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Chapter 381 - Chapter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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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화

안혜슬은 턱 부근을 가리키며 말했다.강하율은 당황했다.“역시 살아있었네. 게다가 다른 딸도 있었다니.”“다른 딸이라니. 이 사람에게는 딸이 한 명뿐이야. 이 사람 딸이 자기가 외동딸이라고 했어.”안혜슬이 대답했다.“그렇다면 그때 시신을 확인하러 왔던 아내랑 딸은 누구지?”“뭐야? 너무 이상한데? 설마... 그 시신이 이 사람이 아니었던 거 아니야?”“그게 무슨 말이야?”강하율은 안혜슬이 그런 부류의 드라마와 책을 읽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안혜슬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드라마를 보면 새로운 신분으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시신을 가져와서 불태우거나 알아볼 수 없게 만든 뒤에 죽은 척하는 경우가 있어.”“그렇긴 하지. 하지만 경찰 측에서 DNA 검사도 하고 가족들이 시신을 확인하기도 했어. 그건 조작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그건 아니지. 잘 생각해 봐. 너는 경찰서에서 나쁜 경찰한테 시달렸었잖아. 진짜 시신을 바꿔치기 했다면 그 사람 가족들에게 돈을 주고 그 사람이 맞다고 하라고 했을 수도 있지. 그 사람들이 돈을 받고 자기 가족이 맞다고 우기면 끝이니까. 어차피 시신은 마지막에 화장해버리면 그만이잖아.”“...”강하율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안혜슬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말했다.“시신을 바꿔치기했다고?”안혜슬이 고개를 끄덕였다.강하율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일단 일 보러 가. 나도 가볼게.”“그래.”강하율은 다급히 위층으로 올라가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그 사실을 배윤호에게 말해야 할지 고민됐다.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라 괜히 그의 시간과 힘을 낭비하게 되는 건 아닐까 싶었다.그런데 그때 마침 배윤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호텔에 도착했어?”“네.”강하율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하고 싶은 말은 없어?”배윤호가 물었다.강하율은 문득 어젯밤의 입맞춤이 떠올라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없는데요. 혹시 저한테 무슨 할 말 있어요?”배윤호처럼 말수가 적은 사람이라면 별말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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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무사히 이틀이 흘러갔다. 강하율의 주변도 마치 비가 그치고 날씨가 화창해지는 것 같았고, 병원에 있는 양지원도 호전되는 기미를 보였다.강하율은 오늘 안혜슬과 함께 혜운대에 가기 위해 어제 기숙사에서 잤다.아침 일찍 외출하려고 하는데 안혜슬이 봉투를 들고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다.“하율아, 그렇게 입고 혜운대에 가려고? 비록 혜운대에 부잣집 자제들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너처럼 성숙하게 입고 다니는 사람은 없을걸? 얼굴은 분명 동안인데 옷은 왜 이렇게 나이 들어 보이게 입어?”“네 언니라고 하면 안 돼?”“안 돼. 너 그러고 가면 엄청 눈에 띌걸? 학생들이 너처럼 성숙한 누나 같은 스타일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러니까 우리...”안혜슬이 봉투를 흔들어 보였다.사실 강하율은 안혜슬이 두 사람 모두 대학생처럼 보이게 꾸미려고 하는 줄 알았다.그런데 막상 옷을 입고 나니 자꾸 정전기가 생겼다.“정전기가 너무 심한데?”강하율은 손바닥을 비볐다. 치마를 입은 것뿐인데 벌써 두 번이나 정전기가 생겼다.“대학생이니까 이런 치마를 입어줘야지. 