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Chapter 291 - Chapter 300

497 Chapters

제291화

다른 사람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아무리 정다인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해도 정다인이 될 수는 없었고, 배윤제를 뛰어넘는 건 더더욱 불가능했다.어쩌면 그들이 다음 차례가 될지도 몰랐다.양지원은 상황이 바뀌자 곧바로 의견을 내놓았다.“배윤호 대표님, 저는 이미 저희 팀 직원들에게 경찰 조사에 전면 협조하라고 했습니다. 이 사건을 목격한 고객님들이 있어서 여론을 막는 건 불가능할 것 같으니 차라리 역으로 대응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얘기해 보세요.”배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양지원은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여기 있는 사람들 중 하율 씨가 크는 모습을 본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하율 씨 아버지의 인품이 어떤지는 잠시 제쳐 두더라도, 하율 씨가 어떤 성격인지는 다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누군가 강진철 씨 일을 의도적으로 들춰내지 않았다면, 여기 있는 사람들도 강진철 씨 이름을 들먹이며 함부로 하율 씨를 깎아내리지는 않았을 겁니다.”일부 사람들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양지원이 말을 이어갔다.“저는 하율 씨가 김혜은 씨를 죽였다고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나서서 강하율 씨를 감싸는 건 어떨까요? 적어도 호텔에서 직원을 감쌌다고 소문이 나는 것이 직원을 해고하기 위해 평가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요.”“하지만 만약 강하율이 정말로 김혜은 씨를 죽였다면요? 누가 감히 나서겠어요? 기씨 가문 사람이 한 얘기라는데 그 사람이 설마 거짓말을 했겠어요?”정다인은 사람들이 입장을 바꿀 것 같자 상황이 내키지 않아 직접 나서서 양지원의 말에 반박했다.또다시 적막이 흘렀다.배윤호는 객실팀 직원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이 강하율이 김혜은 씨와 사적으로 거래했다고 했죠?”“네...”“기씨 가문의 누가 그런 말을 하던가요? 제가 가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물론 제가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경찰에 알리면 경찰이 직접 조사할 테죠.”배윤호가 싸늘한 표정으로 그 직원을 바라봤다. 그의 새까만 눈동자가 당장이라도 그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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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배윤제가 강하율을 만나러 가겠다고 하자 정다인은 기분이 나빴다.비록 그녀도 강하율이 왜 김혜은에게 손을 썼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김혜은이 죽은 이상 강하율은 절대 빠져나갈 수 없었다.그런데 배윤제는 자신에게 불똥이 튈 수도 있는데 왜 굳이 강하율을 만나러 가겠다고 하는 걸까?“윤제 씨, 지금 기자들이 경찰서를 주시하고 있어요. 강하율 씨를 만나러 갔다가 사진이라도 찍히면 어떡해요?”배윤제는 테이블 쪽으로 걸어가서 술을 한 잔 따랐다. 그는 고개를 젖히고 술을 마시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찍히면 오히려 좋지. 배윤호는 강하율을 이용해서 좋은 평판을 얻을 생각이야. 그렇다면 나는 강하율이 범인이라는 걸 온 세상에 알린 뒤 그들에게 누가 이 일을 해결했는지를 알려주면 그만이야. 나는 강하율도 만날 거고, 호텔 경영권도 손에 넣을 거야.”그 말을 듣고 정다인은 흠칫했다.“윤제 씨, 강하율 씨를 이용해서... 하지만 강하율 씨가 거부한다면요? 살인은 심각한 범죄예요. 강하율 씨가 과연 그걸 받아들이겠어요?”사실 정다인은 배윤제가 강하율을 압박하길 바라고 있었다.죄를 인정한다면 강하율은 평생 범죄자로 비참하게 살아가야 할 테니 말이다.배윤제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강하율은 동의할 거야.”장천우가 곧바로 나섰다.“도련님, 회의 중에 어르신께서 소식을 보내셨습니다. 경찰 쪽에서 말하길 강하율 씨가 자백만 한다면 사건이 해결될 거라고 했다고 합니다. 강하율 씨에게는 반박할 증거가 없거든요.”“경찰에 김혜은 씨와의 일을 얘기했대?”배윤제는 강하율이 아무 이유 없이 김혜은을 찾아갔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장천우가 가까이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설탐정을 조사하던 사람들 말로는 강하율 씨가 김혜은 씨를 위해 조익현 씨 문제를 해결해 준 이유가 어머니 때문이라고 합니다.”“두 사람 사이에 뭔가 있었나 보네.”배윤제가 미간을 찌푸렸다.“강하율 씨 어머니와 기소정 씨 아버지가...”장천우가 배윤제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그 말을 들은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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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강하율 씨는 어쩌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의 미움을 산 걸까요?”