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Kabanata 81 - Kabanata 90

497 Kabanata

제81화

강하율은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본능적으로 구멍을 막으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배윤호 앞에서는 늘 이런 불미스러운 사고가 생겼다. 마치 그녀가 의도한 것처럼 말이다.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강하율의 다리 위로 정장이 놓였다.강하율은 거기에 감동을 받은 게 아니라 너무 비싸서 물어낼 수가 없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강하율은 황송한 얼굴로 정장을 들어 올렸다.“대표님,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아요.”“...”배윤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 광경을 본 양승아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강하율 씨에게 겁을 줘봤자 좋을 게 없다고 진작에 말씀드렸는데.’역시 그가 나서야 할 듯싶었다.양승아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몸을 옆으로 돌려 배윤호를 마주 보고 있던 강하율은 그 탓에 배윤호의 다리 위로 쓰러지게 되었다.움직임이 컸던 탓에 치마가 더 올라갔고 이미 너덜너덜해진 스타킹은 완전히 갈기갈기 찢어졌다.찢어질 거면 차라리 깔끔하게 찢어지는 게 나을 텐데, 하필 허벅지 안쪽 부분만 간신히 버티고 있는 탓에 멀쩡하던 스타킹이 가터벨트를 하고 스타킹을 신은 것처럼 돼 버렸다. 강하율은 그 상태로 검은색 가죽 시트에 앉아 있었다.강하율은 원래도 몸매가 좋은 편이라 그 모습은 남자들에게 굉장히 자극적이었다.양승아조차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정도였다.차 안의 칸막이가 천천히 올라간 뒤에야 양승아는 정신을 차렸다. 배윤호의 싸늘한 눈빛을 본 그가 황급히 변명했다.“대표님, 저는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양승아는 곧바로 앞만 보면서 운전에 집중했다.배윤호의 다리 위에 엎드리게 된 강하율은 기절한 척하고 싶었으나 이미 늦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강하율, 내 벨트가 그렇게 마음에 들어?”배윤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고개를 돌린 강하율은 자신이 배윤호의 벨트 위에 손을 올리고 있고 손과 지퍼 사이의 거리가 겨우 몇 센티미터라는 걸 발견하고는 순간 귀까지 새빨개져서 본능적으로 배윤호를 올려다봤다.뜻밖에도 배윤호는 시선을 내려뜨리고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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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허지연은 여자의 얼굴을 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옆으로 끌고 갔다.“왜 찾아온 거예요? 그때 돈 주면서 얘기했잖아요. 앞으로 호텔에서 절대 아는 척하지 말라고요!”그 여자는 객실팀 직원 도수진이었다.올해 초 허지연과 강하율은 팀장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했었는데, 당시 허지연은 도수진을 매수해 일부러 강하율의 고객이 불쾌한 일을 겪게 하여 고객이 강하율에게 클레임을 걸게 만들려고 했다.그런데 강하율은 오히려 상황을 매끄럽게 수습했을 뿐 아니라 하마터면 그녀의 약점까지 잡을 뻔했다.결국 강하율이 근소한 차이로 허지연을 이겨서 팀장이 되었고 그로 인해 허지연은 지금까지도 불만이 가득했다.도수진은 허지연의 경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미소를 지었다.“허지연 씨, 한 가지 알려드릴 일이 있어요.”“무슨 일인데요?”허지연은 짜증 섞인 눈빛으로 도수진을 바라봤고, 도수진은 그녀에게 바짝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그건...”도수진의 말을 듣자 허지연의 눈빛이 사악하게 번뜩였다.“걱정하지 말아요. 일이 잘 풀린다면 톡톡히 보상해 줄 테니까요.”...주차장.장천우는 허둥지둥 차에 올라탔다.배윤제는 그의 뒤에 아무도 없자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말했다.“강하율은? 내가 오라고 슬쩍 신호를 줬잖아.”장천우는 머뭇거렸다.