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동생을 택한 너에게, 나는 네 라이벌을 택했다: Chapter 41 - Chapter 50

100 Chapters

제41화

도성의 목소리는 나지막하면서도 깊이가 있었다. 오랜만에 닿는 익숙한 느낌이 배어 있어 채이의 마음 한쪽이 포근해졌지만, 동시에 놀라움도 더 커졌다.“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고 하지 않았어? 설마 나 때문에 일부러 다 미뤄 둔 건 아니지?”“정말 그럴 필요 없어. 여기 일은 나 혼자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어. 그렇게 급하게 올 필요도 없고, 남은 일이 있으면 먼저 천천히 마무리해. 다 끝내고 나서 와도 되잖아.”[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네. 내가 왜 너 때문에 일부러 일찍 오겠어?]도성은 코웃음을 치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이었다.[마침 이쪽에 볼일이 있어서 온 거야. 오는 김에 네 얼굴도 한 번 보려는 거고. 시간 있으면 얼른 와서 나 좀 데리러 와.]“알았어, 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채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도성은 역시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말은 퉁명스러워도 속은 다정했다. 도성의 사람됨과 성격을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면 기분이 상했을지도 몰랐다.하지만 채이는 알고 있었다. 도성이 그런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그래서 마음은 오히려 더 들떴다.채이는 곧장 물건을 챙겼다. 간단히 옷도 갈아입은 뒤, 도성을 데리러 공항으로 차를 몰고 갈 준비를 마쳤다.그런데 채이는 꿈에도 몰랐다. 하필 오늘 태빈도 공항에 와 있었다는 사실을.“오빠, 저 진짜 오빠 보고 싶을 거예요!”시은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태빈을 올려다봤다. 오늘 시은은 일이 있어 이틀 동안 해외에 다녀와야 했다. 고작 이틀뿐인데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진채이... 분명히 틈만 나면 또 태빈 오빠한테 달라붙으려고 할 텐데.’그 생각이 들자 시은은 더 불안해졌다.‘절대로 그렇게 두면 안 돼. 절대.’“알았어. 걱정하지 마. 어차피 이틀밖에 안 되잖아. 나도 너 보고 싶을 거야. 내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 전화해.”“정말요? 제가 전화하면 방해되는 거 아니에요, 오빠?”시은이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금
Read more

제42화

태빈은 성큼성큼 다가와 두 사람 앞을 가로막았다. 잔뜩 화가 난 목소리였다.“진채이! 어쩐지 요즘 나한테 그렇게 단호하게 굴더라니. 진작 다른 남자부터 만들어 놓고 있었네!”태빈은 화가 치밀면서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속에서는 말로 딱 잘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뒤엉켜 들끓었다.최근 들어 채이는 줄곧 태빈에게 맞서기만 했다. 그래도 태빈은 내내 채이가 자기 혼자 화가 나서, 괜히 고집을 부리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알게 됐다. 채이의 마음에 이미 다른 사람이 들어와 있었다는 걸.채이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어이가 없어 웃음부터 났다.이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 놓고도 태빈은 채이에게 오빠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예전에 채이는 태빈 때문에 가족과 등을 지고 집을 나왔다. 그래서 태빈은 채이가 그저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별다를 것 없는 사람이라고만 여겼다.태빈은 한 번도 채이의 가족을 알려고 한 적도 없었다. 채이의 가족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자신을 받아들여 달라고 애써 본 적도 없었다.이제 와서 돌아보니 분명했다.태빈은 애초에 채이를 소중하게 여긴 적이 없었다.도성은 싸늘한 눈으로 태빈을 바라봤다. 막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찾고 싶던 인간을 이렇게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다.“그래서 어쩌라고. 너도 곧 결혼하잖아.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뭐라고 해?”채이는 일부러 오빠의 팔을 더 바짝 끌어안았다. 남들이 보기엔 꽤 다정해 보일 만큼 가까운 몸짓이었다.태빈은 분에 못 이겨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면서, 팔뚝에는 핏줄까지 도드라졌다. 당장이라도 도성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고 싶은 기분이었다.“내 뒤에서 다른 남자나 만나다니, 진짜 뻔뻔하기 짝이 없네!”태빈은 수치심과 분노에 휩쓸린 채 입에 담기 거북한 말까지 마구 쏟아 냈다.채이는 저토록 흥분한 태빈의 모습을 보면서도 우습기만 했다.도성에게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태빈은 그저 이 자리에서 혼자 날뛰
Read more