이런 재질은 원래 정전기가 잘 생겨. 그리고 무리에 섞여야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 아니야.”“그런데 이거 자꾸 다리에 붙는 것 같은데? 내가 대학교에 다닐 때는 안 이랬던 것 같은데.”강하율은 조윤서가 키워서 의식주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었다.조윤서는 매달 좋은 옷을 몇 벌씩 사 주었고, 질 좋은 옷은 쉽게 망가지지도, 정전기가 생기지도 않았다. 그래서 강하율은 몇 년 동안 옷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그때와 달리 위아래 모두 폴리에스터 재질의 옷을 입으니 정전기가 너무 심했다.“뭐가 걱정이야. 적어도 속옷은 순면이잖아. 정전기로 죽지는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 이따가 스타킹에 핸드크림 좀 바르면 다리에 안 달라붙을 거야.”“역시 너는 대단해. 얼른 줘. 머리카락이 다 쭈뼛 솟는 기분이야.”강하율은 핸드크림을 짜달라는 의미로 손을 뻗은 뒤 거의 온몸에 핸드크림을 발랐다.안혜슬은 붕 떠오른 머리를 눌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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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안혜슬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은... 배윤호 대표님이 적극적이라는 거지?”“비밀이야. 가자.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면 정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게다가 나 승진한 지 얼마 안 됐잖아.”강하율은 배윤호의 마음을 중요시하는 것이지, 굳이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그런데 저 차는 누가 봐도 비싼 차잖아. 저런 차가 대학교 앞에 나타난다면... 자식을 데리러 온 부모님이 아니면 그거라고 생각할걸? 너랑 배윤호 대표님은 누가 봐도 부녀 사이 같지는 않은데.”“그거라니. 그게 뭔데? 아... 알겠어.”그런 경우는 대학교에서 종종 보였다.대학생과의 원조 교제는 누가 맞고 틀리고를 따지기가 힘들었고, 강하율도 굳이 판단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배윤호의 차는 확실히 눈에 너무 띄었다.강하율은 빠르게 다가가 창문을 두드렸다.“오빠, 이 차는 너무 비싸요. 우리 그냥 택시를 타고 가요.”“앞에 양승아가 운전하는 차가 있어. 너는 그 차를 타.”배윤호가 앞쪽을 가리켰다.강하율은 그제야 눈에 띄지 않는 차 한 대를 발견했다.그녀는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하하, 알겠어요. 그러면 저희는 저쪽으로 가볼게요.”말을 마친 뒤 강하율은 안혜슬의 손을 잡아끌며 앞으로 걸어갔다.그녀가 차에 타려는 순간, 배윤호가 뒤따라와서 차에 탔다.강하율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오빠, 오빠는...”“맞아. 너한테 이 차를 타라고 했지, 나는 이 차를 안 탄다고는 안 했어. 뒤에 차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따라올 거야.”배윤호가 차에 타자 안 그래도 작은 차가 더 비좁아진 느낌이 들었다.안혜슬은 눈치가 빨라서 빠르게 조수석으로 이동했다.“저는 여기 앉을게요.”잠시 후 차가 출발했다.배윤호는 안혜슬을 힐끗 보며 말했다.“안혜슬 씨가 본 걸 말해봐요.”안혜슬은 몸을 돌리며 기억을 더듬었다.“하율이한테 물어봤는데 확실히 그 사람이 맞아요. 얼굴은 닮을 수 있어도 흉터까지 비슷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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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양승아는 배윤호를 바라봤다.“대표님, 혹시...”“못 본 사이에 성격이 좀 바뀌었네.”배윤호가 덤덤히 말했다.강하율은 그 말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왜요? 그 교수님에게 뭔가 특이한 점이 있는 건가요?”“그분은 대표님 지인이에요. 엄격하기로 유명하죠. 그리고 절대 특정 학생을 지목해서 질문을 하지 않아요.”양승아가 설명했다.“왜요?”강하율이 물었다.“맞아요, 왜요?”안혜슬도 궁금해했다.양승아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그분 얼굴 못 봤어요? 