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Chapter 661 - Chapter 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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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1화

유호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저 한번 떠봤을 뿐인데, 해인의 반응이 이렇게까지 클 줄은 몰랐다.“걱정 마, 오늘은 아니야.”유호는 일을 그렇게 경솔하게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게다가 결혼이라는 게, 신부 측에 알리지도 않고 이렇게 불쑥 치를 일이 아니었다.오늘 결혼식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해인은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아기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몸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른 채 얼떨결에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면 평생 후회로 남을 일이었다.다시 앞으로 나아간 차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축하 파티가 열릴 호텔에 도착했다.행사장은 아이를 위한 자리답게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해인이 레드 카펫 위에 발을 디뎠고, 유호는 해인의 손을 잡은 채 한 걸음 한 걸음 안쪽으로 이끌었다.얼마 안 가, 누군가 다가와 해인에게 축하 선물을 건넸다.해인은 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아이한테 주시는 거지요? 제가 아이 대신 감사를 드릴게요.”“아닙니다. 아드님의 선물도 따로 준비했습니다. 이건 사모님께 드리는 겁니다.”“저한테요?”해인은 자기에게도 선물이 따로 있을 줄은 몰랐다.곧이어 해인 앞에 사람들이 줄줄이 다가왔다.축하 파티에 참석한 하객들은 거의 빠짐없이, 아이에게 줄 선물 외에 해인에게 줄 정성스러운 선물을 따로 준비해 왔다. 심지어 해인에게 건네는 선물이 아이 선물보다 더 값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사모님, 출산하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사모님, 이건 저희의 작은 성의입니다. 부담 갖지 말고 받아 주세요.”“...”오늘의 이 축하 파티가 아이를 위한 자리라기보다 해인을 위한 자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해인은 선물을 받느라 양손이 모자랄 지경이었다.예전에 양부모가 딸을 위해 호텔 연회장까지 빌려서 열었던 생일파티에서도, 해인은 이만큼 극진한 대접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영지가 무슨 비밀이라도 풀어놓듯 살며시 다가와 속삭였다.“사모님, 모르셨죠? 대표님이 얼마나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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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차가 한씨 저택 앞에 멈췄을 때까지도 해인은 그 사실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유호가 잠에서 깬 것은 한 시간쯤 지난 뒤였다. 해인은 그 한 시간 동안 유호의 곁에 앉아서 잠든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유호가 흐릿한 눈으로 눈을 뜨더니 주변을 둘러보았다.“언제 도착했어? 도착했으면 깨우지 그랬어.”유호는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자정이 훌쩍 지났고, 밤기온이 내려간 탓에 바깥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해인은 돌려 말하지 않았다.“당신... 왜 검사를 받았어?”유호가 멈칫했다.해인이 그렇게 묻는다는 건 이미 증거를 봤다는 뜻이었다.유호는 숨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구나.”길게 뻗은 다리를 가볍게 펴면서 유호의 목소리는 조금 나른했다.“여보, 이제 너 혼자 버티는 게 아니야. 나도 적합 판정을 받았으니까 나도 기증할 수 있어.”유호는 알고 있었다. 해인이 그동안 이 일을 계속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다는 것을.겉으로는 많이 말하지 않았지만, 해인은 자주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해인과 도수희가 함께 산 적은 없다고 해도 본성이 선한 사람이었다.그런 사람이 자기와 피가 이어진 사람의 목숨이 위태로운데도 눈앞에서 외면할 수 있을 리 없었다.해인이 미간을 찌푸렸다.“한유호! 당신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어떻게 당신이 기증해?”유호가 되물었다.“왜 나는 안 되는데?”해인이 말했다.“도 여사는 내 생모야. 내가 기증하면 낳아 준 은혜를 갚는 셈이라도 되지만, 당신은...”유호가 해인의 말을 끊었다.“나는 사위잖아. 도 여사가 너를 낳아 줬으니까, 내가 평생 혼자 살지 않고 아내를 얻은 거고. 그 고마움으로 신장을 기증하는 거야.”‘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논리야?’