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율은 당일 경찰서를 나섰다.서류에 사인하던 중, 생강차를 끓였던 요리사와 마주쳤다.걷는 모양새가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러웠다. 강하율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던 남자의 눈에 경악과 공포가 서렸다.강하율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내가 뭐 귀신이라도 되나?’“뭘 봐?”목소리의 출처를 따라 돌아보니, 어느새 배윤호가 뒤에 서 있었다.즉, 요리사가 겁에 질린 대상은 그녀가 아니라 이 남자였던 것이다.강하율이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요리사의 바짓가랑이 아래로 액체가 흘러나와 바닥을 흥건하게 적셨다.배윤호가 얼마나 무서우면 젊고 건장한 사내가 소변까지 지린단 말인가.그녀가 혀를 내두르려던 찰나, 커다란 손에 두 눈이 가려졌다.“보지 마. 정문에 기자들 깔렸으니까 쪽문으로 나가자.”강하율이 고개를 끄덕였다.“네.”대답을 마치고는 안혜슬과 함께 배윤호를 따라 쪽문으로 향했다.두 사람 사이의 묘한 기류를 눈치챈 안혜슬이 재치 있게 끼어들었다.“저... 배가 좀 고파서 뭐 좀 사 먹고 가려고 해요.”“하율아, 이따 집에서 봐!”그리고 강하율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이때 양승아가 차를 세우고 문을 열며 말했다.“어서 타세요. 기자들이 몰려오고 있어요.”강하율은 어쩔 수 없이 차에 몸을 실었다.돌아가는 길, 긴장이 풀리자 노곤함이 밀려왔지만 머릿속은 온통 의문으로 가득했다.“윤호 오빠, 그 요리사 찾아갔었어요?”“응.”배윤호가 무심하게 대답했다.“대체 뭐라고 했길래 바로 자수를 한 거죠?”“별말 안 했어. 몇 마디 일러줬을 뿐.”운전하던 양승아는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물론 사실이었다.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줬으니까.단호한 칼질로 힘줄을 끊어내고, 덤으로 남자구실 못 하게 할 직전에 간신히 멈췄다.자신이 모시는 상사는 그나마 강하율 앞이라서 말이 많은 편이지, 평소라면 입을 열 필요도 없었다.강하율은 당최 믿음이 가지 않았다. 배윤호의 잔혹한 모습을 직접 본 게 어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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