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율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배윤제가 방금 한 말은 분명 그녀를 겨냥한 것이었다.강하율이 입을 열기도 전에 정다인이 먼저 참지 못하고 나섰다.“배윤호 대표님, 사모님도 좋은 뜻에서 그러신 거예요. 그런 여자들을 심심풀이로 잠깐 만나시는 건 괜찮지만 솔직히 결혼은 무리잖아요.”걱정해서 하는 말 같지만 사실은 임현서를 은근히 깎아내리는 말이기도 했다.아직 결혼하기도 전인데 정략결혼 상대에게 벌써 다른 여자가 있으니, 설령 진짜 결혼하게 되더라도 임현서는 마음고생을 하게 될 것이다.강하율은 그 말을 듣고 자신이 끼어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강하율이 입을 열지만 않는다면 더 이상 그녀에게 불똥이 튀지는 않을 것이다.그리고 정다인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었다. 재벌가 사람들이 바람을 피우는 건 자주 있는 일이었고, 굳이 그걸 까발리지 않는다면 다들 사이 좋은 부부를 연기하며 살았다.심지어 그게 잘못된 거라는 자각도 없었다.그건 배윤제도 마찬가지였다.배윤제는 정다인을 위해서라면 강하율을 처참히 짓밟을 수 있을 정도로 정다인을 사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강하율이 자신의 애인으로 살기를 바랐다.그렇다면 배윤호는 어떨까?갑자기 떠오른 의문에 강하율 본인도 깜짝 놀랐다.예전에는 배윤호의 이름도 떠오르지 않았는데 지금은 배윤호의 마음을 궁금해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강하율이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배윤호의 낮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어린 나이에 경험이 그렇게 많은 줄은 몰랐네. 배윤제가 그동안 많이 섭섭하게 했나 봐.”“저... 아니에요. 저랑 윤제 씨는 사이가 아주 좋아요.”“그렇겠지. 어차피 그 남자들이랑 결혼할 것도 아니니까.”“그게 아니라...”정다인은 말을 이어갈수록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그녀는 이런 순간마다 습관처럼 배윤제를 바라봤다.그리고 배윤제는 정다인의 기대에 부응하듯 곧바로 나서서 그녀를 감쌌다.“형, 나랑 다인이는 사이가 좋아. 게다가 다인이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잖아. 형은 예전에 호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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