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은 잠시 멍해졌다.유호가 며칠 동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연락 한 번 없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주헌을 따돌리고, 몰래 차희정을 찾아간 거야?’해인의 미간이 깊게 좁아졌다.“내 남편 바꿔.”[싫은데? 내가 왜? 내가 네 심부름꾼인 줄 알아?]희정의 목소리는 몹시 기세등등했다.[강해인, 유호가 왜 네 양어머니 장례식에 안 갔는지 알아? 네가 엄마 잃고 미쳐 가고 있을 때, 유호는 나랑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거든. 하하...]해인은 입술을 살짝 벌렸다. 뭔가 말하려고 하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전화를 끊었다.희정은 해인이 이렇게 갑자기 전화를 끊을 줄 몰랐다.희정은 한창 우쭐해져 있었다. 전화 너머로 해인이 울부짖고, 고통에 무너져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을 듣고 싶었다. 그런데 해인의 반응이 이렇게까지 차분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희정은 가슴속에 뭔가 답답하게 걸린 듯했다. 삼킬 수도, 토해 낼 수도 없는 기분이었다. 분명 유리한 쪽은 희정 자신인데, 조금도 통쾌하지 않았다.희정은 재미없다는 듯 핸드폰을 옆으로 던져 버렸다.해인은 전화를 끊은 뒤, 까맣게 꺼진 핸드폰 화면을 잠시 동안 바라보았다. 이어 표정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고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유호가 희정과 함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해인은 분명 화가 났다.하지만 해인은 곧 예전에 유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유호는 해인한테 시간을 좀 주라고 당부했다.이 기간 동안 자신이 희정과 어떻게 보이든, 해인에게 믿지 말라고 강조했다.유호가 자신이 일을 다 처리하고 나면, 전부 솔직하게 해인한테 말해주겠다고 약속했다.희정보다 유호를 믿는 쪽을... 해인은 당연히 선택했다.해인은 마음속으로 스스로에게 말했다.‘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자.’‘유호 씨를 만나면, 분명히 납득할 만한 설명을 다 해줄 거야.’...해인은 병원으로 갔다.주여진의 장례가 끝난 지 사흘이 지났다. 그동안 예철진은 계속 병을 핑계로 경찰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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