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인생에 태클을 걸지 마: Chapter 1 - Chapter 10

30 Chapters

제1화

오늘 밤은 나와 고시윤이 한 달에 한 번뿐인 부부 관계를 가지는 날이다.나는 무심코 아주 짧은 숨소리를 흘리고 말았다.그 순간 고시윤의 눈빛에는 이미 어떤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이 그대로 나를 스쳐 지나갔다.“예하얀, 규칙을 어겼어.”그는 더 이상 나를 보지 않았다. 몸을 떼고 곧바로 일어난 뒤, 욕실 쪽으로 걸어가며 가운을 걸쳤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침대 위에 홀로 남겨진 나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끼며 숨을 고르려 애썼다.‘이게... 부부라는 걸까?’모든 건 3년 전, 우리의 첫 아이를 잃은 뒤부터 바뀌었다.그날 이후 고시윤은 아이의 극락왕생을 빌겠다는 이유로 우리 집 안에 불당을 따로 만들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향을 피웠고, 불상 앞의 촛불은 늘 켜져 있었다.그는 말했다. 불도를 따르는 사람에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욕심이라고. 부부 관계는 한 달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그뿐만이 아니었다. 함께 있을 때 소리를 내는 것조차 삼가야 했다. 부처님의 귀를 더럽힐 수 있다는 이유였다.스물다섯인 나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필요나 감정 같은 건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고시윤의 결정에 맞춰 살아갔다....그날 밤, 고시윤은 집을 나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이 울렸다. 내 절친 송희서였다.하지만 지금 내 절친의 목소리는 다급했다.[하얀아, 지금 실시간 검색어 봤어? 나 이거 보는데... 소아인 기사에 나온 그 남자, 너무 고시윤 같아.]말없이 기사 화면을 누른 순간 내 머릿속은 멍해졌다.사진에는 흐릿한 뒷모습만 담겨 있었지만, 그걸 보고도 내가 어떻게 내 남편을 알아보지 못하겠는가?오른손에 늘 염주를 걸고 다니던 내 남편의 그 손이... 그날은 소아인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한 호텔로 들어가고 있었다.그때, 익명 메일 두 통이 연달아 도착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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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전화기 너머로 갑자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놀라서 말을 잃은 건지, 아니면 속으로 들떠서 아무 말도 못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결국 내가 이혼해야만, 소아인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으니까.나는 전화를 끊고 그대로 거실로 나왔다.티 테이블 앞에 앉아 한참을 움직이지 않은 채 고시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하지만 밤이 다 새도록 고시윤은 돌아오지 않았다.대신 고시윤의 비서, 한유라가 찾아왔다.한유라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알 수 있었다.그녀는 나를 노골적으로 반기지 않았다.정확히 말하면, 아예 적의를 숨길 생각조차 없었다.한유라는 고시윤 곁에서 3년이나 일한 비서였다.나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한유라가 고시윤에게 품고 있는 감정이 단순하지 않다는 걸.밤을 꼬박 새운 나를 내려다보며, 한유라는 어딘가 만족스러운 기색으로 말했다.“고 대표님이 거의 4년이나 당신을 데리고 있었어요. 이제 소아인 씨가 곧 고씨 집안 며느리가 될 텐데,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데리고 있었다고? 웃기고 있네.’고시윤과 나의 비밀 결혼은 확실히 철저하게 숨겨져 있었다.4년 전을 떠올리니 아직도 기억이 또렷했다.고씨 집안의 어른들은 하나같이 배경도 없는 내가 고시윤과 결혼하는 걸 반대했다.결국 내가 물러섰다.