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Chapter 731 - Chapter 740

750 Chapters

제731화

조우는 동그란 눈을 들고 실망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아줌마가 한 짓이야?”해인은 잠시 말을 고르다가 그렇다고 단정하는 건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애매하게 대답했다. “아직 확실한 건 아니야.”하지만 조우는 이미 답을 알아들은 듯했다. 고개를 숙인 얼굴에 고민이 가득했다.해인도 무슨 말로 달래야 할지 알 수 없었다.이건 조우가 스스로 받아들이고 넘어가야 할 일이었다.조우는 결국 해인의 방에서 잠이 들었다.해인은 조우를 이안 옆에 눕혀 함께 자게 했다.아내가 조우에게 지나치게 다정해 보이자 유호는 살짝 질투가 났다. “우리 여보는 저 꼬맹이한테 유난히 잘해 주는 것 같아.”해인은 조우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냥 안쓰럽잖아. 아직 열 살도 안 됐는데 엄마 없이 지내야 하니까.”유호는 해인의 허리를 감싸 안고 함께 침대 쪽으로 데려갔다.유호는 해인의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 대고 나른하게 속삭였다. “여보, 나도 불쌍해. 우리 어머니도 내가 저만할 때 벌써 세상을 떠났잖아. 나도 좀 안쓰럽게 봐 주면 안 돼?”말을 마치면서 유호의 따뜻한 입술이 해인의 뺨에 닿았다.유호의 품에 기댄 해인은 손끝으로 턱에 돋은 까슬한 수염을 천천히 쓸었다.유호가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거의 없었다.생각해 보면 유호도 어머니를 일찍 잃었고, 그 일 때문에 한원랑에게 자주 원망까지 들었다.해인은 유호의 품 안으로 더 깊이 파고들며 뺨을 가슴에 비볐다. “그러니까 내가 당신 지켜 줄게.”‘지켜 준다’는 말이 낯설었는지 유호는 조금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유호는 해인의 머리카락에 입술을 스치듯 대면서 살짝 물었다. “날 어떻게 지켜 줄 건데?”해인이 입을 열었다. “나는...”해인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유호의 입술이 덮쳐 왔다.유호는 해인의 입술을 가볍게 깨물며 깊게 파고들었다. 해인은 곁의 작은 침대에서 자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유호를 밀어냈다.유호는 아쉬움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지만 해인은 진지
Read more

제732화

유호는 납치범들에게서 돌아온 뒤 서정란의 기일 제사에서 집안 가사도우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서정란에게는 한원랑을 만나기 전 실제로 첫사랑이 있었다고 했다.하지만 두 사람이 맞지 않아 결국 헤어졌다고 들었다.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정란은 집안끼리 정한 혼인으로 한원랑과 결혼했다.결혼한 지 두 달 만에 임신 사실도 알게 됐다.한 번은 산부인과 검진을 받으러 가는 길에 헤어진 전 남자친구와 우연히 마주쳤다고 했다.기사가 딸린 차를 타고 다니며, 가사도우미와 경호원들의 보살핌을 받는 서정란을 본 전 남자친구는 큰 충격을 받았다.남자는 자신이 가난해서 헤어진 거냐며 서정란에게 큰소리로 따져 물었다.서정란은 전 남자친구와 다시 얽히고 싶지 않아서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그래.”그 말에 완전히 무너진 남자는 이후 자취를 감췄다.그렇다면 이선보가 바로 서정란의 첫사랑이었던 걸까?사실이라면 모든 일이 다른 의미로 보였다.유호에게 벌인 일들이 한씨 집안에 대한 복수였을 가능성도 있었다.해인은 생각할수록 무서워져 유호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이선보가 당신 머리에 칩만 심고 끝낸 게 그나마 다행이네. 수술하는 동안 당신 몸에 더 위험한 짓이라도 했으면...”뒤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했다.해인이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한다는 걸 느낀 유호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어쩌면 아직 우리 어머니한테 미련이 조금은 남아 있었겠지. 하나뿐인 아들을 자기 손으로 죽였다가는, 나중에 저승에서 만나도 얼굴을 들기 어려울 테니까.”유호가 잠깐 뜸을 들인 뒤 덧붙였다. “손자도 마찬가지고.”그렇지 않았다면, 오늘 저격은 차 타이어만 뚫고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해인이 뭔가 깨달은 듯 말했다. “처음부터 이선보가 노린 건 아버님이었던 거네.”유호는 한원랑의 아들이고, 이안은 한원랑의 손자였다.이선보는 오래전 연인을 빼앗겼다는 원한을 아직도 품은 채 한씨 집안을 뒤흔들고 있었다. 한원랑에게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각인시키려는
Read more

