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e Kapitel von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Kapitel 621 – Kapitel 630

682 Kapitel

제621화

해인이 헬기에 오르자마자 의료진이 곧바로 상태를 살폈다.진통은 다시 거세졌다. 해인은 팔걸이를 움켜쥔 채 손등의 푸른 핏줄이 도드라질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곁에 앉은 영지는 마음이 조여들면서, 수건으로 연신 해인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었다.“우리 사모님 괜찮으세요?”의료진 한 명이 빠르게 확인한 뒤 침착하게 말했다.“자궁문이 거의 다 열렸습니다. 진통이 올 때 맞춰서 힘을 주세요. 제 호흡에 맞추시면 됩니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세요.”해인은 출산 관련 영상을 미리 찾아본 적이 있었다. 조산사의 안내가 이어지자 곧 호흡의 감을 잡았다.영지는 아직 어린 편이라 여자가 아이를 낳는 일이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운 줄 몰랐다. 보는 영지까지 숨이 막힐 만큼 괴로웠다.영지가 옆의 의료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정말 헬기 안에서 아이를 낳아도 되는 거예요?”“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는 이런 상황에 맞춰서 훈련된 팀입니다.”“의심하는 건 아니고요, 다만...”헬기 안에서 출산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영지에게는 너무 낯설었다.해인이 힘겹게 영지의 손을 잡았다.“영지야, 헬기가 병원보다 안전할 수도 있어.”영지는 잠시 멈칫했다가 곧 해인의 뜻을 알아들었다.연쇄 추돌 사고, 애리의 병원 수술실이 전부 차 있었다는 말, 조금 전 길을 막은 사고 차량과 도로 한복판에서 버티던 운전자까지. 병원으로 가는 길에 앞으로 뭐가 더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태상이 갑자기 나타난 것도 너무 이상했다. 해인이 정말로 태상의 차에 올랐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출산을 앞둔 임산부가 남의 영역에 들어가면 선택지는 순식간에 줄어든다. 그때부터는 상대가 원하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이 헬기는 유호가 오래전부터 준비해 둔 것이었다. 해인을 위한 방패이자, 마지막 퇴로였다.의료진은 모든 차분하고 질서 있게 움직였다. 허둥대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유호가 하나하나 골라서 선발한 사람들이 분명했다. 영지의 흔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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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처음에는 모두가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하지만 돈을 나누다 보니 마지막에 5만원짜리 한 묶음이 남았다.“이건 내 거야! 내 차가 제일 심하게 망가졌잖아!”“무슨 소리야, 내가 다쳤어! 얼굴까지 찢어졌다고!”“왜 네가 가져가? 우리도 다 다쳤어.”“맞아. 내 차가 제일 비싸. 수입차야. 렌트비도 물어내야 한다고.”“...”운전자들은 마지막 돈다발을 두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군가는 아픈 노모를 들먹였고, 누군가는 먹여 살릴 아이를, 누군가는 앞을 못 보는 아버지까지 끌어냈다.어느 누구도 양보하지 않았다. 말싸움은 점점 거칠어졌고, 감정이 달아오른 사람들은 서로의 멱살을 잡았다.태상은 끝까지 탄 담배를 쓰레기통에 눌러 껐다. 그런 뒤 조용히 몸을 일으켜 자신의 차 쪽으로 걸어갔다.전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태상의 태도는 한없이 무심했다.뒤편에서는 사람들이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 찬바람이 불어 태상의 머리칼을 흩트렸다.태상이 차에 올라탔을 때, 누군가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피가 흘러나왔다.태상은 창밖을 힐끗 보았지만 눈동자에는 작은 흔들림조차 없었다.그때 주머니 속 핸드폰이 울렸다.