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래층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유호가 회사에서 돌아온 모양이었다.유호는 해인의 상태를 조심스럽게 살폈다. “여보, 괜찮아?”해인은 멍하니 서 있었다.유호가 부르는 소리조차 듣지 못한 듯했다.테라스에서 찬 바람을 맞고 있는 해인에게 다가간 유호는 외투를 조심스럽게 어깨에 걸쳐 주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해인이 물었다. “당신 언제 왔어? 들어오는 소리도 못 들었네.”유호도 이미 모든 일을 알고 있었다. 해인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할지 짐작할 수 있었다.누구라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유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힘들면 참지 말고 울어도 돼.”해인은 고개를 저었다. 곧이어 유호의 어깨에 살며시 머리를 기댔다. “잠깐만 이러고 있을게. 정말 잠깐만...”슬픔이 밀려왔지만 오히려 머릿속은 이상할 만큼 차갑게 가라앉았다.‘차 시장님은 심장병으로 죽은 걸까?’ 이용재의 말대로라면 심장에 문제가 있기는 했어도, 꾸준히 약을 먹었고 상태도 잘 조절되고 있었다. 갑자기 발작할 이유가 없었다.문제가 생긴 장소는 희정의 집이었다.‘차희정...’해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오후에 해인은 차장섭에게 희정과 서진의 손에 이미 여러 사람의 피가 묻어 있다고 말했다.그 말을 들은 차장섭은 곧장 희정을 찾아갔다.그런데 그 만남 끝에 목숨까지 잃었다.해인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차희정의 짓인가...?”친아버지를 해친다는 건 해인에게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그 정도까지 갈 수 있나 싶었다.하지만 자연사가 아니라면, 당시 현장에 있던 희정과 서진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다.해인이 고개를 돌려 유호를 바라봤다. “당신이 차희정이랑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잖아. 당신이 기억하는 차희정은 어떤 사람이야?”유호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우리가 무슨 소꿉친구야. 예전에 집안끼리 조금 왕래가 있었을 뿐이야.” “내가 없어졌을 때 우리 어머니가 희정이를 자주 집에 불러서
건훈은 손안에서 USB 메모리를 굴렸다. 조금 전 관리사무소에서 빼 온 CCTV 영상이었다.어제 저녁, 옷매무새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건훈의 집에서 나온 희정은 바로 옆 신혼집으로 돌아가다가 차장섭과 정면으로 마주쳤다.부녀가 무슨 말을 나눴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CCTV 화면만 봐도 차장섭이 크게 화가 난 건 분명했다.두 사람은 그대로 집 안으로 들어갔고, 대략 30분쯤 지나 서진이 돌아왔다.그로부터 십여 분 뒤에 구급차가 다급하게 도착했다.이 영상만 손에 있으면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경찰은 차장섭의 사망 원인에만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정작 가장 결정적인 증거가 건훈의 손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건훈은 영상을 따로 복사한 뒤 관리사무소에 남아 있던 원본을 지워 버렸다.영상을 끝까지 본 희정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관리사무소 CCTV가 이렇게까지 선명할 줄은 몰랐다.희정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제 건훈이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었다.희정이 물었다. “그래서, 뭐가 하고 싶은데?”[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널 신고할 생각이었으면 벌써 했지. 내가 왜 굳이 전화까지 했겠어?]건훈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일을 전부 서진 형한테 뒤집어씌울 생각 없어? 남은 인생은 나랑 살고.]역시 건훈은 보통 독한 사람이 아니었다.다른 사람이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제안을 꺼낼 수 없었을 것이다.