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기억을 잃은 척할 때는 언제고: Chapter 61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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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얼음은 많고 술은 적었다.배윤호는 그녀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강하율은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다가 마침 배윤제가 준 연고를 발견했다.그녀는 망설임 없이 연고를 옆에 있던 쓰레기통에 버린 뒤 바텐더를 바라보며 말했다.“괜한 얘기 하지 말아요.”“네. 술 마실 거예요? 이제 퇴근이잖아요.”바텐더가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얘기는 꺼내지 말아요. 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짜증 나 죽겠으니까요.”강하율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떴다....10분 후, 배윤제는 정다인을 달래 놓고 강하율을 찾으러 돌아왔다.강하율은 그를 보면 아마 화가 다 풀릴 것이다.그러나 배윤제가 바 안으로 들어가 보니 손님들만 있을 뿐 강하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미간을 찌푸린 배윤제는 우연히 쓰레기통 속 하얀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그것은 그가 강하율에게 준 연고와 너무도 비슷했다.‘말도 안 돼.’강하율은 그가 준 물건을 무척 아끼는 사람이니 절대 연고를 버릴 리가 없었다.배윤제가 확인하러 다가가려는 순간 바텐더가 나타났다.“대표님, 술 드시게요?”배윤제가 물었다.“강 팀장은요?”강하율의 당부를 떠올린 바텐더가 웃으며 대답했다.“클라이언트가 불러서 가셨어요.”배윤호도 이 호텔에 머물고 있으니 클라이언트라고 할 수 있긴 했다.“따로 저한테 남긴 말은 없었어요?”배윤제가 물었다.“네. 꽤 급하게 가셔서요.”“그래요.”배윤제가 돌아서자 바텐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잔을 정리하던 다른 직원이 다가왔다.“강 팀장님 아까 어떤 남성분이랑 같이 떠나지 않았나요?”배윤제는 미간을 찌푸렸다.“남자요? 누구랑 같이 갔는데요?”직원은 고개를 저었다.“그건 모르겠어요. 교대할 때 뒷모습만 봤는데 주차장에서 강 팀장님을 기다리겠다고 했어요.”직원이 말을 끝맺었을 때 배윤제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바텐더는 직원의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너 큰 사고 친 거야.”...주차장.배윤제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우산을 쓰고 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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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강하율은 자신이 아주 무난한 질문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배윤호는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강하율은 혹시 실례가 됐을까 봐 빠르게 말을 바꾸었다.“농담이에요. 요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그 작업 멘트 있잖아요. 대표님은... 아마 모르시겠죠.”배윤호처럼 바쁜 사람이 그런 밈을 알 리가 없었다.강하율이 안도하려던 순간, 배윤호가 갑자기 강하율의 허리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고 그로 인해 손바닥의 온기가 옷감 너머 피부에까지 전해졌다.“작업 멘트? 음.”배윤호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덤덤히 말했다.강하율은 당황했다.둘 사이가 너무 가까워서인지 서늘한 공기 속에 다른 기운이 섞여 있는 것만 같았다.그리고 그 기운이 점점 퍼져나가는 것만 같아 강하율은 어디를 봐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때 갑자기 등 뒤에서 기침 소리가 들렸다.“대표님, 차가 도착했습니다.”강하율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배윤호를 밀어내고 본능적으로 그와 거리를 벌렸다.