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Chapter 641 - Chapter 650

682 Chapters

제641화

유호는 천천히 몸을 낮추고 웃었다.“내가 해인 옆에 어울리는지 아닌지는 너 같은 더러운 쥐가 정하는 게 아니야. 그렇게 많은 사람이 너 때문에 죽었는데, 너는 어울린다고 생각해?”태상이 말했다.“나는 해인 씨를 8년 동안 좋아했어. 해인 씨가 우리 아버지를 미워한다는 걸 알고, 그래서 나는 아버지가 죽은 뒤에도 편히 못 가게 했지. 네가 나만큼 해인 씨를 위해 한 게 있어?”유호의 눈이 가늘어졌다.“친아버지한테까지 손을 대다니, 신이 분노할 짓을 해 놓고 자랑이야? 죽은 사람까지 편히 못 두는 네 꼴이 대단해 보여?”“한 회장이 나를 그렇게 패도, 나는 아버지 목숨을 끊을 생각은 안 했는데?”...차를 마시던 한원랑은 갑자기 재채기를 해야 했다....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다.그 모든 건 태상 한 사람의 욕심에서 비롯됐다.태상을 이대로 경찰에 넘기기만 하는 건 너무 가벼웠다.유호는 손을 들어 태상의 얼굴을 툭툭 쳤다. 녹음기를 꺼내 태상 앞에서 녹음 버튼을 눌렀다.“말해. 네가 알아서 다 털어놓을래, 아니면 고생 좀 하고 입을 열래?”태상은 심하게 다쳤지만 입은 굳게 닫혀 있었다. 바닥에 누운 채 숨만 내쉬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호는 가느다란 줄을 꺼냈다. 태상의 목에 대고 길이를 재듯 움직였다.“죽기 직전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지 않아?”폐허와 불길 속에서 몸부림치던 사람들처럼.희생자들은 마지막에 끝없는 고통을 겪었다. 이 모든 걸 꾸민 자는 벌을 받아야 했다.가느다란 줄이 태상의 목에 걸렸다. 조금만 힘을 주면 목숨을 끊을 수 있을 것 같았다.태상은 숨이 막히면서 눈이 뒤집혔다. 곧 숨을 못 쉬게 되면서 죽을 것 같은 감각이 밀려왔다.하지만 유호는 사람을 괴롭히는 법을 잘 알았다. 태상이 정말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줄을 풀었다.해인의 말이 맞았다. 이런 인간 때문에 손에 피를 묻히는 건 너무 아까웠다.태상의 얼굴은 푸르스름하게 질렸다. 통증과 공포 때문에 등에는 식은땀이 흘렀다.몇 번이나 같은 고통이 반복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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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2화

해인은 유호의 얼굴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눈매에서 턱선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듯 시선으로 더듬던 그녀는, 이내 말없이 유호의 품을 파고들었다.“아직도 그런 악몽을 꾸네.”해인은 유호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유호에게서 나는 익숙한 체취를 들이마셨다. 그래야 마음이 조금이라도 든든해질 것 같았다.해인이 무슨 꿈을 꿨는지 짐작한 유호가 바로 해인을 마주 안았다.“나 살아 있어. 앞으로 남은 평생 동안 다 빚 갚는 데 쓸 거고.”해인이 멈칫했다.“무슨 빚?”“사랑의 빚.”해인은 잠깐 말문이 막혔다.유호는 고개를 숙여 입술을 해인의 귓가에 댔다.“네가 임신한 시간도 곁에 없었고, 아이가 태어나는 중요한 자리에도 없었어. 내가 빚진 거 맞지? 평생 갚아도 모자랄 만큼...”잠시 유호를 안고 있던 해인의 입꼬리가 휘어졌다.“우리 아이... 당신 아직 못 봤지?”막 낳자마자 아이와 떨어져 버렸다. 모든 일이 일단 정리되자, 해인은 그제야 아이에게 젖도 물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유호가 말했다.“아까 집에 옷 갈아입으러 갔다가 보고 왔어.”영지는 갓 태어난 아기를 헬기 안에 계속 데리고 있을 수 없었다. 아침에 일어난 권영자가 해인이 보이지 않자 영지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제서야 해인이 밤사이에 아이를 낳았다는 걸 알았다.권영자는 영지에게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게 했다.한씨 가문 같은 집안에서는 아이를 돌볼 아이돌보미를 오래전부터 준비해 두었기에 걱정할 일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경호원들이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지키고 있어서 아이는 안전했다.