배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도 양승아와 같은 생각이었다.“김혜은 씨가 강하율에게 하려던 말과 관련이 있을 거야.”말을 마친 배윤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가자. 배윤제가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을 때 기소정을 한번 만나봐야겠어.”...경찰서.강하율은 이렇게 깊이 잠들 줄은 몰랐다. 누가 흔들어 깨우지 않았다면 계속 잠을 잤을 것이다.“강하율 씨, 강하율 씨를 만나려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강하율은 비몽사몽인 상태로 일어나 안내에 따라 밖으로 나갔고, 곧 조금 더 넓은 방에 앉게 되었다.불빛이 몇 번 깜빡거리다가 문이 열렸다. 상대의 얼굴을 보기도 전에 강하율은 향수 냄새를 맡았다.아주 익숙한 향이었다.‘정다인.’강하율은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들어 보았다. 예상대로 그녀의 맞은편에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두 사람이 앉았다.‘미친 것들이 같이 찾아왔네. 나 없으면 둘이서 연애도 못 하는 거야?’강하율은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경찰을 바라봤다.“저는 변호사를 원했지, 커플을 불러달라고 한 적은 없는데요.”경찰이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배윤제 씨가 변호사를 데리고 왔습니다.”강하율은 의아했다. 배윤제가 그렇게 좋은 일을 할 리가 없었다.“왜 그래? 이제는 이 오빠도 믿지 않는 거야?”배윤제가 자기를 오빠라고 칭하는 것은 처음이었다.평소에 하지 않던 짓을 하는 걸 보니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게 분명했다.“오빠, 이 일은 변호사랑 얘기 나누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강하율이 그의 말에 맞춰 말했다.“급할 것 없어. 내가 다 얘기해 놓았어. 그러니까 우리끼리 조금 더 이야기할 수 있어.”배윤제는 옆에 앉은 정다인을 힐끗 바라봤다.정다인이 곧바로 음식을 내밀었다.“강하율 씨, 하율 씨가 아무것도 못 먹었을까 봐 윤제 씨가 걱정된다고 해서 특별히 가져온 거예요.”정다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일부러 머리를 넘기며 목에 걸린 새 목걸이를 보여줬다.이런 곳에서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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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불륜?강하율은 잠시 멍해졌다.그녀는 뒤늦게 배윤제가 자신과 어머니의 일을 조사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돈이 있고 권력이 있으면 역시 좋았다. 한때 그녀가 돈과 시간을 들여 조사했던걸, 배윤제는 말 몇 마디로 알아냈을 테니 말이다.강하율은 순간 분노가 치솟았다.“우리 어머니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강하율, 나는 내가 본 것만 믿어. 네 어머니랑 기소정 씨 아버지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고 있는 기씨 가문 사람들이 있어. 그 사람들이 나선다면 누가 너를 대신해 변명해 줄 것 같아? 그게 아니면 네 어머니의 명성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거야?”배윤제는 마치 낯선 사람의 이야기를 하듯이 굴었다.그의 눈빛에서 사업가로서 다른 사람의 목숨줄을 쥐었다는 흥분과 거만함이 보였다.강하율은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어렸을 적 그에게서 봤던 부드러운 모습을 찾아내려고 했으나 끝내 잡지 못했다.“오빠가 예전에 봤던 건 다 가짜라는 거예요?”“강하율,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야. 네 부모님은 네 앞에서만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 걸지도 모르지.”배윤제는 강하율의 부모가 위선적인 사람이라고 단정 지었다.강하율은 그 말을 듣더니 웃었다. 그것도 아주 크게.배윤제가 미간을 찌푸렸다.“뭘 웃는 거야?”“그런 말을 오빠가 하다니, 우습지 않아요?”강하율이 되물었다.“...”배윤제는 무엇을 떠올렸는지 안색이 아주 어두워졌다.두 사람 사이에 몇 분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배윤제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 그의 목소리는 아주 매정하고 차가웠다.“강하율, 네 엄마 일이 세상에 퍼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자백해. 그리고 사직해. 그러면 내가 이곳을 떠날 수 있게 도와줄게. 그리고 그때가 되면 네가 잘 지낼 수 있도록 다 알아서 해줄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하지 않아도 돼.”배윤제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빛이 부드러워졌다.강하율이 비아냥댔다.“배윤제 대표님, 취향이 참 독특하시네요. 정다인 씨랑 결혼한 뒤에 전 여자 친구를 내연녀로 삼으려고요? 