제733화

해인은 달라붙는 유호를 떼어 내지 못하고 그대로 품에 기대 있었다.두 사람은 서로를 안은 채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때 해인의 핸드폰이 울렸다.병원 간병인에게서 온 전화라는 걸 본 해인의 표정이 바뀌었다.이 늦은 시간에 병원에서 전화가 올 만한 일이라면 좋은 소식일 리 없었다.해인은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예상대로 도수희를 돌보는 간병인이었다.[해인 씨, 큰일이에요. 사모님께서 차 시장님이 돌아가셨다는 걸 아신 것 같아요...]해인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외투를 집어 들고 물었다. “어떻게 아셨어요?”[옆 병실 환자 가족이 저녁때 사모님하고 이야기하러 왔어요. 그때 제가 사모님 옷을 세탁하고 있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못 들었고요.][빨래를 마치고 돌아와 보니 사모님 상태가 너무 이상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화숙이라는 사람이 쓸데없는 말을 한 것 같아요.]옆 병실 환자는 도수희와 같은 병을 앓고 있었고, 똑같이 신장 이식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다.다만 상태는 도수희보다 훨씬 안정적이었다.이식 대기 순서는 공교롭게도 도수희 바로 다음이었다.해인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사람 마음은 알 수 없었다. 아무렇지 않게 던진 행동 뒤에 어떤 악의가 숨어 있는지 겉으로는 절대 알 수가 없었다.유호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병원으로 갈 거야? 내가 데려다줄게.”해인은 침대에서 곤히 자는 이안과 조우를 한 번 보고 가사도우미에게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다.그 뒤 유호와 함께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깊은 밤, 도수희는 병상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시선에는 초점이 없었다.해인은 한눈에 도수희가 한바탕 울었다는 걸 알아챘다. 눈이 심하게 부은 데다가 빨갰다.살고 싶다는 의지마저 눈에서 사라진 것 같았다.해인은 병상으로 다가가 도수희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엄마.”도수희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 딸... 왔구나.”해인은 그저 입술만 달싹거렸다. 위로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잠시
Read more

제734화

도수희가 그동안 힘든 치료를 버티고 수술까지 받으려 했던 건 차장섭과 몇 년이라도 더 함께 살고 싶어서였다.그런데 이제 차장섭이 없었다.도수희는 붉어진 눈으로 해인의 손을 꼭 잡았다. 코끝까지 시큰해졌다. “네 아빠가 없는데 내가 살아서 뭐 하겠니?”해인의 눈빛이 차갑게 굳었다. “그러면 저를 왜 찾으셨어요?”도수희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수술받는 이유가 오직 아빠 때문이었다면 애초에 저를 찾지 말았어야죠.”“저한테 미안해서 보상하고 싶다고 계속 말씀하셨잖아요. 그래서 뭘 해 주셨어요? 유언장에 재산 남기는 게 보상이에요? 제가 그 정도 돈이 없어서 이러는 것 같아요?”해인은 더 말하지 않고 병실 문을 세게 닫은 뒤 밖으로 나갔다.도수희만 홀로 남은 채 한동안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병실 밖 복도에서는 유호가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었다.해인이 나오자 유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부검 결과가 나왔어.”해인이 바로 물었다. “어떻게 나왔는데?”유호가 설명했다. “우리가 예상한 것과 비슷해. 차 시장에게 심장 질환이 있었던 건 맞지만 이번 사망 원인 중 하나일 뿐이래.” “머리에 입은 상처와 강한 충격이 심장 문제와 겹치면서 급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머리에는 둔기로 맞은 흔적이 있고 열린 상처도 있었어.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서 쇼크까지 온 거고.”해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럼 법의학 쪽 판단은 다른 사람이 낸 상처라는 거야? 스스로 부딪친 게 아니라?”유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이 천서진과 차희정을 소환했어. 둘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데, 행방을 찾을 수 없어서 바로 체포영장까지 나왔고.”해인은 그제야 조금 안도했다.체포영장까지 발부됐다는 건 사실상 두 사람이 핵심 용의자로 특정됐다는 뜻이었다.유호는 해인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내 사람들은 이미 R국에 도착했어. 거긴 넓지 않아. 걱정하지 마. 일주일 안에 반드시 둘 다 잡아서 돌려보낼게.”유호가 병실 쪽을 힐끗 봤다.“안에서는... 대화 좀 했어
Read more

