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Chapter 741 - Chapter 750

906 Chapters

제741화

“여보...”건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진이 말을 끊었다. [야, 너 뭐 하는 짓이야? 희정한테 왜 전화했어?]건훈은 서진이 희정의 전화를 받았다는 걸 알아차리자 갑자기 웃었다.[형, 오늘은 밭에 잡초 뽑으러 안 갔어?]서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건훈의 말에는 분명 비꼬는 기색이 있었다.그런데 자신은 건훈에게 산속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다. ‘내가 하는 일을... 어떻게 알고 있어?’서진의 마음에 의심이 생겼다. “내 질문에 대답 안 했어. 희정이한테 왜 전화했냐고.”건훈 쪽에서 사과를 씹는 소리가 들렸다. [며칠 전에 보내 준 고기 맛있었냐고 물어보려고 했지. 형이랑 형수 먹게 좀 더 보내 줄까?]서진의 눈꺼풀이 움찔했다. 머릿속에서 흩어져 있던 조각이 비로소 맞춰졌다.“그 음식 네가 보낸 거야?”건훈이 웃었다. [왜? 형수가 말 안 했어?]건훈은 일부러 혀를 차며 말했다. [이야, 둘 사이에 나한테도 말 못 할 비밀이 있나 보네.]그 말투가 서진의 신경을 긁었다.“뭐 보내고 싶으면 나한테 연락해. 앞으로 희정이한테 직접 전화하지 마.”서진은 건훈이 평소 여자를 가볍게 만나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희정에게 따로 연락하며 귀찮게 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문득 희정이 건훈이 보낸 거라는 사실을 숨긴 것도, 자신이 걱정할까 봐 그랬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건훈은 곧 서진의 속뜻을 알아채고 웃었다. [형, 뭐가 그렇게 무서워? 형수가 나 따라갈까 봐?]서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건훈아!”건훈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농담인데 왜 그렇게 흥분해?]통화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온 서진은 핸드폰을 다시 희정의 베개 옆에 내려놨다.십여 분 뒤에야 희정이 잠에서 깼다. 눈을 뜨자마자 곁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서진을 발견한 희정은 두 팔을 벌려 남자의 목을 끌어안았다.“자기야, 언제 일어났어? 왜 그렇게 보고 있어?”이곳에서 오직 서진만 곁에 남은 뒤 희정은 전보다 훨씬 더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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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2화

사랑에 빠지면 상대에게 뭐라도 해 주고 싶은 법이었다. 하지만 서진은 곧바로 희정 곁으로 다가가 주걱을 빼앗았다.“이런 걸 왜 네가 해. 가서 쉬어.”말을 마친 서진이 대신 불 앞에 서서 음식을 볶기 시작했다.서진에게 희정은 여전히 귀하게 자란 공주 같은 사람이었다. 자신과 함께 살게 됐다고 해서 이런 힘든 집안일까지 시킬 생각은 없었다.그 모습을 보던 희정은 뒤에서 서진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넓은 등에 뺨을 붙이며 말했다. “너 정말 나한테 잘해 준다.”서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내 아내한테 잘하지, 그럼 누구한테 잘해?”희정은 이 평온한 기분을 온전히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름 냄새가 코로 들어오자 속이 울렁거렸다. 희정은 급히 밖으로 나가서 몇 번이나 헛구역질을 했다.요리 하나를 끝내고 나온 서진은 희정이 가슴을 누르고 있는 걸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왜 그래?”희정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침을 안 먹어서 그런가 봐. 속이 좀 쓰리고 신물이 올라와.”서진은 다시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따뜻한 물 따라 놓을 테니까 들어와서 마셔.”희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서진이 자리를 비우자 희정은 입술을 깨물며 멍하니 서 있었다.‘아니야. 설마 그럴 리 없겠지?’희정은 넋이 빠진 채 안으로 들어가 유리컵을 양손으로 감싸고 따뜻한 물을 절반 넘게 마셨다. 머릿속으로는 마지막 생리 날짜를 정신없이 계산하고 있었다.‘내가 그놈 아이를 가졌을 리 없어. 절대 아니야!’점심을 다 차린 서진은 희정이 식탁 앞에서 멍하니 앉아 있는 걸 보고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그래? 아까부터 계속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것 같아.”그제야 정신을 차린 희정이 웃어 보였다. “아무것도 아니야. 배고파. 빨리 먹자.”서진은 자극적이지 않은 나물 반찬을 희정의 그릇에 덜어줬다.냄새도 강하지 않은 음식인데 희정은 보기만 해도 속이 다시 뒤집혔다.결국 식탁 앞에서 그대로 헛구역질을 했다.서진은 그제야 단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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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3화

