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Chapter 671 - Chapter 680

682 Chapters

제671화

버스가 앞으로 달렸다. 30분쯤 지나 태상은 실험실에 도착했다.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지안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모습이 보였다.지안은 손에 머리카락 한 움큼을 쥐고 있었다. 온몸은 태상 못지않게 지저분했다. 지안은 그 머리카락을 붙잡고서 태상을 향해 기묘하게 웃었다.“오빠, 드디어 돌아왔네.”태상의 눈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 곧이어 손을 뻗어 지안을 품에 끌어안았다.“너를 돌봐 주던 사람들은 어디 갔어? 지안아, 너 한 달 동안 뭘 먹고 지냈어?”지안은 새까맣게 낀 손톱 사이에서 오래전에 검게 변한 빵 부스러기를 꺼냈다.“나 이거 먹었어.”태상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지안아, 오빠가 미안해. 가자. 씻겨 줄게.”하지만 태상이 무언가 하기도 전에 지안이 갑자기 태상을 밀어냈다.“화장실에 손님이 있어. 그렇게 막 들어가면 실례잖아?”‘손님?’태상은 멈칫했다. 눈썹을 찌푸리며 코끝에 힘을 주자, 공기 중에 떠도는 피비린내와 썩은 냄새가 선명하게 느껴졌다.그 냄새는 사람을 본능적으로 불쾌하게 했고, 절로 구역질을 부를 정도였다. 뭔가를 깨달은 태상은 충격에 눈을 크게 떴다.곧바로 빠르게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평생 본 적 없는 광경과 마주했다.태상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화장실 욕조 안에서 예철진을 보게 될 줄은...정확히는 부패한 시신이었다.예철진의 시신은 언제인지 모르게 지안의 손에 이끌려 화장실로 옮겨져 있었다.원래 특수 처리를 해 두었던 시신이었지만, 그동안 계속 물에 잠겨 있었던 탓에 살이 무르고 썩기 시작했다. 심지어 구더기까지 생겨서 검게 변한 살덩이 사이에서 꿈틀거렸고, 바닥으로 흘러나온 핏물은 검게 말라붙어 있었다.지안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부패한 시신과 거의 한 달을 함께 보낸 것이다.엉망이 된 바닥을 바라보며 참담함을 느낀 태상은 그대로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어쩌다 멀쩡하던 삶이 이렇게까지 망가졌을까?’‘지안은 그동안 이런 환경에서 지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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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2화

태상이 물었다.“누가 저를 신고했습니까?”“그건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태상은 쓸쓸하게 웃었다.‘서진일까? 야마모토 교수일까?’‘내가 한유호는 피했지만, 결국 자기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피하지 못했네.’그 둘이 이렇게 한 목적은 태상도 짐작할 수 있었다. 자신을 희생양으로 만들려는 것이었다.태상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모든 죄를 자신이 뒤집어쓰고, 다시는 나오지 못할 것이다.그는 고개를 돌려 동생을 보았다. 눈에는 죄책감과 안쓰러움이 가득했다.자신은 죽어도 마땅했다. 하지만 지안은...태상은 손을 들어 지안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려고 했다.“지안아...”태상의 목이 메면서 눈가에서는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오빠가 미안해. 앞으로는 널 돌봐 줄 수 없을 것 같아. 오빠를 원망하지 마.”지안은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 순진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멍하니 태상을 바라보았다. 손에는 여전히 자기 머리카락 한 줌을 쥐고 있었고, 그 위에는 언제 생겼는지 모를 비듬까지 묻어 있었다.“지안아, 너 앞으로 어떻게 하지... 누가 널 돌봐 주지...”태상의 눈가는 눈물로 젖어 들었고, 푹 꺼진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이어 시선이 다시 경찰에게 향했다.“저는 따라가겠습니다. 다만 제 동생은 심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어서 혼자 생활할 수 없습니다. 구조 기관이나 보호 시설로 보내 주실 수 있습니까?”“이 실험실에 실험 장비가 조금 남아 있습니다. 팔면 돈이 될 겁니다. 그걸 시설에 후원금으로 써 주세요.”경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상은 경찰차로 압송됐다.차 문이 열리자, 태상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채 돌아보았다. 유리문 뒤에 선 지안은 여전히 어찌할 바를 모르는 얼굴로 서 있었다.지안은 아직 자신의 앞날이 어디로 흘러갈지 알지 못했다.태상은 두려웠다. 동생이 세상에 홀로 남아 기댈 곳 없이 떠돌게 될까 봐.정신이 무너진 젊은 여자가 혼자 거리를 헤매는 모습이 떠올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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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3화

