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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チャプター

제51화

“어머니, 그럼 유나를 해고하실 생각은 이제 없으신 거예요?”안도의 한숨을 내쉰 정도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심여진은 그가 뒤에 감추듯 세워 둔 윤유나를 힐끗 한번 보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됐다. 네 밑에서 일하는 직원이면 네가 알아서 처리해. 앞으로는 사람들 보는 데서 좀 조심해. 다른 여자들이랑 너무 가까이 지내지 말고. 괜히 말 나와 봤자 좋을 거 없으니까.”정도원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어머니, 선은 지킬게요.”심여진을 바래다드리려던 순간, 뜻밖에도 이해리가 느긋한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왔다.이해리는 끝까지 남자 뒤에 숨어 있는 윤유나를 의미심장하게 한번 바라보더니, 손뼉을 툭툭 쳤다.“정도원, 난 네가 이렇게 막무가내일 줄은 몰랐네. 윤 팀장 감싸 주려고 정말 못 할 말이 없구나.”그녀가 갑자기 나타날 줄은 몰랐던 정도원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 곧바로 앞으로 나와 이해리를 한쪽으로 끌어당겼다.“이해리, 네가 아직 며칠 전 일 때문에 화난 건 알아. 그런데 여긴 회사야. 무슨 문제든 집에 가서 얘기하자. 기사 불러서 너 먼저 집에 보내 줄게.”이해리는 팔을 빼내더니, 더러운 걸 만진 것처럼 손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가차 없이 비웃었다.“왜? 내가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너랑 윤 팀장 사이를 까발릴까 봐 겁나?”정곡을 찔린 정도원의 얼굴에 순간 당황이 스쳤고, 그는 바로 발끈했다.“이해리! 적당히 해! 나랑 유나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너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소란 피울 건데?”“아무 사이도 아니야?”이해리는 차갑게 웃음을 흘리더니 자료 한 부를 꺼내 그대로 그의 얼굴에 내던졌다. 눈빛도 점점 서늘해졌다.“내 배당금으로 윤 팀장 아파트 한 채 사 주는 것도 회사가 우수 직원 포상하는 방식인 줄은 난 처음 알았네.”그녀는 눈을 들어 옆에 서 있는 심여진을 똑바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어머님, 평소에 도원이가 윤 팀장이랑 업무 때문에 가까운 거야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제 배당금으로 윤 팀장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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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흥미롭다는 듯 그 광경을 지켜보던 이해리의 입가에는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옅은 웃음이 걸려 있었다.심여진이 자기 아들을 아끼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정씨 가문 전체의 체면이 걸린 일이니, 아무리 마음이 약해도 공정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무엇보다 서경 그룹의 산업은 정씨 가문의 다른 방계 친척들까지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정지안의 뒷받침이 아니었다면, 이 해성에서 정도원이 이렇게까지 목소리를 낼 수도 없었을 것이다.정도원은 이를 악물고 한참 망설이다가, 결국 한쪽 무릎을 꿇고 바닥에 내려앉았다.하지만 어머니가 묻는데도 그는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그 모습을 본 심여진은 더 참지 못하고 온몸을 떨며 화를 냈다.“정도원! 너 진짜 나를 화병 나서 죽게 만들 생각이야? 고작 저런 여자 하나 지키겠다고 우리 정씨 가문 체면은 어디다 내던지고, 우리 집안이 너한테 걸고 있는 기대는 또 어디다 버릴 셈이야?”그녀는 정도원과 함께 바닥에 꿇어앉아 있는 윤유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목소리는 이를 악문 사이로 억지로 새어 나오는 듯했다.“네가 이렇게까지 저 여자를 감싸고돌 거면, 나도 더는 봐주지 않아!”심여진은 옆에 있는 집사에게 눈짓을 보냈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부터 난 해성에서 윤씨 집안사람들 꼴도 보기 싫다.”“네, 사모님.”집사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고, 곧 사람을 시켜 윤유나를 끌어내리려 했다.바로 그 순간, 정도원이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더니 윤유나를 자기 뒤로 감쌌다.“엄마, 얘는 상관없어요. 제가 잠깐 정신이 나가서 해리한테 못 할 짓을 한 거예요.”이미 그가 윤유나에게 품은 감정이 달라졌다는 건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이 말을 직접 듣는 순간, 찻잔을 쥔 이해리의 손끝은 끝내 가늘게 떨렸다.그녀는 정도원이 저 여자를 위해 이 정도까지 할 줄은 몰랐다.심지어 가문의 명예까지 걸 수 있을 만큼.이해리의 속에서는 차가운 웃음이 잇따라 번져 나왔다.