약사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손님, 규정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 정말 필요하시면 읍내 병원에서 먼저 진료받고 처방전을 가져오세요.”희정은 돈을 내밀고도 원하는 걸 살 수 없는 날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이런 외진 곳에서 지내는 생활은 몇 번이나 희정의 상식을 뒤집어 놓았다.‘이런 데 사는 사람들은 돈을 더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왜 이렇게 원칙만 따져?’이곳은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약국이었다.약을 구하지 못한 희정은 서진이 의심하기 전에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예상대로 집에 도착했을 때, 서진은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희정을 찾고 있었다.희정을 발견한 서진이 다급하게 다가왔다. “어디 갔었어? 왜 땀을 이렇게 많이 흘려?”희정은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했다. “집에만 있으니까 답답해서 그냥 동네 좀 걸었어.”서진의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나한테 말은 하고 나갔어야지. 여긴 워낙 외진 곳이라 너 혼자 다니면 위험해. 난 네가 혹시...”말을 끝내지 못한 서진은 시선을 내렸다. 표정에 슬픔이 묻어났다.희정이 고개를 들었다. “내가 뭐 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서진이 낮게 말했다. “나랑 사는 게 지겨워져서... 나를 떠난 줄 알았어.”희정은 놀랐다. 서진이 자신 때문에 이렇게 불안해하고 있다는 걸 곧 알아차렸다.누군가에게 깊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졌다.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화가 났다. 이렇게 좋은 사람이라는 걸... 자신이 왜 이제야 알았을까?조금만 더 일찍 깨달았다면, 두 사람이 지금 같은 처지까지 몰리지는 않았을지도 몰랐다.서진의 서툴고 순진한 모습에 희정의 마음이 한없이 부드러워졌다.희정은 손을 뻗어 서진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듯 쓰다듬었다. 까치발을 들고 먼저 입을 맞췄다.“서진아, 너 진짜 바보다.”서진은 곧바로 희정의 입맞춤을 받아냈다. 소유욕이 짙어진 남자는 입술을 옮겨 귓불을 가볍게 깨물었다.두 사람은 서로에게 깊이 빠져 희정이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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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4화

약사는 서진이 조금 전 걸어온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마 저쪽 마을에서 온 것 같던데...”주변에는 여러 작은 마을이 모여 있었고, 오래전부터 서로 혼인과 왕래가 이어져 주민 대부분이 한집만 건너면 서로 아는 사이였다.나이가 많은 한 할머니가 말했다. “저쪽이면 솔안마을 아니야? 내가 알기로 거긴 사람들 대부분 떠나고 읍내에 집 구하기 어려운 노인들이나 몸 불편한 사람들만 남았는데. 젊은 여자가 살았나?”그 할머니는 근방에서 오래 중매를 해 온 사람이라, 결혼할 만한 나이의 처녀는 물론이고 이혼하고 친정으로 돌아온 사람까지 웬만하면 다 알고 있었다.약사가 어깨를 으쓱했다. “누구네 친척이 놀러 왔을 수도 있죠. 누가 알겠어요?”말을 마치고 뒤를 돌아본 약사는 그제야 가게 안에 손님이 들어온 걸 알아챘다.‘언제 들어왔지? 인기척도 못 들었네.’약사는 사람들 틈에서 빠져나와 안으로 들어왔다. “총각, 뭐 찾는 거 있어요?”서진은 대답하지 못했다. 머릿속에서는 조금 전 바깥에서 들은 대화가 계속 맴돌았다.‘솔안마을... 지금 우리가 사는 곳이잖아.’그 마을에는 정말 젊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사실상 젊은 여자는 희정뿐이었다.저녁 무렵 혼자 나갔던 희정이 떠올라 서진은 입술을 다물었다.“좀 전에 말씀하신 그 여자분은 언제 약을 사러 왔습니까?”약사가 대답했다. “오늘 저녁이요. 총각처럼 마스크를 쓰고 왔어요.”서진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한동안 아무 말이 없자 약사가 다시 물었다. “그래서 무슨 약을 찾는데요? 골라 줄까요?”서진이 위장약 진열대 근처에 서 있는 걸 보고 약사는 바로 알아챘다. “속이 안 좋아요?”“어떻게 아픈데요? 신물이 올라와요? 배가 아파요? 아니면...”서진이 약사를 바라보다 갑자기 물었다. “메스껍고 토할 것 같은 게 위장병 말고 임신 때문일 수도 있습니까?”약사가 웃음을 터뜨렸다.“아내가 임신했나 보네요. 그러면 위장약 함부로 먹이면 안 돼요. 종류에 따라서는 태아에 안 좋을 수도 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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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5화

