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은 떨리는 손으로 수술동의서에 자기 이름을 적었다. 평생 수없이 써 온 이름인데도, 이렇게 쓰기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병상 위 정상적이지 않은 주여진의 안색을 보자, 마치 해인의 심장을 누군가 깊이 도려내는 것만 같았다. 눈시울이 붉어진 해인은 그저 눈물만 계속 흘렸다.“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제가 나갈 때만 해도 엄마는 괜찮았는데, 왜 이렇게 된 거예요.”해인은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사람처럼 약하고 무력해 보였다. 흔들리는 몸은 당장 바닥으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다.의료진은 주여진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한 번, 또 한 번 가슴을 눌렀지만, 병상 위의 주여진에게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마침내 주여진의 몸에 연결된 기계가 날카로운 경고음을 냈다. 화면 위의 선은 더는 오르내리지 않고, 길고 차가운 직선이 되었다.해인은 온몸이 얼어붙는 듯하면서 힘이 빠져 서 있는 것조차 어려웠다.저 기계가 뭘 뜻하는지, 조금만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었다.“엄마...?”해인의 잠긴 목소리는 목 안에서 부서지면서 소리 없는 눈물로 변했다.그때 해인의 세상은 통째로 어두워진 듯했다.애리가 다가와 마스크를 벗기면서 무겁게 말을 꺼냈다.“삼가...”응급처치는 꼬박 한 시간 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주여진에게 연결된 기계는 끝내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응급처치에 참여했던 의료진은 해인 앞으로 다가와, 주여진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렸다.그 말을 듣자마자, 해인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어떻게요...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엄마는 분명 괜찮았는데...”며칠 전까지 병상에 누워 의식이 없던 엄마는, 오늘 저녁 해인과 함께 쌀죽 반 그릇을 먹었다. 모녀는 많은 이야기도 나누었다.그런데 이제 주여진은 다시는 말을 하지 못하는 시신이 되어 있었다.해인은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도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엄마 상태가 조금 더 좋아져 퇴원하면, 재활치료를 받게 해 드리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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