“회의실에는 다른 직원들만 남아서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강하율 씨는 이미 떠났습니다.”배윤제의 손이 잠시 멈췄다.그가 강하율과 오랫동안 비밀 연애를 이어온 이유 중 하나는 강하율이 눈치가 굉장히 빨라 그의 마음을 잘 알아채기 때문이었다.강하율은 순종적이고 배려 깊어서 번거로운 일이 많지 않았다.그런데 지금은 그의 말에 계속 반항했다.배윤제는 미간을 찌푸렸다.“아까 그 일 때문인 거야? 내가 대신 화까지 내줬는데도 저렇게 나온다고? 자기는 전혀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걔가 박도윤이랑 가까이 지내지만 않았어도, 박도윤이 딴마음 품을 일이 있었겠어?”장천우가 입술을 달싹거렸다.“강하율 씨를 찾아가실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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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박도윤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친구 두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대체 어떻게 된 거야? 도윤아, 너희 집에서 갑자기 네 후계자 자격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던데?”박도윤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그의 창백한 안색과 피로 범벅이 된 치아가 대조를 이루어 더 섬뜩해 보였다.“말도 안 돼!”“뭐가 말도 안 된다는 거야? 너희 회사 사이트에 공지가 올라왔어. 게다가 네가 운영하고 있던 계열사 말이야. 탈세 의혹 때문에 지금 조사를 받고 있어.”친구가 휴대폰을 건넸다.공지를 본 박도윤은 큰 충격을 받았다.후계자 자격을 잃는다는 건 가문에 버림받았다는 걸 의미했고, 앞으로 박씨 가문의 모든 것은 그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을 뜻했다.그렇게 되면 그냥 쓸모없는 사람과 다름없었다.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졌다. 박도윤은 체면을 챙길 겨를도 없이 배윤제의 발치로 기어갔다.“윤제야, 나 좀 도와줘. 나는 후계자 자리를 잃을 수 없어. 날 도와준다면 앞으로 평생 은혜를 잊지 않을게.”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런 일들이 벌어진 걸 보면 누군가 일부러 그를 곤경에 빠뜨린 게 분명했다.그리고 지금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배씨 가문 사람들뿐이었다.배윤제는 박도윤을 발로 차면서 거만하게 그를 내려다보았다.“너한테 은혜를 베풀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꿈도 꾸지 마. 따지고 보면 너는 내 개잖아.”“너...”박도윤은 어두워진 얼굴로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강하율 때문에 그래? 너 강하율 안 사랑한다며? 그래서 기억상실인 척하며 강하율을 차버렸잖아! 그래서 내가... 악!”배윤제가 박도윤의 팔을 짓밟았다.“내가 버린 물건이라고 해도 다른 놈이 손댈 자격은 없어.”그 모습을 본 다른 친구들은 숨 한 번 크게 쉬지 못하면서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박도윤은 자신이 완전히 버림받았음을 깨달았다.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정다인의 눈빛에 깔린 불안을 보아냈다.그건 오늘 벌어진 일 때문이 아니라 다른 것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갑자기 뭔가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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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정다인은 더는 감출 수 없음을 직감하고 울면서 배윤제를 끌어안았다.“윤제 씨, 미안해요. 도윤 씨랑 하율 씨를 이어주겠다고 약속하지 말아야 했는데... 도윤 씨가 예전부터 하율 씨를 좋아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하율 씨가 계속 윤제 씨한테 달라붙어서 자기한테는 기회가 없으니 저한테 좀 도와달라고 했어요.”“저는 윤제 씨가 하율 씨를 이미 잊은 줄 알았어요. 그리고 도윤 씨는 조건이 꽤 좋아 하율 씨에게 과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도와주겠다고 약속한 거예요. 