[실험실 쪽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금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태상의 미간이 좁아졌다.“무슨 일인데요?”[동생분입니다. 새벽에 갑자기 발작하는 것처럼 난동을 부리다가 고가의 장비 하나를 깨뜨렸습니다. 투자자 쪽에 설명하기가 난감합니다.]태상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알겠습니다. 곧 갑니다.”20분 뒤, 차는 실험실 앞에 멈췄다.태상은 안면 인식으로 출입구를 통과한 뒤 곧장 3층의 가장 안쪽 방으로 향했다.늘 잠겨 있던 그 방은 오늘은 자물쇠가 풀려 있었다.태상이 문을 밀고 들어가자, 문 뒤에 숨어 있던 지안이 튀어나왔다.지안은 어디서 주웠는지 모를 유리 조각을 쥔 채 태상의 머리를 향해 휘둘렀다.“꺼져! 나 만지지 마! 또 만지면 죽여 버릴 거야!”“지안아, 나야. 오빠야.”태상은 빠르게 몸을 틀어 피했지만 유리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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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직원은 연신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감정 조절이 안 되는 것 같아서, 혹시 도망칠까 봐...”그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뒤따랐다. 지안이 손을 들어 태상의 뺨을 후려쳤다.“예태상, 네가 점잖은 척하는 꼴을 보면 역겨워.”태상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그런데도 태상은 아무렇지 않은 듯 천천히 몸을 세웠다. 눈빛만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늦었어, 지안아. 넌 아파. 쉬어야 해.”태상은 지안을 돌보는 직원 쪽을 보았다.직원이 다가와서 지안을 데려가려고 했다.태상이 조용히 말했다.“약 먹이는 시간 놓치지 마세요.”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지안은 줄에 매달린 인형처럼 무표정하게 끌려갔다.방문은 다시 잠겼다. 복도는 곧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요해졌다....깊은 밤, 실험실은 섬뜩할 만큼 조용했다.천장의 조명은 여전히 환했다. 차가운 흰 빛이 바닥의 타일 위로 번졌다.태상은 사람이 없는 실험실 복도를 걸었다.그리고 안면 인식으로 거대한 방 하나에 들어갔다.그 안에서 흰 가운으로 갈아입고 장갑을 꼈다.방 안에는 미래적인 형태의 대형 장비가 놓여 있었다. 매끈한 표면과 조용한 기계음이 실험실 특유의 싸늘함을 더했다.태상은 장비를 돌아 조작 패널 앞에 섰다. 몇 개의 버튼을 누르자, 장비의 문이 삐 소리를 내며 열렸다.안쪽에는 쉰이 조금 넘은 남자가 누워 있었다.남자는 눈을 감고 있었다. 안색은 검푸른 색으로 변해 있었고, 무릎뼈에는 심하게 다친 흔적이 남아 있었다.살아있는 게 아니었다. 흰 천에 덮인 남자는 이미 오래전에 죽은 상태였지만, 특수 방부 처리를 거쳐서 부패하지 않는 연구용 시신이 되어 있었다.태상은 남자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버지.”남자는 예철진이었다.10개월 전, 예철진은 주여진을 죽인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러다 얼마 전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가 사망했다.죽음은 예철진에게 오히려 해방이었을지도 몰랐다.교도소에 들어가기 전, 예철진의 두 다리는 도끼에 맞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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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그날 집 안은 엉망이었다.그 무리들은 돈을 받아 내겠다며 다시 찾아왔고, 예쁜 지안을 보자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질렀다.태상이 집안으로 뛰어 들어갔을 때 지안은 침대 위에서 천장만 멍하니 보고 있었다. 눈빛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태상은 미친 사람처럼 달려들었지만 상대는 여러 명이었다. 돌아온 것은 주먹과 발길질뿐이었다.태상은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방 안에서는 동생의 인생이 이미 찢겨 나가고 있었다.