회의실인데 이렇게 엄숙한 장소에서 남자를 꼬셨잖아요. 혹시 소문이라도 난다면 배진 그룹 이미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요.”정다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배윤제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에는 억울함과 속상함이 담겨 있었다.배윤제는 마음을 가라앉힌 뒤 거만하게 강하율을 내려다봤다.“강하율, 넌 해고야. 오늘부터 세원시에서 너를 채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나 배윤제와 맞서는 거야.”그 말을 듣는 순간 정다인은 박도윤과 눈빛을 주고받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하던 그녀의 눈동자에 의기양양함이 스쳤다.앞으로 강하율은 돈 많은 남자를 유혹하는 천박한 여자가 될 것이고 세원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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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박도윤은 잠시 당황했다. 배윤호에게서 느껴지는 살벌한 기운 때문에 그는 순순히 의자에 앉았다.“배윤호 대표님, 이건 무슨 의미죠?”배윤호는 시선을 들어 동행한 여직원 한 명을 바라봤고, 여자는 고개를 끄덕인 뒤 앞으로 나서며 박도윤을 향해 손을 뻗어 그의 몸을 만지려 했다.박도윤은 본능적으로 여자의 손목을 낚아챈 뒤 그녀를 밀어냈고, 여자는 세 걸음이나 물러난 뒤에야 겨우 균형을 잡았다. 그러고는 이내 팔을 들어 올려 박도윤에게 잡혀서 붉어진 손목을 드러냈다.주변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상황을 파악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강하율을 바라봤다. 지나칠 정도로 빨간 손목을 본 순간 사람들은 의구심이 들었다.줄리아가 박수를 치며 앞으로 나섰다.“박도윤 씨도 반항할 줄 아시는군요. 저는 박도윤 씨가 몸이 안 좋아서 여자조차 밀어내지 못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잠깐 잡았을 뿐인데 손목이 이렇게 심하게 빨개질 정도로 힘이 좋으실 줄은 몰랐어요.”“아까 강하율 씨를 거절했다고 하셨고? 그런데 왜 강하율 씨가 무릎에 앉아서 박도윤 씨를 유혹하게 놔둔 거죠? 박도윤 씨, 설마 강하율 씨가 마음에 들어서 도리어 강하율 씨를 모함한 건 아니겠죠?”박도윤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호흡도 흐트러졌다.상황이 심상치 않자 정다인이 황급히 말했다.“박도윤 씨, 이런 상황에서 거짓말은 좋지 않아요. 박도윤 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있나요?”증거라는 말이 나오자 박도윤은 자신감이 생겼다.그는 휴대폰을 꺼내며 씩 웃었다.“사실 저는 강하율의 전 남자 친구와 아는 사이에요. 강하율이 제게 접근한 것도 전 남자 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였고요. 그런데 전 남자 친구가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자 강하율은 저를 꼬시기 시작했어요. 저한테 채팅 기록이 있어요.”채팅 기록을 보면 애매모호한 말들이 오가긴 했다.강하율은 그제야 박도윤 같은 바람둥이가 왜 그렇게 끈질기게 자신에게 연락했는지 깨달았다.그는 고객이라는 신분을 이용하면 강하율이 자신을 함부로 하지 못할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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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강하율은 흠칫했다.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배윤호의 눈에는 경멸도, 분노도 없었다. 그저 평소처럼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을 해 보일 뿐이었다.강하율은 이상하게 가슴이 뛰어 황급히 몸을 돌려 배윤제 등 사람들을 바라보았다.“하고 싶은 말은 더 없는 거죠? 하려면 지금 다 하세요.”배윤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눈빛에는 강하율을 향한 불신이 깔려 있었다.배윤제는 채팅 기록을 통해 자신을 향한 강하율의 미련을 보았다.심지어 헤어지기 전에는 배윤제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시지 않게 옆에서 컨트롤해달라는 얘기도 했었다.강하율은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박도윤에게 접근한 것이 확실했다.그러나 강하율이 지금 반박한다면 그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걸 의미했다.‘그럴 리가 없지.’다음 순간, 강하율이 말했다.“저한테는 제 결백을 증명할 증거가 있어요.”강하율은 그렇게 말하면서 녹음 파일을 재생했다.박도윤은 회의실과 별장을 예약하고 싶다고 했고 강하율은 박도윤에게 다른 직원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박도윤이 그걸 거절했다.강하율이 뭔가 말하기도 전에 정다인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강하율 씨, 이건 박도윤 씨가 일 때문에 강하율 씨를 찾았다는 걸 증명할 뿐, 오늘 강하율 씨가 박도윤 씨를 유혹하지 않았다는 건 증명할 수 없어요.”강하율은 차갑게 웃으며 정다인을 바라봤다.“제가 언제 그걸 증명할 수 없다고 했나요? 부총괄님, 일단은 남 얘기를 다 들어보고 말씀하시죠. 자꾸 제 말을 잘라먹으면 부총괄님이 저랑 박도윤 씨 사이에 뭔가 있기를 바라는 것처럼 비칠 테니 말이에요.”“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저는 단지 빨리 증거를 내놓으라고 재촉한 것뿐이에요.”정다인이 황급히 선을 그었다.옆에 있던 박도윤이 거들먹거리며 말했다.“강하율, 쓸데없는 짓 하지 마.”박도윤은 자신에게 아무런 약점도 없다고 확신했다.이때 강하율이 휴대폰을 들며 다른 녹음 파일을 재생했다.“박도윤 씨는 참 정력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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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박도윤이 입을 열려는 순간 배윤제가 갑자기 비서를 시켜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데리고 나가. 더 소란스러워지면 일을 처리하기 힘들어지니까.”맥없이 질질 끌려 나가는 박도윤을 바라보던 강하율은 시선을 들어 배윤제를 바라보며 씁쓸한 감정을 느꼈다.배윤제의 말처럼 더 소란스러워져서 정다인도 한 패였다는 게 드러난다면 그가 난처해질 것이다.그러나 조금 전 사람들이 강하율을 모욕할 때 배윤제는 아무렇지 않아 했다.편애받는 애들이 더 제멋대로라는 말은 정확했다.정다인이 바로 그 예시였다.강하율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적당한 순간에 멈추는 것뿐이었다.그런데 뜻밖에도 줄리아와 헬렌 로어가 앞으로 나섰다.줄리아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아까 강하율 씨가 궁지에 몰렸을 때는 강하율 씨를 해고하고 세원시에서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만들겠다고 하더니, 정작 강하율 씨를 모함한 사람은 그냥 보내버리네요.”헬렌 로어가 혀를 차며 거들었다.“줄리아, 이건 배윤제 씨의 집안일이니 우리는 그만 묻는 게 맞아.”집안일.통찰력이 있는 헬렌 로어는 단번에 사건의 본질을 언급했다.사실 눈이 달린 사람이라면 박도윤이 누군가와 협력해서 일을 벌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리고 배윤제는 그게 누구인지 밝히지 못하게 했다.두 사람의 말들이 배윤제에게 엄청난 수치심을 안겨주었다. 그러니 당연히 표정이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이때 배윤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배윤제 앞에 멈춰 서서 지극히 사무적으로 말했다.“잘 처리하도록 해.”말을 마친 뒤 배윤호는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정신을 차린 강하율은 문가에서 울려 퍼지는 그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를 들었다.“강하율, 네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네, 지금 갈게요.”강하율은 돌아서서 배윤호를 따라갔다. 배윤제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강하율을 노려보았다.뭔가를 암시하는 듯한 눈빛이었다.하지만 강하율은 신경 쓰지 않았고 오히려 걸음을 더 재촉했다....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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