심지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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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강하율은 배윤제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배윤제의 얼굴에 순간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그는 강하율의 얼굴에서 힘든 기색을 찾으려고 했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무심함뿐이었다.배윤제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기억을 잃었으면 좋겠다고? 나를 잊고 싶다는 거야? 그러면 누구를 기억하고 싶은데? 그게 누구냐고!”그의 목소리에 변호사가 깜짝 놀랐다.문제가 생길까 걱정된 변호사는 서둘러 그를 말렸다.“대표님, 진정하세요. 여기는 경찰서입니다.”변호사는 강하율을 바라보며 말했다.“강하율 씨, 대표님은 강하율 씨를 위해서 제안한 겁니다. 이 사건을 잘 해결하고 싶다면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져야 해요. 그러면 호텔의 평판도 지킬 수 있고 강하율 씨도 목숨을 지킬 수 있어요.”“그건 제가 사람을 죽였다는 전제가 있어야 성립하죠. 변호사니까 살인이 얼마나 무거운 죄인지 잘 아실 거 아니에요. 제가 제안을 받아들이는 순간, 강하율은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평생 배윤제 대표님에게 의지해 살아야 해요. 배윤제 대표님은 오늘도 저를 협박했는데 내일, 모레, 또는 그 이후에 저를 협박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있나요? 오늘 이곳에 온 것도 결국에는 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러서 저를 굴복시키기 위해서잖아요.”강하율의 말에 변호사는 말문이 막혔다.배윤제 역시 속내를 들키게 되자 몸이 굳어 버렸다. “강하율... 나는...”그러지 않을 거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강하율이 말했다.“앞으로도 계속 그러겠죠. 이미 그렇게 하고 있고요.”강하율은 무심한 얼굴로 차분하게 말했다.배윤제는 뭔가에 충격을 받은 것처럼 뻣뻣하게 몸을 돌린 뒤 문가로 걸어가서야 평소의 성질머리를 되찾았다.“이틀 줄게. 잘 고민해 봐. 그리고 그동안 경찰서에서 잘 반성하도록 해. 다음번에는 태도를 좀 바꿔야 할 거야. 그게 내가 너한테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관용이니까.”“...”강하율은 말없이 그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문득 예전에 배윤제와 사귀기로 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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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강하율은 아버지의 이름이 언급되자 자기도 모르게 움찔하며 눈앞의 경찰을 유심히 바라보았다.강하율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 경찰이 바로 예전에 강하율 아버지의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 중 한 명이라는 것을 말이다.다만 그때 그 경찰은 핵심적인 인물이 아니라 옆에서 보조 역할을 하던 사람이었다.아버지의 사건이 완전히 마무리되던 날, 밖에 있는 긴 벤치에 앉아 있던 강하율은 경찰들이 환호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누군가 목격자를 찾아낸 덕분이라고 하는 것도 들렸다.강하율의 직감이 말했다. 그 목격자를 찾아낸 경찰이 바로 눈앞의 이 사람이라고.“당신이었군요.”“그래요. 나도 몰랐어요. 강하율 씨와 강하율 씨 아버지를 모두 감옥에 보내게 될 줄은.”경찰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경찰다운 신중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강하율은 본능적으로 그 경찰이 아버지의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게 이상할 정도로 다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하지만 강하율은 겉으로 티를 내지 않고 차분히 대답했다.“증거는 있나요? 설마 증거도 없이 그냥 겁을 주는 건 아니시죠?”강하율은 그렇게 말하면서 몸에 걸치고 있던 코트에 있던, 배씨 가문을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진 단추를 보여줬다.조금 전 누군가 그녀를 만나려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강하율은 혹시라도 불필요한 문제가 생길까 봐 일부러 배윤호의 코트를 등 뒤로 숨겨 두었었다.그리고 다행히 배윤제에게 들키지 않았다. 만약 배윤제가 봤더라면 모욕적인 말들을 쏟아냈을 것이다.경찰은 코트를 힐끗 보더니 표정이 살짝 굳었다.“강하율 씨, 처신 잘하는 게 좋을 거예요.”“명심할게요.”강하율은 고개를 끄덕였다.경찰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고, 곧 다른 사람이 들어와 강하율을 다시 데리고 나갔다.강하율이 갇힌 뒤 주변은 완전히 조용해졌고, 서서히 정체 모를 두려움이 밀려왔다.강하율은 무의식적으로 몸에 걸친 코트를 더 꼭 여몄다. 코트에 남아 있는 배윤호의 체취를 느끼며 강하율은 눈을 감고 벽에 기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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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그럴 리가 없어요. 