그분은 전에 한 여학생이 한 질문에 대답해 줬다가 고백받았고, 그 일이 있은 이후로 학생을 성희롱했다고 고소까지 당했어요. 대표님의 다른 지인이 나서서 겨우 사태를 해결했죠. 그 뒤에는 트라우마가 생겨서 전부 이메일로만 답변하세요.”“봤죠. 잘생겼던데요. 얼굴은 점잖게 생겼던데 완전 독설가더라고요. 그런 교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니 놀랍네요. 보통은 눈도 못 마주치지 않아요?”“음... 맞죠.”양승아는 웃으며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강하율도 그 사람의 외모가 조금 궁금해졌다.배윤호가 덤덤히 말했다.“사람은 좋은데 인간관계를 처리하는데 좀 서툴러. 이번에는 그 사람 도움을 받아서 이 남자에 대해 알아볼 생각이야.”“역시 오빠 지인답네요.”강하율이 장난스럽게 말했다.“...”배윤호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학교.차가 주차장에 멈춰 섰다.배윤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말했다.“너희는 일단 돌아보고 있어. 나는 지인 좀 만나고 올게. 잠시 뒤에 도서관 앞에서 보자.”“네.”강하율은 안혜슬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이렇게 마음 편히 돌아다니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안혜슬이 물었다.“나는 네가 대표님을 따라가서 대표님 지인을 만날 줄 알았는데, 왜 그러지 않은 거야?”“대표님이 그 사람한테 내 얘기를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내가 갑자기 찾아가게 되면 마치 상품처럼 평가받을 것 같아. 나는 그런 기분이 싫어. 그리고 내가 없어야 두 사람도 오랜만에 편히 얘기를 나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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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칭찬 고마워.”강하율이 말을 마치자마자 카페 아르바이트생이 커피를 가져다주었다.두 사람이 장유민을 보고 있는 걸 눈치챈 아르바이트생이 중얼거렸다.“저 사람 보는 거죠?”강하율은 시선을 들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옷을 되게 잘 입는 것 같아서요.”안혜슬은 눈알을 굴리며 재빨리 맞장구쳤다.“맞아요. 가방도 엄청 예뻐요.”“어디서 난 돈으로 산 건지는 모르겠지만요.”아르바이트생이 입을 삐죽였다.“네? 설마요.”안혜슬이 혀를 차며 말했다.“사실 저도 학생 신분에 저렇게 비싼 가방을 사는 건 좀 힘들다고 생각해요.”강하율이 의아한 얼굴로 쳐다보자 안혜슬은 눈짓으로 신호를 보냈고, 강하율은 그 눈빛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르바이트생은 안혜슬도 장유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건지 말문이 트인 것처럼 얘기를 이어갔다.“쟤를 데려다주는 그 늙은 남자가 진짜 아빠인지 아닌지 모르겠어요.”“설마 아빠인 척하는 건 아니겠죠? 학생들은 몰라도 교수님들은 알 거 아니에요.”안혜슬이 의문을 제기했다.아르바이트생은 장유민을 힐끗 보더니 코웃음을 쳤다.“사실 쟤 우리 기숙사 옆 방에 살거든요. 쟤 룸메이트 말을 들어 보니까 가족 얘기만 나오면 아빠 얘기만 한대요. 그래서 다른 애가 엄마에 관해 물으니까 엄마가 돈이 엄청 많다고 했대요. 사실 쟤도 돈이 충분히 많아 보이잖아요. 우리도 그걸 다 알고 있는데 굳이 그런 얘기를 할 필요는 없죠. 그 뒤에 애들이 쟤한테 엄마가 누구냐고 물으니까 갑자기 화를 냈대요. 엄마가 누구냐고 물어봤다고 화를 낸다니, 이상하지 않아요? 그래서 다들 그 남자가 쟤 아빠가 아닐 수도 있다고 의심하는 거예요.”그 말을 들은 강하율은 아르바이트생이 질투심 때문에 근거 없는 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게다가 그들은 이미 장유민과 그 남자가 부녀 사이라는 걸 확인한 상태였다.강하율은 안혜슬에게 그만하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안혜슬은 오히려 더 신이 난 듯 말을 이어갔다.“그거는 그냥 억측 아닌가요? 그게 사실이라면 애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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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강하율의 말이 꽤 마음에 들었던 건지, 이효정은 빠르게 조사를 진행했다.