제735화

그 말을 듣자 해인의 표정이 단번에 차가워졌다.어젯밤 차장섭의 사망 소식을 도수희에게 일부러 흘린 사람도 이 여자일 가능성이 컸다.“우리 오빠가 얼마나 불쌍해요. 아직 마흔밖에 안 됐고 집에는 아이도 둘이나...”이화숙의 말이 끝나기 전에 해인은 방금 내려놓은 과일 바구니를 다시 집어 들었다.그대로 이화숙 쪽으로 넘기면서 차갑게 말했다. “여기는 아주머니를 환영하지 않아요. 수술을 안 받겠다고 확정한 적도 없으니까 나가세요.”이화숙은 그제야 해인이 있는 걸 제대로 본 듯 멈칫했다.“이 사람은 누구예요? 언니 딸이에요? 왜 이렇게 사나워...”이화숙은 입가를 비틀며 빈정거렸다. “언니는 사람이 그렇게 좋은데 어떻게 딸은 저렇게 사나워요...”도수희는 해인을 험담하는 말을 듣자 바로 불쾌해졌다. “내 딸 아주 착해. 나한테도 잘하고. 그렇게 말하면 안 돼.”이화숙이 더 말할 틈도 없이 해인은 사람을 병실 밖으로 내보냈다.해인의 지시를 받은 경호원들이 이화숙이 다시 들어오지 못하게 문 앞을 막았다.병실 안은 그제야 겨우 조용해졌다.해인은 도수희를 돌아봤다. “보셨죠? 저 사람들은 엄마가 수술을 포기하기만 바라고 있어요. 그래야 그 신장을 자기 가족이 받을 수 있으니까요. 일부러 엄마를 흔든 거예요.”“몇 년을 기다렸잖아요. 이제야 겨우 기회가 왔는데 포기하면 아깝지 않으세요?”“엄마 앞에서 기다리던 두 분은 결국 이식받지 못하고 돌아가셨잖아요. 얼마나 살고 싶어 했는지 엄마도 아시잖아요.” “엄마는 기회를 얻었는데 왜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목숨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어요?”말을 이어 가던 해인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떨어졌다.“늘 저한테 미안하고 보상하고 싶다고 하셨죠. 그런데 유언장 써서 재산 물려주는 게 정말 보상이라고 생각하세요?”“제 양부모님이 남겨 준 것만으로도 평생 충분히 살 수 있어요. 엄마가 남겨준 재산이 없다고 제가 아쉬울 것 같아요?”“저를 찾아내고 어떻게든 만나려고 한 이유가 고작 엄마 인생 마지막
Read more