서진은 건훈의 친형이나 다름없는 사촌형이었다.희정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어제까지만 해도 어쩌면 받아들였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서진이 희정 대신 죄를 뒤집어쓰겠다고 한 뒤, 희정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 남지 않았다. ‘서진은 절대 다치게 하면 안 돼!’지금 이 세상에서 자신에게 진심으로 잘해 주는 사람은 서진뿐이었다.희정은 망설임 없이 거절했다. “난 절대 서진이한테 그런 짓 안 해.”말을 끝낸 희정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건훈
“서진아, 하지 마...”희정은 더 늦기 전에 멈춰 세웠다.“아빠가 방금 돌아가셨잖아. 지금은 그런 마음이 없어.”희정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싼 서진은 깊고 애틋하게 입술을 한 번 눌렀다.솟구친 욕망을 가라앉히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서진의 목젖이 크게 움직였다.“알았어. 네 뜻을 존중할게. 오전 내내 돌아다니느라 밥도 못 먹었지? 먼저 아래층 레스토랑에서 식사해. 나는 씻고 나갈게. 조금 뒤에 공항으로 출발하자.”서진이 욕실로 들어간 뒤 곧 물소리가 들렸다. 그 사이로 남자의 억누른 낮은 신음소리도 섞여 나왔다.희정은 입술을 깨물었다.이 상황에서도 참아 내는 걸 보니 서진은 생각했던 것보다 자신을 더 사랑하는 듯했다.희정은 예전에 한 책에서 사랑은 상대를 존중하고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는 것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었다.당시에는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 어디 있냐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하지만 서진은 그 두 가지를 모두 해냈다.희정의 마음이 복잡하게 뒤엉켰다.욕실 문 너머로 흐릿하게 비치는 서진의 실루엣을 잠시 바라보다가 객실 밖으로 나갔다.그때 핸드폰이 울렸다.[형수, 어떡하지?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보고 싶어.]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건훈의 목소리에 희정은 눈살을 찌푸렸다.[메시지를 보냈는데 왜 답이 없어? 경찰 앞에서 내가 제대로 해 주지 않았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잖아.][내가 말을 바꿔서 옆집에서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고 하면, 형수 아버지의 죽음을 밝힐 중요한 증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희정은 관자놀이를 눌렀다.“대체 원하는 게 뭐야?”건훈이 과장되게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뭘 원하는지 정말 몰라? 침대에서는 그렇게 잘 맞았으니 형수도 나를 계속 생각할 줄 알았는데...]희정은 이제야 문제가 얼마나 까다로워졌는지 실감했다.건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도 같았다.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해서 희정의 삶을 전부 어지럽힐 수도 있었다.희정은 뒤늦게 후회했다. 전날 왜 이런 남자와 관계
희정은 친아버지를 죽였고 남편을 배신했다. 이제 남은 평생 동안 이름과 신분을 숨긴 채 살아야 했다. 서진에게 영원히 말할 수 없는 비밀까지 생겼다.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희정은 서진의 어깨에 기댄 채 눈물만 계속 흘렸다.서진은 눈물을 닦아주면서 희정을 품 안으로 깊이 끌어당겼다.“무서워하지 마. 해외로 떠나기만 하면 안전해.”희정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무섭지 않아? 내 손으로 아빠를 죽였잖아.”서진은 고개를 저었다.“일부러 그런 게 아니잖아. 사고였어. 내가 아는 희정이는 마음씨 착한 아이야.”“어릴 때 또래들이 나를 괴롭히면 네가 앞에 나서서 지켜 줬잖아. 그런 네가 무서울 리 없어.”희정은 흠칫하며 굳어졌다. 어릴 때 서진을 지켜 준 적이 있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서진이 그 일을 지금까지 기억할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 행동에는 숨겨진 이유가 있었다.