제43화

“채이는 내 여자친구야. 그게 왜 나랑 상관이 없는데?”“경고하는데, 앞으로 채이한테 다시는 들러붙지 마. 또 한 번 채이한테 얼쩡거리면, 보는 족족 가만 안 둘 줄 알아.”도성의 말투는 아주 담담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쉽게 거스를 수 없는 힘이 실려 있었다.태빈은 도성에게 한 번 밀려난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그런데 이미 그때는 늦어 있었다. 채이와 도성은 벌써 멀찍이 걸어가고 있었다.태빈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섰다. 분한 마음에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저 두 사람의 뒷모습이 제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는 걸,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우리 예쁜 동생, 대체 언제부터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 없어졌냐?”도성은 오늘에야 비로소 태빈의 얼굴을 직접 봤다.“오빠, 이제 그만 놀려. 나도 이제는 자신이 잘못 본 거 알거든.”채이는 난처한 듯 웃었다.장난스럽게 한마디 던진 뒤, 도성의 차분한 얼굴에는 안쓰러움이 스며들었다.“오빠가 못나서 그래. 내가 우리 동생한테 조금만 더 신경 썼어도, 네가 그렇게까지 상처받을 일은 없었을 텐데. 내가 너무 늦었어.”도성은 마음이 무거웠다. 채이가 혼자 버텨 왔을 시간을 떠올리자 미안함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오빠, 그때는 내가 너무 고집을 부렸던 거야. 그게 오빠랑 무슨 상관이야.”채이의 마음 한쪽이 따뜻하게 젖어 들었다. 오빠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든든했다.바로 그때, 채이의 핸드폰 벨이 울렸다. 문자 메시지가 하나 도착해 있었다.[채이 씨하고 오빠분이 식사할 곳 예약해 뒀어요. 바로 가면 돼요.]문장 아래에는 식당 위치가 함께 찍혀 있었다.채이는 잠깐 멈칫했다. 마치 누군가에게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배준모는 어떻게 이렇게 내 동선을 훤히 알고 있는 거야?’채이는 곧장 답장을 보냈다.[설마 저 따라다니고 계신 건 아니죠?]곧바로 답이 왔다.[제 약혼녀를 챙기는 건 제 책임이자 의무니까요.]준모의 답장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투였다.채이는 저도 모르게
Read more

제44화

태빈은 다급한 목소리로 시은을 달랬다. 걱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말투였다.태빈은 힐끗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쯤이면 시은이 막 비행기에서 내릴 시간이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 생겼기에 저렇게 무너진 모습인지 알 수가 없었다.오늘 시은은 학교 졸업식에 참석하러 갔다. 졸업식만 끝나면 무사히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오빠, 저 지금 학교에 도착했는데요. 학교에서 갑자기 저한테 연구 부정행위가 있다고 했어요.][그래서 졸업도 안 된다고 하고, 이 일 때문에 저... 저 앞으로는 다른 학교에도 못 가게 될 것 같대요.]시은은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목은 잔뜩 메어 있었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시은은 지난 몇 년 동안 늘 태빈에게 기대어 살아왔다. 태빈 역시 시은을 더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이제 졸업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마지막 문턱에서 이런 일이 터졌다. 그동안 들인 노력들이 전부 허사가 되는 셈이었다.“어떻게 그런 일이 생긴 거야? 학교에서 정확히 뭐라고 했어? 나한테 다 말해. 일단 울지 마. 오빠가 있잖아. 무슨 일이든 내가 다 해결해 줄 테니까.”태빈은 안타까운 마음에 다정하게 위로했다.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속은 몹시 급했다. 이미 끝난 일이라고 생각했던 문제가 왜 마지막에 와서 틀어졌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연구 부정행위라고만 통보하고, 제가 다시 물어보니까 더 말도 안 해 주고 저를 밖으로 내보냈어요. 저 진짜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오빠.]시은은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학위는 시은에게 몹시 중요했다. 태빈에게 평생 기대기만 하고, 자신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살아갈 수는 없었다.‘안 돼. 그건 절대 안 돼.’시은은 불안과 두려움에 짓눌린 채 손끝까지 차갑게 굳어 갔다.“시은아, 지금 내가 네 옆에 없으니까 더 불안하겠지만 일단 진정해. 내가 바로 돌아오는 비행기표 알아보라고 할게. 우선 귀국해. 내가 무슨 일인지 전부 조사해 볼게
Read more

