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랑이 입을 열었다.“먼저 먹자. 유호는 기다리지 마.”권영자가 먼저 수저를 들었다. 그러고는 영지에게 닭백숙 국물을 해인에게 한 그릇 떠다 주게 했다.권영자는 자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해인아, 이건 오골계탕이야. 기름은 다 걷어 냈으니까 살찔 걱정은 안 해도 돼. 엄마한테도, 아이한테도 좋아. 괜히 마음 쓰지 말아라.”“이번 일은 유호가 잘못한 거야. 우리 집안도 그렇게 앞뒤 안 가리는 집안은 아니니, 할미가 네 편을 들어 줄게.”한원랑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보탰다.“아버지도 네 편 들어주마.”해인은 잠시 멈칫했다.권영자의 태도야 그렇다 쳐도, 한원랑의 태도는 뜻밖이었다.최수나의 죽음 앞에서 한원랑이 보였던 냉담함을 본 뒤로, 해인은 한원랑을 마주할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거리를 두게 되었다.애초에 한원랑이 강제로 밀어붙이지 않았더라면, 최수나와 오빠 동현은 그렇게 갈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최수나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한원랑은 냉정하게 방관했을 뿐, 최수나를 위해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그런 한원랑이 집안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며느리인 해인을 위해 나서겠다고 하니, 해인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식사가 절반쯤 이어졌을 때였다.조우가 갑자기 놀란 소리를 냈다.“헐, 형수! 형 바람났어!”해인은 멈칫했다.조우가 태블릿 화면을 크게 확대해서 모두에게 보여 주었다.오늘 저녁 유호와 희정이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는 사진이 화면에 또렷하게 떠 있었다.사진 속 유호와 희정은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유호는 희정에게 음식을 집어 주고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촛불까지 놓여 있었다. 식사 분위기는 누가 봐도 지나치게 다정하고 낭만적이었다.천하솜이 과장스럽게 목소리를 높였다.“어머, 한 대표가 저녁에 집에 안 들어온 게 차희정 씨랑 있어서였군요. 설마 한 대표가 사라져 있던 동안 두 사람이 계속...”천하솜은 말을 끝까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그 뒤에 이어지는 뜻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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