그런데 하율 씨가 이미 도윤 씨의 계획을 눈치채고 굳이 일을 키워서 우리 둘을 이렇게 난처하게 만들 줄은 몰랐어요.”정다인은 눈물을 흘리며 속상한 듯이 말했다.그녀는 유약한 척하며 힘없이 몸을 떨면서 배윤제에게 몸을 기댔다.마치 수모를 당한 사람이 자기인 것처럼 말이다.배윤제는 그녀를 밀어내지는 않았지만 예전처럼 다정하게 달래지도 않았다.그저 사냥감을 관찰하는 맹수처럼 조용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정다인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애써 태연한 척 한 걸음 물러섰다.그녀는 고개를 숙이면서 흐느끼며 말했다.“제게 사심이 있었던 건 인정해요. 저는 하율 씨가 윤제 씨의 인생에서 완전히 사라지길 바랐어요. 하지만 그건 저 혼자만의 바람일 뿐이었네요. 우리는 여기까지인가 봐요. 과거의 약속은 그냥 없었던 일로 해요.”과거의 약속이라는 말에 배윤제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한때 목숨을 걸고 자신을 구해줬던 여자를 떠올린 배윤제는 매정하게 굴 수가 없었다.그는 손을 들어 정다인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녀를 다시 품에 안았다.“울지 마. 약속은 반드시 지킬게. 너는 내 아내가 될 유일한 사람이야.”강하율은 달리 의지할 곳이 없으니 결국 그의 곁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강하율을 그들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게 하면 정다인을 기분 나쁘게 할 일도 없었다.그 말을 듣고 정다인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배윤제가 그녀를 의심하지 않는 한 강하율 같은 여자 하나쯤 없애는 건 시간문제였다.정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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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정다인은 곧바로 소파 쪽으로 돌아가서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했다.그러나 배윤제의 할머니가 한 말을 그녀는 모두 기억했다.만약 그녀가 배윤호와 헬렌 로어가 협력하는 걸 막을 수 있다면 배윤제는 그녀를 더 소중히 여길 것이다.어쩌면 약혼 일정을 앞당길지도 몰랐다.‘그런데 어떻게 막아야지?’그날 밤, 정다인도 배윤제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하지만 그 전에 정다인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남아있었다....숙소.샤워를 마친 강하율이 머리를 말리기도 전에 휴대폰이 계속 울렸다.강하율은 클라이언트에게서 온 메시지인 줄 알고 급히 확인했는데 알고 보니 정다인의 메시지였다.[강하율, 결국 네가 졌어. 그렇게 일을 키우려고 애쓰더니 결국에는 나를 소중히 여기는 윤제 씨 때문에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잖아.][정말 한심해. 재벌가 자제 좀 소개해 줬더니만 그걸 걷어차 버리네. 평생 직장이나 다니면서 일하려고?][아, 깜빡할 뻔했다. 박도윤은 이제 아무것도 아니야. 윤제 씨가 나를 지켜주려고 박도윤을 끝장냈거든.][윤제 씨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언제나 나일 거야.][눈치가 있다면 당장 꺼지도록 해.]‘박도윤을 끝장냈다니?’강하율은 당황했다.그러다 마침 박도윤이 상속권을 박탈당하고 탈세 혐의가 있어서 조사받고 있다는 기사가 떴다.그것은 박도윤에게 죽을 만큼 괴로운 일이었다.배윤제가 정다인을 위해 오랜 친구의 인생을 나락으로 보내버린 걸 보면 진심으로 정다인을 사랑하는 듯했다.강하율은 자조하듯 웃고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머리를 계속 닦았다.어차피 이제는 강하율과 상관없는 일들이었다.이때 간식을 안고 온 안혜슬이 문을 두드리며 안으로 들어왔다.그녀는 눈을 반짝이면서 쫑알댔다.“아까 배윤호 대표님 차가 길가에 서 있던데 혹시 배윤호 대표님이 데려다준 거야? 어서 오늘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줘.”“무슨 얘기?”강하율은 고개를 숙이며 과자 더미에서 감자칩을 하나 집었다.안혜슬은 두 손으로 볼을 감싸고 홀딱 반한 눈빛을 해 보였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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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강하율은 배윤호가 보낸 물음표를 뚫어지게 보다가 실수로 삭제 버튼을 눌렀다.