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Kabanata 111 - Kabanata 120

354 Kabanata

제111화

당연히 아쉬웠다. 무려 3년 동안 쏟아 부은 프로젝트였다. 얼마나 많은 밤과 낮이 그 안에 들어갔는지, 해인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거의 자기 손으로 키운 아이와도 같았다.해인은 직원이 건네준 식사를 받아 들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그리고 조용히 말했다.“자식도 크면 결국 엄마 곁을 떠나는 거잖아.”그 프로젝트는 벌써 3년 동안 업데이트와 개선을 거듭해 왔다. 사실 지금 단계에서 기술은 이미 충분히 안정권에 들어 있었다. 실험실에서 나온 데이터도 꾸준히 안정적이었다.이제 공장에 발주만 넣으면 대량 생산으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조진규가 해인을 다시 불러들이려는 이유도 뻔했다. 이후에 기술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손보게 하려는 것이다.하지만 해인이 HJ그룹을 떠난 이유는 하나가 아니었다.한편으로는 회사에 완전히 실망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제 다른 쪽으로도 한번 가 보고 싶었다.‘내가 할 수 있는 게... 정말 여기뿐인지도 알고 싶고.’HJ그룹은 주로 신에너지 배터리 연구개발을 하는 회사였다.최근 들어 관련 업계 여러 회사에서 해인에게 스카우트 제안을 해 왔다. 심지어 경쟁업체 전직 금지 조항에 따른 위약금까지 대신 내 주겠다는 곳도 있었다.해인은 며칠 동안 신중하게 고민했다.하지만 전부 거절했다.‘을에서 또 다른 을로 옮겨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해인이 원하는 건 그런 자리가 아니었다.해인은 배터리 제조사들의 ‘갑’이 되고 싶었다.마침 해인의 선배 한 사람이 국내 거대 자동차회사에서 인사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 선배가 며칠 전 해인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회사 대표가 해인을 구매팀 팀장으로 스카웃하고 싶어한다는 내용이었다.그 구매팀 팀장 자리는 주로 배터리, 모터와 전자 제어 시스템을 총괄하는 자리였다.쉽게 말하면, 회사의 전기배터리와 구동 모터, 그리고 전자 제어 시스템 관련 기술 검토를 총괄하면서 배터리 업체들을 상대로 각종 평가와 검증을 맡는 일이었다.이 일은 전문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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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언니, 고 회장님이랑 친하시잖아요. 예전 정이라도 생각해서 저 고소하지 말라고 좀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저 앞으로 언니한테 진짜 뭐든 하면서 갚을게요.”해인은 예주를 바라보다가 어이가 없어졌다.“내가 왜 널 도와줘야 하는데? 우리가 무슨 사인데? 내가 무슨 성인 군자라도 된다고 생각해?”정말 웃기는 여자였다.‘경찰서에서 고태겸을 데리고 나왔다고, 내가 만만해 보였나?’한 번 먹혔다고 두 번도 가능하다고 여기는 모양이었다.해인이 예주를 당장 처리하지 않은 건, 순전히 그 과정 자체가 자신의 손만 더럽힐 것 같아서였다.예주는 입술을 깨물며 다시 무언가 말하려 했다.그때 옆 카페에서 민하슬이 걸어 나왔다.하슬은 곧장 예주를 자기 뒤로 끌어당겼다.“강해인 씨, 진짜 적당히 좀 하죠. 왜 자꾸 하예주 씨만 붙잡고 괴롭히나요? 이미 퇴사한 거 아니었어요? 그런데 또 회사 근처엔 왜 왔어요?”해인은 속으로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이 사람 뭐야. 어디 아픈가?’아무 말이나 다 해인 쪽으로 뒤집어씌우고 있었다.“이 길이 민하슬 씨 집 앞마당이에요? 민하슬 씨 이름이라도 써 있어요? 제가 여기 오든 말든 그걸 왜 민하슬 씨가 따져요?”하슬은 다시 예주 쪽을 보며 말했다.“하 대리님, 재벌가 따님이면서 왜 이런 사람한테 사정하세요? 고 대표님이 뒤에 계시잖아요. 설령 ZC그룹한테 고소당해도 고 대표님이 책임져 주시면 되잖아요.”얼마 전 태겸은 계약식 영상 하나로 실시간 이슈에까지 올랐다. 하슬도 그 영상을 봤다.그리고 댓글에 달린 말도 읽었다.태겸에게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약혼녀가 있고, 지금 태겸이 다니는 회사도 그 약혼녀 집안의 회사라는 이야기였다.하슬은 예주의 배경이 이렇게까지 대단할 줄 몰랐다.‘와... 진짜 재벌가 딸이었어?’그런데도 평소에는 그렇게 조용하고 소박하게 행동했으니, 하슬 눈에는 더 특별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며칠 전에도 하슬은 예주가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걸 본 적이 있었다.부잣집 딸이 그런 식으로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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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여자가 그 나이에 자기 힘만으로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라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지금도 직장은 여자에게 결코 너그러운 곳이 아니었다.