모든 일은 오라희라는 여학생과 한 내기에서 시작됐다.희정과 라희는 늘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라희는 서진을 바라볼 때마다 다른 표정을 지었다. 사춘기 소녀가 처음 품은 풋풋한 호감이었다.희정은 라희에게 서진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장담하며 내기를 걸었다.자신이 싫어하는 라희의 마음을 상하게 만들고 싶었다.일부러 서진에게 가까이 다가간 희정이 두 번이나 괴롭힘에서 지켜 주자, 서진이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희정은 복수에 성공한 듯 통쾌했다. 며칠 뒤 라희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고, 다시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서진이 그때부터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은 이제야 알았다.하지만 희정에게는 그저 내기일 뿐이었다.진실을 말할 수 없어 마음이 답답했지만 서진에게 털어놓을 생각은 없었다.이미 오랜 세월이 지났으니 계속 비밀로 묻어 두면 된다고 여겼다.서진에게서 나는 익숙한 향기가 희정을 진정하게 만들었다.두 사람은 서로를 안은 채 가까이 붙어 있었다. 희정은 서진의 목젖을 바라보다가 손가락으로 살며시 건드렸다.그러자 서진의 눈빛이 한층 더
희정이 그 메시지를 받았을 때는 막 호텔로 돌아온 뒤였다.희정은 생각할 것도 없이 메시지를 바로 삭제했다.오후 3시.희정은 호텔 객실로 들어가 조금 전 가져온 여권을 서진 앞에 내려놓았다.“가져왔어.”서진은 여권을 펼쳐 확인했다. 자신의 것과 희정의 것이 맞았다.“어떻게 가져온 거야?”“아빠가 오랫동안 시장으로 일했잖아. 나는 시장 딸이고.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서 몰래 들어갔어.”희정은 되는대로 둘러댔다.서진은 입술을 다문 채 희정을 살폈다. 아침에 나갔을 때와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진 것 같았다.입술은 유난히 붉었고 조금 부어 보였다. 옷도 몸을 빈틈없이 감싸고 있었다.‘바깥이 그렇게 추웠나?’희정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비행기 표는 네가 예약해. 나는 먼저 좀 씻을게.”그러고는 욕실로 들어갔다.욕실 거울에 비친 몸에는 붉고 검푸른 키스마크가 가득했다. 희정은 속으로 건훈에게 온갖 욕을 퍼부었다.몸에 밴 남자의 냄새를 깨끗이 씻어 내고 톤 보정 크림을 온몸에 발라서 최대한 흔적을 가렸다.모든 정리를 마친 희정은 욕실 밖으로 나왔다.객실에서는 서진이 희정의 핸드폰을 들고 뭔가를 하고 있었다.희정의 표정이 크게 변하더니 죄를 들킨 사람처럼 곧바로 달려가 핸드폰을 빼앗았다.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핸드폰에는 전날 오후 건훈에게 눌린 채 몰래 찍은 수치스러운 영상이 남아 있었다.원래는 나중에 건훈이 말을 바꾸지 못하도록 붙잡아 둘 증거로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먼저 지우고 싶은 약점이 됐다.서진이 영상을 보게 되는 것도 두려웠고, 자신을 지켜 줄 유일한 버팀목을 잃는 것은 더 무서웠다.건훈의 메시지를 지우는 것만 급해서 영상의 존재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희정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자 서진은 눈썹을 찌푸리며 한참 바라봤다.“나한테 숨기는 일 있어?”서진은 핸드폰 내용을 확인한 것이 아니었다. 비행기 표를 예약하려면 신분 정보가 필요해 잠시 들었을 뿐인데 희정의 반응이 너무 컸다.질문을 받은 희정은
신혼집 곳곳에는 사건 현장처럼 출입 통제선이 둘러져 있었다. 바닥 여러 군데에는 감식 표시까지 남아 있었다.희정은 표시된 자리를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전날 차장섭이 쓰러진 곳과 찻잔에 머리를 맞은 장소였다.가슴이 서늘해졌다. ‘여권을 찾는 대로 바로 떠나야 해.’‘머지않아 경찰이 우리를 불러서 조사할지도 몰라.’다행히 점심시간과 맞물려서 수사관들이 식사를 하러 나간 듯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희정은 발소리를 죽여 방으로 들어갔다. 서랍을 뒤진 끝에 자신과 서진의 여권을 무사히 찾아냈다.두 여권을 주머니에 넣고 희정은 곧바로 돌아섰다. 모든 움직임은 소리 없이 이루어졌다.