제45화

이렇게까지 마음을 졸이는 오빠의 모습을 보자, 채이도 더는 마다하지 않았다. 사실 채이 역시 마음이 급했다. 하루라도 빨리 이 지긋지긋한 일에서 벗어나고 싶었다.‘이제 정말 끝내고 싶어.’“그래. 그럼 회사로 가자.”두 사람은 곧장 회사로 향했다.회사에 도착한 뒤, 태빈은 채이와 도성을 발견하자마자 눈이 뒤집힌 사람처럼 채이의 사무실로 들이닥쳤다.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발로 문을 거칠게 걷어차 버렸다.쾅!큰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채이가 싸늘한 얼굴로 태빈을 쳐다봤다.“부태빈, 제정신이야? 또 와서 무슨 난리를 치는 건데?”태빈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이를 악물었다.“진채이, 네가 나한테 불만이 많은 건 알아. 그런데 할말이 있으면 나한테 직접 하지, 뒤에서 수작을 부려서 시은이 학위를 날리다니. 대체 무슨 뜻이야?”“예전엔 네가 이렇게 음흉한 사람인 줄 몰랐어. 너 정말 악독하다. 그때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거야!”태빈은 눈을 부릅뜬 채 악에 받친 목소리로 몰아붙였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누르지 못해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오히려 속이 시원해진 채이는 피식 웃더니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받아쳤다.“내 걸 훔쳐다가 학위 따는 데 써 놓고, 이제 와서 나한테 따지러 온다고? 난 네가 진작 눈치챘을 줄 알았는데...”“오늘에서야 안 거였어? 네가 시은이한테 정말 관심이 있긴 한 건지도 모르겠다.”태빈은 채이의 태도를 보자 더 격해졌다. 지금 채이는 남의 불행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진채이, 적당히 해. 오늘 일은 내가 일단 넘어가 줄 수도 있어. 대신 네가 학교에 가서 전부 바로잡아. 그리고 시은이한테 직접 사과도 해.”“그때는 그렇게 해 놓고, 이제 와서 뭘 어쩌라고. 강시은도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뿐이야. 누구 탓도 못 해.”채이가 시은에게 사과할 리 없었다. 학교에 가서 말을 바꿔 줄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너 진짜 독사 같은 인간이다. 다들 이렇게 망가진 꼴을 보니까 속이 시원해?
Read more

제46화

태빈은 바닥에 쓰러진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반격은커녕 몸을 가누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도성은 원래부터 태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늘은 마침 제대로 손볼 기회가 생긴 셈이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태빈이 망가진 모습을 보고 있어도, 채이의 속은 시원하지 않았다.그동안 상처를 입은 쪽은 채이였다.이 정도 고통으로는 턱없이 모자랐다.“더 할래?”도성이 차갑게 물었다.“아, 아닙니다... 아닙니다...”“제발 놔주세요. 제발요...”결국 먼저 고개를 숙인 건 태빈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큰일 나겠다는 두려움이 온몸을 덮쳤다.‘더 맞았다간 진짜 끝장날 수도 있어.’그제야 태빈은 겁에 질린 채 애원했다.도성은 그제야 태빈을 놓아줬다. 도성은 느긋하게 넥타이를 한 번 고쳐 매면서 조용하게 내뱉었다.“당장 꺼져.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말이 끝나기 무섭게 태빈은 허둥지둥 몸을 일으켰다. 꼴은 말이 아니었다. 절뚝절뚝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가면서도 태빈은 끝내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 혹시라도 도성이 다시 따라와 주먹을 날릴까 봐 겁이 났기 때문이었다....태빈이 사라진 뒤, 채이는 싸늘한 눈으로 문쪽을 바라봤다. 맑고 고요하던 눈빛에 복잡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예전에도 바로 이 사무실이었다.회사를 막 함께 세웠을 때, 태빈은 이 방 안에서 채이에게 여러 번 말했다.앞으로 이 사무실은 점점 더 커질 거라고.자신들의 회사도 더 크게 성장할 거고, 두 사람도 아주 행복하게 지낼 거라고.그런데 지금은 이렇게까지 틀어져 버렸다.오빠가 태빈을 때리는 모습을 봤는데도 채이는 생각했던 것처럼 통쾌하지 않았다. 그저 우습다는 생각만 들었다.결국 다 채이 자신의 잘못 같았다.‘그때 내가 사람을 너무 잘못 봤어.’채이는 속으로 조용히 자신을 비웃었다.채이의 사무실에서 나온 태빈은 곧바로 회사를 빠져나갔다. 도성이 뒤쫓아 나올까 봐 걸음은 더 다급해졌다.차에 올라탄 태빈은 곧장 핸드폰을 꺼내 부하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Read more