아빠가 그랬어요. 경찰서에서 준 부검 결과에는 엄마가 굴러떨어졌을 때 살아 있었다고요. 강하율 씨나 제가...”기소정은 말할수록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배윤호가 덤덤히 말했다.“만약 범인이 강하율 아니면 기소정 씨 둘 중 한 명이었다면 기소정 씨는 누굴 선택하실 거죠?”기소정은 입술을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버지의 말을 듣고 의심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나요?”“배윤호 대표님, 지금 저희 아빠가 저를 속였다는 거예요? 아빠는 우리 엄마랑 수십 년을 부부로 살았어요.”기소정은 전혀 믿지 않는 표정이었다.배윤호는 차갑게 말했다.“기소정 씨 아버지는 기소정 씨 어머니와 수십 년 동안 부부로 살았는데 강하율 어머니가 자기를 유혹했다고 했죠. 해외에 있는 기소정 씨 아버지의 사생아는 지금쯤이면 열 살쯤 됐겠네요.”“그... 그걸 어떻게...”기소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배윤호는 차분한 얼굴로 차를 한 모금 마시며 행동으로 자신이 이곳에 왔다는 건 이미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기소정은 목이 타서 차를 벌컥벌컥 마신 뒤 쓴웃음을 지었다.“저희 아빠가 왜 그런 짓을 하겠어요?”“기소정 씨가 어떤 수준인지 제가 직접 말해줘야 압니까? 기소정 씨는 능력이 없잖아요. 어머니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기소정 씨는 일찌감치 집안에서 쫓겨났을 겁니다. 기소정 씨에게 선택지를 준 것 같아도 사실 기소정 씨 아버지는 자신의 후계자를 위해 발판을 준비한 것뿐이에요.”배윤호는 싸늘하게 말했다.기소정은 이를 악물었다.“맞아요. 아빠는 저를 조종했어요. 하지만 잘못을 한 사람은 아빠예요! 아빠는 강하율 씨 어머니랑 바람을 피웠어요. 우리 엄마를 배신한 사람은 아빠라고요!”“하지만 기소정 씨 아버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돈이 있으니 잘 보이려는 여자도 많겠죠. 기소정 씨가 아버지는 자기 사업을 위해 기소정 씨를 조종했어요. 기소정 씨는 어땠나요? 조익현에게 속고, 이용당하고, 사회적으로 매장될 뻔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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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네.”배윤호는 그 말만 남긴 채 떠나버렸다.기소정은 천천히 닫히는 문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잠시 후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과 어머니를 오랫동안 돌봐 온 가사도우미 전미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아주머니, 혹시 엄마가 강하율을 만나러 가기 전에 무슨 말을 남기거나, 평소와는 다른 특별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나요?”전미현은 울먹이고 있었다. 김혜은의 죽음을 여전히 받아들이기 힘든 듯했다.“그런 건 없었는데요.”“잘 생각해 보세요.”기소정이 말했다.“참... 그러고 보니 사모님이 가장 좋아하시던 브로치 있잖아요. 아주 유명한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거 말이에요. 평소에는 매일 달고 다니셨는데 강하율 씨를 만나러 가시기 전에는 저한테 그걸 은행 금고에 보관해달라고 하셨어요.”“브로치요?”기소정은 모양을 바꿀 수 있는 어머니의 브로치를 떠올렸다.그 브로치에 박힌 다이아몬드는 전부 예전에 기소정의 아버지가 선물한 것이었다. 기소정의 어머니는 특별히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그것을 브로치로도, 목걸이로도, 팔찌로도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들었었다.다른 사람들은 옷에 맞춰 주얼리를 고르는데 기소정의 어머니는 브로치에 맞춰 옷을 골랐다. 심지어 매일 그것을 착용했다.기소정은 어머니가 아버지를 너무 깊이 사랑해서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상했다.“아주머니, 이 일은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마세요. 아버지한테도요.”“알겠어요.”전화를 끊은 뒤, 기소정은 은행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잡으려 했는데,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며 로비에서 누군가 기소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기소정은 입술을 살짝 깨물다가 결국 로비로 향했다.이 시간에 누가 그녀를 로비로 부른 건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 밖에는 소식을 알고 몰려든 기자들이 가득한 상황이었다.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을 보자 기소정은 잠시 흠칫했다.“배윤제 씨, 정다인 씨.”“앉으세요.”배윤제가 신사적으로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했다.