해인은 알고 있었다.소함청에게는 분명 남다른 점이 있을 거라는 걸.해인은 원래 능력 있는 여자를 좋아했다. 그래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대표님.”소함청은 가볍게 손을 맞잡았다.“이따 회의가 있는데, 강 팀장도 같이 들어오겠어요?”그 회의가 뭔지는 해인도 이미 들은 상태였다.와세라 신차 발표회.오늘 막 출시되는 차량이 있는데, 신차 발표회는 사내만 보는 행사가 아니었다. 시장 반응과 소비자 시선까지 동시에 걸려 있는 자리였다.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행사인 만큼, 회사 전체가 크게 신경 쓰고 있었다.해인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한 시간 뒤, 해인은 객석에 앉아 소함청이 무대에서 말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모든 카메라가 소함청의 얼굴을 향하고 있었지만, 소함청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대형 스크린에 신차 이미지가 띄워졌고, 소함청은 차량의 장점과 핵심 포인트를 또박또박 짚어 나갔다.행사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였다.소함청의 시선이 문득 해인 쪽으로 향했다.“와세라는 고객에게 최적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모든 과정을 면밀하게 검증하고 있습니다.”“특히 전동화 핵심 기술인 배터리, 모터, 전력 제어 시스템 분야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모든 고객께 안전성과 신뢰성, 사용 편의성을 고루 갖춘 차량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전동화 핵심 기술이라는 말이 나오자, 연출팀은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카메라를 해인 쪽으로 돌렸다.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이었지만, 해인은 당황하지 않았다.해인은 카메라를 향해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앞으로 해인이 맡게 될 분야가 바로 전동화 핵심 기술 쪽이었으니, 아주 엉뚱한 장면도 아니었다.몇 분 뒤.와세라_신차 와 함께 실시간 이슈에 오른 건 하나 더 있었다.바로 ‘와세라 첫사랑상’이었다.이유는 단순했다.해인의 얼굴이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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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해인은 회사에 들어온 첫날부터 누군가의 수작에 제대로 걸려들 줄은 상상도 못 했다.와세라 전체가 하나의 이해관계로 묶인 조직이었다. 신차 출시를 앞둔 이 시점에는 더더욱 그랬다. 모두가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었다.그런데 해인 개인 문제 때문에 회사 신제품 주문량에 영향이 생겼다.해인은 그 점이 너무나 미안했다.이번 신차에는 수많은 직원들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 있었다. 다들 이번에 한 건 제대로 터뜨려서 연말 성과급도 두둑하게 받길 기대하고 있었을 텐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튀어나온 것이다.신차 판매량이 흔들리면 본사에 보고하기도 곤란해진다.해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입을 열었다.“이번 일은 제가 반드시 정리하겠습니다. 회사 신제품에 미치는 영향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동료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입사한 지 반나절도 안 된 사람이 신차 주문에 영향을 줬으니, 해인은 당연히 원망부터 쏟아질 줄 알았다.HJ그룹에서는 이미 비슷한 일을 겪어 본 적도 있었다.그런데 회의실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다들 자리에 앉아 각자 노트북을 보며 자기 업무를 처리하고 있을 뿐, 누구 하나 해인을 향해 비난의 말을 꺼내지 않았다.해인은 잠깐 멍해졌다.‘뭐지?’그때 소함청이 입을 열었다.“강 팀장,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와세라는 업계 1위 기업인 만큼 원래 늘 주목받는 위치에 있습니다.”“이번 일도 경쟁사 쪽에서 악의적으로 뿌린 자료일 가능성이 있어요. 강 팀장은 괜히 여기에 휘말린 겁니다.”그 말에는 분명한 뜻이 담겨 있었다.와세라를 흔들려는 쪽이 따로 있을 수 있다는 것. 해인이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억울하게 끌려들어온 피해자라는 것.해인은 놀란 눈으로 소함청을 바라봤다.오늘 처음 만난 직속 상사가 그것도 회사 공식 회의 자리에서 해인을 감싸고 있었다.이어 마케팅팀 부장도 말을 보탰다.“모든 책임을 본인한테만 돌리지는 마세요. 지금 상황은 여러 조건이 한꺼번에 겹쳐서 나온 결과입니다.