제47화

시은은 목이 메인 채 더 크게 울었다. 흐느끼는 소리는 점점 커졌고, 마음속에서는 채이를 향한 증오가 더 짙어졌다.‘진채이, 진짜 끝까지 사람을 몰아붙이네!’시은은 이를 악물었다.‘이런 식으로 나를 막다른 데까지 몰아세우다니.’‘그래, 이쯤 되면 혼자만 편하게 살아서는 안 되지.’“시은아, 사실 채이가 이렇게 나온 건 다 나 때문이야. 내가 너까지 끌어들인 거나 다름없어. 미안해.”“설령 끝내 학위를 못 받게 되더라도, 내가 평생 책임질게. 그러니까 너무 겁먹지 마.”태빈은 죄책감에 짓눌려 있었다. 태빈의 손은 계속 시은의 등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시은을 달래는 목소리에는 다정함과 애틋함이 묻어났다.그런데도 시은의 울음은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시은은 서럽고 억울하다는 듯 힘겹게 말했다.“오빠도 아시잖아요. 저한테 학위가 얼마나 중요한지요. 저도 처음부터 채이 언니 특허를 쓰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는 저도 정말 어쩔 수가 없었어요.”처음 그 방법을 떠올린 건 태빈이었다. 채이의 특허를 시은에게 넘겨서 쓰게 한 것도 태빈이었다.결국 따지고 보면, 시은을 이렇게 만든 사람 역시 태빈이었다.그 말을 듣자 태빈의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바로 그때, 태빈의 핸드폰 벨이 다시 울렸다. 부하 직원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대표님, 방금 이 대표님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원래 진행하기로 했던 협업 건, 그쪽에서 입장을 바꿨습니다. 다른 회사하고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그리고 오늘 점심에 박 대표님 비서분하고 식사했는데요. 얘기하는 분위기를 보니까 저희 쪽 프로젝트도 계속 같이 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뜻으로 들렸습니다.]태빈과 채이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뒤부터 이미 몇몇 회사가 하나둘 협업을 거절하고 있었다.태빈은 그대로 무너질 것 같았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채이는 정말로 태빈을 끝장까지 몰아붙이고 있었다.“당장 알아봐. 대체 왜 이러는 건지 전부 다 확인해!”태빈은 목이 갈라질 듯 쉰 목소리로
Read more

제48화

시은은 일부러 태빈 쪽으로 몸을 더 기대었다. 자신의 체온이라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하지만 태빈은 본능적으로 한 발 비켜섰다. 여전히 시은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듯한 모습이었다.시은의 마음이 꽉 조여 들면서, 눈밑으로는 싸늘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진채이한테 그렇게까지 당하고도, 아직도 완전히 정리를 못 한 거야?’시은은 속으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진채이가 저 정도로 매정하게 굴었는데도, 아직도 마음을 못 끊는다는 거네.’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시은의 가슴 한쪽이 더 차갑게 식었다.‘태빈 오빠 마음속에 정말 내가 있긴 한 거야?’두 사람은 그곳을 떠난 뒤 태빈의 집으로 돌아갔다.시은의 머릿속에는 이미 한 가지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굳이 제 손으로 직접 나설 필요는 없었다. 시은이 한마디만 하면, 대신 앞장서 줄 사람이 있었다....다음 날 아침.오늘 아침 채이는 혼자 회사에 나왔다. 멀리서 온 오빠가 채이를 도와줬고, 어제도 이런저런 일을 정리하느라 함께 늦게 잠들었다. 채이는 오늘만큼은 오빠가 조금 더 쉬었으면 했다.게다가 호신그룹 대표와 만나기로 한 약속도 잡혀 있었다. 회사 일만 먼저 처리하고 돌아가서, 오빠와 함께 바로 그쪽으로 가면 될 것 같았다.채이가 회사 건물 아래에 도착하자마자, 한유희가 사납게 다가와 채이 앞을 막아섰다. 표정부터 심상치 않았다.“진채이!”한유희는 채이를 보자마자 곧바로 손을 들어 뺨을 내리치려고 했다.다행히 채이가 재빨리 몸을 틀어 피했다. 채이는 곧바로 한유희의 손목을 붙잡고 꽉 쥐었다.“사람들 다 보는 데서 이렇게 막무가내로 손부터 올리지 마세요. 부태빈 씨 회사가 휘청거린다 해도, 아무리 그래도 지금 사모님은 대표 어머니시잖아요. 체면은 좀 지키셔야죠.”채이는 굳이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한유희가 오늘 여기까지 찾아온 이유쯤은 뻔했다. 분명 또 시은이 무슨 말을 했고, 그걸 듣고 따지러 나온 거다.이제 채이는 그런 일에도 놀라지 않고 오히려 익숙할
Read more