유호가 말했다.“우리 딸은 아주 잘 자고 있었어. 얼굴도 곱고, 생김새가 너랑 많이 닮았더라.”해인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살짝 좁혔다.‘딸? 유호 씨는 아직 아이가 사실 아들이라는 걸 모르는 것 같아.’잠시 침묵한 뒤 해인은 유호의 품에서 고개를 들었다.“실은... 의사가 잘못 본 거야.”유호가 멈칫했다.“뭐가?”“우리 아기... 태어나 보니 아들이었어.”유호의 눈썹이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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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한씨 저택.해인이 무사히 아이를 낳았고, 유호까지 돌아왔다.권영자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그동안 아픈 사람처럼 기운 없던 모습도 사라지고, 정신도 훨씬 또렷해졌다.갓 태어난 아기는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보냈다. 권영자는 아이를 자기 방에 두고 직접 지켜보고 있었다.한씨 집안의 두 여인도 소식을 듣고 밖에서 돌아왔다.왕단영은 절에서 한 달을 지냈다. 매일 맑은 국과 채식 위주의 음식만 먹다 보니 몸이 눈에 띄게 말랐고, 볼도 움푹 들어가 있었다.왕단영은 아이 옷 몇 벌을 들고 일부러 아이를 보러 온 척했다. 권영자의 방문 앞에 막 도착했을 때, 현관으로 들어오던 천하솜을 보았다.천하솜은 해외에서 막 돌아온 참이었다. 캐리어를 끌고 있는데, 어딘가 넋이 빠진 표정이었다.왕단영과 천하솜은 늘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한 달 만에 보자마자 왕단영은 난간에 기대 비꼬듯 입을 열었다.“참, 해외 한 번 제대로 나가 본 적도 없던 사람이 한 달이나 버텼네? 외국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긴 했어? 한 달 내내 벙어리처럼 있다 온 거 아니야?”천하솜은 왕단영의 빈정거림에도 대꾸하지 않았다.천하솜은 현관 쪽 가사도우미를 바라보며 물었다.“조우는?”“오늘 월요일이라 조우 도련님은 학교 가셨죠.”천하솜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말했다.“잊고 있었네. 내가 데리러 갈게.”천하솜이 몸을 돌려 나가려던 그때였다.돌아서는 천하솜의 앞에서 권총 한 자루가 천하솜의 이마를 겨누고 있었다.천하솜으로부터 두 걸음쯤 떨어진 곳에 서 있던 한원랑이 차가운 얼굴로 총을 들고 천하솜을 겨눴다.그 모습을 본 위층의 왕단영도 표정이 굳어졌다.최수나가 죽은 뒤 이 집에는 왕단영과 천하솜 두 여자만 남았다. 한원랑은 어쨌든 두 사람을 크게 차별하지는 않았다.두 사람이 각각 외부에 나갔다 돌아오자마자, 한원랑이 왜 천하솜에게 총까지 들이대는 걸까?최수나가 다락방에 갇혔다가 처참한 끝을 맞았던 일을 떠올리자, 왕단영은 알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손에 들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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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4화

천하솜의 움직임은 믿기 어려울 만큼 빨랐다. 모든 일이 눈 깜빡할 새 끝났다.상황은 단번에 뒤집혔다.한원랑은 젊은 시절 군에서 오래 일했고, 장성까지 올랐던 사람이다. 몸놀림도 보통 사람보다 훨씬 좋았다.나이가 들었다고 해도, 약해 보이는 여자 하나쯤은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어야 했다.그런데 한원랑은 천하솜에게 목숨줄을 잡혔다.위층에 선 왕단영은 충격으로 굳어 버렸다.한원랑이 총을 들고 천하솜을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천하솜이 그렇게 빠르게 급소를 피하고 한원랑의 뒤로 돌아설 줄은 전혀 몰랐다.‘천하솜은 아무 쓸모없는 여자 아니었나?’예전에 천하솜은 한원랑의 비서였다. 그리고 한원랑이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한 틈을 타 한원랑의 침대에 올라 조우를 가진 여자였다.그런 여자이기에, 돈과 지위를 탐하고 어떻게든 남의 힘을 빌려 높은 곳으로 올라서려는 사람처럼 보였다.