배윤호는 손안이 허전해지자 차가운 눈빛으로 양승아를 바라봤고, 양승아는 그의 시선에 하마터면 우산을 떨어뜨릴 뻔했다.‘큰일이야. 내가 망쳤나 봐.’“대, 대표님. 일기예보에 따르면 곧 폭우가 쏟아질 거라고 합니다.”배윤호는 고개를 끄덕인 뒤 강하율을 바라보았다.“타.”강하율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를 따라 차에 올랐다.자리에 앉고 나서 몸을 만져보니 옷이 하나도 젖지 않았다. 게다가 차 안의 히터 덕분에 몸이 굉장히 편안했다.그러나 배윤호가 옆자리에 앉는 순간 갑자기 압박감이 느껴져서 그를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강하율은 배윤호를 몰래 훔쳐보았다. 창밖의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잘게 부서진 빛이 배윤호의 얼굴 위로 내려앉았고 그의 까만 눈동자는 평소보다 더 어두워 보였다.그리고 늘씬한 손가락으로 어깨 위 빗방울을 털어내는 모습은 고귀하면서도 냉담해 보였다.강하율은 그의 손을 보다가 문득 자신이 술에 취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그때 배윤호는 움직이지 말라고 했었다.어디를 움직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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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이런 상황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강하율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수십억짜리 차의 성능도, 억대 연봉을 받는 비서의 운전 실력도 믿을 수가 없었다.강하율은 감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이때 배윤호가 강하율을 내려다보면서 덤덤히 말했다.“아파서 그래?”“아니요. 대표님은 안 아프세요?”강하율이 예의 바르게 물었다.“아파.”“...”‘응?’그의 가슴에 부딪쳤을 때 마치 철벽에 부딪친 것처럼 느껴졌는데 아프다니.강하율은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양승아가 몸을 돌려 말했다.“대표님,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지금 내려가는 건 위험할 것 같습니다.”“일단 별장으로 돌아가.”“네.”옆에 앉아 있던 강하율은 차마 반박하지 못했다. 배윤호와 부딪쳐서 그를 아프게 한 입장이니 말이다.혹시라도 계속 내려가다 사고라도 난다면 그녀로서는 감당할 수 없었다.강하율이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손바닥에 촉촉한 감촉이 느껴졌다.그제야 강하율은 배윤호의 소매가 전부 젖어 있다는 걸 눈치챘다. 검은색 정장이라 눈에 띄지 않았을 뿐이었다.강하율은 흠칫하며 조금 전 자기 쪽으로 기울어졌던 우산을 떠올렸다.비가 그렇게 세게 내리는데도 그녀가 전혀 젖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그런데 배윤호는 왜 그렇게까지 한 걸까?그 이유를 깨닫기도 전에 강하율은 배윤호를 따라 별장에 도착했다.배윤호는 자연스럽게 재킷을 벗었다.강하율은 그의 소매만 젖은 줄 알았는데 사실은 몸의 반이 다 젖어 있었다.흠뻑 젖은 검은 셔츠가 몸에 달라붙어 그의 탄탄한 근육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오히려 옷을 다 입고 있어서 금욕적이면서도 위험하게 느껴졌다.배윤호가 손을 들어 셔츠 단추를 풀자 강하율은 즉시 몸을 돌렸다.“대표님, 일단 돈을 돌려드리고 혼자 내려가겠습니다. 저는 방해하지 않을 테니 푹 쉬세요.”“그건 안 될 것 같은데.”배윤호의 목소리에서 서늘함이 느껴졌다.“왜 안 되죠?”몸을 홱 돌린 강하율은 배윤호가 셔츠 단추를 전부 풀고 타월로 몸을 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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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강하율은 그렇게 말하고 바로 후회했다.그러나 그녀가 번복하기도 전에 양승아가 다가가 그녀의 손에서 계약서를 가져가며 말했다.“정말 잘됐네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네, 맡겨만 주세요.”강하율은 재빨리 소파 뒤쪽으로 걸어가 소파 등받이를 가리켰다.“대표님, 여기 기대앉으시면 됩니다.”배윤호가 소파에 몸을 기댔다. 