배윤호가 음성메시지를 확인한 이후 삭제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 의미가 없는 행위였다.[다 들었어.]“나 큰일 났네.”강하율은 배윤호의 표정을 차마 상상할 수가 없어 이마를 짚었다.그래도 다행인 건 배윤호와 헬렌 로어가 모레면 호텔을 떠난다는 점이었다.안혜슬은 두 손 모아 사과하며 말했다.“아까 너무 흥분해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어. 그래도 대표님 화가 나신 건 아닌 것 같은데 혹시 너한테...”“아니야.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 혹시라도 누가 들으면 어떡해? 게다가 나와 대표님은 지금 협력관계라고.”강하율은 휴대폰을 내려놓으면서 작은 목소리로 당부했다.그녀는 모든 남자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할 만큼 나르시시스트는 아니었다.박도윤도 그녀를 좋아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배윤제와의 경쟁에서 이기고 싶었을 뿐이었다.남자의 질투심은 생각보다 훨씬 무서웠고, 그건 친구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박도윤이 인터넷에 그녀의 개인정보를 퍼뜨리고 일부러 시계를 드러냈을 때, 강하율은 이미 그의 불순한 의도를 알아차렸다.그래서 박도윤이 자신을 찾아왔을 때 그를 굉장히 경계했었다.그리고 배윤호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안혜슬은 고개를 끄덕이며 간식 중 반을 강하율에게 나눠 주었다.“알겠어. 그럼 나는 먼저 돌아가서 공부할게. 너도 일찍 쉬어.”“응.”안혜슬이 나간 뒤 강하율은 일어나 머리를 말렸고, 머리를 다 말린 뒤에는 침대에 누워서 휴대폰을 켰다. 화면은 여전히 배윤호와의 채팅창에 머물러 있었다.‘뭔가 설명을 해야 하지 않을까?’강하율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두드렸다. 그녀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순간, 실수로 영상 통화 버튼을 눌러 버렸다.연결음이 들리자 강하율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으며 허둥지둥 끊으려 했으나 배윤호가 이미 전화를 받아버렸다.강하율은 당황했다.조금 어질러진 그녀의 침대와 달리, 배윤호는 단정한 셔츠 차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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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배윤호가 화면을 가린 손을 내려놓자마자 잠든 강하율이 몸을 뒤척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댔다.“배윤제...”배윤호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통화를 끝냈다....다음 날, 강하율은 밤새 악몽을 꾸었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몸이 아주 무겁게 느껴졌다.꿈속에서 배윤제는 정다인을 위해 그녀를 죽이려고 했다.그런 꿈을 꾼 걸 보면 요즘 들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듯했다.강하율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는데 영상 통화를 30분 동안 한 기록이 보였다.강하율은 잠깐 넋을 놓고 있다가 뒤늦게 자신이 어젯밤 배윤호와 영상 통화를 했음을 떠올렸다.‘그 뒤에는...’배윤호의 목소리를 듣다가 잠이 들어버렸다.강하율은 자기도 모르게 입가를 닦았다.‘혹시 침을 흘리진 않았겠지.’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알람이 울렸고, 강하율은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빠르게 일어나 씻었다. 그렇지 않으면 목요일 오전의 회의에 늦을지도 몰랐다.어차피 이미 창피한 짓을 했으니 되돌이킬 방법은 없었다.아침을 먹은 뒤 강하율은 통근버스에 탔다.그런데 자리를 잡고 서자마자 뒷좌석에 앉아 있던 안혜슬이 그녀를 향해서 손짓했고, 강하율은 그쪽으로 가서 앉으며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혜슬아, 너 오늘 대체 휴무 아니었어? 왜 또 출근하는 거야?”