그 무리들은 떠나며 이렇게 말했다. 빚은 절반을 탕감해 주겠다고.지안이 그 말을 들었다.태상이 동생을 끌어안으려고 하자, 지안은 거칠게 밀어냈다. 이빨로 물고 손톱으로 할퀴며 태상의 살을 뜯어낼 것처럼 버둥거렸다.지안은 태상을 향해 울부짖었다.“돈 때문에 나를 팔았어? 내가 아르바이트해서 도와주겠다고 했잖아!”태상은 자신이 무능했다는 사실을 증오했다. 오빠로서 동생을 지키지 못한 자신이 혐오스러웠다.지안은 오해했다. 태상이 채권자들과 거래했다고 믿었다. 태상은 변명하지 않았다. 동생에게 너무 큰 죄를 지었다. 오빠로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고, 지키지 못했다. 그 사실 앞에서 태상은 어떤 변명도 할 자격이 없다고 여겼다.그날 이후, 지안의 눈빛은 달라졌다.지안은 종종 방 안에 홀로 앉아 하루를 보냈다. 입으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태상은 시간을 내서 지안을 정신건강의학과로 데려갔다. 결과는 중증 외상 후 심리 장애와 정신병적 증상이었다.지안의 정신은 완전히 망가졌다.치료비는 비쌌다. 하지만 태상은 포기하지 않고 치료를 이어 갔다. 약도 수입약으로 바꿔 보았다.하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지안의 상태는 점점 더 나빠졌다.그날의 일은 지안의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지안의 인생에서 사라지지 않는 음습한 부분이었고, 태상이 감히 돌아볼 수 없는 과거였다.오늘 밤처럼 지안은 때때로 무너졌다.갑자기 물건을 부수거나, 몰래 숨겨 둔 날카로운 것을 꺼내서 사람을 다치게 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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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모두가 태상을 피하던 때에도 해인은 태상에게 손을 내밀었다.해인은 태상의 실험실에 투자했다. 덕분에 실험실은 문을 닫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두 집안은 이미 원수지간이 되었는데도, 해인은 지난 일을 빌미로 모든 길을 막지는 않았다.한 달 전, 해인은 태상에게 말했다.“1차 투자금은 며칠 안에 들어갈 거예요. 예태상 씨, 이제 이 실험실 지분 30%는 제 거예요. 제가 처음 하는 투자니까 손해 보게 만들지 마요. 저는 예태상 씨를 믿어요.”해인은 믿는다고 말했다.태상은 그 전화를 받던 날, 자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힘차고 선명했다.두 사람 사이에 마침내 연결점이 생겼다. 단순히 원수 집안의 사람이라는 관계가 아니라 실질적인 협력자가 되었다.그 후 해인이 실험실에 자주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태상은 몰래 해인을 보러 갔다.해인이 만삭의 배를 안고 유호와 산부인과에 다녀오는 모습, 둘이 함께 아기 용품 매장을 둘러보는 모습을 태상은 멀찍이서 지켜보았다.해인은 유호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얼굴에는 부드럽고 달콤한 웃음이 떠 있었다.그 모습을 보고 있던 태상은 자신도 모르게 유호의 자리에 자신을 끼워 넣었다. 해인 옆에 서 있는 사람이 자기라고 상상했다.그러면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쁨 비슷한 감정이 가슴속에 떠올랐다.유호는 운이 좋았다. 저토록 아름다운 사람을 품고 있었으니까.태상의 마음속에는 또 다른 생각이 생겼다.정말로 자신이 유호의 자리를 대신해서 해인 옆에 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태상은 해인과 결혼하고 싶었다. 영원히 함께 있고 싶었다.하지만 해인과 유호의 아이가 곧 태어날 예정이었다. 아이가 생기면 두 사람은 더 단단히 묶일 수밖에 없었다.바로 그때, 태상은 야마모토 교수에게서 전화를 받았다.야마모토 교수는 유호가 해외로 수술을 받으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호가 출국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그날부터 태상은 오늘을 계획했다.처음 태상의 예상대로라면 해인이 출산하는 날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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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태상은 속눈썹을 내리깔았다.