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은 하지 않기로.아주 가까운 사람들만 알고 있었을 뿐, 우리의 결혼을 아는 이는 거의 없었다.그때의 고시윤은 미안하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나에게 이렇게 말했었다.자기가 고해그룹의 후계 자리를 완전히 손에 넣으면, 반드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 주겠다고.하지만 현실은 달랐다.고시윤은 이미 오래전에 그 자리를 차지했지만, 나는 끝내 결혼식을 치르지 못했다.그래서 지금 고시윤의 비서조차 나를 그저 ‘숨겨둔 여자’로 여기고 있었다.한유라는 턱을 살짝 들고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고 대표님 말씀으로 확인했는데, 어제 소아인 씨 관련 제보가 예하얀 씨가 있는 매체 쪽에서 흘러나왔어요. 예하얀 씨는 칠성엔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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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아니에요? 대표님이 아니였어요?”유자영의 말이 끝나자, 고시윤은 전화를 받는 듯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고시윤의 목소리는 늘 그렇듯 낮고 차가웠다. 결정을 통보하는 말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한유라. 내일 재무팀에 가서 퇴직금 정산해. 앞으로 고해그룹에 나올 필요 없어.”전화를 끊은 고시윤은 약상자를 들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고시윤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곧장 침대 곁에 앉았다.그는 내 발목을 잡고 종아리를 자신의 무릎 위에 얹었다.“좀 아플 거야. 참아.”어두운 눈빛으로 내 무릎 위에 굳어버린 핏자국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소독약을 묻힌 면봉으로 상처를 조심스럽게 닦기 시작했다.사진 속 장면들이 내 기대를 산산이 부수지 않았다면, 이 집중하는 모습에 나는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아주 오래전, 나를 사랑하던 그 시절의 고시윤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하지만 그는 어젯밤... 다른 여자와 함께 있었다. 하룻밤 내내.어쩌면 지난 3년 동안 고시윤이 출장을 핑계로 집을 비운 수많은 날들, 그 둘은 늘 함께였을지도 모른다.속이 울렁거렸다. 나는 급히 다리를 빼내면서 몸을 뒤로 물렸다. 그리고 새 면봉을 집어 들어 혼자 상처를 닦았다.상처가 찌르는 듯 아파왔다. 그 통증이 분명히 말해주고 있었다.나와 고시윤 사이에는 더 이상 돌아갈 길이 없다는 걸.나는 그의 눈을 보지 않았다. 고개를 숙인 채 거즈를 붙이며 말했다.“고시윤, 우리 이혼하자.”밤새 고민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뼈를 깎는 것 같은 선택이었는데도, 고시윤에게서 돌아온 건 아무런 반응도 아니었다.그는 차분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봤다.“이혼? 네가 그걸 감당할 수 있어?”다섯 살 때 예씨 집안에 입양된 뒤로 나는 고시윤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나는 늘 고시윤의 뒤를 따라다녔다. 마음도 시선도 전부 이 남자에게만 향해 있었다.그는 비웃듯 말했다.“한두 번 떼쓰는 건 그렇다 쳐. 다음엔 내가 진짜로 동의하면 어쩔 건데?”나는 속에서 올라오는 슬픔을 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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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고시윤의 등장이 장 여사의 말을 끊어 놓았다.이전과 다름없이 예의 바른 태도를 유지했지만, 그의 말투와 눈길에는 여전히 사람을 내려다보는 기색이 담겨 있었다.“장모님, 장인어른.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나는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적어도 부모님 앞에서까지 불편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아니야, 아니야. 