안혜슬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도수진 씨가 어젯밤에 나한테 하루만 대타해달라고 해서. 도수진 씨는 나랑 같은 마을 사람이라 거절하기가 좀 그랬어. 어차피 나는 돈만 받을 수 있으면 되니까.”강하율은 잠시 고민하다가 도수진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미간을 찌푸렸다.“도수진 씨가 대타를 해달라고 했다고?”“왜 그래?”안혜슬이 눈을 비볐다.강하율은 앞뒤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목소리를 낮추며 설명했다.“올해 초에 내 클라이언트가 패밀리 스위트 룸을 예약했었는데 그분이 미신을 믿는 분이라 초록색을 좋아하고 파란색은 싫어했어. 그날 그 층은 도수진 씨가 맡았거든? 내가 도수진 씨한테 절대 파란색 물건을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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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별장.강하율은 차에서 내리기 전 안혜슬을 깨웠다.“내가 커피 한 잔 객실팀으로 보내줄게.”“괜찮아. 다른 직원들이 보면 또 뭐라고 할지 몰라. 가방 안에 인스턴트커피 있으니까 그거 마실게.”“적당히 마셔...”“알겠어, 알겠어.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해.”안혜슬은 이내 버스에서 내렸다.늘 활기 넘치던 안혜슬은 현재 어깨에 많은 짐을 짊어지고 있었다.비슷한 점이 있기 때문일까? 강하율은 안혜슬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괜히 호감이 갔다.강하율은 버스에서 내려 지하 통로로 들어가 어제 입었던 유니폼을 세탁실에 맡기고 깨끗한 옷을 받아 갈아입은 뒤 사무실로 향했다.마침 회의가 시작되기 전이었다.양지원은 평소처럼 직원들에게 클라이언트 상황을 간단히 물은 뒤 말했다.“이번 달은 대게가 제철이에요. 세원시에서는 가족 단위로 파티를 많이 하니까 서둘러 확인해 봐요.”“네.”뒤이어 직원들은 각자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회의가 끝날 무렵, 정다인이 갑자기 강하율을 바라봤다.“하율 씨, 하율 씨 클라이언트가 가장 많잖아요. 또 내일 헬렌 씨와 배윤호 대표님이 호텔을 떠나는데 바쁘다면 제가 하율 씨 대신 챙겨 드릴게요. 하율 씨 혼자 하려면 벅차잖아요.”강하율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업무를 마무리할 때쯤이 되었으니 혼자 모든 공로를 독식하겠다는 의미였다.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그러나 정다인이 상사였기에 강하율은 어쩔 수 없이 부드럽게 대답했다.“괜찮습니다. 제가 잘 신경 써보도록 하겠습니다.”정다인이 또 배윤제를 들먹일 줄 알았으나 뜻밖에도 그녀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알겠어요.”“...”정다인이 이렇게 쉽게 넘어가다니, 이상한 일이었다.강하율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양지원이 회의가 끝났다고 했다.강하율이 자리로 돌아가자마자 클라이언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통화를 마치고 잠깐 쉴 틈이 생겼을 때는 이미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고, 사무실 안에는 직원 두 명이 남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강하율이 탕비실에 가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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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배진 그룹과 로어 가문의 협상 문서 유출 의심.]기사를 클릭한 순간 강하율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유출된 문서는 바로 강하율이 들고 있는 문서들이었다.그리고 그 기사는 그녀가 클라이언트와 통화하고 있는 사이 게재된 것이라 강하율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이건 함정이야!”안혜슬은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머리가 아픈 걸 신경 쓸 새도 없이 강하율을 잡아당기며 말했다.“가자. 어서 여기를 떠나자.”“이미 늦었어. 상대는 언제 너를 공격해야 쉽게 들키지 않는지도 알고 있어. 기사가 게재된 시간도 모두 계산했을 거야. 그렇다면 내게 언제 문제를 보낼지도 다 계산했겠지. 