멀지 않은 곳, 실험실 정문이 내려다보이는 호텔 객실 안에서 검은 작전복 차림의 여자가 능숙하게 저격총을 거둬들였다.지퍼를 열고 저격총을 들고 있던 백팩 안에 넣은 여자는, 곧바로 몸을 돌려 호텔 객실 창가에서 벗어났다.이어서 핸드폰을 들고 멀리 떨어진 곳으로 국제전화를 걸었다.걸어가면서 여자가 말했다.“이쪽의 큰 골칫거리는 처리했습니다.”수화기 너머에서는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놈이 경찰에게 내 얘기를 하지 않은 게 확실한가?]여자가 단호히 말했다.“네. 예태상은 경찰차에 오르기 전에 죽었습니다. 경찰이 제대로 조사하기도 전이었습니다. 증인이 사라졌으니, 교수님께까지 불똥이 튈 일은 없을 겁니다.”상대가 만족한 듯 말했다.[잘했다.]여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1층 로비로 내려왔다.로비에 걸린 TV 뉴스에서는 마침 여자의 사진이 나오고 있었다.여자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모자챙을 빠르게 눌러서 얼굴의 절반 이상을 가렸다.천하솜은 한원랑이 이토록 모질게 나올 줄은 몰랐다. 경찰에 신고까지 한 탓에 지금은 도시 전체의 경찰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아무리 그래도 그녀는 한원랑에게 아들을 낳아 준 사람이었다. 한씨 집안에 공을 세운 셈인데, 한원랑은 이렇게 매몰차게 등을 돌렸다.야마모토 교수가 말했다.[몸을 숨길 만한 곳을 찾아라. 당분간은 모습을 드러내지 말고.]천하솜은 짜증이 밀려왔다. 벌써 꼬박 일주일째 숨어 다니고 있었다. 호텔도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가짜 신분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언제든 들킬 수 있었다.그녀는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석으로 걸어가 말했다.“R국으로 피하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천하솜에게는 여권이 없었다. 바깥으로 나가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였다.야마모토 교수는 거절했다.[내 실험실이 며칠 전에 불에 탔다. 손실이 커서 당장은 너를 도울 여력이 없다.]그 화재는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무 대비도 할 수 없었다.한밤중, 야마모토 교수는 실험실에서 야근하며 실험을 하고 있었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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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4화

먼저 화재가 있었고, 이번에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가 났다. 다음엔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야마모토 교수는 차에서 내려 뒤쪽을 확인했다. 차 뒷부분에는 크게 찌그러진 자국이 남았고, 도색도 완전히 벗겨져 있었다.하지만 상대 차량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뒤였다.야마모토 교수가 말했다.[아무래도 내가 감시당하고 있는 것 같다.]천하솜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어떻게 하시려고요? 차라리 다른 도시로 옮기시는 건 어떻습니까?”야마모토 교수가 차갑게 웃었다.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앉았고, 시선은 독을 묻힌 바늘처럼 날카로웠다.[숨으라고? 반평생이나 숨어 살았다. 아직도 모르겠어? 저자는 나를 밖으로 끌어내려는 거야.]천하솜이 확신하듯 말했다.“한유호입니다.”한씨 집안에서 그렇게 오랜 세월을 산 천하솜은 유호의 방식이 어떤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유호가 정말 누군가에게 복수하려고 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서진은 요즘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느꼈다.감사원의 사람들이 갑자기 천씨 집안 산하의 천하메디컬그룹으로 들이닥쳐서 세무 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서진은 완전히 허를 찔렸다.천하메디컬그룹처럼 큰 회사에는 세무상 크고 작은 불명확한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완전히 피하기 어려운 일이었다.천호선은 인맥을 동원해서 상대를 식사 자리에 초대한 뒤 조용히 넘기려고 했지만 실패했다.상대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철저히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태도였고, 사정도 들어주지 않았다.세무조사팀의 등장은 머리 위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매달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간을 끌수록 불안감은 더 깊어졌다.그룹 내부에서는 몇 차례 긴급회의까지 열렸다. 몇몇 주주들이 여기저기 알아본 끝에 겨우 대략적인 사정을 들었다.상대 쪽에서는 천하메디컬그룹이 누군가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에 약점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계획된 보복이었다.집으로 돌아온 천호선은 아들 서진을 바라보며 양손을 벌렸다.“나는 이 나이에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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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5화