“어쩌면 스스로 지은 죄의 대가를 받은 걸지도 모르죠.”연구원은 놀란 눈으로 태상을 보았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태상은 시선을 돌려 연구원을 바라보았다. 입가에는 뜻을 알 수 없는 웃음이 걸려 있었다.“지금 앞에 누워 있는 사람, 제 아버지입니다.”그 말에 연구원은 눈을 크게 떴다. 곧 얼굴에 두려움이 떠올랐다.“그, 그런데 왜...”“왜 여기로 데려왔냐는 뜻인가요?”태상은 연구원이 묻고 싶은 말을 잘 알고 있었다.실험실에 들어온 시신은 수없이 해부된다. 온전한 몸으로 남을 수 없을 정도로, 절개한 뒤 봉합하고 다시 절개하는 일이 반복된다.자기 가족이 그 위에 누워 있다는 사실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구나 자기 손으로 그런 결정을 내릴 사람은 더욱 드물었다.하지만 태상은 피하지 않았다. 시신이 친아버지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꺼냈다.죽은 사람이 끝없이 절개되고 훼손되는 모습을 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기괴하고 끔찍한 일이었다.연구원이 태상을 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졌다.태상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수술칼 하나를 집어 들었다. 누워 있는 시신을 향해 이리저리 가늠했다. 어느 부위든 곧 칼을 댈 사람처럼 보였다.더는 버티지 못한 연구원은 돌아서서 서둘러 이 방을 빠져나갔다. 마치 안에 괴물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서둘렀다.문이 다시 닫혔다.태상은 손에 쥔 날카로운 수술칼을 내려놓았다.눈빛은 싸늘했다. 표정은 사라져 있었고, 예철진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차가운 증오만 얇게 깔려 있었다....그 길고 어두운 밤도 끝내 지나갔다.하늘 가장자리에 희미한 빛이 번지기 시작했다. 헬기 안의 해인은 기력이 거의 다 빠져 있었다.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옷이 마르고 다시 젖기를 반복했다. 의료진은 밤새 해인 곁을 지켰다.영지는 미리 챙겨 둔 음식을 꺼냈다.“사모님, 조금이라도 드세요. 힘을 보충해야 더 밀어낼 수 있어요.”해인은 초코바를 한 입 베어 물었다. 몇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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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남자아이가 싫으세요?”영지는 쭈글쭈글한 작은 아이를 바라보면서 마음이 녹아 버릴 것만 같았다. 밤새 긴장으로 굳었던 가슴도 마침내 풀렸다.“보세요. 얼마나 귀여워요. 남자아이면 나중에 대표님을 닮겠죠. 얼굴도 잘생기고 머리도 좋고, B시 아가씨들 다 쓰러지게 만들 거예요.”말을 끝내자마자 영지는 자신이 유호를 언급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지는 멈칫하더니 눈을 내리깔았다. 해인의 상처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해인은 유호를 조금 닮은 아들의 작은 얼굴을 바라보았다.유호는 죽는 날까지 자기 아이가 딸이라고 믿었을지도 몰랐다.의료진이 아이에게 옷을 입히기 시작했고, 해인은 몸을 정리해 주는 손길에 몸을 맡겼다.해인에게는 아들을 얻었다는 기쁨보다 다른 생각이 더 크게 자리 잡았다.잠시 뒤 해인이 갑자기 말했다.“영지야, 나 좀 일으켜줘. 차 준비해.”영지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방금 아이 낳으셨어요. 어디를 가시려고요?”“유호 씨를 찾으러 갈 거야.”영지의 표정이 얼어붙었다.“대표님은 이미...”“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어.”영지는 해인이 유호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해인의 표정이 너무 단호해서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영지는 바로 기사에게 차를 준비하라고 연락했다....30분 뒤, 어젯밤 해인을 병원으로 호송하려고 했던 경호팀장의 차가 헬기 옆에 멈췄다.차에서 내린 경호팀장은 아이가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모님.”그때 해인은 이미 새 옷으로 갈아입은 뒤였다.