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Kabanata 101 - Kabanata 110

354 Kabanata

제101화

“두 사람, 아는 사이야?”“두 사람은 무슨 관계인데?”해인은 그제야 머릿속이 어지럽게 얽혀 드는 걸 느꼈다.유호가 여기 나타난 게... 설마 우연일 리는 없었다.곁눈질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얼굴에 상처가 난 대현을 바라본 해인은 그제야 천천히 어떤 정황인지 짚어 냈다.‘그러니까 친구를 빼내 주려고 온 거였어?’유호는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그는 해인이 허공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을 뿐, 태겸의 물음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입매가 가늘고 곧게 굳어졌다.‘왜 아무 말도 안 하지?’‘고태겸한테 우리 사이를 알리고 싶지 않은 건가?’유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가슴 한복판에서 왠지 모르게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유호의 목소리는 싸늘했다.“가자.”누가 봐도 뒤에 있는 대현에게 하는 말이었다.‘애초에 해인이는 나와 엮이고 싶어 하지 않는데, 나 혼자 무슨 기대를 하고 있었던 거지?’유호는 속으로 생각하며 마음이 더욱더 답답해졌다.유호에게서 내려앉는 싸늘한 기색을 눈치챈 대현도 아까까지의 장난기 어린 태도를 거뒀다.‘끝났네. 유호... 진짜 제대로 화났는데.’짙게 내려앉은 어둠 속에서 유호가 몸을 돌리자, 주변의 공기마저 함께 쓸려 움직였다.해인은 숨이 턱 막히는 듯하면서 그제야 천천히 정신을 추슬렀다.‘고태겸이 심대현을 때렸는데, 나는 고태겸을 데리러 왔으니까...’‘그래서 한유호가 화가 난 거야?’해인은 몸에 걸친 재킷 자락을 한 번 그러쥐었다. 이어서 자신도 왜 이러는지 모른 채 홀린 듯 유호의 발걸음을 따라갔다.유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컬리넌 운전석으로 들어갔다. 해인은 망설임 없이 조수석으로 향했다.등 뒤에서 쏟아지는 태겸의 충격 어린 시선 따위는 아예 안중에도 없었다.대현이 막 조수석 문을 열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해인이 허리를 숙이더니 먼저 자리에 앉아 버렸다. 게다가 대현을 향해 가볍게 고개까지 숙였다.“감사합니다.”해인이 웃자 딸기맛 사탕처럼 달콤한 기운이 번졌다. 잠깐 멍해졌던 대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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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뒤쪽 좌석에서 팝콘이나 먹는 것처럼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며 구경하던 대현은 순간 멍해졌다. 그제야 대현은 뒤늦게 깨달았다. ‘방금 유호가 던진 내리라는 말이... 나에게 한 말이었어?’‘그러니까... 유호가 여자한테 그렇게까지 매너 없는 사람일 리가 없지.’대현은 곧장 차 문을 벌컥 열고 잽싸게 차에서 내렸다.“알겠습니다. 한 대표님! 지금 바로 굴러드리겠습니다!”차 안에 남아 있던 해인은 멍하니 굳어버렸다. 얼굴 위에 맺혀 있던 눈물도 그대로 멈춘 듯했다.‘나한테 한 말이 아니었던 거였어?’그런데 왜 그런지 마음은 더 서러워졌다.‘아... 창피해 죽겠다. 내가 왜 울고 있는 거야.’해인은 눈물을 억지로 삼켜 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남자의 손이 해인의 뺨을 가볍게 스쳤다.남아 있던 물기가 유호의 손가락에 닿았다.유호는 손가락으로 그 물기를 조용히 닦아냈다.해인의 뺨은 차가웠고, 유호의 손가락은 뜨거웠다.서로 다른 온도가 맞닿자, 묘하게 낯선 감각이 전해졌다.해인은 멍한 눈으로 유호를 바라봤다.차 밖에서는 태겸과 대현이 여전히 고개를 빼꼼 내밀고 안을 들여다보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차량 유리에 진한 코팅이 되어 있어서, 안쪽의 상황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그때 유호가 갑자기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유호는 해인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며 한쪽 팔을 해인의 옆에 짚었다.“울지 마, 여보.”