우리도 막 도착해서 하얀이랑 이야기 좀 나누고 있었어. 많이 기다린 것도 아니고.”“아직 일이 남아 있으면 계속 봐도 돼. 우리는 여기서 이야기하고 있을게.”나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엄마, 아버지. 일단 식사부터 하세요.”식탁에 앉자, 고시윤은 자연스럽게 상석에 자리했다.부모님과 나는 그의 아래쪽에 나란히 앉았다.예 회장은 말을 꺼내려다 멈추기를 반복하며, 조심스럽게 고시윤의 눈치를 살폈다.“고 서방... 사실 부탁할 게 하나 있어서...”예 회장의 태도는 거의 몸을 낮춘 것과 다름없었다.고시윤은 담담하게 말했다.“알고 있습니다. 예신그룹이 요즘 자금 쪽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것도요. 자금 문제는 걱정하지 마세요. 계약서 가져오셨죠?”예 회장이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가져왔지.”고시윤이 덧붙였다.“조금 있다가 서명하겠습니다. 내일 하얀 씨가 계약서를 보내 드릴 겁니다. 자금은 늦어도 금요일 전까지 예신그룹 계좌로 들어갈 겁니다.”그 한마디에 예 회장과 장 여사의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두 사람의 얼굴에는 안도감이 스며들었고, 연신 감사를 표했다.“하얀 씨는 제 아내입니다. 예씨 집안이 어려울 때 돕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그 말로 장 여사의 걱정은 완전히 사라진 듯 보였다.장 여사는 원래 속을 숨기지 않는 성격이라, 돌려 말하는 법이 없었다.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 서방이랑 우리 하얀이가 이렇게 잘 지내는 거 보니까 마음이 놓이네. 어제 뉴스에서 소아인 뒤에 어떤 남자가 있는 걸 봤거든. 얼굴은 안 나왔는데, 뒷모습이 고 서방 같아 보여서... 괜히 밤새 걱정했어.”그 말이 끝나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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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다행히도 고시윤은 여전히 나를 어느 정도 신뢰하는 듯했다.그는 계약서를 한 장 한 장 꼼꼼히 넘기지 않았다.각 페이지의 모서리만 살짝 들춰 보고, 서명이 필요한 곳에만 이름을 적었다.계약 내용은 아예 읽지도 않았다.그 마지막 장... ‘이혼합의서’ 위에 고시윤이 서명하는 걸 확인한 뒤에야 내 마음은 조용히 가라앉았다.‘들키면 안 돼.’그가 이상함을 느끼기 전에 나는 계약서를 재빨리 챙겼다.안방으로 돌아와 고시윤의 친필 서명이 남아 있는 그 이혼합의서를 따로 꺼내 책 속 깊은 곳에 숨겨 두었다.이혼숙려기간은 한 달이다....그날 밤, 나는 안방에서 나갈 준비를 했다.고시윤이 방으로 들어왔을 때, 절뚝거리면서 짐을 정리하는 나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그의 여자와 아이를 위해 자리를 비워주는 모습인 것이다.“이런 건 자영 이모님이나 다른 도우미 이모님한테 시키면 되잖아.”그는 비교적 차분한 목소리로 덧붙였다.“요 시기만 좀 지나가면 돼. 사람들 시선이 잠잠해지면 아인하고 루비는 나갈 거니까, 그때 다시 들어와.”“오래 있을 생각은 없어.”나는 비웃듯 웃으며, 그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그럼 내가 감읍해야 할까?”그 말에 고시윤의 표정이 단숨에 굳어졌다.짐이라고 해봐야 많지 않았다.손님방으로 옮기는 것뿐이었으니까.옷 몇 벌과 화장품,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하나.침실 옷장 위에 올려 두었던, 작은 유골함.나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의자 위에 올라가서 그 유골함을 조심스럽게 내렸다.사진 속 그 아이는 고시윤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일 것이다.그리고 이 유골함 안에 들어 있는 것도, 나에게 가장 소중한 아이였다.다만, 내 아이는 다른 아이들처럼 세상 밖으로 나와 살아갈 수 없었다.영원히, 햇빛 한 줄기 닿지 않는 이 유골함 안에만 머물러야 했다.그 유골함을 꺼낼 때, 고시윤은 발코니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비서에게 어떤 길로 소아인 모녀를 데려오는 게 더 안전한지, 하나하나 지시하고 있었다.