해인은 헬기에서 내려 차 쪽으로 걸었다.영지는 곧바로 담요를 꺼내 해인의 몸에 둘러 주었다. 막 아이를 낳은 몸에 찬바람이 닿아서 산후병이 생길까 봐 걱정스러웠다.경호팀장이 물었다.“어디로 모실까요?”해인이 답했다.“예태상을 만나러 가요.”옆에 있던 영지의 낯빛이 변했다.“그 사람을 만나러 가신다고요? 그건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거랑 다를 게 없어요.”어젯밤 일을 통해 영지는 태상이 간단한 사람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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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영지야, 내 말 들어. 아이를 잘 지켜 줘. 수상한 사람은 누구도 가까이 못 오게 해.”영지는 입술을 꾹 다물고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새벽바람이 거세게 불었다.해인이 헬기에서 내려 발을 디뎠다. 막 출산한 몸이라 두 다리는 바닥에 닿자마자 가늘게 떨렸다.경호팀장이 걱정스럽게 말했다.“조금이라도 쉬세요. 차라리 제가 그자를 찾아가겠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부하들 시켜 이빨이 다 빠질 때까지 패겠습니다.”해인은 고개를 저었다.“예태상을 상대해 본 적 없잖아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그래요. 단순한 폭력으로 입을 열 사람이었다면, 내가 실험실에 수억 원을 넣을 이유도 없었어요.”어떤 사람은 폭력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아무리 맞아도 쉽게 입을 열지 않는다. 태상은 후자였다.해인이 조용히 말했다.“사람들은 전부 데려가요. 충돌이 생길 수도 있어요. 집에 노인과 아이가 있으니, 남는 사람이 아이를 지키게 하고요. 가기 싫다는 사람은 억지로 끌고 가지 마요.”경호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경호팀장이 부하들에게 몇 마디 전하더니 곧 돌아왔다.“모두 함께 가겠다고 합니다.”유호 곁에 남아 있던 사람이라면 모두 유호의 심복이었다. 목숨이 아까워 도망칠 사람들이라면 애초에 유호가 곁에 두지 않았을 것이다.유호는 부하들에게 늘 잘했다. 유호에게 일이 생기자 사람들 역시 마음속 깊이 걱정하고 있었다.해인은 차에 올랐다. 안에는 기사가 미리 히터를 틀어 두었다. 막 출산한 해인의 몸에 찬 기운이라도 스며들까 싶어서였다.해인은 가죽 시트에 기댄 채 미간을 찌푸렸다. 앉아 있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경호팀장이 곧바로 좌석을 뒤로 눕혀 주었다.해인은 핸드폰을 꺼내 앱 하나를 열었다. 화면을 몇 번 누르자, 곧 감시 영상이 떠올랐다.화면에는 태상의 실험실 복도가 보였다. 지나다니는 사람은 물론,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까지 들을 수 있었다.영상은 되감기도 가능했다. 지난 두 달 동안의 기록을 시간 단위, 분 단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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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9화

감시 영상에는 오늘 아침 7시, 태상이 실험실을 떠나는 장면이 잡혀 있었다.해인은 핸드폰을 꺼내 한 번도 걸어 본 적이 없는 번호를 눌렀다.전화는 거의 곧바로 연결됐다.태상의 목소리에는 숨기기 어려운 들뜬 기색이 묻어 있었다.[해인 씨, 저한테 전화한 거예요?]해인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해인은 태상과 친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나 이렇게 친근하게 이름을 불리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해인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예태상 씨, 어디예요?”태상은 의외로 솔직하게 답했다.[실험실에서 방금 집에 왔어요. 왜요?]“주소 보내세요. 제가 갈게요.”태상은 밤을 꼬박 새우고 막 집에 들어와 쉬려던 참이었다.그런데 해인이 찾아오겠다고 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어젯밤 해인은 태상의 차에도 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스스로 태상을 찾아오겠다고 했다.