오히려 그녀는 진작 그의 본모습을 알아차린 자신이 다행이라고 느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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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윤유나는 목이 턱 막힌 듯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고, 끝내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차마 보고 있을 수 없었던 정도원은 눈을 들어 이해리의 비웃는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해리야, 이번 일은 분명 내가 먼저 잘못했어. 내가 약속할게. 이런 일은 앞으로 절대 다시 없을 거야. 네가 이 일을 여기서 끝내 주기만 하면, 난 무슨 조건이든 다 들어줄게.”이렇게 오랜 세월을 함께한 만큼, 그는 자신이 이해리의 성격을 잘 안다고 믿고 있었다.처음에 그녀가 자기 잘못을 용서해 줬던 만큼, 이번에도 자기가 진심으로 잘못을 빌면 분명 다시 넘어가 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가 몰랐던 건, 이해리의 마음은 이미 어젯밤 전화 속 대화를 듣는 순간 완전히 닳아 없어졌다는 사실이었다.이해리는 느긋하게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너한테 빈손으로 나가라고 하면?”“이해리, 너 너무하는 거 아니야?”정도원의 얼굴은 순식간에 싸늘하게 굳었다.그는 심여진의 옆에 앉아 있는 여자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자기가 정말 이 여자를 알고는 있었나 싶었다.예전의 이해리는 분명 이해심 많은 사람이었다.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녀는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고 들기 시작했다.“왜?”이해리는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치켜올리고 우스운 광대라도 보듯 그를 바라봤다.“네가 직접 말했잖아. 이 일만 조용히 끝낼 수 있으면 뭐든 다 들어주겠다고. 그런데 말 꺼낸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말 바꾸려는 거야?”“너...”말문이 막힌 정도원의 얼굴은 한층 더 어두워졌고, 허벅지 옆으로 내려뜨린 손가락에서는 뼈마디가 으드득 울렸다.오늘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으면 이해리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걸 잘 알고 있었던 심여진은, 서둘러 상황을 무마하려 들었다.“도원아, 내가 두 가지 길만 줄게. 저 여자가 지금부터 해성에서 사라지게 하든가, 아니면 완전히 끊어.”그녀는 손을 들어 이해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답답하다는 듯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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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창문 틈으로 미풍이 스며들어 와 바닥에 흩어진 서류를 살짝 들썩였다.이 일이 결국 정지안의 귀에까지 들어갔다는 걸 보자, 심여진은 서둘러 상황을 무마하려 들었다.“지안아, 도원이도 저 여자한테 홀린 거나 다름없어. 나랑 해리가 지금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지 얘기하고 있었어. 물론 이번 일은 도원이 잘못이 먼저이기는 한데, 그래도...”그녀가 말을 다 잇기도 전에, 정지안이 싸늘한 목소리로 끊어 버렸다.“저 지금 정도원이랑 얘기하는 중이에요.”그는 무릎 꿇고 있는 남자를 내려다봤다. 온몸에서는 말없이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이 흘러나왔다.정도원은 자신과 윤유나의 일까지 드러날까 봐 여러 번 저울질한 끝에,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그 아파트 산 돈, 맞아. 해리 지분 배당금에서 일부를 뺀 거야.”그는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해리의 눈도 차마 마주 보지 못했다.분명 완벽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했다.그런데도 이해리가 배당금 수치만 따라가서 결국 집 문제까지 파고들 줄은 그도 예상하지 못했다.정지안은 손을 들어 그의 턱을 가볍게 움켜쥐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에는 서늘한 기운이 가득했다.“내가 전에 경고한 적 있지 않았나. 얌전히 있으라고. 네 개인적인 일은 네가 알아서 정리하면 그만이야. 그런데 이번 일은 이미 정씨 가문 명예에까지 타격을 줬어. 모르는 사람이 보면 윤유나 씨가 네 진짜 아내인 줄 알겠더라.”아무래도 한 번 손을 쓰면 시내 중심가 아파트 한 채였으니까.물론 그 정도 돈이 정씨 가문에 대단한 액수는 아니었다.하지만 결혼한 지 그렇게 오래됐는데도, 정도원이 이해리와 살았던 집은 둘이 신혼 때 정씨 가문에서 마련해 준 혼수 집이었다.그 말이 떨어지자, 정도원의 얼굴에는 순간 당황이 스쳤다. 그는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이번 일이 형이 생각하는 그런 식은 아니야.”그는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이해리를 힐끗 보고는 더듬거리듯 말했다.“해리가 유학 간 지 3년째 되던 해였어. 