통화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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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고시윤은 늘 사람들 위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내게 다시 채식을 준비해 달라고 직접 말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하지만 고시윤의 입맛은 까다로웠고, 음식에 대한 기준도 높았다.결국 그는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렇게 지시했다.“사찰 음식 잘하는 요리사 알아봐. 급여는 상관없어. 내일 바로 데려와.”그때까지 줄곧 눈치를 보며 앉아 있던 소아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마치 남의 집에 얹혀사는 사람처럼 몸을 낮춘 태도였다.“예하얀 씨, 제가 당신 마음에 안 드는 건 알아요. 이렇게 루비를 데리고 들어온 게 많이 무례했다는 것도 알고 있고요...”나는 담담하게 그녀를 바라봤다.“무례한 거 알면 왜 뻔뻔하게 들어와? 이 세상에 나랑 고시윤 집 말고는 네가 머물 곳이 하나도 없어?”“소아인 씨는 평생 남의 자리에 끼어들어야만 살 수 있는 사람이야?”소아인은 말문이 막힌 듯 얼굴이 하얗게 굳어졌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뭔가 말하려다 끝내 말하지 못하고, 눈가에 물기를 머금은 채 고시윤을 바라봤다.테이블 아래에 그녀의 꽉 움켜쥔 손을 본 사람은 나뿐이었다.루비는 아직 어린아이였지만, 내 말투가 곱지 않다는 건 느낀 모양이었다.아이답게 겁을 먹은 얼굴로 고시윤에게 달려가 그의 무릎 위에 올라앉았다.“아빠, 이 이모는 누구야? 무서워.”“루비, 괜찮아. 이모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고시윤은 나를 향해 경고하듯 눈길을 줬다.하지만 소아인 앞에서까지 나를 몰아붙이진 않았다.‘이번엔 네가 좀 찔리는 거겠지.’이 모녀를 집 안으로 들여놓고, 내 눈앞에서 버젓이 지내게 하면서도 내가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 그 역시 마음이 편할 리 없었을 것이다.아무리 고시윤이라도 자기 외도를 받아들인 아내에게 웃음까지 요구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나와 고시윤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지 않자, 소아인은 눈에 띄게 불쾌해 보였다.테이블 가득 놓인 채식 요리에는 더더욱 손이 가지 않는 듯했다.나는 속으로 비웃었다.고시윤이 불교에 귀의한 뒤 삼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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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나는 그 일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재작년 겨울 말, 내 친어머니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됐던 날을.이미 식물인간 상태였던 친어머니는 갑작스럽게 전신 장기 부전이 왔고, 생명이 위태로웠다.의대 교수님은 새로운 의료 장비가 있다고 했다.전신의 혈액을 한 번에 교체하면서 동시에 심폐 보조를 할 수 있는 장비였다.적용 시기가 맞으면, 기적처럼 상태가 호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그리고 그 장비를 개발한 곳이... 하필이면 고시윤의 회사였다.아직 정식 출시도 되지 않은 장비라 내부 인력을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이 정도는 어렵지 않겠지.’나는 그렇게 생각했다.고시윤에게는 정말 아무것도 아닐 일 같았으니까.그래서 전화를 걸었다.우리 어머니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고, 지금 상황이 얼마나 위급한지 설명했다.그런데 내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고시윤은 이렇게 말했다.[그 의대 교수한테 말해. 장모님은 최선을 다해 치료하라고. 돈은 상관없어. 나 지금 급한 일이 있으니까 이따가...]그는 더 듣지 않고,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돈은 고시윤에게 가장 쉬운 것이었다.언제든 손에 쥘 수 있는 것.아마 나도 그랬을 것이다.너무 쉽게 얻어서 더는 소중하지 않았던 존재.그때 나는 모든 게 무너졌다.