배윤호는 앞에서 봤을 때도 충격적으로 잘생겼는데 고개를 살짝 쳐들고 팔은 팔걸이에 놓고 나른한 자세를 하니 그의 모든 몸 선이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왔다.강하율은 순간 얼굴이 빨개지더니 어디를 봐야 할지 몰라서 갈팡질팡했다.배윤호는 시선을 들어 강하율을 바라보았다.“더워?”“아, 아니요! 안 더워요. 바로 시작할게요.”강하율은 깊이 숨을 들이마신 뒤 배윤호의 머리에 집중했다.그러나 그의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이 오가자 얼굴이 더 뜨거워졌다.머릿결이 너무 부드러웠다.열심히 해주려고 하다 보니 강하율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남자의 숨소리가 더 잘 느껴지자 강하율은 그제야 자신이 그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깨달았다.배윤호가 미간을 찌푸렸다.강하율은 배윤호가 두통 때문에 그러는 줄 알고 황급히 이마에서 시작해 귀 뒤로 내려가며 부드럽게 눌러준 뒤 귓불까지 만져주었다.그 순간 배윤호는 온몸이 굳었고 단번에 강하율의 손목을 잡았다.“됐어.”배윤호의 목소리가 약간 갈라졌다.강하율은 손을 뺐을 때 그의 귓불이 조금 빨개진 걸 본 듯했는데 다시 확인해 보니 평소와 다름없었다.양승아는 그 모습을 보고 농담하듯 말했다.“강하율 씨, 손놀림이 꽤 능숙하신데 평소에 자주 연습하시는 건가요?”“아...”강하율은 조금 난처해졌다.그녀가 마지막으로 머리를 마사지해 준 남자는 배윤제였기 때문이다.배윤제가 처음 배진 그룹에서 일하게 됐을 때는 접대가 잦았고, 술을 마시면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그래서 강하율은 그를 위해 일부러 마사지를 배웠었다.그렇게 잠시 정적이 흘렀다.뭔가를 깨달은 양승아는 배윤호의 어두워진 안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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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양승아가 말했다.“강하율 씨, 오늘은 여기서 쉬고 가세요.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올 필요도 없잖아요.”“아니...”탁 소리와 함께 배윤호가 말없이 찻잔을 내려놓았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강하율은 배윤호가 폭풍우보다도 더 살벌한 기운을 내뿜는 것만 같았다.배윤호는 클라이언트인 동시에 배씨 가문의 도련님이었기에 강하율은 감히 그의 심기를 건드릴 수가 없었다.게다가 그녀는 배윤호를 짝사랑한다고 인정하기까지 했다.이렇게 좋은 기회를 차버린다면 그녀가 배윤호를 짝사랑한다는 걸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그러다 강하율은 문득 테이블 옆에 걸려 있는 검을 발견했다.대체 누가 외출할 때 검을 챙긴단 말인가?“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그래.”배윤호는 짧게 대답한 뒤 그녀의 젖은 다리를 가리키며 말했다.“위로 올라가서 씻어.”“네.”강하율은 서둘러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그 모습을 본 양승아는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대표님, 왜 자꾸 강하율 씨에게 겁을 주시는 건가요?”“다른 방법은 소용없으니까.”배윤호는 젖은 셔츠를 단번에 벗어 던지고 그대로 위층으로 올라갔다.그의 널찍한 등판을 바라보던 양승아는 그에게 제발 미인계를 써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한편, 조금 전 배윤제는 서둘러 줄리아를 바래다준 뒤 강하율을 찾아가려고 했다.그러다 하마터면 사람 두 명을 칠 뻔했다.줄리아는 창밖을 힐끗 보더니 놀란 얼굴로 말했다.“배윤호 대표님이시네요. 여자를 안고 계시는데요?”배윤제는 뒤를 돌아봤지만 비가 너무 많이 내리는 탓에 검은 우산만 어렴풋이 보일 뿐이었다.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농담했다.“저희 형이 다른 여자랑 있어서 질투하시는 건가요?”줄리아는 피식 웃었다.“질투하고 싶어도... 대표님은 저한테 전혀 관심이 없으시거든요. 좋아하는 분이 따로 있는 것 같았어요.”“말도 안 돼요. 우리 형은 그동안 줄곧 솔로였거든요.”배윤제는 아무렇지 않게 피식 웃었다. 그는 줄리아의 말을 믿지 않았다.