서진이 집에 돌아왔을 때 희정은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었다. 곁에서 움직이는 소리에 희정이 천천히 눈을 떴다.“응? 밖에 나갔다 왔어? 어디 갔었어?”희정의 가슴께에는 조금 전 서진이 남긴 붉은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 있었다.서진은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잠이 안 와서 좀 걷고 왔어.”희정도 크게 생각하지 않고 나른하게 웃었다. “내가 덜 열심히 했나 봐. 아직 밖에 돌아다닐 힘이 남아 있네.”희정은 서진의 목을 끌어당기면서 먼저 입을 맞췄다.서진의 뜨거운 숨이 희정을 감쌌다. 그때 서진이 갑자기 물었다. “저녁에 읍내 갔었어?”키스에 몰입해 있던 희정은 머리 위로 찬물이 쏟아진 듯 굳어졌다.곧 정신을 차리고 본능적으로 부정했다. “아니.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서진은 태연하게 말했다. “별거 아니야. 여기만 있으면 심심할까 봐. 읍내 가고 싶으면 나한테 말해. 같이 가 줄게.”두 사람 모두 서로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밤은 길었다. 방 안에서는 끊이지 않고 은밀한 소리가 이어졌다. 서진은 전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희정을 안았다. 마치 가슴에 쌓인 모든 감정을 몸으로 쏟아 내고 싶은 사람 같았다.희정 역시 자신의 다정함으로 서진의 뜨거운 감정을 모두 받아 주려고 했다.그날 밤 내내 낡은 침대가 계속 삐걱거렸다....다음 날.서진이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데 방 안에서 헛구역질 소리가 들렸다.서진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모르는 척 손에 든 일을 계속했다.희정은 바깥의 서진이 들을까 봐 소리를 죽이며 몇 번이나 헛구역질을 했다.하지만 마음은 점점 불안해졌다. 며칠째 같은 증상이 반복됐다. 이 정도면 임신이 아니라는 게 더 이상했다.그런데 읍내 약국에서는 임신을 중단시키는 약은 처방전 없이 팔지 않았다. 결국 시간을 내 병원에 가서 뱃속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았다.메스꺼움이 조금 가라앉자, 희정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밖으로 나와 서진의 허리를 뒤에서 끌어안았다.“또 나 먹으라고 아침 만드는 거야?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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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6화

“네 생일!”희정의 하얀 볼에 옅은 홍조가 돌았다. “생일 선물을 좀 준비하고 싶은데, 네가 따라오면 재미없잖아.”‘생일이라니?’도망 다니느라 정신이 없어서 서진은 완전히 잊고 있었다.핸드폰을 꺼내 달력을 확인해 보니 오늘이 정말 자기 생일이었다.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럼 혼자 읍내에 다녀와. 대신 도움이 필요하거나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바로 빠져나와. 절대 신분을 들키면 안 돼.”아직 두 사람은 수배 중이었다. 이곳이 작은 동네라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둔할 수는 있어도, 오히려 좁은 곳이라 더 위험할 수도 있었다.희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렇게 정리됐고, 희정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혼자 병원에 가서 아이만 없애면, 건훈과 있었던 일도 끝까지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희정은 혼자 읍내 병원으로 향했다....서진은 집에 남아 뜯지도 않은 임신 테스트기를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머릿속은 복잡했지만 직접 확인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정말 희정이 임신한 거라면 왜 시기가 맞지 않는 걸까...서진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다른 일을 찾아 움직였다.‘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자.’‘요즘 우리 사이가 좋잖아. 그거면 됐어.’그때 침대 위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서진이 눈썹을 찌푸렸다. 가까이 가서야 희정의 핸드폰이라는 걸 알아챘다.신분을 감추려고 요즘은 물건도 현금으로만 샀으니 핸드폰을 꼭 들고 다닐 필요도 없었다.희정이 핸드폰을 두고 간 모양이었다.화면에 뜬 발신자를 확인하자 서진의 눈빛이 달라졌다. 또 건훈이었다.서진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이상했다.분명 어딘가 이상했다.‘건훈이 계속 희정을 귀찮게 하는 건가?’‘왜 며칠이 멀다 하고 전화를 해 오는 거지?’서진이 아는 것만 해도 벌써 두 번째였다.서진이 받지 않자, 전화는 끝까지 울리다 자동으로 끊어졌다.서진은 생각에 잠긴 채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다 얼마 전 집으로 보내온 닭과 오리, 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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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7화