제49화

“이모, 아침에 제가 방에서 나오자마자 안 보이셔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 여기 계셨네요. 이 일 때문에 언니랑 다투시면 안 돼요. 얼마 전에도 몸이 안 좋아서 입원까지 하셨잖아요. 저희 다 얼마나 걱정했는데요.”“오빠도 이 일은 오빠가 다 해결할 거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오빠랑 언니는 그냥 잠깐 감정이 상한 것뿐이니까, 이모는 이 일로 화내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시은은 급히 다가와 한유희의 팔을 붙들었다. 말투는 한없이 부드러웠고, 태도도 아주 얌전해 보였다. 누가 봐도 철이 든 사람처럼 굴었다.채이는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얼굴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오늘 아침이라고?’채이의 시선이 잠깐 흔들렸다.‘설마 벌써 같이 지내고 있는 거야?’그렇게 생각하자 채이는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정말 빠르기도 하네.’“시은아, 너 말리지 마. 내가 오늘 여기서 쓰러지는 한이 있어도, 쟤는 절대 편하게 둘 수 없어.”“내가 예전에 진채이한테 얼마나 잘해 줬는데, 지금 와서 돌아온 게 뭐야? 진채이는 우리한테 살 길을 전혀 남겨주지 않았어. 우리 사이가 예전엔 어땠는지, 진채이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겠어?”한유희는 분을 삭이지 못한 채 불만을 쏟아냈다.사실 한유희가 채이에게 잘해 준 건 맞았다. 그래서 채이는 그동안 한유희가 몇 번이나 회사까지 찾아와 소란을 피워도, 꽤 오래 참아 왔다. 시은 문제와 엮여서 불편한 일이 이어졌을 때도 채이는 가능한 한 참고 넘기려 했다.하지만 이제는 달랐다.한유희는 갈수록 선을 넘고 있었고 하는 행동도 점점 더 심해졌다. 채이로서는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무엇보다 이건 어디까지나 채이와 태빈 사이의 일이었다. 채이는 애초에 제삼자가 끼어드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유희는 계속해서 이 일에 발을 들이밀고 있었다.“언니, 이모는 병원에서 막 퇴원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또 이렇게 다투세요? 이모 연세도 있고 예전에도 언니한테 정말 잘해 주셨는데, 언니가 조금만 더 너그럽
Read more

제50화

오빠 도성이 곁에 있어 준 덕분에, 채이는 지난 이틀 동안 대부분의 일을 거의 다 정리해 놓은 상태였다.이제 회사 쪽은 굳이 채이가 직접 나올 필요도 없었다. 한유희가 계속 소란을 피우고 싶다면 얼마든지 그러라고 해도 됐다. 어차피 이제는 채이와 별 상관없는 일이 되어 가고 있었다.이를 악문 한유희는 얼굴까지 붉어진 채 쏘아붙였다.“그럼 네 집으로 찾아가겠어. 앞으로는 우리 누구 하나 편하게는 못 살아!”채이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정말 이런 식으로 자기를 겁줄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었다.“마음대로 하세요.”채이는 아무렇지 않게 말한 뒤 돌아서서 걸음을 옮겼다.그러자 한유희가 곧장 채이 앞을 막아섰다.“뻔뻔한 것. 오늘 손해 본 거 다 물어내기 전에는 절대 여기서 못 나가!”그 직후, 한유희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일그러진 얼굴 위로 고통이 번져 가면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이모, 왜 그러세요? 또 심장이 안 좋으신 거예요?”시은이 다급하게 한유희를 붙들었다.그리고는 기다렸다는 듯 채이를 향해 날을 세웠다.“언니, 너무하시는 거 아니에요? 이모 몸 안 좋으신 거 언니도 알잖아요. 꼭 이렇게까지 이모를 몰아붙여야 속이 풀리세요?”이제야 시은은 채이와 정면으로 맞설 명분을 잡았다는 듯했다. 더 이상 몸을 사릴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채이는 시은을 바라보다가 차갑게 대꾸했다.“난 너희한테서 멀어지고 싶었어. 그런데 계속 내 앞에 나타나서 놓아주지 않는 건 너희잖아.”예전 같았으면 채이는 분명 당황했을 것이다. 한유희가 저렇게 아파하면 마음이 급해졌을 테고, 적어도 죄책감은 느꼈을지도 몰랐다.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이제 채이는 저 사람들에게 더는 어떤 연민도 품고 싶지 않았다.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여기는 일말의 미련도 둘 만한 곳이 아니었다.집에 돌아왔을 때는 마침 도성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두 사람은 함께 하정후를 만나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남매는 약
Read more
PREV
1
...
34567
...
1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