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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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해인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해결해야 할 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카페에 들어온 뒤에도 노트북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유호가 근처에 앉아 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유호 맞은편에는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여자의 이목구비는 유난히 눈에 띄었다. 긴 머리가 어깨 아래로 흘러내린 밤색의 긴 머리에, 차림새는 깔끔한 정장이었다. 그런데도 몸에 딱 맞는 재킷과 치마 때문에 몸매 라인이 또렷하게 드러나면서,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요 며칠 동안 유호는 집에 늦게 들어왔다.해인은 그저 일이 많아 회사에서 야근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설마... 여자친구가 생긴 거야?’해인은 속으로 생각했다.‘이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거였어?’유호 맞은편에 앉은 여자는 해인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눈빛에는 여자들만 알아볼 수 있는 미묘한 경계심이 담겨 있었다.여자는 고개를 돌려 유호를 보며 웃었다.목소리는 지나치게 달콤했다.“한 대표님, 이분은... 누구세요?”그 말을 듣고 유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유호는 곧장 해인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해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유호의 팔이 해인의 허리에 감겼다.유호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같이 있는 거 보면 모르겠어? 우리 꽤 잘 어울리지 않아?”여자는 순간 말을 잃었다.유호는 아무렇지 않게 해인의 귀 가까이 고개를 숙였다.“여보, 오늘 저녁 뭐 먹을까?”해인은 그대로 굳어지면서 귓볼까지 열기가 올라왔다.‘잠깐... 우리 비밀 결혼 아니었어?’‘지금 뭐 하는 거야? 여기서 여보라고 부르면 어떡해?’해인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이 여자... 새로 사귄 여자친구 아니었어?’그제야 여자는 해인의 얼굴이 어딘가 낯익다는 걸 느꼈다.여자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핸드폰을 꺼냈다. SNS 실시간 이슈에 올라온 ‘첫사랑상’을 눌러봤다.화면을 확인한 여자의 표정이 잠깐 멈칫하더니, 뭔가를 깨달은 듯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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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유호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불만이 섞여 있었다.해인의 눈동자에 놀람이 스쳐 지나갔다.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럴 법도 했다. 오늘 해인이 우연히 마주치지 않았다면, 아마도 유호가 몰래 이쪽 고위 임원에게 연락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을 것이다.하지만 두 사람은 그저 이름만 올린 부부였다. 이해관계도 얽혀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한유호가 왜 여기까지 나서서 일을 처리한 걸까?’해인은 은혜를 모르는 사람은 아니었다.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든 말든 해인 개인으로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 키워드가 메인 화면에 오래 떠 있으면 와세라에는 상당한 영향이 갈 수 있었다.객관적으로 말하면, 유호가 해인에게 큰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었다.해인이 숨을 한 번 들이켰다.“그럼... 제가 식사라도 대접해도 될까요?”그 말을 듣자 유호가 웃었다.“나하고 네 선배를 한 테이블에 앉히려고?”해인이 즉시 말했다.“아니에요, 그런 거 아닙니다.”“그래?”“선배는 식당에서 드시는 거고... 저는 집에서 유호 씨한테 직접 만들어 드리려고요.”직접 만든 음식은 밖에서 먹는 식사와 의미가 달랐다.유호의 시선이 깊어졌다.“오늘 밤?”해인이 시원하게 답했다.“뭐 드시고 싶으세요?”“네가 만드는 거라면 뭐든 먹어.”아주 평범한 말이었다.하지만 조용하게 가라앉은 유호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오자, 해인은 귓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해인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비정상적으로 빨라진 심장을 애써 가라앉히려고 했다.“그럼... 반찬 세 가지에 국 하나 정도면 괜찮으세요?”“네가 알아서 해.”유호의 눈동자는 깊고 어두웠다. 유호는 몸을 숙여 해인의 뒤쪽에 걸쳐놓았던 외투를 집어 들었다.그 과정에서 유호의 가슴이 해인의 등 뒤를 가볍게 스쳤다.해인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손가락에 힘을 조금 더 주면서 해인이 이어서 말했다.“그럼 저는 장 보러 갈게요. 저녁에는 좀 일찍 들어오세요.”