해인은 눈썹을 찌푸린 채 도무지 동의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유호가 조용히 웃었다.“이제 알겠어? 네가 기증하겠다고 했을 때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손을 뻗어 해인을 품 안으로 끌어당겨서 꼭 안은 채 유호가 말했다.“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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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여보, 얼른 봐. 해인이 아이야. 해인이 태어났을 때랑 정말 똑같이 생겼어.”축하 파티에는 차장섭도 직접 참석해서 아이의 탄생을 축하했다. 하지만 도수희는 몸 상태 때문에 함께 올 수가 없었다.도수희가 물었다.“아이 이름은 지었어?”해인은 임신 기간 내내 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미리 떠올려 둔 이름도 조금 여성스러운 쪽에 가까웠다.요즘 집안 어른들은 아기를 볼 때마다 그저 ‘아가야’ 하고 불렀다.해인이 유호에게 의견을 물었을 때, 유호는 아이를 낳은 사람이 해인이니 이름도 당연히 해인이 정해야 한다며 전적으로 존중하겠다고 했다.해인은 몇 가지 이름을 두고 계속 망설였다. 이름은 아이가 평생 지니고 살아갈 것이니 듣기에도 좋아야 하고 뜻도 특별해야 했다.그런데 도수희가 아이 이름을 묻자, 해인의 머릿속에 문득 한 이름이 떠올랐다.[이안요. 한이안으로 할래요.]해인이 바라는 것은 언제나 단순했다. 곁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평안하게 살아가는 것.이안이라는 이름은 해인이 아이에게 바라는 마음을 가장 잘 담고 있었다.“이안...”도수희가 이름을 한 번 되뇌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좋은 이름이네. 편안하고 안정된 느낌이 있어.”해인이 말했다.[오후에 시간이 괜찮아요. 아이 데리고 병원에 갈게요.]그 말을 듣자 도수희가 바로 반대했다.“병원엔 균도 많은데 아이도 아직 너무 어려. 오지 마.”도수희는 해인과 유호가 자신에게 신장을 기증하려는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두 사람을 피하려고 했다.도수희는 그 생각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고,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하지만 해인은 오히려 며칠에 한 번꼴로 영상 통화를 걸어 도수희의 상태를 물었다.도수희는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핑계로 전화를 끊었다....해인은 끊어진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그때 유호가 방 밖에서 들어왔다.“이안, 이 이름 어때?”유호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듣기도 좋고.”해인은 유호가 조금 기운 없어 보이는 것을 알아차렸다.“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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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해인은 주헌에게 태상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다. 주헌은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해인이 말했다.“한 대표가 나중에 뭐라고 하면 제가 다 책임질게요.”주헌은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해인을 태상이 갇힌 곳으로 데려갔다.한 달 만에 본 태상은 많이 말라 있었다. 볼도 움푹 들어가 있었다.태상은 바닥에 거의 널브러져 있었다. 진흙처럼 축 늘어진 몸에서는 곪고 썩은 냄새가 났다.들어온 사람의 발소리가 유호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듣고서야 태상은 천천히 눈을 가늘게 떴다.사실 태상은 감염이 진행되고 있었다. 최근 계속 열이 오르내렸고, 어깨의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한 탓에 상태는 위험했다.들어온 사람이 해인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태상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태상은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켜 옷매무새를 정리하려고 했다.하지만 한 달 동안 이곳에 갇혀 있던 태상은 이미 말로 다 할 수 없이 초라했다. 아무리 옷을 만져도 더럽고 지저분했고 몸에서는 역한 냄새가 풍겼다.해인이 태상 앞에 쪼그려 앉자, 태상은 오히려 뒤로 물러났다.“해인 씨, 전보다 안색이 훨씬 좋아 보이네요. 그래도 저한테 너무 가까이 오지 말아요. 냄새가 심해서 불쾌할 거예요.”해인이 조용히 말했다.“안색이 나아진 건 산후조리를 마쳤기 때문이에요.”태상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눈가에 허탈함이 스쳤다.“제가 여기 갇힌 지 벌써 한 달이나 됐군요.”해인은 그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유호 씨가 알고 싶어 하는 걸 말하지 않으면, 예태상 씨는 여기 더 오래 갇혀 있게 될 거예요.”태상이 눈썹을 찌푸렸다.“한유호 대신 저를 설득하러 온 겁니까?”