도대체 어떤 일이... 우리 어머니의 목숨보다 더 급한 일일까?이제 와서야 알게 됐다.그날 고시윤이 말한 ‘급한 일’은 루비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가는 일이었다는 걸.내가 해울시에서 아무리 도움을 구해도 어디에도 손이 닿지 않던 그 시간에, 고시윤은 D시에서 가장 큰 놀이공원에서 애인과 자기 딸과 함께 웃고 있었다.나중에야 우리 오빠가 수소문해서 장비를 들여왔고, 내 친어머니는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하지만, 그날 느꼈던 절망과 곧 엄마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평생 잊히지 않을 것이다.나는 가슴을 찢고 터져 나올 것 같은 분노와 통증을 억눌렀다.그리고 노트북을 켰다.소아인의 톡 스토리를 하나하나 캡처했다.사진도 전부 저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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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나는 정말로 월요일이 되면 땅을 파헤치듯 뒤져서라도 회사 안의 내통자를 반드시 찾아낼 생각이었다.그런데 다음 날 아침, 예상하지 못한 전화가 걸려왔다.회사 고위 임원이었다.[예하얀 편집장님. 이번 폭로 건 때문에 투자사가 빠졌습니다. 지금 상황으로는 급여 지급도 어렵습니다. 죄송하지만 오늘부터는... 출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나는 수화기를 쥔 채 한동안 서 있었다.머릿속이 텅 비어 버린 느낌이었다.대학을 졸업하던 해, 고시윤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곧바로 아이를 가졌었다.원래 합격 가능했던 언론사에서는 임신 사실을 이유로 나를 거절했다.그때 고시윤은 나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속상해하지 마. 내가 거기 투자할까? 그러면 우리 하얀이를 거절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야.”나는 거절했다.관계를 이용해서 회사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그래서 나는 대중문화와 연예 소식이 뒤섞인 연예 매체를 선택했다.3년 동안 실적 1위.밤새 기사 쓰고, 발로 뛰며 취재해서 편집장 자리까지 올라왔다.그런데 지금 그 이유로 잘렸다.그때는 돈으로 길을 열어주려던 사람이 지금은 내 길을 막은 사람이 됐다.사랑과 무관심은 이렇게 분명했다.사람의 마음은 이토록 완전히 달라질 수 있었다.나는 빠르게 방을 나와 불당으로 향했다.고시윤은 불당에서 수행 중이었다.길고 반듯한 다리를 접고서 특수 방석 위에 앉아 염주를 굴리고 있었다.예전의 나는 그 모습이 참 좋았다.차갑고 절제된 태도와 세속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듯한 거리감.그가 불교를 따른다는 이유로 수많은 규칙을 지키며 살아도, 내가 불평한 적은 없었다.나는 다가가서 고시윤의 손에서 염주를 빼앗았다.“부처님이 아내 일자리 끊으라고 가르치던가? 네가 무슨 권리로 내 일을 건드려?”고시윤은 염불이 끊기자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렸다.“그런 일, 굳이 계속할 필요 없어. 돈은 내가 주면 되잖아.”‘그런 일?’밤새 기사 쓰고, 취재처에 머리 숙이며 얻은 결과였다.내 손으로 쌓아 올린 경력이었다.나는 주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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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요리사가 오전 내내 공들여 준비한 채식 요리는 내 앞에 놓인 음식들 앞에서 완전히 존재감이 사라졌다.말 그대로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고시윤을 따라 이틀째 채식을 하던 소아인과 루비는 내 앞의 음식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소아인은 숨도 못 쉬는 듯 침을 삼켰고, 루비는 입술을 꼭 다문 채 금방이라도 침이 떨어질 것 같은 얼굴로 내 음식을 바라봤다.그중에서도 고시윤만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누가 이런 걸 집에 들여오라고 했지?”나는 웃음을 흘리듯 되물었다.“이 집, 결혼하고 나서 산 거잖아. 부부 공동 재산이면 내 몫도 있는 거고. 