세원시에는 헛소문을 퍼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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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강하율은 그 소리에 깜짝 놀랐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욕실 유리까지 흔들렸다.그녀는 타월을 몸에 두르고 밖으로 뛰쳐나가서 이불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그런데 이곳이 숙소가 아니라는 걸 깜빡한 그녀는 밖으로 나간 뒤 배윤호의 품에 부딪치게 되었다.배윤호도 막 씻고 나온 건지 가운 하나만 걸치고 있었고 끈을 느슨하게 묶은 상태였다.강하율은 가운 너머 그의 뜨겁고 단단한 가슴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물방울이 그의 턱을 타고 한 방울, 또 한 방울 떨어졌는데 섹시하면서도 위험해 보였다.심지어 몇 방울은 그녀가 두르고 있는 타월 안으로 들어갔다.강하율은 당장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이제 와서 그를 짝사랑한 적이 없다고 해도 배윤호는 절대 믿지 않을 것이다.이런 상태로 그의 품 안으로 달려들었으니 말이다.“오빠, 혹시 놓아주실 수 있을까요?”강하율이 부끄러워하면서 말했다.배윤호는 아마 그녀를 부축해 주려고 팔을 뻗어 그녀를 붙잡았을 것이다.그런데 하필 손이 그녀의 허리 아래 엉덩이 위에 올려져 있었다.“이제는 오빠라고 부르네?”배윤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으며, 억눌린 욕망이 미묘하게 섞여 있었으나 강하율은 그걸 눈치채지 못했다.강하율은 고개를 숙였다.그녀도 오빠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으나 이런 상황에서 그를 대표님이라고 부른다면 이상할 것 같았다.오빠라고 부른다면 적어도 그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상기시킬 수 있었다.그런데 그녀의 예상과 달리 분위기가 더 이상해졌다.강하율은 본능적으로 시선을 들었고, 눈이 마주치는 순간 배윤호의 눈빛이 더 어두워졌다.강하율의 긴 속눈썹은 물기 때문에 촉촉했고 눈동자는 흔들렸다.그녀의 빨개진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호흡도 거칠어 가슴팍이 오르락내리락했다.배윤호는 그녀의 몸 선을 손바닥으로 느꼈다.그건 세상 모든 남자에게 지나칠 정도로 자극적인 상황이었다.배윤호도 예외는 아니었다.그가 천천히 몸을 숙이자 강하율은 당황해서 피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그런데 갑자기 아래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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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배윤제가 말한 다른 사람은 바로 강하율이었다.배윤호는 그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손을 흔들며 말했다.“이만 가봐.”배윤제는 눈앞의 방문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강하율은 배윤제의 말을 들은 순간 이불을 꼭 움켜쥐었다.비록 이제는 그를 사랑하지 않지만 오랫동안 만난 사람이 그런 식으로 자신을 평가하니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장천우가 달려왔다.“도련님, 무슨 일이십니까?”“사람을 시켜 이곳을 지켜봐. 내일 이곳을 드나든 사람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다 나한테 보고해.”“알겠습니다.”배윤제는 차에 탄 뒤 스스로가 미친 게 아닐지 의심했다.그 여자가 강하율일 리가 없었다.강하율에게는 그뿐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미 지시를 내린 이상 내일 직접 확인해 보면 될 일이었다.호텔 스위트룸으로 돌아오자 실크 파자마 차림의 정다인이 침대에 앉아 있었다.“왔어요? 아까 천둥이 쳐서 너무 무서웠어요.”정다인은 그렇게 말하며 침대 위에 무릎을 꿇고 팔을 뻗어 배윤제의 허리를 끌어안았다.그러나 배윤제는 마음이 어수선한 탓에 그녀의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난 샤워하고 올게. 먼저 자.”정다인은 균형을 잃고 그대로 침대 위로 쓰러졌다.창밖에서는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쳤고 그녀의 마음도 따라서 흔들렸다.정다인은 분통한 듯 자리에서 일어난 뒤 침실에서 나와 휴대폰을 켰고, 한 시간 전 도착한 문자가 보였다.