해인이 고개를 저었다.“저와 유호 씨는 부부예요. 유호 씨의 걱정을 덜어주는 건 제 일이기도 해요.”태상은 이런 상황에서도 해인에게 부부 사이의 애정을 강제로 듣게 될 줄은 몰랐다.태상이 자조하듯 웃었다.해인이 말했다.“정수 선생님의 상태가 좋아졌어요. 의사 말로는 며칠 안에 깨어날 수도 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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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지안은 이미 정신이 온전하지 않았다. 자극을 견디지 못했고, 곁에 돌봐 줄 사람도 필요했다.해인이 말했다.“좋지 않아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고, 실험실 사람들은 다 도망간 듯했어요. 예지안 씨는 안에 갇혀 있었는데 저는 들어가지 않았어요.”태상의 표정이 변했다.“그럼 지안이 혼자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정신이 무너진 사람이 혼자 있다는 것. 그 생각만 해도 태상은 그대로 무너질 것만 같았다.해인은 깨끗한 손수건을 꺼내 태상의 얼굴에 묻은 때를 닦아주었다.“저도 몰라요. 그래서 예태상 씨가 직접 가 봐야 해요.”“이렇게 깨끗한 얼굴이 지금은 이렇게 됐네요. 자기 자신이 아깝지도 않아요?”“원래는 실험실에서 첨단 의료 기술을 연구하며 사람을 살리는 일을 했어야죠. 사람을 해치는 게 아니라요.”손수건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났다. 해인의 몸에서 나는 향기와 똑같았다.태상이 이 시간 동안 맡은 냄새 중 가장 좋은 남새였다.해인은 태상의 양심을 깨우려고 했다.“예씨 집안은 무너졌고, 당신도 더 이상 예 대표가 아니에요. 그래도 예태상이라는 사람으로 살 수는 있어요.”태상은 해인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해인이 직접 손을 뻗어 얼굴의 때를 닦아줄 줄은 몰랐다.얼굴의 얼룩이 조금씩 지워지자, 태상 본래의 모습이 점차 드러났다.해인은 자신을 이용해 태상을 흔들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멀쩡했던 수재가 이렇게까지 망가진 것이 진심으로 안타까웠다.태상은 많이 다쳤다. 듣기로는 그동안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어깨에는 총상이 있었고, 칼에 찔린 적도 두 번이나 있었다. 지금은 상처가 곪아 염증이 생겼고, 감염과 고열도 겪었다. 말 그대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지만 억지로 버틴 셈이었다.“예태상 씨는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에요. 운명도 당신에게 마지막으로 말할 기회를 주고 있는 거예요.”“당신이 알고 있는 걸 말해 줘요. 제가 변호사를 통해 선처를 요청해 볼게요. 나중에 재판까지 가더라도 감형을 받을 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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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그럼 첫 번째는요? 첫 번째 수술은 누가 했어요?”태상은 잠시 침묵했다.“그건 말할 수 없습니다. 돈을 받았습니다. 그 사람을 팔 수는 없습니다.”예씨 집안에 남았던 빚은 전부 태상이 갚았다.태상은 그 사람을 배신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해인이 다시 물었다.“그럼 해외에서 벌어진 폭발 사건은요? 그것도 예태상 씨가 사람을 사서 저지른 일이 아니에요?”“아닙니다. 해인 씨를 제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만한 힘이 없습니다.”“제가 여기 갇혀 있으면서 멀리 있는 과격한 사람들을 어떻게 조종하고, 또 어떻게 전부 제 말을 따르게 만들 수 있겠습니까?” “제게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왜 애초에 제 실험실 하나 지키지 못했겠습니까?”태상의 말은 어느 정도 이치가 있었다.태상에게는 그렇게 많은 돈이 없었다. 돈이 충분했다면 빚쟁이들이 집까지 찾아와 지안을 망가뜨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게다가 그렇게 많은 사람을 움직이려면 결코 적은 돈이 들 리 없었다.해인은 오래전부터 의아했다. 태상과 천하솜은 아무런 접점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둘이 어떻게 함께 폭발 사건을 꾸며서 유호를 죽음으로 몰 수 있었을까?해인은 이 모든 일을 뒤에서 밀어붙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해인은 질문을 바꿨다.“천하솜과 야마모토 교수는 무슨 관계예요?”태상은 조금 놀란 듯하더니, 눈빛에 감탄의 기색을 띠었다. 자신이 좋아한 여자는 역시 뭔가 달랐다.“한씨 집안에 있는 한 여자가 제 지도교수인 야마모토 교수의 사람이었습니다. 오래전에 야마모토 교수가 그 여자에게 큰 은혜를 베푼 적이 있었던 모양입니다.”“그 여자가 한씨 집안에 들어간 건 제 지도교수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서였죠. 저도 최근에야 알았습니다.”‘그랬구나.’천하솜이 한 조직의 우두머리와 외진 카페에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진이 있었다.그렇다면 모든 일이 어느 정도 설명됐다.천하솜은 야마모토 교수의 눈과 귀였다.