서진이 말했다.“한 달 전입니다.”천호선이 물었다.“그런데 왜 이제야 말해? 혹시 희정이 걔가 난리를 치다가 아이를 잃은 거냐?”서진은 희정을 감쌌다.“희정이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희정이 몰래 아이를 지웠습니다.”천호선은 더 이해할 수 없다는 듯했다.“너 그 아이 좋아하지 않았어? 임신까지 했는데 왜 굳이...”서진은 고개를 저었다. 더 말하고 싶지 않았다.“아버지, 더 묻지 마세요. 아이는 나중에 또 생길 수 있습니다. 희정이에게도 따지지 마세요. 지금은 저희가 아이를 가질 상황이 아니었을 뿐입니다.”천호선은 서진을 바라보며 아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느꼈다.어릴 때 서진은 무엇이든 천호선과 나눴다. 부자는 사이가 좋았고, 못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지금의 서진은 마음속에 숨긴 것이 많아 보였다.그동안 서진은 천호선이 깔아 둔 길을 따라 걸어왔다. 그런데 희정 때문에 몇 가지 일이 천호선의 통제 밖으로 벗어나는 듯했다.그때 누군가 다급히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회, 회장님! 큰일 났습니다. 경찰이, 경찰이 천하병원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병원 정문까지 막았습니다!”천호선의 표정이 가라앉았다.“이유가 뭐야?”경찰이 아무 이유 없이 병원 문을 막을 리는 없었다.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환자 한 명이 옥상에서 뛰어내리겠다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 의사들이 돌팔이라고 욕까지 합니다!”“뭐라고?”최근 천하메디컬그룹에 벌어지는 일이 너무 많았다. 어디서 어떤 일이 터질지 알 수 없었다.서진이 앞으로 나섰다.“제가 가 보겠습니다.”말을 마친 서진은 밖으로 걸어 나갔다. 천호선은 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이어 옆에 앉아 줄곧 말이 없던 아내를 바라보았다.“당신도 서진이가 우리한테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지 않아?”천호선의 아내 진정화는 집안일 외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진정화는 고개를 저었다.“우리 아들이 무슨 일을 숨기겠어?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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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6화

서진은 2층을 올려다보았다. 희정이 매정하게 닫아 버린 방문을 여전히 보고 있었다.서진의 한결같은 진심은 희정의 마음을 끌어당기지 못한 채, 오히려 천씨 집안 전체를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끌고 들어왔다.자신은 가문에 죄인이나 다름없는 입장이었다.정원으로 나간 서진은 담배에 불을 붙인 뒤 입에 물었다.자신은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어떻게든 움직여서, 모든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했다.그는 그 자리에 선 채 담배 반 갑을 다 태우고 나서야, 핸드폰을 들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내 명의로 된 자산들 정리하고 해외에 집 하나 알아봐. 조용히 진행해야 해.”“명의는 희정이 앞으로 해. 아직 희정이한테는 말하지 말고.”...희정은 방으로 돌아와서 방문을 잠갔다.요즘 천하메디컬그룹이 집중적으로 공격받고 있다는 이야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집 안의 가사도우미들까지 드나들며 그 이야기만 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유호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희정이 아는 유호라면, 절대로 쉽게 손을 떼지 않을 사람이었다. 천하메디컬그룹은 시간문제로 망가질 게 분명했다.‘서진에게 유호를 막을 힘이 있다면 모를까...’‘하지만 그게 가능할 리 없을 거야.’유호는 타고난 사업가였다. 서진은 유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문제는 이제 희정이 서진과 같은 배에 올라탔다는 사실이었다.‘서진이 무너지면...’희정은 문득 자신이 요즘 서진에게 너무 차갑게 굴었던 건 아닌지 떠올렸다.만에 하나 서진이 유호의 분노를 가라앉히려고 자기를 내치기라도 한다면?처음부터 서진을 부추겨서 유호에게 칩 이식 수술을 하게 만든 건 희정이었다.지금 상황으로 보면, 차장섭도 희정을 손에서 놓아 버린 게 분명해 보였다.서진마저 손을 놓으면 희정은 정말 갈 곳이 없었다.희정은 방금 전 자신이 너무 충동적이었다고 후회했다.지금은 서진이라는 버팀목을 더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 동시에 빠져나갈 길도 찾아야 했다.생각을 정리한 희정은 옷장을 열고 옷을 갈아입었다.곧바로 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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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7화