내가 술자리에 나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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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내 엄마가 남겨 준 신혼집에 걔를 묵게 하고, 패션 가게에서는 걔 편까지 들어 주고, 거기다...”더는 듣기 힘들었던 정도원은 고개를 깊이 숙여 그녀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후회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만해, 그만 말해. 해리야, 내가 너한테 준 상처가 금방 메워질 수 없는 거라는 건 알아. 앞으로는 내가 어딜 가든 널 데리고 다닐게. 우리 한순간도 떨어지지 말자, 응?”“진작 그렇게 했어야지!”심여진은 답답하다는 듯 그를 매섭게 노려봤다.“이제 와서 후회하면 뭐 하니? 정씨 가문에서 어떻게 너 같은 망신거리를 낳았는지 모르겠다!”그러면서 그녀는 이해리의 손을 붙잡고 가볍게 두드렸다.“해리야, 걱정하지 마. 이번에는 내가 꼭 네 편 들어 줄게.”이해리가 이런 일을 여러 번 겪지 않았더라면, 정말 심여진이 자기 마음을 이해하고 곁에 서 있다고 믿었을지도 몰랐다.하지만 방금 심여진이 정도원의 뺨을 때린 그 손길은 소리만 컸지 전혀 세지 않았다.적당히 흉내만 내고 빨리 덮어 버리려는 속셈이 너무 뻔했다.“어머님, 만약 아버님이 이렇게 여러 번 바람을 피우셨어도 그렇게 쉽게 용서하셨겠어요?”이해리는 진심인 척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지만 속으로는 차가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그 말에 심여진은 숨이 턱 막힌 듯 바로 언성을 높이려 했다. 하지만 이 일의 시작이 정씨 가문 쪽 잘못이라는 걸 의식한 듯, 결국 성질을 억눌렀다.그녀는 보기 흉할 만큼 어색한 웃음을 억지로 지어 보였다.“그럼 네가 말해 봐. 어떻게 해결하고 싶니? 네 뜻대로 해 줄게.”이해리는 손끝으로 테이블을 몇 번 두드리며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제가 원하는 건 간단해요. 제 몫 배당금은 한 푼도 빠짐없이 돌려받을 거고요. 그리고 서경 그룹 주가가 더 내려가기 전에, 윤유나한테 넘어간 그 집도 깔끔하게 전부 토해 내야 해요.”그 말을 들은 정도원은 바로 거절하려 했지만, 심여진이 보내는 눈빛을 보고는 이를 악물고 받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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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그건...”이해리가 자기를 붙잡아 둘 줄은 몰랐는지, 윤유나는 잠시 그녀의 속내를 가늠하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옆에 있는 심여진을 바라봤다.그녀는 난처한 기색을 띠며 완곡하게 거절했다.“이해리 씨, 이건 정씨 가문의 가족 식사잖아요. 저는 외부인인데, 남아서 같이 저녁을 먹는 건 아무래도 좀 아닌 것 같아요.”그녀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걸 보자, 정도원은 차마 외면하지 못했다. 그는 앞으로 나와 자연스럽게 이해리의 손을 잡고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했다.“해리야, 유나 때문에 우리 사이가 여기까지 온 건 맞아. 그런데 지금 유나까지 남겨서 우리랑 같이 밥을 먹게 하면, 너도 불편하지 않아?”그는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윤유나에게 눈짓을 보내며 얼른 나가라는 신호를 줬다.하지만 윤유나가 발을 떼기도 전에, 이해리는 이미 손을 빼내고 한 걸음씩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눈을 들어 그의 시선을 정면으로 맞받았다.“왜? 네가 윤 팀장이랑 얽혀 있을 때는 조금도 선 긋는 법이 없더니, 이제 와서 불편해? 난 네가 이렇게 태도 바꾸는 데 능한 줄은 몰랐네.”그녀의 비꼬는 말에 정도원의 표정은 순간 굳어 버렸다. 그가 막 변명하려는 찰나, 이해리는 다시 말을 이었다.“게다가 윤 팀장이 지난 몇 년 동안 서경 그룹에 기여한 건 나도 분명히 봐 왔어. 이제 할 말도 다 했으니, 같이 밥 한 끼 먹는 게 뭐 대수라고. 난 그렇게 속 좁지 않아.”그 말을 듣고, 심여진과 정도원은 서로 한번 시선을 주고받았다.이 여자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심여진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는 일부러 엄한 얼굴을 만들었다.“됐어. 이미 온 거면 그냥 남아서 밥이나 같이 먹고 가. 괜히 밖에 말 나가서 우리 정씨 가문이 손님 대접도 못 한다는 소리 듣기 싫으니까.”그 말을 마친 그녀는 곧바로 도우미들에게 그릇과 수저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이쯤 되자 윤유나는 더 물러날 핑계도 찾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마지못해 몇 사람을 따라 식탁으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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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그 말을 듣자, 심여진은 곧바로 다급해졌다. 그렇다고 전처럼 대놓고 강하게 밀어붙이기도 어려웠는지, 어색하게 웃으며 타이르듯 말했다.“해리야, 나도 알아. 너랑 도원이 둘 다 지금은 일에만 마음이 가 있는 거. 그런데 너희도 이제 나이가 적지 않잖아. 슬슬 아이 가질 때가 됐어. 