갑자기 가까워진 유호의 얼굴에 해인의 심장이 통제되지 않을 만큼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유호의 얼굴은 거의 해인의 코끝에 닿을 듯 가까웠다.해인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곧바로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그러자 유호의 검은 셔츠 안쪽이 그대로 보였다.단단하게 잡힌 복근.잘록하게 이어지는 허리선.그리고 힘이 느껴지는 11자 복근이 희미하게 드러나 있었다.‘몸이 좋긴 하네.’해인은 무의식적으로 침을 삼켰다.지이익-안전벨트가 당겨지는 소리가 났다.해인은 잠깐 멈칫하며 유호의 길게 찢어진 눈을 마주봤다.유호의 긴 팔이 해인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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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30분 뒤, 롤스로이스 컬리넌이 집 앞에 부드럽게 멈춰 섰다.해인과 유호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차에서 내렸다.해인이 허리를 굽혀 신발을 갈아 신는 동안에 유호는 이미 소파에 앉아 있었다.해인은 입술을 살짝 다물었다. 오는 내내 생각해 봤지만, 아무리 따져 봐도 딱히 설명할 게 없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다.해인과 유호는 진짜 부부가 아니었다.애초에 혼인신고부터 어딘가 이상하게 흘러갔다. 서로 감정이 있어서 맺어진 관계도 아니었고, 굳이 따지자면 각자 필요한 걸 얻기 위해 손을 잡은 정도에 가까웠다.해인과 태겸 사이의 일도 이미 드러날 만큼 드러난 상태 아닌가?해인이 밥이나 같이 먹는 사이인 유호에게 뭘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시간도 늦었다.해인은 계단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대로 올라가서 자고 싶었다.그때 뒤에서 감정을 알 수 없는 유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리 와.”해인의 걸음이 잠깐 멎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리자마자, 거의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다.“지금은 고태겸이랑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유호는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해인을 바라봤다.이내 유호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손을 뻗어 해인의 목덜미를 감싸 쥐더니, 해인을 자기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왜 말 안 했어?”“뭘요?”“내가 네 남편이라는 거.”해인은 눈을 깜빡였다.‘아... 화난 건 그거였어요?’해인의 머릿속에 문득 승아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리고 내가 말이야... 한유호... 사실 좀 불쌍한 사람이래. 네가 한유호한테 가정을 만들어 주면, 아마 인생도 전부 다 너한테 걸 거야.’유호는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설령 이 결혼이 유호에게 강요된 것이었다 해도 사람들 앞에서는 자기 위치를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해인은 잠시 말이 없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저는... 저희가 어차피 비밀 결혼이니까, 유호 씨도 남들이 아는 건 원하지 않으실 줄 알았어요. 그래서 저도 유호 씨 입장을 생각했던 거예요.”유호가 눈썹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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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해인은 핸드폰 벨소리 때문에 몽롱한 잠에서 깼다.이미 날은 환하게 밝아 있었다. 해인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손을 더듬어 핸드폰을 찾았다. 그제야 화면 위에 찍힌 부재중 전화가 스무 통도 넘는다는 걸 알아차렸다.어젯밤에 너무 늦게 잠든 데다가 새벽 내내 해인은 뒤숭숭한 꿈까지 꿨다.유호가 해인의 꿈까지 나타나서는 그녀를 때렸다.