‘대체 언제 이런 몸놀림을 익힌 걸까?’‘분명히 하루 이틀에 익힐 수 있는 실력이 아니야.’왕단영은 자신이 참 순진했다고 느꼈다. 천하솜과 그렇게 오래 다투고 질투하면서도, 천하솜이 이토록 깊이 비밀을 숨기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한원랑이 붙잡히자 한씨 저택의 경호원들은 모두 긴장했다. 하지만 함부로 다가가지는 못했다. 천하솜이 정말 한원랑에게 치명상을 입힐까 두려웠다.한원랑은 미간을 찌푸렸다. 천하솜 같은 여자에게 단번에 제압되다니,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한원랑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굳게 다문 입술은 얇은 실처럼 팽팽했다.천하솜이 조건을 내걸었다.“조우를 데려와요. 차도 준비해요. 우리 둘이 안전하게 떠나면 회장님은 풀어 드릴게요.”한원랑이 차갑게 웃었다.“내 곁에 오래 있었으니 내 성격도 잘 알 텐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협박이야.”한씨 저택에서 일하는 경호원들은 허수아비가 아니었다.천하솜이 칼로 한원랑을 겨눈 바로 그때부터, 천하솜은 겹겹이 포위됐다.거실 안으로 점점 더 많은 경호원들이 몰려드는 걸 보자 천하솜의 마음은 조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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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5화

경호원들은 총을 꺼내 천하솜을 겨눴다. 언제든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분위기였다.천하솜은 한원랑을 붙잡고 자기 앞에 세웠다.마음은 조급했지만, 얼굴만큼은 필사적으로 침착하게 유지했다.“회장님, 저도 회장님을 해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와 조우가 살아나갈 길만 열어 주십시오.” “차를 준비해 주시고 조우를 태워 주십시오. 저희가 무사히 떠나면 회장님은 풀어 드리겠습니다.”한원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천하솜은 칼끝을 한원랑의 목으로 조금 더 밀어 넣었다.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아래층의 소란이 커지자, 방에서 증손자를 들여다보고 있던 권영자도 놀라 나왔다.권영자는 진주의 부축을 받으며 방문을 열었다. 왕단영이 난간에 목을 길게 빼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걸 보고 권영자가 물었다.“무슨 일이야?”왕단영이 말했다.“천하솜이 미쳤어요. 회장님 목에 칼을 들이댔어요!”천하솜이 정말 단검을 한원랑의 목에 바짝 대고 있는 장면, 심지어 피까지 난 걸 보자 권영자의 얼굴이 확 변했다. 하마터면 그대로 쓰러질 뻔했다.“이게...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왜 이래?”권영자가 기억하는 천하솜은 평소에 잔일이 많고 말썽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대담한 사람은 아니었다. 감히 사람들 앞에서 한원랑에게 맞서고 칼까지 들이댈 줄은 몰랐다.권영자에게 한원랑은 하나뿐인 아들이었다. 천하솜이 정말 한원랑을 해칠까 봐 겁이 났다.권영자는 위층에서 늙은 목소리를 높였다.“조우 에미야, 진정해. 한 회장을 다치게 하면 안 돼. 한 회장은 그래도 네 아들의 아비잖아.”권영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다.왕단영은 어느 정도 짐작했다.이쯤 되면 천하솜이 결코 단순한 여자가 아니라는 걸 모를 수 없었다. 천하솜이 한씨 집안에 들어온 것 자체가 처음부터 음모였을 가능성도 있었다.그걸 눈치채지 못했다면, 왕단영이 한씨 집안에서 보낸 세월이 헛된 셈이었다.왕단영이 권영자에게 말했다.“천하솜이 감히 회장님께 칼을 들이댔다는 건, 조우가 한씨 집안 핏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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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6화