그럼 내가 내 집에서 내가 먹고 싶은 걸 먹는 게 뭐가 문제야?”그 말을 던지고 나는 자연스럽게 술장으로 갔다.작년에 그가 경매에서 직접 낙찰받은, 말도 안 되게 비싼 와인을 꺼냈다.고시윤의 시선이 살기를 띠는 가운데 나는 자리에 앉아서 나이프과 포크로 천천히 스테이크를 잘랐다.고기를 한 입 먹고,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이게 사는 맛이지.’나도 이상했다.결혼이 무너진 대신, 내 손에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이 돌아온 느낌이었다.하지만 고시윤은 누가 도발하면 당하고 가만있는 사람이 아니었다.그가 경호원에게 말했다.“저 음식들, 전부 치워.”그 말이 끝나자마자 루비가 조심스럽게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아빠...나도 스테이크 먹고 싶어...”루비는 연거푸 침을 삼키며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왜 우리는 고기 못 먹어?”고시윤은 대답을 못 했다. 아이에게 수행이니 계율이니 설명해 봐야 전혀 이해하지 못할 말이기 때문이다.그때 소아인이 얼른 끼어들었다.“루비야, 아빠는 우리 건강 생각해서 그러는 거야. 채식이 몸에 좋대. 고기만 먹으면 병에 걸린대.”나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응, 맞아. 고생은 내가 할게. 너희는 건강 챙겨.”그리고 고시윤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설마 내가 앞에서 이런 거 먹으니까 당신도 먹고 싶어진 거야? 그래서 이렇게 급하게 치우라고 하는 거야? 고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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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시윤 오빠, 제발 나 좀 살려줘요! 살려줘요!”소아인의 비명이 다시 터져 나오자, 그제서야 고시윤은 내게 시선을 돌렸다.하지만 그 소리는 동시에 루비를 불러들였다.루비에게는 상황을 이해할 여유 같은 건 없었다.엄마 소아인이 벽에 몰린 채 내 손에 맞고 있는 모습만 보였을 뿐이었다.“나쁜 사람이야! 우리 엄마 놔! 나쁜 사람이야!”루비는 울부짖으며 내 옷자락을 붙잡고 끌어당겼다.같은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이미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이 모든 일을 만들어낸 원인 앞에서 자비를 가질 수 없었다.나는 아이를 거칠게 밀쳐냈고, 다시 소아인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소아인의 얼굴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입가에 피가 번졌는지조차 내겐 중요하지 않았다.‘내 아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왜 저 모녀 손에 이렇게까지 당해야 하는데.’그 사이, 밀쳐진 루비는 바닥에 넘어졌고 곧바로 울음을 터뜨렸다.그때, 등 뒤에서 강한 힘이 내 몸을 잡고 돌렸다.다음 순간, 따끔한 소리와 함께 내 뺨에 충격이 전해졌다.실내는 숨소리까지 또렷해질 만큼 가라앉았다.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앞에 선 남자를 바라봤다.다섯 살 때부터 좋아했고, 스물다섯이 되도록 내 인생 전부였던 남자.고시윤은 소아인과 루비를 위해 나를 때렸다.‘왜 늘 그래야 했을까?’‘왜 그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해도 결국 벌을 받는 건 나였을까.’“여보...”고시윤도 자기가 한 짓에 놀란 것처럼 보였다.목소리가 한결 낮아졌다.“미안해. 난 그냥... 네가 좀 진정하길 바랐어.”나는 몇 걸음 물러났다.고시윤을 똑바로 바라본 채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왜? 왜 마지막으로 붙잡고 있던 것까지 다 부숴야 했어?”“내 아이 돌려줘. 내 아이를 돌려주라고.”“저 여자한테 말해. 내 아이를 돌려달라고.”나는 정신없이 소리쳤다.목이 쉬어가는 것도 느끼지 못한 채 짐승처럼 울부짖었다.그러다 문득 다른 생각이 스쳤다.나는 비틀거리며 목재유골함이 있던 쪽으로 달려갔다.바닥에 무릎을 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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