“나 잘하지? 서진 형이랑 비교하면 어때? 응? 충분히 좋아?”“형수, 소리 좀 내 봐. 참지 말고 좋으면 좋다고 해. 듣고 싶어.”“...”곧 영상 속에서 여자가 억누르듯 흘리는 낮은 신음이 들려왔다.서진은 온몸에 전기가 흐른 사람처럼 굳어졌다.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기운이 번졌다.희정의 목소리였다.화면이 크게 흔들리더니 각도가 바뀌었다. 핸드폰 렌즈는 천장을 향했고 영상은 전보다 더 심하게 흔들렸다.둘이 침대로 자리를 옮긴 모양이었다. 화면에는 건훈의 얼굴이 선명하게 잡혔다. 흥분한 웃음을 띤 얼굴과 이마에 맺힌 굵은 땀방울까지 보였다. 땀 한 방울이 마침 핸드폰 위로 떨어졌다.서진은 심장까지 마비된 듯했다. 머릿속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비었다.영상 소리가 너무 컸던지 길을 오가던 사람들이 서진을 변태 보듯 흘겨봤다.대낮 길거리에서 성인 영상을 틀어 놓고 있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집에 가서 혼자 보면 될 일을 왜 여기서 이러나 싶었을 것이다.서진은 그런 시선을 전혀 느끼지도 못했다. 입술은 일자로 굳었고 얼굴에서는 핏기가 빠졌다. 다리에 힘이 풀려 제대로 서 있기도 어려웠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서진은 뒤늦게 영상 촬영 날짜를 확인했다. 자신과 희정이 결혼식을 올린 바로 그날이었다.배경은 누가 봐도 건훈의 집이었다.촬영 시각까지 확인하자...그날 서진은 희정을 신혼집에 데려다준 뒤 결혼식장 화재를 수습하러 갔다. 그 사이 희정은 건훈의 집으로 달려가서 기어이 자신을 배신한 것이었다.서진은 비틀거리다 온몸에 힘이 빠져서 그대로 쪼그려 앉았다.희정은 건훈이 자신과 가까운 친척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런 짓을 한 가야?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서진은 자신이 희정에게 부족했던 건지, 자신이 만족시켜 주지 못했던 건지까지 생각하기 시작했다.이제야 건훈이 며칠이 멀다 하고 희정에게 전화를 건 이유도, 친절한 척 고기며 먹을거리를 보내 준 이유도 이해됐다.차장섭이 죽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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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8화

서진의 입가에 허탈한 웃음이 스쳤다.오래 기다린 끝에 마음을 얻었다고 믿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속임수였던 셈이다.요 며칠 새벽마다 토하던 이유도 이제야 알았다. 건훈의 아이를 가진 것이었다.서진 자신이 너무 어리석었다. 계속 속아 넘어가면서도 희정을 이해해 보겠다고 애를 썼다.언제부터인지 서진의 눈가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자신의 인생도, 일과 가족도 모두 희정 때문에 무너졌다.그런데 희정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진실을 말하지 않았고, 임신 사실마저 숨기려 했다.서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찰이 정말 찾아오면 자신이 대신 죄를 뒤집어쓰겠다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여자를 감옥에 보낼 수는 없다고 순진하게 믿었다.가슴이 너무 아파서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심장이 날카로운 칼날에 잘게 베이는 것 같았다.‘나는 정말 끝까지 바보였구나.’보건소에서 멀지 않은 작은 숙박업소 앞에 고급 스포츠카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이런 작은 읍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급의 차였다.지나가던 사람들이 차 주변에 모여 구경하며 수군거렸다.차를 조금 아는 젊은이가 감탄했다. “와, 저거 부가티 아니야? 차 진짜 멋있다. 엄청난 부자가 타고 왔나 본데.”“다들 좀 떨어져 있어요. 괜히 차를 긁기라도 하면 몇 년치 생활비 날아가요.”생활비가 많이 들지 않는 동네 사람들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차 한 대가 그렇게 비싸다고? 페인트 조금 벗겨졌다고 몇 년치 생활비까지 물어줘야 해?”“당연하지. 못 믿겠으면 직접 긁어 봐요. 해외에서 들여온 수입차인데 차값만 수십억 원은 할 걸.”“...”주변에서 놀란 탄성이 잇따랐다. 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액수였다.그런데 그 말을 듣던 서진의 눈꺼풀이 크게 떨렸다.서진은 이 차를 알고 있었다. 옆집에 살던 건훈이 매일같이 몰고 다니며 과시하던 차였다.건훈의 차고에는 여러 대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아끼는 차가 바로 이것이었다.여러 재력가들과 경쟁하듯 값을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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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9화