한원랑의 목소리는 힘이 실려 있었다. 커다란 외침이 넓은 거실에 울려 벽을 타고 사람들의 고막을 때렸다.계단을 내려가던 진주는 그 소리에 놀라 발을 헛디딜 뻔했다. 다행히 난간을 붙잡아서 겨우 넘어지지 않았다.진주는 난처한 얼굴로 권영자를 돌아보았다.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권영자가 미간을 찌푸렸다.“한 회장, 아들아, 애미 말 들어! 저 여자가 칼을 들이댔는데도 정말 목숨이 아깝지 않니?”한원랑에게 이 정도 작은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남자로서의 체면이었다.한 여자가 자신의 머리 위에 올라타 칼까지 들이댔다. 여기서 물러서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앞으로 누구든 이렇게 한원랑을 협박하려 할지도 몰랐다.천하솜은 더 이상 인내심이 없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리해졌다.곧이어 단검의 가장 날카로운 부분을 한원랑의 목에 더 가까이 밀어 넣었다.권영자는 노안이었지만, 거리가 있음에도 오히려 피가 더 뚜렷하게 보였다.한원랑의 목에서 피가 더 많이 흐르는 것을 보자 권영자는 간이 떨어질 만큼 놀랐다. 곧바로 진주를 재촉했다.“빨리! 조우 데려와! 조우 애미야, 진정해! 한 번 부부였던 정이 있잖아. 정말 한 회장한테 모진 짓 하면 안 된다. 내가 널 보내 줄게!”한바탕 소란이 이어지는 사이에 초등학교 하교 시간이 되었다.조우는 김 집사의 호송을 받으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멀리서 거실에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 것을 보고 조우는 이상하다고 느꼈다.천하솜이 단검을 들고 한원랑의 목에 겨누고 있는 장면을 보자, 놀란 조우는 손에 들고 있던 탕후루를 바닥에 떨어뜨렸다.“엄마?”조우의 눈에는 순진한 당혹감이 가득했다.“왜 그래? 아빠랑 싸웠어?”천하솜은 평소 한원랑에게 뭐든 맞춰 주었다. 그동안 말다툼은커녕 큰소리로 말하는 일조차 없었다.그런 천하솜이 어떻게 단검을 한원랑에게 겨눌 수 있을까?천하솜은 잠시 굳어졌다. 이런 모습을 아들에게 보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하지만 지금은 흔들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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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7화

아직 열 살도 되지 않은 아이는 어른 허리 높이밖에 되지 않았다. 체격 좋은 경호원에게는 마치 병아리 한 마리를 집어 드는 것처럼 쉬운 일이었다.조우는 어깨가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천하솜은 룸미러로 그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아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액셀을 밟던 발에 자기도 모르게 힘이 풀렸다. 천하솜은 차를 세워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차 속도가 줄어든 바로 그때, 한원랑이 권총을 들고 천하솜의 뒤통수를 겨누고는 방아쇠를 당겼다.목표물이 계속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총알은 몇 센티미터 차이로 빗나갔다. 하지만 천하솜의 왼쪽 어깨를 관통하면서 강렬한 통증이 온몸을 덮쳤다. 천하솜은 입술을 깨물었고 얼굴이 단번에 창백해졌다.어깨의 고통 때문에 핸들이 살짝 틀어졌다. 천하솜은 필사적으로 차를 바로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곧이어 한원랑이 다시 한 발을 쐈다. 이번 총알은 타이어를 향했다.자동차 바퀴가 터진 풍선처럼 빠르게 주저앉았다. 천하솜은 차체를 통제하지 못했다. 자동차가 그대로 대문 옆 난간을 들이받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차 속도가 떨어지자마자, 정원에 있던 수많은 경호원들이 승합차 쪽으로 달려들었다.천하솜 혼자 그렇게 많은 사람을 막을 수는 없었다. 좀비 떼가 몰려드는 것처럼 차 문 밖에는 경호원들이 빽빽하게 달라붙었다.이제 도망칠 수 없다는 걸 깨닫자, 천하솜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은 이미 붙잡혔다. 어깨 상처 때문에 얼굴을 찡그릴 만큼 아팠지만, 저항할 힘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조우는 천하솜이 한원랑에게 칼을 들이댄 일이 용서받기 어려운 잘못이라는 걸 알았다.