그러나 조사 결과에 이효정은 조금 의아해졌다.[하율 씨, 내가 조사해 봤는데 누군지 알 수가 없네. 자료가 전부 비공개야. 예사 인물이 아닌 것 같아.][알겠습니다. 감사해요, 사모님.]강하율은 그 결과를 안혜슬에게 전했다.안혜슬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겨우 가방 하나 사는데 그렇게 조심스럽게 군다고?”안혜슬의 말대로였다. 가방 하나 사는데 그렇게까지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두 사람 앞에 커피 두 잔이 더 놓였다.시선을 드니 남학생 두 명이 웃으며 자리에 앉고 있었다.“저희가 쏘는 거예요.”강하율은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를 바로 이해하고 서둘러 거절했다.“괜찮아요. 저희는 이걸로 충분하거든요. 너무 많이 마시면 잠이 안 와서요. 마음만 받을게요.”안혜슬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이건 두 분이 드세요.”두 사람 모두 거절했으나 남학생들은 그들의 거절을 받아들이지 않고 커피를 다시 두 사람 앞에 놓았다.“선물로 드린 건데 다시 돌려받을 수는 없죠. 그것도 미인들에게 선물로 드린 건데.”남자는 체면을 중요시한다는 걸 안혜슬도, 강하율도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근처에 다른 학생들도 있어서 만약 두 사람이 또 한 번 거절한다면 남학생들도 난감해질 것이다.그리고 안혜슬은 강하율과 배윤호가 곧 사귈 거라고 생각해서 강하율을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커피를 받으며 말했다.“고마워요. 하지만 제 친구는 그냥 저랑 같이 커피를 맛보러 온 거고 평소에는 커피를 안 마셔요. 카페인이 잘 안 맞아서 많이 마시면 컨디션이 안 좋아지거든요.”안혜슬이 에둘러 거절했다.두 남학생은 꽤 잘생긴 편이었고 후드티를 입고 있었으며 모자까지 쓰고 있어서 활력 넘쳐 보였다.주변 사람들 시선을 보니 대학교에서 꽤 유명한 사람들인 듯했다.안혜슬은 커피를 받으면 그걸로 끝날 줄 알았는데 두 남학생은 여전히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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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주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자 두 남학생은 자신감이 생긴 건지 그중 한 명이 손을 뻗어 안혜슬의 휴대폰을 낚아채려고 했다.“들었죠? 내가 준 커피를 받았다는 건 내 제안을 받아들인 거예요. 이제 와서 거절하려고 하다니, 설마 김치녀예요?”안혜슬은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지금 김치녀라고 했어요? 내가 겨우 몇천 원짜리 커피를 얻어먹고 싶어서 그랬다는 거예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게다가 온몸에 짝퉁을 두르고 있으면서 무슨 낯짝으로 그딴 소리를 하는 거죠? 우리 말고 저 여자가 그쪽이랑 생각이 잘 맞는 것 같은데 저 여자한테 그딴 수작을 부리지 그래요?”안혜슬은 비록 가난하지만 호텔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모두 명품을 두르고 다니는 재벌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두 남학생이 입고 있는 것들이 전부 짝퉁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봤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김치녀 맞잖아요!”남학생들은 정곡을 찔리자 화를 냈다.남학생이 다시 손을 뻗어 안혜슬의 휴대폰을 빼앗으려고 하는 순간 강하율이 막으려고 했는데 누군가 그녀보다 먼저 움직였다.남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남학생의 손목을 비틀었다.남학생은 남자를 보자마자 마지못해 인사를 건넸다.“교수님.”“너희들, 학교가 여성을 희롱하라고 있는 장소 같아? 너희 학과 교수님들한테 얘기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나해준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학생이라서 그런지 교수의 말 몇 마디에 겁을 먹고 사과를 한 뒤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안혜슬은 남자를 보고 흠칫했다.