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은 방 안쪽 베란다의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경영과 경제에 관한 책이었다. 처음에는 낯설고 막막했지만, 해인은 이해력이 좋은 편이었다. 몇 달 동안 꾸준히 읽다 보니 이제는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기업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도 생각했던 것만큼 불가능한 영역은 아닌 듯했다.감기가 나은 지 이틀째 되던 날, 권영자는 사람을 시켜 꿀생강차를 달여 보내왔다. 몸을 따뜻하게 해 주고 한기를 몰아내는 데 좋다는 이유였다.“작은 사모님, 큰 사모님께서 생강차를 다 드시라고 하셨습니다.”젊은 여자가 도자기 찻잔을 받쳐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권영자의 심복인 진주의 친손녀인 임영지는 해인보다 세 살 어렸다.영지는 해마다 겨울방학과 여름방학 때마다 여기에 와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었다. 올해는 해인이 본가에 머물고 있었고, 곁에서 도와줄 사람이 마침 부족했다. 그래서 권영자는 진주에게 영지를 해인 곁에 붙여 두라고 지시했다.찻잔을 받아 들고 한 모금 마신 해인은 곧바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생강이 좀 많이 들어간 것 같아. 냄새가 너무 강하네.”영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날이 바뀌면서 점점 추워지잖아요. 생강이 몸을 데워 준다고, 큰 사모님께서 작은 사모님 몸이 약하시니까 일부러 더 넣으라고 하셨어요.”해인은 절반 넘게 마셨지만, 더는 넘기기 힘들었다.금세 알아차린 영지가 찻잔을 받아 들면서 해인에게 한쪽 눈을 살짝 찡긋했다.“이따가 큰 사모님께서 물어보시면, 제가 다 드셨다고 말씀드릴게요.”그쪽에서 영지가 찻잔을 부엌으로 가져다 놓자마자, 누군가 영지를 불러 세웠다.왕단영이 영지에게 손짓했다.“영지야, 방학한 거야?”영지는 천진한 표정으로 물었다.“여사님, 무슨 심부름이라도 시키실 일 있으세요?”왕단영은 영지 손에 들린 빈 찻잔을 한 번 내려다보았다.“별건 아니고. 네 엄마 몸은 요즘 좀 어떠니? 한동안 통 못 봤네.”영지의 어머니도 예전에 한씨 가문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한 적이 있어서, 왕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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