말이 끝나자마자 해인은 거의 도망치듯 카페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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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해인은 요리를 좋아했다. 하지만 기름 냄새가 몸에 배는 건 싫어했다. 요리를 끝내고 나면 머리카락에 남은 냄새가 늘 신경이 쓰였고, 그래서 가능한 한 빨리 씻어내고 싶었다.드라이어 소리가 꽤 컸다. 그 소리에 전화 벨소리가 완전히 묻혀버렸다.곁눈질로 핸드폰 화면이 켜진 본 해인은, 아무 생각 없이 스피커 버튼을 눌렀다.[해인아.]목소리를 듣자마자 누군지 알 수 있었다.태겸이었다.해인은 이미 태겸의 번호를 차단해 두었다.하지만 번호를 바꿔서 전화를 걸 줄은 몰랐다.해인은 거울을 보며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정리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태겸은 해인이 듣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인터넷 기사 봤어. 너 와세라로 옮겼다며?]해인은 여전히 입을 열지 않았다.어디서 일하든, 태겸에게 설명할 이유는 없었다.태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오늘 오후에 비서 시켜서 관련 사람들한테 연락했어. 실시간 검색어는 다 내려갔을 거야. 밖으로 나와. 얼굴 좀 보자. 지금 너희 아파트 앞이야.]이런 식의 비즈니스 싸움은 태겸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분명 경쟁사가 와세라를 흔들려고 한 거였다. 그래서 해인에게 초점을 맞춘 것이다.해인의 출신 배경을 끌어와 공격하려는 수법이었다.둘이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시간만 해도 길었다.태겸은 해인이 어떤 부분에 약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예전에 있었던 일이 해인에게 얼마나 큰 상처로 남아 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마치 전에 태겸에게 일이 생겼을 때, 해인이 경찰서까지 찾아와 보석 절차를 도와줬던 것처럼.태겸 역시 해인에게 일이 생겼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켜볼 수는 없었다.그래서 소식을 듣자마자 아는 사람에게 연락해 실시간 검색어를 내려 달라고 부탁했다.그 과정에서 태겸 개인 계좌에서 60억 원이 빠져나갔다.해인과의 화해에 필요한 돈이었다.해인이 드라이어를 껐다.욕실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해인이 담담하게 말했다.“만날 필요 없어. 내 남편이 이미 해결해줬어.”태겸의 미간이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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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전화기 너머가 갑자기 시끄러워지면서 태겸은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해인이 어떤 남자와 대화하는 목소리를.남자였다.해인의 곁에 남자가 있었다.게다가 말투를 들어 보니, 두 사람은 꽤 익숙한 사이처럼 들렸다.‘허재준은 회사에서 야근 중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해인이 곁에 있을 수 있지?’‘혹시 몰래 빠져나온 건가?’태겸은 전화기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해인아, 지금 누구랑 같이 있어?]해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우리 그이야.”해인의 목소리는 원래도 부드러운 편이었다.‘그이’라는 말을 내뱉을 때는,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애교를 부리듯 들렸다.태겸의 가슴이 막힌 것처럼 답답해졌다.짜증이 치밀어 올랐다.‘다른 남자를 ‘그이’라고 부른다고?’‘말이 되는 일이야?’어릴 때부터 두 사람은 약혼한 사이였다.해인 주변에 어떤 남자들이 있는지, 태겸은 전부 알고 있었다.그런데 겨우 한 달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해인이 이렇게까지 변했다니?[지금 뭐 하고 있어?][해인아, 집에 있지?][하늘빌 경비한테 말해서 나 좀 들여보내 줘.]태겸의 분노가 담긴 목소리를 무시한 채 해인은 통화를 끊어 버렸다.태겸의 표정이 굳어졌다....30초쯤 지난 뒤에야 태겸은 다시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허재준 회사에 있어?”전화를 받은 정하영은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요 며칠 사이 태겸은 수시로 허재준의 위치를 물었다.그리고 자주 붙잡아 두면서 야근까지 시켰다.정하영은 근무 기록을 한 번 확인했다.[30분 전에 퇴근하셨습니다.]태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퇴근은 무슨 퇴근이야. 다시 불러.”태겸이 이를 악물었다.“A국 프로젝트 있잖아. 출장 보내. 오늘 밤 출발하게 해.”그 프로젝트는 한 번 나가면 반년 이상 걸린다.게다가 환경도 좋지 않았다.원래라면 직원과 먼저 면담을 해야 하는 일이었다.정하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래도... 허재준 씨 의사는 먼저 확인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태겸이 냉소했다.