희정은 멍해졌다. 서진이 자기를 거절할 줄은 미처 몰랐다.‘지금 나를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어?’‘이만큼 벗어 보였으면 좋아 어쩔 줄 모르며 받아 줘야 정상 아닌가?’요 한동안 희정은 줄곧 차가운 표정으로 일관했고, 잠자리를 함께한 적은 더더욱 없었으니까.그런데 서진은 그녀에게 몸을 대가로 자신을 기쁘게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희정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부탁할 거 없어. 서진아, 나 매력이 없어진 거야? 내가 싫어졌어?”희정은 서진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서진은 고개를 저었다.“내 눈에는 네가 제일 매력 있고 제일 예뻐. 당연히 갖고 싶지.”“하지만 희정아, 나는 널 사랑해서 네 부탁을 들어주는 거야. 네가 몸을 줬다고 해서 일을 도와주는 게 아니야. 그건 완전히 다른 얘기야.”희정이 다시 물었다.“그럼 그때...내가 너랑 안 자도 너는 유호가 그 수술하게 만들어 줬을 거야?”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희정은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서진이 답했다.“사랑이라는 건 기꺼이 내어 주는 거야. 너를 좋아하니까 너를 위해 움직이는 거고, 네 마음을 편하게 해 주고 싶어서 다 해 주는 거지.”희정은 침대에 앉은 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희정에게 사랑은 얻는 것이었다. 빼앗아서라도 곁에 두는 것이었다.희정의 어머니가 그랬다. 아버지를 얻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그런데 서진이 말하는 사랑은 희정이 알고 있던 사랑과는 전혀 달랐다.서진이 희정을 끌어안으며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불안해하지 마. 내 사랑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내가 살아 있는 한, 너를 끝까지 지켜 줄 거야.”남자의 품은 따뜻했다. 희정의 움직임이 잠깐 멈췄다.‘정말 바보네.’자신이 너무 계산적으로 보이지 않으려면 뭔가를 내줘야 한다고 생각한 희정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서진아, 우리 결혼하자.”서진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커졌다.“방금 뭐라고 했어?”희정은 서진이 자신의 말을 들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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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8화

서진은 희정을 품에 끌어안고 머리 위에 다정한 입맞춤을 남겼다.오랫동안 꿈꿔 온 일이 마침내 현실이 됐다. 서진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기뻤다.희정은 고개를 들고 서진의 목을 감은 뒤 먼저 입을 맞췄다.서진도 더는 안에 눌러 두었던 감정을 제어할 수 없었다. 희정의 부드러운 몸 위로 거칠게 자신의 몸을 포갰다....다음 날이 되자마자, 서진과 희정이 결혼한다는 소식이 들끓듯이 퍼져 나갔다.이를 위해 천씨 집안은 따로 기자회견까지 열어서 공식 발표를 했다.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서진의 얼굴을 비췄다.“천서진 씨, 차희정 씨는 왜 이번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하지 않으셨습니까?”“전에 차희정 씨가 한유호 대표 뒤를 줄곧 쫓아다녔고, 공개석상에서 배 속 아이의 아버지가 한유호 대표라고 발언한 적도 있는데요.”“그럼 그 아이는 도대체 누구 아이입니까? 천서진 씨가 책임지는 셈이라는 소문이 자자한데, 따로 해명하실 말씀 있으십니까?”“차희정 씨의 아이가 이미 사라졌고, 천서진 씨가 직접 정리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혹시 남의 아이를 키우게 될까 봐 그런 결정을 하신 겁니까?”“차희정 씨가 한유호 대표에게 매달렸던 일을 천서진 씨와 가족분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까? 결혼 후 웃음거리가 될까 두렵지 않으십니까?”“차희정 씨가 오늘 참석하지 않으신 건... 지난 일들 파장이 너무 커져서 사람들 앞에 나서기 부끄러워서입니까?”“...”기자들의 질문은 하나같이 날카로웠다. 어떤 질문은 서진의 감정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은 채 정면으로 파고들었다.하지만 서진의 마음은 굳건했다. 얼굴에는 가볍게 미소를 짓고 있었고, 매체 앞에서 불쾌함을 드러내지도 않았다.서진은 카메라를 향해 차분히 말했다.“희정이 오늘 회견에 참석하지 못한 건 결혼식 준비 때문입니다. 이 회견은 제가 즉흥적으로 잡은 자리고요.”“희정은 마침 오늘 오후에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와 약속이 있어서, 드레스 관련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한유호 대표 뒤를 쫓아다녔다는 부분 말씀이신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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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9화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결혼식 청첩장은 한 가구당 한 장이 가는 게 보통이었다. 그런데 희정은 일부러 두 장을 따로 보낸 거였다.이는 해인과 유호를 부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해인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스쳤다.“차희정이 뭘 하든 나랑 유호 씨는 부부야. 이런 잔머리는 나한텐 안 통해.”해인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니 희정이 어떤 짓을 해도 헛수고일 뿐이었다.서진과 희정의 결혼식에 해인이 갈 일은 없었다.해인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기왕에 청첩장까지 보냈으니, 나는 결혼 축하 선물로 뭘 보내 줘야 좋을까?”...유호의 롤스로이스가 건물 아래에 멈췄다.그가 보낸 조사팀은 천하메디컬그룹의 탈세 증거를 모두 확보했다. 어제 막 조사가 끝났고, 천하메디컬그룹에 막대한 과징금이 부과될 예정이었다.천씨 집안 입장에선 그 정도 과징금이 큰 타격은 아닐 수 있었다. 그러나 그룹 산하 병원의 명성에는 결정적인 타격이 될 거였다.장이 열리자마자 주가는 급락했고, 이후 열흘 가까이 거래일마다 하락세를 이어 갔다.‘이 시점에 천씨 집안은 자기들 살길 챙기기도 빠듯할 텐데...’‘그런데도 결혼식을 올릴 여유가 있다니.’유호는 책상 위에 놓인 아이보리색 금박 청첩장 두 장을 보고 차갑게 웃었다.그 눈빛에는 짙은 조롱이 어려 있었다.“아직 숨이 붙어 있네.”‘결국 죽기 전 마지막 발버둥일 뿐이지.’해인이 유호를 바라보며 말했다.“오늘 실험실 근처를 지나가다 봤는데, 예태상이 실험실에 봉인 스티커가 붙어 있더라. 경찰한테 체포된 거야? 그럼 예지안은?”유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해인이 그 남매의 일을 물을 줄은 몰랐다.그는 숨기지 않고 사실을 그대로 답했다.“예태상은 죽었어.”해인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굳었다.“누가 저격총으로, 한 발에 머리를 맞춰서 거리에서 즉사했어. 사건 현장은 실험실 앞이었고, 예지안이 바로 옆에서 그 장면을 직접 봤대.”해인은 충격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어떻게 그런 일이...?’태상은 유호에게서 풀려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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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0화

