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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태클을 걸지 마
내 인생에 태클을 걸지 마
Author: 동그라미

제1화

Author: 동그라미
오늘 밤은 나와 고시윤이 한 달에 한 번뿐인 부부 관계를 가지는 날이다.

나는 무심코 아주 짧은 숨소리를 흘리고 말았다.

그 순간 고시윤의 눈빛에는 이미 어떤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이 그대로 나를 스쳐 지나갔다.

“예하얀, 규칙을 어겼어.”

그는 더 이상 나를 보지 않았다. 몸을 떼고 곧바로 일어난 뒤, 욕실 쪽으로 걸어가며 가운을 걸쳤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침대 위에 홀로 남겨진 나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끼며 숨을 고르려 애썼다.

‘이게... 부부라는 걸까?’

모든 건 3년 전, 우리의 첫 아이를 잃은 뒤부터 바뀌었다.

그날 이후 고시윤은 아이의 극락왕생을 빌겠다는 이유로 우리 집 안에 불당을 따로 만들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향을 피웠고, 불상 앞의 촛불은 늘 켜져 있었다.

그는 말했다. 불도를 따르는 사람에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욕심이라고.

부부 관계는 한 달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함께 있을 때 소리를 내는 것조차 삼가야 했다.

부처님의 귀를 더럽힐 수 있다는 이유였다.

스물다섯인 나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필요나 감정 같은 건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고시윤의 결정에 맞춰 살아갔다.

...

그날 밤, 고시윤은 집을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이 울렸다.

내 절친 송희서였다.

하지만 지금 내 절친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하얀아, 지금 실시간 검색어 봤어? 나 이거 보는데... 소아인 기사에 나온 그 남자, 너무 고시윤 같아.]

말없이 기사 화면을 누른 순간 내 머릿속은 멍해졌다.

<속보! 떠오르는 배우 소아인, 배후의 남자 의혹! 정체는 아직 확인 중.>

사진에는 흐릿한 뒷모습만 담겨 있었지만, 그걸 보고도 내가 어떻게 내 남편을 알아보지 못하겠는가?

오른손에 늘 염주를 걸고 다니던 내 남편의 그 손이... 그날은 소아인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한 호텔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때, 익명 메일 두 통이 연달아 도착했다.

고화질 사진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첫 번째 사진에서는 고시윤이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품에는 어린 여자아이가 안겨 있었고, 풍성한 치마를 입은 아이는 그의 목을 끌어안고 뺨에 얼굴을 붙이고 있었다.

두 번째 사진에서는 소아인이 고시윤의 어깨에 묻은 먼지를 손으로 털어주고 있었다.

그는 나를 밀어내던 때와는 다르게 피하지도 않았다.

고시윤의 입꼬리는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다.

수십 장의 사진을 보고 나서야 나는 알았다.

지난 3년 동안 고시윤이 내 곁을 떠나게 된 이유는... 단지 신앙 때문만은 아니었다.

‘외도였네?’

손바닥에 손톱이 파고들 만큼 주먹을 꽉 쥔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두 번째 메일을 열었다.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사모님, 공개하시겠습니까? 아니면 20억 원에 정리하시겠습니까?]

나는 잠시도 고민하지 않았다.

[20억 원. 정리하겠습니다.]

그리고 계좌에 있던 모든 돈을 보냈다.

그 돈으로 내 남편과 다른 여자의 모든 사진을 사들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돈은 결혼 당시 고시윤이 준 예물이었다.

이제는 고시윤의 배신을 덮기 위한 돈이 되었다.

나는 다시 사진 속 아이를 바라보았다.

우리 아이가 살아 있었다면, 저 아이와 비슷한 나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아이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내 아이는 작은 목재유골함 안의 재가 되었다.

그때 나는 무너져 있었지만, 고시윤은 담담하게 말했다.

“아이야 또 생기겠지.”

하지만, 이제 나는 확실하게 깨달았다.

나와 고시윤... 더 이상 아이가 생길 수 없는 그 진실.

사진 정리가 끝난 뒤, 나는 송희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희서야, 아는 변호사 있어? 나 이혼할 거야.”

남자가 더러워졌다면, 버리면 그만이었다.

송희서는 알아본 뒤 다시 연락을 줬다.

이혼합의서는 준비됐지만, 상대의 자산을 정확히 몰라 재산 분할 항목은 비워둘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내가 말했다.

“그럼 변호사님, 일단 합의서만 보내주세요. 재산은 제가 직접 얘기할게요.”

사진은 20억 원이지만, 고해그룹 대표의 평판은 그보다 훨씬 비쌌다.

내가 이걸 쥐고 있는데, 협상이 안 될 리 없었다.

나는 인쇄한 이혼합의서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고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연결됐다.

[예하얀 씨, 무슨 일이세요? 시윤 오빠는 지금 아이를 달래고 있어요.]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정중한 말투였지만, 귀를 찌르는 느낌이었다.

소아인은 내 존재를 알고 있었다.

잠시나마 고시윤이 싱글이라고 속였을 가능성을 생각했던 내가 우스워졌다.

‘알면서도 끼어든 거였네.’

나는 감정을 섞지 않고 말했다.

“고시윤 바꿔.”

[죄송해요. 아이가 오빠를 잘 안 놔줘서요. 지금은 통화가 어려워요. 전해드릴 얘기가 있으면 제가 전해드릴게요.]

그 말과 함께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내일 아침에도 볼 수 있어? 아빠는 자꾸 없어져.”

고시윤의 목소리가 낮게 흘렀다.

“그럼. 아빠 내일 아침에도 꼭 있을게.”

숨이 막히는 듯 가슴이 조여 왔다.

‘저런 말투... 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들었지.’

[예하얀 씨, 더 할 말씀이 없으면 저희는 쉬어야 해서요.]

말은 공손했지만, 한 마디 한 마디가 날카로웠다.

나는 말했다.

“있어. 고시윤에게 당장 돌아와서 이혼합의서에 서명하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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