희정은 건훈을 거칠게 노려봤다. 정말 성가신 인간이었다.이렇게까지 질척거릴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무슨 일이 있어도 건훈과 자지 않았을 것이다.“보건소에 와서 산부인과 접수했다며. 설마 임신했어?” 건훈의 시선이 희정의 배로 내려갔다.희정에게 강한 예감이 들었다. 건훈이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 날에는 절대로 이 아이를 지우지 못할 것이다.건훈은 서진을 싫어했다. 서진이 자기 아이를 키우게 만드는 것보다 더 지독한 복수도 없다고 생각할 게 뻔했다.그 생각이 들자 희정은 바로 부인했다. “무슨 헛소리야? 내가 왜 임신을 해? 얼마 전에 유산해서 정기적으로 검사 받으라고 했어. 그래서 보건소에 온 것뿐이야.”건훈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희정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믿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희정은 더 이상 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건훈은 여자관계가 복잡한 한량이지만, 눈치도 빠르고 사람을 꿰뚫어 보는 데 능했다. 말을 길게 할수록 오히려 허점만 생길 수 있었다.희정이 말했다. “앞으로 이런 식으로 나 찾아오지 마. 들키기라도 하면 두 집안까지 완전히 틀어질 거야.”건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게 누가 내 전화를 안 받으래?”“핸드폰 집에 두고 나왔어. 깜빡했어.”희정은 더 얽히고 싶지 않았다. 어렵게 혼자 나온 만큼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희정은 건훈을 지나쳐서 나가려고 했다.그런데 건훈이 뒤에서 갑자기 희정의 허리를 감더니 세게 끌어당겼다.방심하고 있던 희정은 비틀거리며 그대로 건훈의 품에 부딪혔다.건훈은 놓칠 생각이 없다는 듯 희정을 품 안 가득 끌어안았다.턱을 희정의 머리 위에 얹은 건훈이 귓가에 낮고 야릇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거야?”희정이 눈썹을 찌푸렸다. 건훈과 이 숙박업소까지 들어온 건... 읍내가 너무 좁고 건훈이 지나치게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밖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고, 잘못하면 대화 내용까지 누군가 들을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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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0화

건훈이 평생 가장 싫어한 건 서진과 비교당하는 일이었다.싫은 정도를 넘어 혐오에 가까웠다.건훈은 갑자기 희정의 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그 말 다시 해 봐.”힘도 약하지 않았다. 목이 꽉 조이자 숨이 막히면서 희정의 얼굴은 빠르게 붉어졌다.희정은 눈앞의 남자를 악마라도 보는 듯한 눈으로 바라봤다. 본능적으로 목을 감싸 쥔 건훈의 손을 붙잡고 조금이라도 숨을 쉬려고 애썼다.고통으로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 남자라면 정말 자신을 목 졸라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희정이 정말 숨을 쉬지 못할 지경이 되자 건훈은 마침내 손을 놓았다.희정은 목을 움켜쥔 채 허리를 굽히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건훈이 말했다. “말 잘 들었으면 다칠 일도 없었잖아.”건훈은 희정의 목에 남은 붉은 손자국을 집요할 만큼 바라봤다. 오히려 상처를 안타까워하는 사람처럼 보였다.“미안. 힘 조절을 잘못했나 봐. 상처까지 났네.”희정은 피부가 하얀 편이라 목에 남은 붉은 손가락 자국이 더 선명했다.건훈은 몸을 낮추더니 희정의 뒤통수를 붙잡아 억지로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이어 자신이 목을 조른 자국 위에 입술을 대고 세게 빨아들였다.희정은 눈을 질끈 감았다.아프면서도 저릿한 감각이 머리끝까지 치솟았다.그제야 희정은 확실히 깨달았다. 건훈은 변태였다. 그것도 구제할 길 없는 변태였다.사람을 괴롭히고 가지고 노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인간이었다. 지금은 희정이 그 장난감이 되어 마음대로 휘둘리고 있었다.상황은 점점 통제할 수 없는 쪽으로 흘렀다. 희정은 건훈의 팔에서 벗어나려고 힘을 줬다.그러자 건훈이 희정의 귓가에 알아듣기 힘들 만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기분 좋게 해 주든지, 아니면...”건훈의 혀끝이 희정의 귓불을 가볍게 스쳤다.“잊지 마. 난 지금 너희가 어디 숨어 사는지도 알고, 가장 중요한 증거도 갖고 있어. 그날 별장 앞 CCTV 영상이 내 손에 있다고.”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희정에게는 목숨을 재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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