유호가 태상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한 달이나 빛도 들지 않는 곳에 가둬 두고 몰아붙이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해인은 차분히 생각해 보니, 그렇다고 유호도 태상을 단숨에 쏴 죽일 사람은 아니었다.어쨌든 유호는 살인을 좋아하는 부류의 사람이 아니었다.자기만의 선과 원칙이 있는 사람이었다. 해인도 마음이 좀 불편했다.‘유호 씨가 갑자기 나간 건, 설마 내가 자기를 의심했다고 느껴서 화가 나서일까?’...고급 회원제 클럽.대현은 유호가 술을 너무 빠르게 들이켜는 것을 보고 입을 열었다.“너 이제 막 회복했잖아. 이렇게 마셔도 돼?”유호는 대답하지 않았다.대현이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네가 제수씨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낀 거 아냐?”“옆에서 보는 입장에서 솔직히 한마디 하자면 말이야, 그때 너 사고 났다고 했을 때, 제수씨가 아이를 낳자마자 예태상부터 찾아가서 따져 물었잖아?” “그건 어떻게 보더라도 네 생각이 있다는 거 아니겠어?”“물론 네가 짝사랑한 세월에 비할 바는 안 되겠지. 그래도 제수씨 사랑이, 네 사랑보다 적은 건 아닐 거야.” “여자들은 그저 좀 함축적이라서, 쉽게 드러내지 않을 뿐이야.”유호는 속이 영 답답했다.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그 사람의 모든 걸 갖고 싶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해인의 사랑은 지나치게 절제되어 있고, 지나치게 이성적이었다.아까만 해도 그랬다. 태상이 누군가에 의해 사살됐다는 말을 듣고, 그 죽음을 곧장 유호와 연관 지어 떠올렸으니까.유호가 보기엔 해인은 아직 자기를 충분히 믿지 못하고 있는 거였다.대현이 제안했다.“차라리 제수씨한테 사실대로 말해 봐. 사실은 네가 오래전부터 짝사랑하고 있었다고. 감동받아서 펑펑 울다가, 너한테 완전히 마음이 빠질지 누가 알아?”유호가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내 체면은?”대현이 바로 받아쳤다.“네 체면이 밥 먹여 주냐?”유호가 담배를 입에 물며 한 글자씩 끊어 답했다.“먹여 주지.”“알았다,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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