다행이라면 꿈속에서는 현실처럼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맞은 해인은 그대로 소리 내어 울어 버렸고, 목이 쉬도록 엉엉 울었다.그런데 해인이 울수록 유호는 더 때렸다.‘역시 가정폭력을 하는 남자는 다르네. 꿈에서도 사람을 못 살게 굴어.’해인은 부재중 전화를 내려다봤다. 거의 전부 조진규에게서 온 전화였다. 동료 혜빈이 남긴 전화도 두 통 섞여 있었다.해인은 대강 상황을 짐작했다.해인은 곧장 혜빈과의 대화창을 눌렀다. 예상대로 메시지가 와 있었다.[아침부터 ZC그룹 쪽에서 회장 비서하고 변호사가 직접 왔어. 전에 체결한 계약 얘기를 하면서, 우리 HJ그룹이 부당한 경쟁에 연루됐다고 계약 무효를 주장하더라.][조 대표는 완전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 이 계약이 그대로 날아갈까 봐. 근데 확인해 보니까, 하예주 쪽에서 줄을 대서 몰래 ZC그룹 계약서에 손을 댄 거였대. 원래 그쪽에서 계약하려던 사람은 너였고.][일이 꽤 크게 터졌어. 회사 전체가 다 뒤집혔고, ZC그룹 쪽에서는 하예주를 고소하겠다고 했어.]해인은 살짝 주먹을 쥐었다.태안은 정말 말한 대로 하고 있었다. 계약 건을 끝까지 물고 늘어질 생각이었다.예주에게는 도망칠 틈도 전혀 남겨 두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하지만 이건 예주 탓도 컸다. 태겸한테 줄을 써서 계약서까지 손보게 만들다니, 배짱도 보통이 아니었다.태겸이 태안의 친아들이 아니었다면, ZC그룹 쪽에서는 태겸까지 함께 엮어서 고소할 가능성이 컸다.애초에 이 일은 두 회사가 얽힌 중대한 사안이었다. 태겸은 ZC그룹에서 직함 하나 없으면서 그렇게 깊숙이 손을 뻗었다. 이사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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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래.]조진규는 여전히 웃는 목소리였다.[해인아, 아직도 나한테 앙심 품고 있는 거야? 그때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었어.]해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조진규가 말을 이었다.[내가 새로 생긴 식당 하나 아는데, 거기 랍스터가 꽤 괜찮더라. 자리 잡기도 쉽지 않은데, 마침 친구가 운영하는 데야. 같이 가서 한번 먹어 보지 않을래?]해인은 더 이상 빙빙 돌려 말하는 걸 들을 생각이 없었다.“조 대표님,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전화로 말씀하셔도 괜찮습니다. 꼭 식사를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굳이 만나서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는 얘기였다. 통화로 끝내면 서로 훨씬 수월할 텐데도 굳이 얼굴을 보자고 했다.‘누가 좋아서 50살이 넘은 남자랑 단둘이 밥을 먹어?’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라고 이해하겠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어떤 관계인지 괜한 억측이 생기기 쉬웠다.조진규도 해인이 순순히 응할 생각이 없다는 걸 느낀 듯했다.잠시 망설이던 조진규가 말했다.[그래도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 네가 불편하면... 네 지도교수도 같이 부르자.]해인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우리 교수님을 중간에 끌어들여서 설득하려는 건가?’‘조 대표가... 우리 교수님에게 전화로 호되게 혼났던 일이 얼마 전이었잖아.’ ‘그때 그렇게 욕을 먹어 놓고도 다시 교수님을 이용할 생각을 하다니.’해인은 핸드폰을 귀에서 조금 떼며 말했다.“조 대표님, 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나서요. 이만 끊겠습니다.”[해인아, 잠깐... 야, 끊지 마!]조진규가 뒤에서 뭐라고 더 말했지만, 해인은 그대로 통화를 끊어 버렸다.‘내가 부르면 달려오고, 보내면 나가는 사람인 줄 알아?’해인은 이미 사직서를 낸 뒤였다. 조진규와 해인은 더 이상 아무 관계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조진규는 여전히 예전처럼 사람을 부리듯 행동하고 있었다.해인은 시간을 확인한 후, 노트북을 켜서 영상 하나를 틀었다.