제736화

“뭐라고? 옆 병실에서 다시 수술을 받겠대? 그럼 네 오빠는 어떡해!” “겨우 신장 순번이 오는 줄 알았는데 또 날아간 거야? 이대로 네 오빠 죽는 걸 보고만 있으라는 거야?”이화숙과 눈매와 코가 닮았지만 훨씬 나이 든 노인이 병실에서 악을 쓰고 있었다.이화숙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수술 안 한다고 했다니까. 그런데 그 여자 딸이 갑자기 나타나서 마음을 돌려놨어. 엄마, 이번 신장은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김미자가 소리쳤다. “그 사람은 벌써 쉰이 넘었잖아. 죽으면 그만이지!” “네 오빠는 이제 겨우 마흔이야. 결혼한 지도 몇 년 안 됐고, 애가 둘이나 있는데 다 네 오빠가 먹여 살려야 해. 난 몰라.”“네가 방법을 찾아. 안 되면 네가 네 오빠한테 신장 줘!”이화숙은 그 말을 듣자 펄쩍 뛰었다.“오빠만 애 둘 있어? 나도 애가 둘이야! 내 남편은 내가 신장 기증하면 바로 이혼하겠다고 했어. 날 버리겠대.” “그럼 난 어떡해? 엄마는 아들만 자식이고 나는 자식도 아니야?”김미자는 바닥이라도 칠 기세로 울부짖었다. “이혼이 대수야? 하면 되지! 네 오빠는 목숨이 왔다 갔다 한다고! 이 배은망덕한 계집애, 내가 널 괜히 키웠어. 차라리 낳지 말걸!”이화숙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른 집은 오빠가 동생한테 양보도 한다는데, 나는 어릴 때부터 오빠가 쓰고 남은 것만 썼어.”“오빠가 갖고 싶다는 건 무조건 내놓으라고 했잖아. 이제 신장이 망가졌다고 내 신장까지 달라고 그래? 아무리 편애해도 이건 너무하잖아!”병실 안이 울음과 고함으로 시끄러워지자, 병상에 누운 창백한 남자가 버럭 소리쳤다. “좀 그만해! 나 죽을 지경인데 조용히 좀 있게 해 주면 안 돼?”김미자는 눈물을 마구 닦으며 아들에게 매달렸다. “아이고, 우리 아들 팔자가 왜 이렇게 기구하냐? 엄마가 너랑 조직이 맞기만 했어도 내가 줬지. 네 동생이라는 게... 오빠 죽는 걸 보면서도 손 하나 까딱 안 하니...”이화숙도 울먹이며 말했다. “내가 기
Read more

제737화

해인은 도수희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무서워하지 마세요. 마취하면 그냥 잠든 것처럼 아무것도 못 느낀대요. 눈 뜨면 다 끝나 있을 거예요.”도수희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수술하다가 잘못되면 어떡하지?”“마음 편하게 가지세요. 다들 경험 많은 의료진이에요. 이식 수술만 수백 건, 많게는 천 건 가까이 해 본 분들이라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의료진이 수술 전 설명과 보호자 서명을 위해 해인을 불렀다. 해인은 간병인에게 도수희 곁을 부탁하고 잠시 병실을 나갔다.그때 김미자가 복도 어두운 쪽에 숨어 병실을 지켜보고 있었다.손에는 날이 서늘하게 빛나는 칼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김미자는 사람을 해친 적이 없어서 손까지 떨렸다. 하지만 이렇게 해야만 아들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간병인이 도수희의 수술복을 갈아입히고 있었고, 병실 앞 경호원은 잠깐 화장실에 간 상태였다. 주변에서 자신을 보는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한 김미자는 병실 안으로 뛰어들었다.갑자기 누군가 들이닥치자 간병인이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 김미자가 칼을 꺼내 들었다.간병인은 위험을 직감하고 도수희 앞을 막아섰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김미자가 악을 썼다. “비켜! 죄 없는 사람까지 다치게 할 생각 없어. 난 저 여자만 죽이면 돼!”간병인은 김미자의 손목을 붙잡고 칼을 내리치지 못하게 했다. “사람을 죽이면 큰일 납니다!”“저 여자가 죽어야 내 아들이 신장을 이식받아. 난 나이도 많으니까 오래 처벌받지도 않을 거야. 이 정도면 남는 장사지.”김미자는 나이를 믿고 막무가내였다. 아무리 말해도 들을 생각이 없자 간병인은 큰 소리로 사람을 불렀다.일흔을 넘긴 김미자였지만 악을 쓰며 힘을 주자, 젊은 사람 못지않게 거셌다.그때 서명을 마친 해인이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안에서 벌어진 광경을 본 해인은 곁에 있던 의자를 집어 들어 김미자에게 거세게 던졌다.의자에 맞은 김미자가 아픔에 몸을 돌렸다.해인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Read more