태상은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집 주소를 불러 주었다.전화 너머의 해인은 한 마디만 남겼다.“그럼 기다려요.”전화가 끊어졌다. 태상은 한동안 해인이 자신의 집으로 온다는 사실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그는 일주일 전 이곳으로 이사했다.복층 구조의 오피스텔이었다. 면적은 아주 넓지 않았지만 예전에 살던 낡은 원룸과 비교하면 훨씬 나았다.태상은 집 안을 간단히 정리하다가 뭔가 떠올렸다. 바로 핸드폰을 들어 단지 경비실에 전화를 걸었다.“같이 오는 사람들은 막아 주세요.”...해인의 차가 태상이 사는 단지에 도착했다. 기사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입구 경비원이 차를 세웠다.해인이 방문 목적을 말하자, 경비원은 차에 탄 다른 사람들을 훑어보았다.“예 선생님이 방금 전화하셨습니다. 강해인 씨 혼자만 들여보내라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차 안의 경호팀장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해인은 예상했다는 듯 크게 놀라지 않았다.“그럼 여러분은 단지 밖에서 기다리세요.”경호팀장은 걱정이 가득했다.“하지만 혼자 들어가시면...”해인은 방금 아이를 낳은 사람이라 아직 몸이 너무 약했다.평범한 산모라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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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해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굳이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태상의 시선이 해인의 배로 내려갔다. 해인의 배가 이미 꺼져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볼 수 있었다.태상은 입술을 다물었다가 아무렇지 않은 척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해인 씨, 뭐 마실래요? 주스요, 차요?”해인이 대답하지 않자, 태상은 제멋대로 말을 이었다.“막 아이를 낳았으니 따뜻한 게 낫겠네요. 대추차는 어때요?”태상은 컵에 대추청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숟가락으로 잘 저은 뒤, 김이 오르는 유리컵을 들고 돌아왔다.이어 방 안으로 들어가 부드러운 담요 하나를 꺼내 해인의 어깨에 덮어주려고 했다.“밖이 차가워요. 너무 얇게 입었네요. 산후조리 중인데 몸이 상하면 어떡해요?”해인의 눈은 차갑게 태상에게 꽂혀 있었다.태상의 손이 다가오자 해인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몸짓만으로도 태상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었다.태상은 잠깐 멈칫하더니 눈 밑에 어두운 기색이 스쳤다.“좋은 뜻이에요. 주 여사님도 우리 집에 오래 있었잖아요. 오빠가 동생을 챙겨 주는 정도로 생각하면 안 돼요?”주여진의 이름이 직접 나오지 않았을 뿐, 그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해인의 표정은 더 차가워졌다. 눈빛에는 사람을 멀리 밀어내는 냉기가 서렸다.해인은 더는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바로 물었다.“유호 씨는 어디 있어요?”태상은 순진한 얼굴로 해인을 바라보았다.“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밖에서는 한 대표가 해외에서 폭발 사고로 죽었다고 하던데요. 왜 저한테 물어요?”해인은 태상이 앞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더 보고 싶지 않았다.“예태상 씨가 숨겨 둔 거죠?”태상은 미간을 찌푸렸다.“해인 씨, 제가 정말 그 정도 힘이 있어서 한 대표를 숨길 수 있었다면, 제 실험실을 지키려고 그렇게까지 매달렸겠어요?”해인은 눈썹을 찌푸렸다.태상은 진실을 말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해인이 자신이 내민 대추차에 손도 대지 않자, 태상은 컵을 들어 직접 해인 손에 쥐여 주려고 했다.“왜 안 마셔요? 몸에 좋아요. 막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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