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동생을 택한 너에게, 나는 네 라이벌을 택했다: Chapter 91 - Chapter 100

100 Chapters

제91화

두 사람은 한 마디도 지지 않으려는 듯 계속 맞붙었다.채이는 이제 정말 괜히 왔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저 할머니를 뵈러 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여겼는데,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왜 올 때마다 꼭 이렇게 되는 거야?’“그만해!”정부자가 끝내 크게 소리쳤다.“너희 둘 다 이제 그만 안 할 거냐? 이 집이 아직도 덜 어지럽다고 생각하니? 회사에 대한 결정권은 내 손에 있다. 내가 누구에게 맡기든 그건 내 결정이야. 너희 누구도 내 선택을 막을 권리는 없어.”정부자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이제야 알겠다. 너희는 내가 너무 오래 살고 있는 게 불만인 거지. 내가 빨리 죽기만 바라고 있는 거 아니냐? 채이는 아직 우리 집에 정식으로 들어오기도 전인 예비 며느리다. 그런 아이 앞에서 이렇게까지 난리를 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니?”정부자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화도 많이 났지만, 무엇보다도 채이에게 너무 미안했다.집안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엉망이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두 사람의 충돌이 유난히도 심했다.그 말이 떨어지자, 두 여자 모두 입을 다물었다.“채이야, 너는 준모랑 같이 돌아가거라. 오늘 집안에서 이런 꼴을 보이게 해서 할머니가 정말 미안하다.”정부자는 지친 기색으로 채이를 바라봤다.“앞으로는 내가 너희 보러 가마. 너희가 굳이 여기까지 안 와도 된다.”정부자는 이제 확실히 알 것 같았다. 채이가 있는 자리에 서지효가 나타나면, 반드시 문제가 생겼다. 그리고 그 소동은 도무지 끝이 없었다.“괜찮아요, 할머니.”채이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엄마, 별것도 아닌 사람들 때문에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처리해야 할 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준모는 돌아서기 직전, 차갑게 그 말을 남겼다.어떤 일은 굳이 말로 다툴 필요조차 없었다. 저 사람들과 입씨름을 해 봐야 아무 의미가 없었다. 애초에 이치대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었으니까.무엇보다 준모는 곧 채이와 약혼을 앞두고 있었다. 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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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서지효는 거의 악을 쓰듯 소리쳤다. 입에서 나오는 말도 갈수록 거칠어졌다. 겉으로는 기세를 세우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적잖이 흔들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준모가 정말 마음먹고 무언가 손을 대기 시작하면, 자기들 쪽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걸 서지효도 알고 있었다.무엇보다 서지효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자기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다만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마음대로 생각하세요.”준모는 차갑게 한마디만 남겼다. 그리고 더이상 뒤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누구도 준모를 붙잡을 수 없었다.집을 나온 뒤 준모는 곧바로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차가 도로 위로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동안, 채이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사실 채이는 묻고 싶은 게 있었다. 왜 한 가족이 저렇게까지 서로를 견제하고, 저런 식으로 날을 세우며 살아야 하는지. 가족이라면 꼭 저렇게까지 서로를 물어뜯어야만 하는 건지.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금의 자신이 그 질문을 꺼낼 자격이 있는지 망설여졌다. 아직은 완전히 그 집 사람이 된 것도 아니었으니까.준모는 그런 채이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먼저 입을 열었다.“할머니에게는 아들이 둘 있었어요. 큰아버지와 우리 아버지요. 그런데 두 분 다 회사를 맡아 끌고 갈 만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할머니는 오래전부터 두 분에게 회사를 맡길 생각이 없으셨어요. 대신 저와 사촌 형을 지켜보셨어요.”준모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오래 눌러 둔 피로가 배어 있었다.“사촌 형은 일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에요. 늘 놀 생각만 하고, 책임감도 부족했고요.”“반면 저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 말씀을 잘 듣는 편이었고, 해야 할 일도 확실히 해 왔어요. 그래서 할머니가 저를 더 믿으신 건 사실입니다. 큰어머님은 그걸 오래전부터 못마땅하게 생각했고요.”준모는 잠시 숨을 골랐다.“하지만 할머니가 저를 선택하신 건 단순히 저를 더 예뻐해서가 아니에요. 할머니는 누구보다 냉정한 분이세요. 누구에게 어떤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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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그 말을 들은 뒤, 준모는 속으로 꽤 기뻤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묘하게 안도하는 마음도 들었다.“사실은... 제가 예전에 그런 일을 겪지 않았고, 지금처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상황도 아니었다면 이런 문제까지 생기지는 않았을 거예요. 결국 저 때문에 준모 씨까지 괜히 엮이게 된 거죠.”채이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저는 다른 사람들이 저를 믿어 주는지 아닌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준모 씨만 이 일을 받아들여 주시면 그걸로 충분해요.”사실 오늘 집안에서 다투는 모습을 보는 내내 채이는 그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다. 마음도 편하지 않았다.