하지만 경호원들이 천하솜의 머리채를 잡고 차에서 끌어내리는 모습을 보자, 조우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우리 엄마 놔! 엄마한테 그러지 마! 아프잖아! 아프다고! 살살 해!”조우가 평소 아무리 장난이 심하고 천하솜과 투닥거리며 지냈다 해도, 오늘의 상황은 이전과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조우의 마음속에는 분명 어머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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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한씨 집안의 어린 도련님이다 보니, 경호원들은 조우에게 함부로 손을 대지 못했다. 다칠까 봐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조우는 어려서부터 잘 먹고 자라서 몸에도 힘이 넘쳤다. 제멋대로 구는 데 익숙한 아이답게 마구 밀치고 버티자, 경호원들도 잠시 어찌할 바를 몰랐다.조우는 경호원들을 어느 정도 밀어냈다.그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천하솜의 눈빛이 가라앉더니, 갑자기 조우를 붙잡았다. 조금 전 들고 있던 단검으로 자기 아들의 목을 겨눴다.모든 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졌다. 날카로운 칼날이 아이의 하얀 목에 닿았다. 천하솜은 차갑게 얼굴을 굳힌 채 한원랑에게 말했다.“나 보내. 안 그러면 조우 죽일 거야.”한원랑은 천하솜이 자기 아이에게 진짜 손을 댈 거라고 믿지 않았다. 그럴 수 있었다면 오늘 조우를 데리러 돌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한원랑이 앞으로 다가가자 천하솜은 미간을 찌푸렸다. 단검을 조금 더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조우의 목에서 피가 배어 나오면서 흘렀다.아이의 참을성은 약했다. 조우는 곧바로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아파, 아파! 엄마, 나 아프다고! 피 나잖아! 나 죽는 거야?”“엄마, 나 엄마 친아들이잖아. 왜 나한테 이래? 나 죽이지 마!”조우는 자신이 천하솜을 지키려 했는데, 마지막에 이런 대우를 받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천하솜은 조우의 눈물 어린 눈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그래도 성공적으로 도망치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보내.”천하솜은 차가운 얼굴로 한원랑을 노려보았다.“당신이 이 아들을 별로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건 알아. 그래도 한씨 집안 핏줄이야. 눈앞에서 아들이 죽는 걸 보겠어? 자식 장례 치르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한원랑은 잠깐 멈칫했다.천하솜이 이렇게까지 미쳤을 줄은 몰랐다. 정말 조우에게 손을 댈 기세였다.하지만 겁을 주려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한원랑이 명령했다.“가서 저 여자 잡아.”천하솜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단검을 쥔 손가락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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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조우는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지금도 믿기지 않았다. 친어머니가 단검으로 자신을 겨누고, 하마터면 목까지 찌를 뻔했다는 사실이...조우는 김 집사가 직접 운전하는 차를 타고 병원으로 옮겨졌다.그때 왕단영이 세상 재미있는 구경이라도 난 듯 다가왔다.“회장님, 천하솜이 정말 간도 크네요. 감히 회장님께 칼을 겨누다니.”한원랑의 목에도 상처가 있었다. 하지만 여자에게 칼을 겨눠졌다는 사실이 너무 창피해서 조우와 함께 병원에 가지 않았다.왕단영은 자기가 한원랑의 상처를 소독해 주겠다고 나섰다. 