제738화

이화숙은 본능적으로 도수희를 바라봤다. “언니는 좋은 사람이잖아요. 제발 도와줘요. 따님한테 우리 엄마 한 번만 봐달라고 해 주세요.”도수희는 입술을 달싹거렸다. 이 병동에서 오래 지내는 동안 환자와 보호자 대부분과 얼굴을 익힌 상태였다.평소 이화숙과 자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던 도수희는 결국 해인을 바라봤다. “해인아, 다친 데도 없고... 그러니까 혹시...”해인은 도수희가 마음이 약한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자신을 죽이려 한 사람까지 상대가 한마디 부탁했다고 용서하려고 할 줄은 몰랐다.해인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엄마는 저 사람들 불쌍해서 봐주고 싶은가 봐요. 그런데 저 사람들은 엄마한테 한 번이라도 마음이 약해졌어요? 제가 조금만 늦게 왔으면 무슨 일을 당했을지 알아요?”그 말을 듣고 나서야 도수희도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다시 깨달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김미자를 데려갔다.해인은 경호원과 간병인에게 도수희를 잘 지켜 달라고 거듭 당부한 뒤 옆 병실로 향했다.김미자의 아들은 그때 벽에 귀를 붙이고 옆 병실 상황을 몰래 엿듣고 있었다.해인이 갑자기 들어오자 남자는 미처 자세를 바로잡지도 못했다.해인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침상 옆 탁자에 있던 보온병과 컵을 바닥에 내던졌다.와장창 요란한 소리에 남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가슴을 붙잡고 크게 놀란 사람처럼 몸을 움츠렸다.해인이 차갑게 말했다. “뒤에 숨어서 다 시키고 자기만 빠져나가려 했지? 정말 비겁하네!”해인은 구석에 놓인 과일 바구니까지 발로 걷어차 뒤집어 버렸다.화를 충분히 쏟아 낸 해인은 그대로 돌아서 나갔다.문밖에는 유호가 서 있었다. 입가에 옅은 웃음이 걸려 있었다.조금 전 해인이 안에서 크게 화내는 모습도 전부 본 모양이었다.해인은 유호에게 다가가 물었다. “당신 언제 왔어?”유호는 해인의 손을 잡았다. “오늘 수술이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 당연히 모든 일 다 미뤄 두고 너랑 같이 있어야지.”유호는 자연스럽게 해인의 어깨를 감싸며 웃
Read more