하지만 천하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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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해인이 물었다.“야마모토 교수는 어떤 사람이에요?”태상이 말했다.“저도 모릅니다. 개인적인 일은 말하지 않았고, 알려 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야마모토 교수가 한씨 집안에 숨겨 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저도 꽤 놀랐습니다.”해인이 미간을 찌푸렸다.“야마모토 교수는 R국 출신이에요?”태상이 대답했다.“저도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번 한유호의 수술을 할 때, 야마모토 교수가 누군가와 통화하는 걸 우연히 들었습니다.”“그때 야마모토 교수가 쓰던 말은 R국 말투가 아니었습니다. 아주 유창한 우리말이었어요.”해인은 생각에 잠겼다.그 말은 야마모토 교수가 외부에는 자신의 진짜 신분을 계속 숨겨 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었다.R국 교수라는 신분조차 가짜일 수 있었다.그럼 야마모토 교수는 대체 누구일까? 한씨 집안과는 어떤 원한이 있는 걸까?...“해인이는?”유호는 낮잠에서 깨어난 뒤 한씨 집안 안 어디에서도 해인을 찾을 수 없자,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영지가 사실대로 말했다.“작은 사모님은 무슨 일이 있으신지 외출하신 것 같습니다.”‘외출?’미간을 찌푸린 유호가 해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유호의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해인이 어디로 갔는지 대충 짐작했다.“차 준비해.”유호가 태상이 갇힌 곳에 도착했을 때, 마침 해인이 안쪽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해인은 고개를 돌려 곁에 있던 주헌에게 말했다.“예태상 씨 어깨 상처가 완전히 곪은 것 같아요. 병원에 데려가지 못한다면 최소한 소독약하고 상처를 처치할 약이라도 주세요. 본인이 직접 처리하게요.”주헌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해인은 잠시 말이 없다가 말했다.“그럼 몰래 가져다줘요. 유호 씨가 모르게요. 그렇다고 그 사람도 여기서 그대로 죽게 둘 수는 없잖아요. 나중에 더 골치 아파질 거예요.”주헌이 입술을 다물고 아직 대답도 하지 않았을 때, 멀지 않은 곳에서 유호가 어두운 얼굴로 이쪽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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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유호가 완전히 반응하기도 전에, 해인이 발끝을 들어 유호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너무 갑작스러운 행동이라 유호는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유호의 까만 눈동자가 해인의 붉은 입술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지금 뭐 하는 거야? 나한테 강제로 입 맞춘 거야?”옆에 있던 주헌은 눈을 크게 떴다.‘강제로 입 맞춘 거라고? 저게 어떻게 강제야. 사모님이 대표님 달래 주는 거잖아.’‘그런데 나는 왜 여기 있는 거지? 눈앞에서 이런 걸 보고 있어야 하다니.’‘대표님도 일부러 삐친 척하는 거지, 속으로는 좋아 죽으실 것 같은데.’주헌은 곧바로 몸을 돌리고 아무것도 못 본 척했다. 최대한 자신의 존재감을 지우려고 애썼다.해인이 이렇게 먼저 다가서는 일은 드물었다. 게다가 다른 사람 앞이었다. 해인의 볼에 옅은 붉은 기운이 올랐다.하지만 유호는 아직 달래지지 않은 것처럼 목을 꼿꼿이 세우고 있었다. 쉽게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태도였고 표정도 여전히 딱딱했다.해인은 입술을 한 번 깨문 뒤, 유호의 셔츠 깃과 넥타이를 잡아 다시 아래로 끌어내렸다.“내가 왜 당신한테 입을 맞췄겠어? 여보.”해인은 가까이 다가가 다시 입술을 맞대려고 했다. 그러다 뭔가 떠올린 듯 움직이지 않고 멈췄다. 유호와의 거리는 고작 1센티미터쯤이었다.두 사람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유호는 해인이 내쉬는 숨결이 자신의 뺨에 닿는 것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해인 특유의 맑은 향기가 섞여 있었다. 꽃과 과일이 섞인 듯한, 묘하게 특별한 향기였다.해인은 못된 걸 배운 듯했다. 유호가 스스로 넘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함정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유호는 그 미끼를 물 수밖에 없었다.‘젠장.’잠시 동안 해인의 입술을 바라보던 유호가 갑자기 그녀의 뒤통수를 감싸 쥐고 거칠게 입술을 눌렀다.두 사람의 입술이 얽혔고, 서로의 숨결이 뒤섞이며 호흡마저 희박해졌다. 그런데도 유호는 해인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그는 해인을 품 안에 붙들어 두고 마음껏 키스를 했다.이것이 바로 해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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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태상은 해인이 사람을 시켜서 보낸 물건을 받았다. 