‘이 사람이 왜 여기 있는 거지?’강하율은 이상함을 눈치채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교수님이라고? 설마 저 사람이...”안혜슬은 고개를 끄덕인 뒤 머쓱한 얼굴로 나해준을 바라봤다.“그... 감사합니다.”나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의는 있지만 표정은 차가웠다.안혜슬이 뭔가 더 말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교수님.”안혜슬과 강하율은 소리가 난 곳을 바라봤다. 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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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안혜슬은 나무 옆에 서서 카페 쪽을 바라봤다.“대표님, 두 분 친한 사이였어요? 설마... 마임 연극 보다가 친해지신 거예요?”둘 다 말수가 굉장히 적은데 대체 어떻게 소통한단 말인가?강하율은 팔꿈치로 안혜슬을 쿡 찔렀다. 안혜슬은 꽤 대담했다.오늘은 출근날이 아니라서 그런지 배윤호도 평소만큼 차갑지는 않았다.“어렸을 때부터 알던 사이에요. 평소에는 텔레파시로 소통해요.”“...”안혜슬은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레져서 배윤호와 강하율을 번갈아 보았다.안혜슬은 강하율이 아주 좋은 남자를 만났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무자비하다고 알려진 배윤호가 평소에 어떤 식으로 애정 표현을 할지 상상이 갔다.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나해준이 다가왔다.“가자. 내 사무실은 이 근처에 있어.”“네. 좋아요.”강하율이 예의 바르게 말했다.나해준이 강하율을 힐끗 바라봤다.“강씨 가문 딸은 누구야?”“저예요.”“그럴 줄 알았어.”나해준은 덤덤히 대꾸한 뒤 몸을 돌려 앞서 걸었다.강하율은 어리둥절했다.‘그럴 줄 알았다니.’배윤호가 강하율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신경 안 써도 돼.”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책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고 심지어 바닥에도 책이 놓여 있었다.책들이 바닥을 꽉 채우고 있었는데 그래도 다행히 사람 한 명이 걸어 다닐만한 길은 있었다.강하율과 배윤호, 안혜슬은 한 명씩 안으로 들어간 뒤 겨우 자리를 마련해 의자에 앉았다.나해준은 좋은 찻잎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가 차를 우리자마자 향긋한 냄새가 사방으로 펴지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나해준은 서랍 안에서 자료를 꺼내 그들에게 건넸다.“이건 장유민의 자료야. 꽤 흥미로운 내용이 있더라고.”배윤호가 자료를 건네받아서 펼쳐 봤다.“어머니가 있는데... 누구인지는 적지 않았네.”“응. 학교에 확인해 봤는데 장유민이 이 학교에 올 수 있었던 건 걔 부모가 학교 연구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기 때문이래. 그리고 전공도 크게 문제 될 게 없어서 학교에서 예외적으로 받아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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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나해준이 입을 열려는 순간, 배윤호가 먼저 남수미를 가리켰다.“이 사람부터 조사해 보자.”“왜요? 장유민이랑 닮은 것도 아닌데요.”강하율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내 직감이야. 이 사람은 김혜은 씨랑도 사이가 꽤 좋았어. 그리고 김혜은 씨가 죽은 뒤에는 이 사람이 계속 남몰래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었지. 뭔가 걱정하는 것처럼 말이야.”배윤호가 분석했다.강하율은 배윤호의 말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상류층 일은 배윤호가 그녀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나해준은 배윤호를 한 번 보더니 말했다.“임현서가 요즘 좀 수상해. 맞선을 보고 다니더라고.”