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정은 눈가가 붉어진 채,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유호에게 말했다.“네 말이 맞아, 유호야. 내가 이렇게 자주 너한테 투자 얘기를 하자고 한 게 왜였겠어? 너랑 조금이라도 더 만날 기회를 만들고 싶어서였어.”“그런데 네가 이걸 네 결혼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 앞으로는 만나지 말자. 영화 투자 건도 여기서 끝내.”말을 마친 희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유호는 미간을 찌푸렸다.‘끝낸다고?’이미 거의 다 논의된 영화 투자였다. 내부 절차도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였다. 그런데 이렇게 없던 일로 끝내자니, 그럴 수는 없었다.유호는 이미 팀과 함께 이 투자 건을 분석해 봤다. 이번 투자는 그룹에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컸다. 대본도 유호가 직접 읽어 봤고, 꽤 괜찮다고 판단했다. 제작진도 국내 최정상급이었고, 국제 영화제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이력까지 있었다.거의 손해 볼 가능성이 낮은 사업이었다. 이런 기회를 포기할 사업가는 없었다. 유호는 개인적인 이유로 희정과의 업무상 협력까지 망치고 싶지 않았다.그는 해인을 한 번 바라보고는 결국 희정을 따라갔다.해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쪽을 지켜보고 있었다.심지어 희정이 유호에게 입을 맞추려는 듯 다가가는 것도 보았, 유호가 피하는 것도 보았다. 그 뒤 두 사람이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다만 희정이 먼저 뛰쳐나가고, 유호가 뒤따라 식당을 나서는 모습만은 분명히 보였다.“작은 사모님...”영지는 해인이 상처받을까 걱정했다.이런 일을 보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여자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해인은 임신 5개월째였다.‘한 대표님도 정말 너무하셔. 그래도 와서 인사 한마디는 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작은 사모님이랑 부부면서, 밖에서는 완전 남처럼 구시네.’“먹자.”해인은 시선을 거두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영지의 앞접시에 음식을 집어 주었다.아까 냄비에 빠진 차돌박이는 너무 익어 버렸다. 해인은 새 차돌박이 한 점을 다시 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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