여자는 나이 들면 임신도 더 어려워지고, 서른이 넘으면 아이 갖는 게 더 힘들어져. 내가 다 너희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이해리는 그녀를 향해 옅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 웃음은 조금도 눈에 닿지 않았다.“어머님, 아이를 갖는 건 혼자 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인터넷에서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도 봤는데, 순조롭게 임신하려면 두 사람 사이가 아주 안정적이어야 한대요. 저도 사례를 꽤 많이 봤어요. 아내가 임신한 뒤에 남편이 바람피우는 경우도 정말 많더라고요. 뱃속 아이도 다 영이 있는 법이라,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설령 임신을 해도 뜻밖에 유산되기도 해요. 그러니 충분히 준비가 다 되기 전까지는 이 일은 조금 미루는 게 좋겠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눈을 들어, 줄곧 말없이 있던 윤유나를 바라봤다.“제가 잘못 기억하는 게 아니라면, 저랑 윤 팀장 나이도 비슷하잖아요. 윤 팀장도 아직 자기 남편이랑 아이 가지려고 서두르지 않는데, 저도 좀 더 생각해 보고 싶어요.”자기 쪽으로 화제가 돌자, 윤유나는 젓가락을 쥔 손을 멈췄고 얼굴도 순식간에 몇 톤이나 더 창백해졌다.“저희 남편이 최근 몇 년 동안 일이 바빠서요. 아이 문제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그래요?”이해리는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입가에는 뜻 모를 미소가 걸려 있었다.“나는 윤 팀장이 남편이랑 사이가 틀어진 줄 알았어요. 그래서...”말을 하다 만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옆에 앉은 정도원을 한번 바라봤다가, 곧 일부러 미안한 척 덧붙였다.“죄송해요. 일부러 얘기 꺼낸 건 아니에요. 제가 윤 팀장 남편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그냥 잠깐 궁금했어요.”그 말이 떨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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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시선이 맞닿은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채 반 미터도 되지 않았다.남자의 훤칠하고 잘생긴 얼굴이 바로 눈앞에 다가와 있자, 이해리는 저도 모르게 숨이 멎고 심장까지 반 박자 늦게 뛰는 것 같았다.그의 눈매와 이목구비는 정도원과 꽤 닮아 있었다. 다만 정도원은 누구를 보든 눈빛에 다정한 기색이 흘렀지만, 정지안의 눈에는 늘 담담하고 낯선 거리감이 배어 있었다.두 사람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고, 공기에는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결국 먼저 입을 연 건 정지안이었다.“죄송해요. 그냥 손이 가서 한 거예요. 오해하지 마세요.”그 말에 이해리는 어색하게 웃으며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더는 그와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지안 씨,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문득 떠오른 듯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그러고 보니, 오늘은 왜 갑자기 본가에 오셨어요? 어머님 말씀으로는 요즘 해외 일 처리하시느라 바쁘시다던데요.”그녀가 아는 바로는, 그는 국내 사업을 전부 정도원에게 맡긴 뒤부터 줄곧 해외에 머물렀고 집에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정씨 가문 두 형제는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났지만, 서로 사이가 원래 좋지 않았다. 그래서 정지안은 본가에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그런데 오늘은 하필 그녀가 정도원과 정면으로 맞서고 있을 때 나타났고, 마침 그녀를 도와주기까지 했다.이해리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정지안은 그녀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씩 그녀 쪽으로 다가왔다.“해리 씨는 제가 왜 갑자기 본가에 왔다고 생각해요?”그는 흥미롭다는 듯 눈앞의 여자를 바라봤고, 입가에는 알아차리기 힘든 미세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남자의 큰 체격이 이해리 위로 그림자를 드리웠고, 은은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그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이해리의 심장은 또 한 번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는 당황한 채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바로 다음 순간, 발밑에 있던 작은 돌을 미처 보지 못한 그녀는 중심을 잃고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해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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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작게 대꾸한 이해리는 손을 한번 저었다.