한편으로는 한원랑 앞에서 점수를 따고 싶었다.이제 최수나는 죽었고, 천하솜은 도망쳤다. 한원랑의 곁에 남은 여자는 왕단영 하나뿐이었다.‘이번에 하늘에서 기회가 떨어진 것 아닌가?’‘한씨 집안 안주인 자리는 결국 내게 돌아올 거야.’권영자도 멍한 얼굴로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한원랑이 위험하게 눈을 가늘게 떴다.“제 쪽 사람들이 해외에서 확인했어요. 유호 사고 현장 근처에 천하솜이 있었답니다. 폭발이 있던 바로 그날...”사진 속 천하솜은 외국인 남자와 카페에서 꽤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카페는 폭발 현장에서도 멀지 않았다.어떻게 그런 우연이 있을 수 있을까?한원랑의 인생 사전에 우연이라는 단어는 없었다.역시나 오늘 조금 압박하자 천하솜은 본모습을 드러냈다.사진 속 외국인 남자가 천하솜의 연락책일 가능성이 컸다.천하솜의 뒤에 어떤 목적이 있는지, 동기가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사람이 이미 도망쳤기 때문이다.하지만 분명한 건 이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천하솜이 한씨 집안에 잠복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건 단순히 후계자 자리를 노렸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다른 목적이 틀림없이 있었다.이야기를 들은 권영자의 표정은 무거워졌다.천하솜은 줄곧 운전을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방금 운전 실력은 예사롭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이고 어깨에 총상까지 입었는데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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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의사는 해인이 아이를 낳은 뒤 계속 침대에만 누워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혈전 예방을 위해 조금씩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오후가 되자, 해인은 산후도우미의 부축을 받으며 천천히 소아병동으로 향했다.조우는 자신을 돌보는 가사도우미들에게 등을 돌린 채 화를 내고 있었다.“안 먹는다고 했잖아. 다 치워!”곁의 가사도우미가 달래듯 말했다.“도련님, 어젯밤부터 아무것도 안 드셨잖아요. 벌써 하루가 지났어요. 아직 한창 커야 할 나이인데요.”조우는 그동안 버릇없이 자라 제멋대로 구는 데 익숙했다. 어릴 때부터 조우를 돌본 가사도우미들도 자연스럽게 그 성질을 받아 주었다.조우가 소리쳤다.“안 먹어! 굶어 죽어도 아무도 나 안 볼 거잖아. 아무도 나 신경 안 써!”이렇게 어린아이가 아프면 부모가 옆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조우 곁에 있는 사람은 한씨 집안의 가사도우미들뿐이었다.그 말을 듣고 해인은 문밖을 지키는 경호원에게 물었다.“아버님은 조우 보러 안 오셨어요?”경호원이 고개를 저었다.한원랑 본인도 다쳤으니 어린 아이를 돌볼 마음이 있을 리 없었다.게다가 조우의 어머니가 한원랑에게 상처를 입혔다. 지금쯤 한원랑은 조우에게까지 화를 돌리고 있을지도 몰랐다.한원랑은 한 번도 다정한 아버지였던 적이 없었다. 조우에게도, 유호에게도 마찬가지였다.해인은 입술을 다문 뒤 가볍게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도련님? 우리 어린 도련님이 다쳤다고 해서 특별히 보러 왔어.”목소리를 들은 조우가 돌아보았다. 해인을 보자 눈빛이 조금 밝아졌다.“형수님, 아기 낳았다며.”자기가 삼촌이 됐다는 사실은 조우에게 기쁜 일이었다.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조우는 김 집사에게 초콜릿을 사 달라고 했다. 아기에게 주고 싶었다.하지만 집에 돌아오자마자 본 것은 부모가 서로에게 칼과 총을 겨누는 장면이었다. 손에 들고 있던 초콜릿도 놀라 바닥에 떨어뜨렸다.“형수님...”조우의 눈가가 붉어졌다.해인은 조우 곁으로 다가가 목의 상처를 살짝 살폈다.상처는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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