“임현서 씨는...”강하율은 무심코 배윤호를 바라봤고, 배윤호는 강하율을 보며 물었다.“뭐?”강하율은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배윤호가 계속해 말했다.“임씨 가문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네. 형은 여기서 계속 지켜봐줘. 만약 장유민의 부모가 나타난다면 바로 나한테 연락해.”“응. 시간도 늦었으니 같이 식사할래? 레스토랑은 내가 예약해 뒀어.”나해준이 시계를 보며 말했다.“그래.”배윤호는 짧게 대답했다.잠시 뒤 그들은 대학교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평소 식욕이 왕성하던 안혜슬은 오늘따라 입맛이 없는지 젓가락질을 몇 번 하다가 나해준을 힐끗거렸다.강하율은 그 사실을 대놓고 얘기할 수는 없어 몰래 안혜슬에게 문자를 보냈다.[왜 나해준 씨한테서 눈을 못 떼는 거야?]콜록콜록.안혜슬은 사레가 들려 기침을 몇 번 하다가 입을 닦고 휴대폰을 들었다.[그냥 궁금해서. 교수가 되기에는 너무 젊지 않아? 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된 걸까?][아까 양 비서님한테 몰래 물어봤는데 배윤호 대표님보다 두 살 더 많대. 네가 두 살만 더 어렸어도 삼촌이라고 불러야 했을걸.][알겠어. 나보다 한참 어른이니까 공경해야겠네. 예전에 나한테 독설을 퍼부은 건 사실이지만 그냥 넘어가 줘야겠어.]안혜슬이 답장을 보냈다.[사실은 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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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콜록콜록.강하율이 기침을 했다.안혜슬은 결코 그렇게 대담한 성격이 아니었고 평소에는 오히려 매우 조심스러운 편이었다.장유민의 태도에 단단히 화가 나서 그런 걸까?강하율은 나해준이 불쾌한 기색을 드러낼까 봐 걱정이 되어 배윤호를 바라봤다. 그녀는 배윤호가 나서서 분위기를 풀어주기를 바랐다.그러나 배윤호는 조금 더 지켜보라는 듯이 강하율을 향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다음 순간, 나해준이 새우를 먹었다.“고마워.”장유민뿐만 아니라 안혜슬조차 놀랐다.그녀는 나해준이 진짜로 먹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녀는 그저 장유민의 성질을 긁으려고 일부러 그런 것뿐이었다.장유민은 너무 얄미웠다. 그들은 가만히 있는데 뭐에 긁혔는지 혼자 계속해 비아냥대며 그들을 비꼬니 말이다.그리고 안혜슬은 나해준이 새우를 먹을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독설을 내뱉던 그 남자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나해준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말했다.“장유민 학생, 뭐 볼일이라도 있어? 없으면 이만 가봐도 될 것 같은데. 나는 친구랑 따로 얘기를 나눠야 해서 말이야.”장유민의 얼굴에 순간 경련이 생겼다.“네. 그러면 저는 이만 가볼게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몸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안혜슬은 나해준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려고 했는데 나해준이 손을 닦으면서 먼저 말했다.“공부는 잘하는 편이 아닌데 새우는 잘 까네.”“저는...”안혜슬은 화가 나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잠깐 나해준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게 후회되었다.“제가 공부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니요? 저는...”“나는 네가 대학교에 가지 못한 이유에는 관심이 없어. 하지만 계속 그런 식으로 공부한다면 기껏해야 공부 벌레밖에 되지 못해. 큰 의미가 없다고.”나해준이 말했다.“...”안혜슬은 나해준의 말에 차마 반박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죄 없는 새우만 쿡쿡 찔렀다.강하율이 안혜슬의 편을 들었다.“혜슬아, 일하면서 공부까지 하는 건 원래 힘든 일이잖아.”이때 배윤호가 화제를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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