다시 창문을 넘어갈 때 건훈이 반대편에서 희정을 받아 줬다.희정은 아래로 뛰어내리면서 건훈의 품에 그대로 안겼다.건훈은 곧바로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머리를 희정의 어깨에 기대며 떨어지기 싫어하는 사람처럼 굴었다.“다음에는 언제 다시 올 거야?”건훈의 목소리에는 뜻밖에도 아쉬움이 섞여 있었다.희정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그저 몸만 섞은 사이인데, 설마 이 미친놈은 감정이라도 생긴 건가?’희정은 서진과 곧 해외로 떠날 거라는 사실을 말할 생각이 없었다. 떠난 뒤에는 건훈 같은 인간과 다시 만날 일도 없을 터였다.희정은 대충 달랬다.“아마 금방 다시 오겠지.”건훈은 고개를 돌려 희정의 귓불에 입을 맞췄다.“아까 한 말은 사실 거짓말이었어.”희정이 놀라 고개를 들었다.“뭐가?”“어제 나는 아무 소리도 못 들었어. 집 방음이 너무 좋아서 듣고 싶어도 들리지 않거든.”건훈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굉장히 긴장했던데. 혹시 아버지가 죽은 일에 형수가 관련된 건 아니지?”희정은 과민할 정도로 크게 반응하며 부정했다.“무슨 헛소리야? 내 아빠야! 갑자기 넘어져 머리를 다치는 바람에 사고로 돌아가신 거라고. 내가 어떻게 아빠를 죽여?”건훈은 희정을 깊이 바라봤다.“나는 네가 죽였다고 말한 적
예주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미묘한 빛이 스쳤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오빠가 해인 언니한테 너무 잘해 주는 거죠. 언니가 그걸 몰라주는 거예요.”그 말에 태겸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예주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아까 그 진주 목걸이 말이에요...”태겸은 대답하지 않고 해인 옆자리에 앉았다.곧 첫 번째 경매 물품이 무대 위에 올려졌다.진주 목걸이였다.윤기 좋은 진주들이 조명 아래에서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해인은 한눈에 마음이 갔다.시작가는 4억 원. 해인은 망설임 없이 패들을
이소정의 안색이 단번에 굳어졌다.“사설탐정? 사설탐정을 써서 태겸이를 조사했다는 거야? 해인아, 그런 건 하면 안 되지. 부부 사이에 상처만 남겨.”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소란이 서재 안까지 전해졌다.문이 열리며 고민건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인을 보자 자연스럽게 음성이 누그러졌다.“해인이, 왔구나.”고민건을 바라보던 해인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우리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지금쯤은 저분처럼 머리가 희끗해졌을까?’그해, 두 회사가 공동으로 추진하던 대형 프로젝트가 있었다. 원래는 고민건이 직접 협력사와 만나기로 되어
밖에서 차가 멈추는 소리가 들려왔다.해인은 더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잠시 뒤, 현관문이 열리며 태겸이 들어왔다.실내로 스며든 발소리는 조심스러웠고, 점점 가까워지다가 해인 등 뒤에서 멈췄다.이어 단단한 남자의 팔이 해인 뒤에서 감겨 왔다.해인의 허리가 갑자기 조여 들었다.“여보...”태겸의 입술이 머리칼 위로 내려앉았다.낮고 거친 숨이 섞인 남자의 목소리였다.“여보, 나 진짜 보고 싶었어.”밤공기를 머금은 태겸의 체온이 전해지자 해인의 몸이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었다.해인은 그대로 굳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달빛이 서늘하게 식어 있었다.버려진 제약 공장 안, 강해인의 몸은 거칠게 꼬인 밧줄에 묶여 있었다.차갑고 단단한 콘크리트 벽에 기댄 채, 여자의 가느다란 손목은 높이 들어 올려진 채 벽에 고정돼 있었다.그리고 뒤에서 다가온 남자가 해인의 허리를 움켜쥐었다. 얇은 여자의 허리가 남자의 손아귀 안에서 움츠러들었고, 남자의 입가에는 음습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강해인 씨. 아무도 몸값을 들고 안 오면, 그땐 미안하지만 말이야.”해인의 뒤쪽에서 벨트를 푸는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차리는 순간, 해인의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