아마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을 거야.”강하율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호텔 직원이 우리를 노렸다는 거지?”안혜슬은 곧바로 상황을 이해했다.호텔에서는 고출력의 청소기를 사용해서 먼지를 말끔히 빨아들이는데 단점이라면 소음이 굉장히 크다는 것이었다.그래서 객실팀 직원들은 고객들이 외출한 직후 가장 먼저 카펫을 청소해 고객이 돌아올 때쯤에는 소음이 나지 않게 했다.그 점은 오직 호텔 직원들만 알고 있는 정보였다.강하율은 손에 든 문서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그럴 가능성이 굉장히 커.”안혜슬은 이를 악물고 휴대폰을 들었다.“일단 문자부터 지울게.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다 내 탓으로 돌려. 그럼 너는 엮이지 않을 수 있을 거야.”안혜슬이 문자를 삭제하려는데 강하율이 갑자기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렸다.“잠깐만. 문자는 지우면 안 돼.”“날 이용해서 너한테 문자를 보냈다면 분명히 네가 범인이라는 증거를 조작해 뒀을 거야. 이걸 지우지 않는다면 우리 둘 다 잡힐 거야.”“이 별장 곳곳에 CCTV가 있어. 내가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도 다 찍혔을 거야. 그리고 다른 사람 손에 다른 증거가 있을지 어떻게 알아?”강하율이 되물었다.“그럼 이제 어떡해?”안혜슬은 초조해서 안절부절못했다.강하율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너를 기절시키려면 반드시 별장 안으로 들어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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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강하율은 움직이지 않고 여전히 두 손을 뒤로 숨기고 있었다.그녀가 입을 열려는데 양지원이 앞으로 나섰다.“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네요. 헬렌 씨와 배윤호 대표님은 하율 씨 클라이언트예요. 그러니 하율 씨가 이곳에 있는 것도 이상할 건 없죠. 그리고 기밀문서를 유출했다는 건 터무니없는 추측이에요. 하율 씨는 그동안 두 분께서 회의할 때마다 옆에 있었어요. 기밀문서를 유출할 기회는 수도 없이 많았는데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죠.”정다인은 앞으로 나서며 다정하게 양지원의 팔을 잡았다.“총괄님, 하율 씨가 총괄님이 직접 키운 사람이라는 건 알아요. 하지만 배윤호 대표님도, 헬렌 씨도 우리 호텔의 중요한 클라이언트예요. 그러니 편애한다는 이유로 편을 들면 안 되죠. 게다가 앞선 회의들은 전부 논의 단계였고, 오늘 정리된 내용이야말로 최종 확정안이자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에요. 강하율 씨는 아마 이 타이밍을 기다린 걸 거예요.”“아침 회의 때 제가 강하율 씨가 맡은 클라이언트가 너무 많으니 좀 도와주겠다고 했을 때 단칼에 거절했던 것도 제가 자기 계획을 망칠까 봐 걱정되어서 그랬던 거겠죠. 총괄님, 너무 성급히 결론을 내리신 것 같은데 혹시 뭔가 알고 계시는 건가요?”정다인은 일부러 양지원을 몰아붙였고 그 탓에 양지원은 강하율을 도와주기가 어려워졌다.강하율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아침 회의 때 정다인이 그렇게 쉽게 넘어갔던 이유가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강하율은 양지원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그녀를 향해 눈빛을 보냈다.양지원은 고개를 끄덕인 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총괄님.”강하율이 평온한 얼굴로 정다인을 바라봤다.“부총괄님은 이곳에 온 지 2분도 안 됐어요. 배윤호 대표님과 헬렌 씨도 제가 기밀문서를 들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부총괄님은 무슨 근거로 그렇게 판단하신 거죠?”강하율의 말에 정다인은 잠시 멈칫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곁눈질로 깨끗하게 정돈된 복도를 바라보았다.그러고는 이내 상처받은 얼굴로 강하율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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