오늘 YD그룹에서는 꽤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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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해인은 여기까지 읽고 나서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고작 계약식에서 얼굴을 한 번 비췄을 뿐인데, 태겸은 잘생긴 외모와 정돈된 태도 덕분에 금세 팬까지 생긴 모양이었다. 댓글창은 칭찬 일색이었다.‘역시 연기 체질이네. 카메라 앞에서는 틈이 하나도 안 보이네.’‘저 사람들은 아마 모를 거야. 고태겸의 번듯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사생활이 얼마나 지저분한지...’해인은 노트북을 덮었다.어젯밤 일을 겪고 나서 확실해졌다. 회사를 파는 일은 더 미룰 수 없었다.YD그룹이 하루라도 더 태겸 손에 남아 있는 한, 사람들은 여전히 두 사람이 함께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해인의 이름은 계속 태겸과 엮여 거론될 게 분명했다.게다가 어젯밤처럼 경찰서까지 가서 바람난 남자와 그 여자의 보석 절차를 돕는 일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억울하고 답답한 기분이었다.그건 해인의 방식이 아니었다.잠시 생각하던 해인은 진이철에게 전화를 걸었다.“아저씨, 보내주신 자료는 다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그 회사들... 전부 좀 애매하네요.”“첫째로 가격을 너무 낮게 부르고 있어요. 애초에 회사 규모나 자금력이 충분한지도 의심스럽고요.”해인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어 갔다.“둘째로, 그 회사들은 YD그룹과 같은 업종 경험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 곳에 회사를 넘기면 오래 유지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YD그룹은 제조업이 주력이었다.그런데 인수 후보 목록에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도 있었고, 심지어 물류 회사까지 끼어 있었다.‘이건 업종 자체가 완전히 다르잖아.’전혀 관련이 없는 기업에 인수되면 YD그룹은 결국 쇠퇴할 가능성이 컸다.그건 해인이 회사를 매각하려는 목적과도 맞지 않았다.이 말을 들은 진이철은 놀라지 않았다. 사실 진이철도 그 회사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만 현재 조건에서 그나마 고를 수 있는 선택지였을 뿐이었다.진이철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여러 조건을 비교하면 결국 가장 나은 선택은 KH그룹 쪽입니다. 아가씨... 정말로 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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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가정폭력요! 한 대표님이 가정폭력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답장이 오지 않자 해인은 메시지를 하나 더 보냈다.[술 마시면 때리나요? 아니면 이유도 없이 때리나요?]만약 술 마신 뒤에 폭력을 쓰는 거라면 그나마 방법이 있었다. 이야기를 할 때 술만 올리지 않으면 되니까.하지만 이유 없이 손을 쓰는 사람이라면...해인은 볼을 살짝 부풀리면서 표정이 꽤 심각해졌다.한편 핸드폰 화면을 보고 있던 유호는 이를 악물었다. 손가락은 화면을 거의 뚫어 버릴 듯 눌러 대고 있었다.[대표님이 언제 사모님을 때렸다는 겁니까? 사모님은 그렇게 대표님이 무섭습니까?]‘그래서 어젯밤에 멀쩡하게 얘기하다가 갑자기 도망간 거였나?’유호는 어젯밤 상황이 떠올랐다.‘설마... 내가 손댈까 봐 겁먹은 거야?’해인의 답장이 곧 올라왔다.[아직 저를 때린 적은 없어요. 그래도 마음의 준비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가정폭력이 있는 사람은 언제 기분이 뒤틀릴지 알 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유호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메시지를 보냈다.[사모님 위기 관리 의식이 대단하시네요.]해인은 화면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이 주 비서가... 왜 이러지?’유호의 비서라면 보통 눈치가 빠를 텐데, 대화를 이렇게 오래 이어 놓고도 핵심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아무리 물어봐도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해인은 더 묻는 걸 포기했다.