제739화

며칠 동안 서진은 매일 희정을 위해 직접 밥을 지었다.희정은 부족함 없이 보살핌을 받았다.도망자 신세였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쪽에는 잔잔한 행복이 자리 잡았다.희정은 그제야 이런 평범한 일상이 자신이 정말 원했던 삶일지도 모른다고 느꼈다.오직 자신만 바라보고 온 마음을 다해 챙겨 주는 남자. 하루 종일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는 사람.서진은 희정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코끝을 살짝 잡았다. “그만 화내. 인터넷에서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말고 우리끼리 잘 살면 돼.”생각해 보니 화를 낸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었다.희정은 핸드폰을 내려놨다. “됐어. 이제 안 볼래. 밥 먹자.”희정은 우물가로 가서 대야에 받아 둔 물에 손을 씻었다.서진은 수저를 챙겨 놓았다.산골에서는 고기나 생선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밥상에는 소박한 나물과 집밥 반찬뿐이었지만, 늘 고급 음식만 먹던 희정에게는 오히려 낯설고 새로운 경험이었다.서진이 제안했다. “심심하면 오후에 같이 밭에 가자. 모종에 물도 주고.”희정은 흔쾌히 좋다고 했다. 체험 농장에 놀러 온 것처럼 모든 게 새로웠다.두 사람은 뒷산 아래 작은 텃밭을 빌려 매일 직접 기른 채소를 먹었다.직접 키운 채소는 도시에서 사 먹던 것과 맛부터 달랐다. 싱싱하고 은근한 단맛이 났다.희정은 가끔 이런 생각도 했다. ‘평생 이렇게 조용하게 살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이곳에는 주민도 몇 가구 살지 않았고 주민들도 순박했다. TV조차 거의 보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그래서 두 사람이 B시 차장섭과 어떤 관계인지 아는 사람도 없었다....열흘째 되던 오후, 서진은 밭에 채소 물을 주러 나갔다.서진은 산골 생활에도 의외로 잘 적응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힘든 일을 꺼리거나 사람을 깔보는 성격은 아니었다.희정은 집에 혼자 남아 있었다.그때 핸드폰이 울렸다.두 사람이 이곳에 숨기로 한 뒤 전화번호도 새로 바꿨다.지금 그 번호를 아는 사람은 서진의 가족뿐이었다.희정이 전화를 받자 익숙
Read more

제740화

건훈의 말은 정확히 희정의 속마음을 찔렀다.조금이라도 위험을 줄이려고 보름 동안 희정과 서진은 근처 장터에도 가지 않았다. 생활은 빠듯했고 고기 한 점 구경하기도 어려웠다.하루 이틀은 괜찮았지만, 비슷한 음식만 계속 먹다 보니 당연히 질릴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희정은 건훈의 말에서 다른 뜻도 알아차렸다.건훈이 나직하게 말했다. [그냥 모든 걸 서진 형한테 넘기면 그 지긋지긋한 곳에서 나올 수 있어. 밤만 되면 앞도 안 보일 만큼 깜깜한 산이 무섭지 않아?][사람 그림자 하나 보기 힘들고. 넌 화려한 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이야. 그런 곳은 너랑 안 맞아.]희정은 더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그래도 건훈이 보낸 고기와 생선을 버리지는 못했다.서진이 돌아왔을 때 탁자 위에는 먹을거리가 가득 놓여 있어서 의아하게 물었다. “이건 다 어디서 났어?”희정은 즉석에서 거짓말을 만들었다. “옆집 어르신한테 샀어. 어제 장에 다녀오셨는데, 너무 많이 샀다면서 필요한 거 있냐고 물으셔서 돈 드리고 좀 받은 거야.”서진은 고개만 끄덕일 뿐 더 의심하지 않았다.서진이 웃었다. “좋네. 그럼 오늘 저녁은 제대로 먹자.”...사흘이 지나자 받아 둔 고기와 생선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희정이 유난히 맛있게 먹던 생선이 생각난 서진은 아침 일찍 희정이 자는 사이 옆집을 찾아갔다.구동석이 문을 열었다.서진은 예의 바르게 물었다. “며칠 전에 제 아내가 어르신한테 샀다는 생선이 혹시 더 있습니까? 있으면 한 마리 더 사고 싶어서요. 다음에 장에 가실 때 사다 주셔도 됩니다.”구동석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서진을 봤다. “무슨 생선?”“며칠 전에 장에서 많이 샀다고 하시면서 제 아내한테 주셨다던데요? 돈도 드렸다고 들었습니다.”어르신은 고개를 저었다. “난 그런 적 없는데. 사람 잘못 찾은 거 아니야?”서진의 눈빛에 의문이 스쳤다. 이웃집이라고 할 만한 곳은 여기뿐이었다. 사흘 전 희정도 분명 옆집 어르신에게 샀다고 했다.그렇다면 그 음
Read more
PREV
1
...
707172737475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