[서로 돕기로 약속했잖아요. 오늘은 내가 도와줬는데 정다인 씨는 언제 도와줄 거예요?]박도윤이 보낸 문자였다.[이제 곧 기회가 올 거예요.]...별장.배윤호는 창가에 서서 뒤에 있던 양승아를 향해 손짓했다.“대표님.”“밖에 나가서...”“네.”양승아가 떠나자 또 한 번 천둥이 쳤고 배윤호는 빠르게 방으로 걸어갔다.방 안에서 강하율은 침대에서 내려오려다가 요란한 천둥소리에 놀라 다시 이불 속으로 몸을 숨겼다.그리고 잠잠해지자 다시 이불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는데 마침 침대 옆에 배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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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다음 날 아침, 아침 일찍 일어난 강하율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가 순찰대인 유한수가 그녀를 위해 가져온 물건을 발견했다.강하율은 물건을 들고 주방으로 향한 뒤 생강차를 끓이기 시작했다.끓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양승아가 커피를 들고 잔뜩 졸린 얼굴로 주방 안으로 들어왔다.강하율은 깜짝 놀라 그의 다크써클을 가리키며 물었다.“양 비서님, 괜찮으세요?”양승아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원망스레 말했다.“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밤에 남녀 단둘이 있는 게 얼마나 좋은 기회인데, 왜 야근을 하는 거야?”“네?”강하율은 양승아의 말을 듣지 못했다.양승아는 고개를 저으며 화제를 돌렸다.“강하율 씨,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셨어요?”강하율은 냄비를 가리키면서 말했다.“어제 대표님께서 머리가 아프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일찍 일어나 생강차 좀 끓이고 있었어요. 오늘 기온도 내려간다는데 감기 걸리시면 안 되잖아요. 그리고 어제 재워주셔서 감사한 마음도 있고요.”“향이 정말 좋네요.”양승아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한 잔 드릴게요.”“고마워요...”손을 내미는 순간,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오자 양승아는 황급히 손을 내리고 말을 바꿨다.“우선 대표님께 드리세요. 저는 급히 볼일이 있어서요.”말을 마친 뒤 양승아는 떠났다.강하율은 조금 뜨거운 컵을 들고 어쩔 줄 몰라 했다.이때 희고 늘씬한 손이 컵을 건네받았다.“나 주려는 거야?”배윤호의 목소리는 낮고 감미로웠다.시선을 든 강하율은 평소처럼 검은 정장을 입고 있는 배윤호를 보았다. 넥타이와 커프스만 바뀌어 있었다.정장을 입은 배윤호는 굉장히 금욕적으로 보였다. 게다가 정장 아래 숨겨진 몸은...강하율은 한참 뒤에야 관능적이라는 단어를 떠올렸고, 그 생각만으로도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배윤호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걸 깨달은 그녀는 황급히 생각을 멈추고 횡설수설했다.“원래는 양 비서님께 드리려고 했는데 급한 볼일이 있다고 하셔서...”그래서 그에게 준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나 차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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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두 사람은 헐레벌떡 도망쳤다.배윤호의 곁에는 모두 유능한 인재들만 있다던데 그 말이 사실인 듯했다....레스토랑.강하율이 막 준비를 마치고 잠깐 휴대폰을 확인하는 사이, 배윤제가 정다인을 데리고 나타났다.강하율은 곧바로 경계심을 높였다.“대표님, 부총괄님. 안녕하세요.”배윤제는 대답하지 않고 강하율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그녀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연한 노란색 연고인 걸 보니 어제 그가 강하율에게 준 연고가 확실했다.십 분 전, 배윤제의 부하가 배윤호의 곁에 있던 여직원이 떠나는 걸 봤다고 했을 때 사실 배윤제는 조금 의심했었다.