정다인은 마치 새색시처럼 그의 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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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기소정은 배윤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미 많은 일을 겪어 본 경험자로서 기소정은 배윤제가 강하율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래서 그가 왜 강하율에게 그런 짓을 하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배윤제는 컵을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강하율은 아마 어머니를 위해서 기소정 씨 어머니를 찾아갔겠죠.”기소정은 멈칫했다.배윤제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그렇다면 강하율에게 어머니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도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그러니 강하율이 죄를 인정하게 할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그것은 바로 강하율의 어머니를 이용해 그녀를 협박하는 것이었다.기소정이 말했다.“좋은 방법이네요. 그런데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되지는 않으세요?”“...”배윤제는 미간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강하율은 자기 어머니가 기소정 씨 아버지와 불륜 관계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김혜은 씨와 말다툼을 벌였을 겁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실수로 김혜은 씨를 계단 아래로 밀어버렸겠죠. 한순간의 충동 때문에 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어요. 그러니 강하율이 벌받는 건 당연한 일이죠.”진실이 뭐든 상관없었다. 배윤제의 눈빛에는 짙은 소유욕만이 서려 있었다.배윤제는 강하율의 죄가 아닌, 강하율을 평생 새장에 가둘 핑곗거리를 얘기하고 있었다.기소정은 웃었다.“배윤제 씨가 저랑 같은 사람일 줄은 몰랐네요. 그러면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요.”둘 다 자신만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었다.배윤제가 되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배윤제가 되물었다.“별 뜻 없어요. 저는 처리할 일이 많아서 이만 가볼게요. 어쨌든 저는 피해자 가족이니까... 오늘 만난 일은 비밀로 하죠. 밖에 있는 기자들 입단속 잘 시켜서 절대 기사로 나오지 않게 해 주세요.”기소정은 그대로 돌아서서 떠났다.배윤제의 표정이 어두웠다. 그는 그제야 자신이 기소정을 과소평가했다는 걸 깨달았다.이번에 굳이 로비에서 그녀와 만난 이유는 밖에 있는 기자들이 두 사람의 사진을 찍게 하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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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안혜슬은 호기심에 강하율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런데 누가 조사하고 있는지 물어보려던 순간, 강하율이 입고 있는 코트에 달린 단추가 보였다.호텔에서 오래 일한 그녀는 당연히 배씨 가문을 상징하는 문양을 알고 있었다.안혜슬은 눈을 크게 뜨고 입을 틀어막은 채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혹시 배윤호 대표님이야?”“응.”강하율이 고개를 끄덕였다.안혜슬은 얼굴을 찌푸리며 잠시 말을 망설였다.“왜 그래?”“하율아, 사실 배윤호 대표님은 이틀 동안 호텔에 한 번도 안 오셨어. 그런데 어떻게 너를 도와준다는 거야? 오히려 배윤제가 회의를 두 번이나 열어서 우리한테 입단속을 시켰어. 누가 물어보면 이번 일은 호텔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해야 한다고 말이야.”“배윤제는 지금 누군가에게 압박을 주려는 거야. 그래도 상관없어. 곧 나갈 수 있을 테니까.” 강하율이 말했다.하지만 안혜슬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듯했다.“하율아, 너 정말 배윤호 대표님이 이런 일까지 도와줄 거라고 믿어?”예전에 안혜슬은 배윤호가 강하율을 조금 특별히 여긴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살인자로 몰린 마당에 배윤호가 정말 강하율을 도와주려고 할까?“응. 믿어.”말을 하고 나서 강하율은 잠시 당황했다. 생각해 보니 그녀는 그 사실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아마도 배윤호가 단 한 번도 그녀가 김혜은을 죽였다고 의심한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신뢰는 쌍방이었다.강하율은 시선을 들며 작게 말했다.“혜슬아, 너는 내 성격 알지? 한 가지에 몰아서 투자하는 건 위험한 일이야.”“역시. 나를 봤을 때 전혀 놀라지 않은 이유가 있었네. 뭔가 다른 수가 있는 거지? 말해 봐.”안혜슬은 거의 엎드리다시피 했다.강하율이 가까이 다가가서 말했다.“나 최근에 왜 내 기억이 사라졌는지를 줄곧 고민해 봤어.”“너도 기억을 잃은 거야?”안혜슬이 눈을 크게 떴다.“김혜은 씨를 만나러 갔을 때의 기억만 흐릿해. 이건 분명 문제가 있어. 그날 아침에 나는 내가 직접 만든 음식을 먹었어. 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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