상처 소독약과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이었다.그것들을 본 태상은 입꼬리를 올리며 주헌에게 말했다.“해인 씨에게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한 달 동안 태상이 느낀 유일한 선의였다.비록 이곳에 갇혀 있었지만, 태상은 문득 계속 갇혀 있어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까지 들었다.해인은 유호가 태상을 가둬 두고 방치하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지 않았다. 바꿔 말하면, 해인의 마음 어딘가에서는 계속 태상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이었다.주헌은 태상이 약을 보물처럼 바라보는 것을 보고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그리고 태상이 단단히 병들었다고 생각했다.‘정말 누군가를 이 정도까지 좋아할 수 있을까?’‘아무 대답도 받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기꺼이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있는 것.’‘이게 집착이라는 건가?’주헌은 태상이 오해할까 봐 그 허황된 꿈을 깨뜨렸다.“괜한 생각을 키우지 마세요. 사모님은 다른 뜻 없습니다. 여기 갇힌 사람이 당신이 아니었어도, 사모님은 상처가 감염돼 곪아 죽는 걸 보고 싶어 하지 않으셨을 겁니다.”그 말은 곧 해인에게 태상이 특별한 사람은 아니라는 뜻이었다.태상은 주헌의 말을 마음에 담지 않았다.다른 사람의 말은 태상에게 아무 영향도 주지 못했다. 그는 약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쓰기 아까워했다.“주 비서님은 제가 아니니 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저는 여기서 썩어 죽을 각오까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해인 씨가 왔습니다.”해인이 왔다.그리고 태상 얼굴의 때를 조금씩 닦아줬고, 약을 보내 주면서 다시 일어서라고 손을 내밀었다.주헌은 고개를 저었다. ‘이 사람은 진짜 너무 깊이 빠져 있네.’주헌은 더 말하지 않고 돌아섰다....저녁 무렵, 이안은 작은 혀를 내밀고 볼을 여기저기 비볐다.해인은 아들의 모습을 보고 곁에 있던 아기돌보미에게 물었다.“아기가 배고픈 걸까요?”아기돌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바로 분유를 타 오겠습니다.”유호는 초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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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이번엔 유호가 또 무슨 질투를 하는지 해인도 알 수가 없어서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당연히 당신도 나왔지.”유호는 갑자기 자신의 옆선이 가장 잘 보이는 각도로 고개를 돌렸다. 손등으로 턱을 가볍게 받친 채 나른한 표정을 지었다.해인이 눈을 깜빡였다.‘왜 갑자기 포즈를 잡는 거야?’해인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유호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내 단독 사진도 찍을 거 아니었어?”해인은 말문이 막혔다.유호가 아이를 아기침대에 눕히자, 해인이 물었다.“예태상은 언제 밖으로 내보낼 생각이야? 계속 가둬 두는 것도 방법은 아니잖아. 설마 평생 가둬 둘 생각이야?”태상의 상처는 꼬박 한 달이나 방치됐다. 간단한 상처 연고만으로 나을 상태가 아니었다.최근 보름 동안 태상은 계속 열이 오르내렸다.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태상은 병원에 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그 안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유호가 눈썹을 치켜세웠다.“마음 아파?”해인은 피하지 않고 말했다.“예태상이 말해야 할 걸 전부 말하면 내보내 주고 동생과 만나게 해 주겠다고 내가 약속했어.”나머지는 법이 판단하면 될 일이었다.유호의 기운이 차갑게 가라앉으면서 눈빛도 서늘했다.“예태상은 고작 몸에 상처 몇 개 입은 것뿐이야. 정수는 정말로 몇 달 동안 의식이 없었고, 몸에 어떤 후유증이 남을지 아무도 몰라.”유호는 친구를 대신해 화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해인이 말했다.“고생을 시키는 거라 해도 한 달이면 충분해. 나는 그냥 예지안이 불쌍하다고 느꼈을 뿐이야.”며칠 전, 해인은 실험실 앞을 지나갔었다.안에서는 지독한 악취가 났고, 실험실 직원들은 모두 도망간 뒤였다. 안에는 제정신이 아닌 여자 하나만 남아 있었다.상상만 해도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있었다.직원들이 떠날 때 지안이 밖으로 나가서 소란을 피울까 봐 실험실의 도어록을 안에서는 열 수 없도록 설정해 두었다. 누군가 밖에서 열어 주지 않는 한, 지안은 평생 안에서 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감옥이나 다름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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