그런데 지금은 그저 어제 자신이 굉장히 바보 같은 추측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배윤호랑 강하율이 만난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배윤제 또한 그저 강하율의 신분으로 배윤호를 누르고 싶었을 뿐, 다른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강하율은 그만 사랑한다고 말했었다.정다인은 배윤제가 다른 곳에 정신을 팔고 있자 일부러 그의 팔에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윤제 씨, 강하율 씨에게 할 말이 있던 거 아니었어요?”배윤제는 정다인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린 뒤 강하율 앞으로 걸어갔다.“상처는 좀 괜찮아졌어?”“네. 많이 나았습니다.” 강하율이 미소를 지었다.그들의 주변에는 아침을 먹는 사람들이 꽤 많았기에 강하율은 상사와 싸워서 호텔 이미지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배윤제는 강하율이 고분고분 굴자 어제 자기가 했던 말이 통했다고 생각했다.“헬렌 씨는 네가 계속 동행하길 원해. 그래서 이번엔 네가 다인이랑 함께 일을 맡았으면 해. 다인이랑 잘 지내라는 뜻이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배윤제는 그렇게 말하면서 강하율의 어깨에 손을 올렸고 강하율은 순간 웃음이 터질 뻔했다.‘내가 아직 잠에서 안 깬 걸까? 배윤제는 왜 내가 기억을 잃은 척하며 바람을 피우는 자기 말을 들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심지어 바람 상대의 말까지 들으라고? 미친놈.’하지만 둘 다 그녀의 상사였기에 강하율은 웃을 수가 없었다.그런데 이때 배윤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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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배윤호가 지금 그 자리에 앉아 있으니 강하율은 거의 반강제로 짝사랑 상대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어떻게 감히 없다고 할 수 있을까?없다고 한다면 직장을 잃는 건 물론이고 목숨마저 잃을지도 몰랐다.강하율은 자신이 애매모호하게 대답하면 사람들이 각자 이해하고 싶은 대로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녀는 그저 이 화제를 빨리 끝내고 싶었다.그런데 줄리아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웃는 얼굴로 강하율을 바라보았다.“강하율 씨, 그럼 연애해 본 적은 있으신가요?”“...”또 난감한 질문이었다.강하율은 이럴 줄 알았다면 정다인만 그 자리에 남겨둬야 했다고 생각했다.정다인이라면 아주 기꺼이 그 질문에 대답했을 테니 말이다.줄리아는 턱을 괴고 커피를 한 잔 마신 뒤 작지도, 크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대답하기 그렇게 어려워요? 다들 성인인데 그냥 솔직히 말해도 상관없잖아요.”헬렌 로어까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강하율을 바라보았다.강하율은 입술을 깨물며 잠깐 고민하다가 연애해 본 적이 없다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어차피 배윤제는 기억을 잃은 척하면서 인정하지 않으니 그녀도 굳이 인정할 필요가 없었다.그리고 줄리아가 강하율이 연애를 한 적 있냐고 호텔 직원들에게 물어볼 일도 없었다.그런데 강하율이 대답하려는 순간 정다인이 참지 못하고 나섰다.그녀는 빠르게 배윤제의 뒤로 걸어간 뒤 마치 사람들에게 보여주려는 듯이 다정하게 그의 어깨에 두 손을 올렸다.“강하율 씨, 회사 사람들 다 강하율 씨가 연애해 본 적이 있다는 걸 알잖아요. 굳이 숨기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 따지고 보면 하율 씨는 윤제 씨 여동생이기도 하니까 저도 하율 씨가 행복하기를 바라요.”정다인은 비열하게 씩 웃었다.그녀는 강하율이 남자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동네방네 떠들고 싶은 동시에 강하율이 괜한 얘기를 꺼낼까 봐 걱정되었다.그래서 일부러 배윤제와 강하율이 친남매 같은 사이라는 걸 강조했다.그렇게 얘기한다면 강하율도 어쩔 수가 없을 테니 말이다.강하율과 배윤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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