“내가 대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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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해인은 잠깐 망설였다.그래도 결국 유호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걸쳐 올렸다.그리고 힘을 줘 유호를 부축한 채 방으로 데려갔다.겨우 계단을 올라 2층에 도착한 해인이 방문을 열었다.‘침대에만 눕혀 놓고 바로 나가야지.’해인은 그렇게 생각했다.하지만 유호의 팔은 해인의 목에 여전히 걸려 있었다.해인은 균형을 잃고 그대로 유호의 품으로 쓰러졌다.해인의 팔꿈치가 부드러운 침대 시트에 닿으면서, 몸은 반쯤 침대 위에 엎드린 자세가 되었다.해인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유호의 턱을 스쳤다.간질간질한 감각에 유호가 눈을 가늘게 떴다.유호의 시선이 깊어졌다.“품에 안겨 오네?”해인은 바로 입을 열었다.“그게 왜 그렇게 되는 건데요?”해인은 볼을 살짝 부풀리며 뚱한 표정을 지었다.귓가에 유호의 술 냄새 섞인 숨결이 닿았다.그 숨결이 귓바퀴를 스치자 해인의 뺨이 붉어졌다.유호에게서 풍기는 차가운 우디향이 방 안 가득 퍼져 있었다.해인은 그 향기에 완전히 둘러싸인 기분이 들었다.해인의 긴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반박하고 싶었지만 지금 두 사람의 자세는 너무 애매했다.무슨 말을 해도 변명처럼 들릴 것 같았다.유호의 몸에 힘이 빠진 것처럼 그대로 해인 위로 기울어졌다.해인의 몸은 침대에 눌리듯 닿았다.눈앞에는 가까이 다가온 유호의 얼굴이 있었다.유호의 몸은 완전히 닿지는 않았다.아주 조금 떨어져 있었다.아슬아슬하게 닿지 않는 거리.그 애매한 거리가 더 긴장감을 만들었다.유호는 그렇게 몸을 숙인 채 해인을 바라봤다.잠깐의 침묵 뒤, 유호가 눈썹을 살짝 올렸다.“여보.”유호의 목소리는 나지막했다.“내가 취한 틈을 타서... 나한테 덤비려는 거 아니야?”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해인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아니거든!’해인은 먼저 무릎을 움직여서, 유호를 밀어내고 일어나려고 했다.그런데 남녀의 키가 차이가 났다.무릎을 굽히는 순간, 해인의 무릎이 유호 몸의 민감한 부분에 닿았다.유호가 나지막하게 한숨을 토했다.“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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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유호는 해인의 말을 전부 막아 버렸다.검은색과 회색 톤의 방 안에서 해인은 결국 유호의 입맞춤에 점점 힘이 빠졌다.해인의 두 손은 어느새 남자의 가슴 위에 닿아 있었다.촉촉해진 눈동자에는 흐릿한 기운이 서렸다.‘어차피 진짜 부부인데...’해인의 머릿속에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처음이 한유호 같은 사람이면... 손해 보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몸 안에서 욕망이 거칠게 요동치며 해인은 무심코 침을 삼켰다.남자의 손이 해인의 허리를 감아 끌었다.해인의 몸이 유호에게 더 가까워졌다.방 안 공기가 갑자기 뜨거워졌다.그때, 갑작스럽게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해인의 몸이 굳어지면서 바로 유호를 밀어냈다.그리고 언제 떨어졌는지도 모르게 침대 위에 놓여 있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화면을 확인한 해인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도수희였다.해인은 전화를 받지 않고 그대로 끊어버렸다.하지만 방금까지 뜨거웠던 분위기는 완전히 식어 버렸다.해인이 말했다.“다음에요.”그녀는 몸을 일으켰다.하얀 손가락으로 허리 위까지 밀려 올라간 잠옷 치마를 정리했다.분위기는 여전히 아슬아슬했지만, 해인의 눈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유호의 목젖이 천천히 움직였지만, 들끓던 욕망이 갑자기 끊긴 느낌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하지만 해인의 표정이 평소와 달랐다.유호가 물었다.“누구 전화야?”유호의 시선이 해인을 향했다.“내가 해결해 줄까?”해인의 옷차림은 조금 흐트러져 있었고, 유호도 셔츠 단추를 푼 상태였다.해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걸어 나갔다.말투도 차갑게 식어 있었다.“당신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유호는 해인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해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시선이 따라갔다.그때 유호는 해인에게는 자신이 모르는 뭔가 있다는 걸 느꼈다....[해인아, 인터넷 기사 봤어. 엄마 전화 좀 받아.]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도수희는 문자까지 보냈다.[엄마가 미안해.][그때 너를 버린 것도, 지금 이렇게 큰 문제를 만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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