대신 본론으로 넘어갔다.[오늘 오후에 한 대표님을 뵙고 싶습니다. 혹시 먼저 일정 예약을 해야 하나요?]유호가 눈썹을 살짝 세웠다.[아래층 내려가서 문만 두드리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습니까? 굳이 여기서 약속까지 잡아야 합니까?]해인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그건 다르지. 공적인 일이라면 회사에서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맞잖아.”그 뒤로는 답장이 오지 않았다.‘주헌’이 어디로 갔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점심시간이 가까워졌다.해인은 핸드폰을 옆으로 밀어 두고, 먼저 간단히 뭔가 만들어 먹으려고 주방으로 향했다.계단을 내려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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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교수님, 저... 고태겸 씨하고는 이미 헤어졌습니다. 지금 제 남편은... 다른 사람이에요.”전화기 너머에서 신하민 교수가 잠깐 말을 멈췄다. 해인의 말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는 듯했다.‘남편이 바뀌었다고?’신하민 교수는 평소 새로운 일에도 유연한 사람이었다. 생각을 정리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안 맞으면 빨리 정리하는 게 낫지. 다음 주말에 네 남편 데리고 우리 집에 와서 밥 먹어.]해인은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한유호를... 교수님 집에 데리고 간다고?’그런 일은 해인에게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다.해인은 조심스럽게 말했다.“저... 갑작스럽게 결혼한 거라서요.”말끝에는 뜻이 담겨 있었다. 서로 감정이 깊은 관계도 아니었고, 이런 인간적인 왕래에 유호가 시간을 내 줄지 확신이 없었다.게다가 KH그룹은 업무가 워낙 복잡했다. 유호의 일정은 오래전부터 촘촘히 짜여 있었고, 시간 단위도 아니고 거의 초 단위로 움직였다.해인은 그저 명목상의 아내일 뿐이었다.유호의 결정을 대신할 위치도 아니었고, 일정에 손을 댈 수도 없었다.해인은 조금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제가 혼자 찾아 뵈면 안 될까요?”말투에는 살짝 애교가 섞여 있었다. 어른에게 조심스럽게 부탁하는 후배 같은 느낌이었다.주방 유리문 밖에 서 있던 유호는 그 말을 들었다.유호의 눈에 살짝 자조하는 기색이 스쳤다.‘나를 데리고 나가긴 싫다는 건가.’‘내 아내라는 사람이 보기엔 내가 그렇게 내세울 만한 사람은 아닌 모양이네.’신하민 교수가 웃으며 말했다.[갑작스라운 결혼이면 어때? 혹시 너무 못생겨서 그래? 내가 놀랄까 봐?]해인은 그 말을 듣고 순간 기침을 했다.그제야 환풍기를 켜지 않았다는 걸 떠올렸다.몇 번 기침을 한 뒤, 해인은 생각했다.‘한유호가... 못생겼다는 말은 전혀 안 어울리는데.’잠시 침묵하다가 해인은 조심스럽게 말했다.“그 사람이... 성격이 좀 까다로운 편이라서요.”말을 끝내고 나서, 해인은 문득 이 말이 유호의 인상을 너무 차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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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왜요?”“왜긴요. 지금 배 안 고픈데요. 안 되나요?”“안 돼.”유호가 다가와 몸을 살짝 굽혔고, 해인의 귓불 가까이 입술을 대고 조용히 말했다.“내가 성격이 좀 까다롭다면서. 게다가 가정폭력도 있다면서.”해인은 놀란 눈으로 유호를 쳐다봤다. 당황한 기색이 그대로 드러났다.‘주 비서가... 다 말한 거야?’‘이 정도 일까지 보고할 필요는 없지 않나?’유호는 식탁 쪽으로 걸어갔다.해인이 아직도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걸 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나 좋아한다면서? 일부러 나랑 가까이 있을 기회 만들어 줬는데, 싫어?”‘누가 좋아한대?’‘정말 어이가 없어!’해인은 천천히 거실 쪽으로 걸어갔다.유호의 시선이 해인을 따라 움직였다.해인의 몸매가 유호의 눈길을 자연스럽게 끌면서, 시선이 쇄골에서 아래로 흘러갔다.어느 지점에 닿자 유호의 눈이 깊어지면서 울대가 천천히 움직였다.