“알겠어요. 먼저 내려가 봐요.”도우미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해리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애써 호흡을 가다듬었다.“지안 씨, 시간이 늦었으니 저도 이제 가 봐야겠어요.”“마침 가는 길에 회사에 잠깐 들를 예정이에요. 해리 씨도 같이 가요.”정지안은 옆에 있는 비서에게 눈짓했다.뜻을 알아챈 비서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정 대표님, 지금 차 가져오겠습니다.”그는 말을 마친 뒤 이해리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이해리는 잠시 난처한 기색을 보이다가, 한참 망설인 끝에 완곡하게 거절했다.“지안 씨, 괜찮아요. 기사 불러서 돌아가면 돼요.”정지안은 손목시계를 한번 내려다보더니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도원이 기사가 윤 팀장을 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려면 아무리 빨라도 한 시간은 걸릴 텐데요. 해리 씨, 계속 기다릴 건가요?”이해리는 입술을 가볍게 깨물고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물러섰다.“그럼 부탁드릴게요, 지안 씨.”가는 내내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운전석에 앉은 비서는 가끔 백미러로 뒷좌석의 두 사람을 훔쳐보며 속으로만 의아해했다.정지안은 원래 외부인을 자기 차에 태우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심여진도, 정도원도 이런 대접을 받아 본 적은 없었다.그런데 왜 유독 이 여자한테만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는 걸까.“운전에 집중해.”비서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던 그때, 뒷좌석에 기대 눈을 감고 있던 정지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비서는 움찔하며 재빨리 시선을 거뒀다.본가에서 정도원의 별장까지는 거리가 좀 있었다.어느새 이해리는 창가에 기대 잠들어 버렸다.차가 사거리를 지날 때, 비서가 급하게 핸들을 꺾었다.그 바람에 이해리의 머리도 자연스럽게 정지안 쪽으로 기울었고, 그대로 그의 어깨에 닿았다.어깨 위에 내려앉은 무게를 느낀 정지안은 천천히 눈을 떴다.구름처럼 부드러운 검은 머리카락이 그녀의 얼굴 옆으로 흩어져 있었고, 차창 너머로 스며든 달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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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현관문을 다급히 닫은 이해리는 벽에 등을 기댄 채 한참 동안 진정하지 못했다.그녀는 손을 들어 달아오른 얼굴을 만져 봤고, 순간 수치심이 한꺼번에 밀려왔다.어떻게 정지안의 어깨에 기대 잠들 수가 있었던 거지?그가 정도원의 형이라는 걸 떠나서, 그 사람은 신분 자체가 자신과는 애초에 다른 사람이었다.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이해리의 마음속에 또 다른 의문이 피어올랐다.방금 그녀는 그 남자 얼굴에서 화난 기색을 전혀 보지 못했다.밖에서는 정지안이 여자가 가까이 오는 걸 싫어한다고들 했다.그런데 자신한테는 어쩐지 조금 다른 것 같았다.생각이 자꾸 다른 데로 흘러가자, 이해리는 다급히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리고 이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억지로 머릿속에서 밀어냈다.그는 아마 정씨 가문 체면 때문에 자신을 조금 챙겨 준 것뿐일 것이었다.분명 그럴 것이었다.침실로 돌아가 샤워를 마친 이해리는 침대에 누운 채, 심심하게 SNS를 넘기고 있었다.그런데 딱 한 번 훑어본 순간, 윤유나가 올린 게시물이 눈에 들어왔다.사진 속에는 명품 브랜드에서 새로 내놓은 한정판 가방이 담겨 있었고, 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기분 풀어 주려고 남편이 일부러 해외에서 물건까지 들여와 줬어요. 사랑해요, 여보.]윤유나는 어느 정도 자제한 듯, 더는 자신과 정도원이 다정하게 붙어 있는 사진을 올리지는 않았다.하지만 본가에서 남자가 그녀를 바라보던 눈빛만 떠올려 봐도, 이해리는 굳이 생각할 필요조차 없었다. 저 가방은 분명 정도원이 윤유나 비위를 맞추려고 거금을 들여 공수한 물건이었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끝에 힘을 주었고, 입가에는 싸늘한 웃음이 번졌다.역시 바람은 한 번 아니면 끝도 없이 피우는 법이었다.그가 사과할 때 아무리 태도가 진심 같았어도, 뼛속에 박힌 본성만큼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SNS 화면을 닫은 이해리는 연락처를 열어 번호 하나를 찾아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상대는 금방 전화를 받았고, 수화기 너머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이해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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