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해인은 학교에 들렀다.손에는 선물 봉투를 들고, 학교 서북쪽 근처에 있는 아파트로 향했다.익숙한 듯 계단을 올라 3층에 도착했다.외벽에는 초록색 담쟁이덩굴이 빼곡하게 얽혀 있어서 분위기는 제법 멋스러웠지만, 오래된 흔적까지 가릴 수는 없었다.붉은 벽돌과 푸른 기와가 남아 있는 건물 전체가 세월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고층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B시에서, 이곳만은 마치 잊힌 구역 같았고, 시간도 이곳에서는 느리게 흐르는 듯했다.학생 시절, 해인은 신미주 교수의 집에 자주 밥을 얻어먹으러 왔었다.하지만 졸업 후에는 일이 바빠서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만 인사를 드릴 수 있었다.이번 방문은 명절도 기념일도 아니었다.A국에서 여행 중이던 해인에게 신 교수가 갑자기 메시지를 보내서 업무 관련 이야기를 물었기 때문이다.해인은 직감적으로 알았다.아마도 조진규가 신 교수에게 뭔가 말했을 것이다.현관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해인이 문을 두 번 두드리자, 안쪽에서 바로 발소리가 들려왔다.신 교수가 웃으며 말했다.“해인 왔구나.”“교수님.”신 교수는 인상이 부드럽고, 학자다운 기품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해인을 앉히고는 직접 물을 따라 주었다.“회사 그만뒀다면서? 거기서 무슨 억울한 일이라도 있었어?”해인은 입술을 살짝 다문 채, 두 손으로 찻잔을 받았다.“억울하다기보다는... 방향이 맞지 않았어요.”“넌 내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제자야. 인성도 연구도 흠잡을 데 없지. 그런 네가 ‘방향이 안 맞는다’고 말할 정도면, 그건 조 대표 잘못이야.”젊은 시절, 조진규는 신미주를 진지하게 좋아했었다.하지만 신미주는 그 고백을 거절했다.일에 전념해야 하고, 가정에 매여 살 수 없다는 이유로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왔던 모든 남자들을 돌려보냈다.그 이후로 신미주는 조진규가 닿을 수 없는 첫사랑이 되었다.해인이 HJ그룹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당시 조진규가 직접 신 교수에게 사람을 요청했기 때문이었다.해인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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