계속 시선이 꽂혀 있다는 걸 느낀 해인은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봤다.“아!”해인은 본능적으로 가슴을 가렸다. 뒤에 있는 유호가 뭐라고 말하든 들을 겨를도 없었다. 해인은 두 팔로 몸을 감싼 채 계단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발끝이 바닥을 긁는 느낌이었다.유호 옆을 스쳐 지나갈 때 해인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늘 어떤 상황에서도 태연하던 유호의 얼굴이 귀밑까지 묘하게 붉어져 있었다는 사실을....해인은 자신이 너무 창피했다.방 안에 들어온 뒤에도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해인은 침대 위에서 한참을 뒤척이며 스스로를 설득했다.이불을 뒤집어쓰고 몸을 말아 굴러다니다가, 또 한참 뒤에는 문에 귀를 붙이고 밖에서 들리는 소리를 엿들었다.그렇게 시간을 끌다가 해인이 방 밖으로 나온 건 한 시간이나 지난 뒤였다.집 안은 조용했다.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유호는 어느새 차를 몰고 나간 뒤였다.해인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가슴이 한결 가벼워졌다.원래는 오후에 회사로 찾아가 유호와 인수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방금 있었던 일 때문에 해인은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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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조진규의 표정이 굳어졌다.해인이 이렇게까지 크게 요구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이건 어디까지나 좋게 좋게 이야기해 보자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누가 봐도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려는 말이었다.HJ그룹은 조진규가 맨손으로 일군 회사였다. 그런 회사의 대표 자리를 해인에게 내주다니, 그럴 수는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조진규도 알고 있었다.해인이 저런 말을 꺼낸 건, 아예 포기하고 물러나라는 뜻이라는 걸.조진규의 안색이 서서히 가라앉았다.해인은 더는 조진규를 상대하지 않았다. 길가에 서 있던 택시 한 대를 잡아탄 뒤 그대로 떠나 버렸다.택시는 금세 멀어졌다.조진규는 한 손을 허리에 얹은 채 그 자리를 몇 바퀴 맴돌았다. 그러다 참지 못하고 바닥에 침을 탁 뱉으며 욕설을 쏟아냈다.“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지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저렇게 콧대가 높아? ZC그룹에서 그 기술을 콕 집어서 달라고 한 게 아니면, 그 경력 가지고 과장 자리나 어울리겠어?”“내가 이 나이에, 아버지뻘 되는 사람이 직접 찾아와서 좋게 말해 줬더니, 어디서 어른 앞에서 저렇게 재고 앉았어. 버르장머리 없는 것.”조진규는 씩씩거리며 옆에 서 있던 사람을 돌아봤다.“어디 두고 보자. HJ그룹이 무슨 강해인 하나 없으면 안 돌아가는 회사인 줄 아나? 이 바닥에 사람은 널렸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원들도 적지 않잖아. 노 부장, 일단 들어가서 다른 사람부터 올려.”개발팀 부장 신승빈도 오늘 조진규를 따라 나온 상태였다.다만 조금 전까지는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을 뿐, 대화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신승빈은 오늘 적잖이 놀랐다.조 대표가 해인 앞에서 저렇게까지 자세를 낮출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그런데 정작 해인이 떠나고 나자, 조진규는 여기 서서 허공에 대고 분풀이만 하고 있었다.‘아까는 왜 아무 말도 못 하셨는데...’‘이건 완전히 뒷북 치는 거잖아.’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신승빈은 겉으로는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일단 회사에 들어가서 누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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