하지만 그 일은 채이가 아무리 애를 써도 지울 수 없는 과거였다. 앞으로 준모와 어떤 관계가 되든, 태빈과 얽혔던 시간 자체는 채이의 삶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 없는 일이었다.“저는 상관없어요.”준모가 곧바로 말했다.“제가 신경 쓰는 건... 채이 씨의 일이에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일은 다시는 없도록 할 거예요. 제가 꼭 지킬 겁니다.”준모의 시선은 단단했고, 목소리는 부드러웠다.그 말에 채이는 잠시 멍해졌다. 가끔은 두 사람이 너무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서로를 오래 알아 온 사이는 아닌데, 어떤 때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익숙하게 느껴졌다.그 감각이 채이에게는 낯설었다. 그래서 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 없었다.‘왜 이렇게 낯설면서도 익숙하지?’...집에 돌아온 뒤, 준모는 채이를 집에 두고 곧바로 회사로 향했다.며칠 동안 줄곧 본가 쪽에 머물며 채이 곁을 지켰기 때문에 회사 일은 처리하지 못한 채 쌓여 있었다.이제 겨우 돌아온 만큼 더 미뤄 둘 수 없었다. 당장 손보지 않으면 밀린 일은 점점 더 늘어날 게 분명했다.그렇게 집에는 다시 채이 혼자 남게 됐다.집 안이 괜히 휑하게 느껴졌다. 넓은 공간에 혼자 남아 있으니, 왠지 빈집을 지키는 사람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하지만 채이 역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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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채이의 마음이 곧바로 따뜻해졌다. 지금 준모가 집에 없다고 해도, 여전히 자신을 챙기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다.그게 참 고마웠다.“감사합니다.”“별말씀을요. 대표님께서 직접 당부하셨어요. 대표님이 집에 안 계실 때는 제가 작은 사모님을 잘 모셔야 한다고요. 그런데 저도 대표님이 누구한테 이렇게까지 마음 쓰시는 건 처음 봤어요. 정말 많이 아끼시는 게 보여요.”장순주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대표님이 겉으로는 좀 차가워 보이시잖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정말 세심하신 분이에요. 사람도 늘 잘 챙기시고요.”장순주는 준모를 늘 좋게 보고 있어서 평가도 높았다.“네.”채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이모님, 오늘 저녁은 따로 준비 안 해 주셔도 돼요. 저 오늘 친구 만나서 밖에서 식사하기로 했어요. 저를 많이 도와준 사람이 있어서, 제대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요.”채이는 부드럽게 덧붙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꼭 말씀드릴게요. 이모님한테는 절대 사양 안 할 거예요.”“그러시군요. 그럼 알겠습니다.”장순주가 고개를 끄덕였다.채이는 곧바로 수안에게 연락했다. 이렇게 큰 도움을 받았는데, 식사 한 끼라도 제대로 대접하며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 했다.두 사람은 30분 뒤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채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수안이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수안 오빠.”오랜만에 마주한 수안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예전보다 조금 더 성숙해진 분위기만 더해져 있었다.“채이야, 너는 몇 년 만에 보는데도 더 예뻐졌네. 예전보다 더 야위기도 했고.”수안은 채이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었다.“오빠는 하나도 안 변하셨네요. 여전히 말은 그렇게 잘하시고요. 그런데 설희한테 들었어요. 제 쪽 문제는 이미 다 정리해 주셨다면서요? 왜 저한테는 미리 말도 안 하셨어요?”채이는 솔직히 놀란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그때는 그저 한번 이야기를 꺼낸 정도였는데, 수안은 그 말을 그냥 흘리지 않았다. 오히려 누구보다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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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채이는 어이없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오빠는 정말 예전이랑 똑같네요.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데도 말은 더 늘었어요. 역시 하나도 안 변하셨어요.”수안은 원래부터 그랬다. 늘 틈만 나면 채이를 놀릴 구실을 찾았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수안과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했다. 괜히 긴장할 필요가 없었고, 숨을 돌릴 수 있는 기분이 들었다.“됐어, 이제 그만 이런 얘기는 접자. 내가 우리 쪽에서 정리한 협업 계획을 보내 줄 테니까, 넥ㅏ 보고 마음에 들면 생각해 봐. 별로다 싶으면 안 해도 돼. 내가 억지로 붙잡을 생각은 없으니까.”수안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그냥 협업 하나 제안하는 거야. 내가 너한테 뭘 강요하겠어.”수안이 그렇게 말해 주자, 채이도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적어도 수안이 정말로 자기 특허 자체에 관심이 있다는 건 분명히 느껴졌다.사실 채이는 지금 당장 협업 상대가 없는 상황은 아니었다. 다만 자기 특허가 아직 완전히 무르익은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최근 들어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터졌다. 그래서 한동안은 일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게다가 이제 곧 약혼도 앞두고 있었다. 앞으로는 시간이 더 빠듯해질 수도 있었다. 그러니 자기 특허 문제에 온전히 매달릴 수 있을지도 확신하기 어려웠다.“좋아요. 그럼 그렇게 해요. 제가 검토해 보고 괜찮다고 판단되면 같이 진행할게요. 다만 저는 오빠한테 괜한 부담이 되는 건 싫어요.”채이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수안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수안은 채이에게 무언가를 억지로 밀어붙이는 사람이 아니었다.잠시 뒤, 수안이 다시 입을 열었다.“채이야, 사실 네가 전에 겪었던 일들... 나도 다 들었어. 한 번쯤 연락해서 위로라도 해 주고 싶었는데, 괜히 불편하게 만들까 봐 못 했어. 우리도 워낙 오래 연락이 끊겨 있었잖아.”수안의 목소리에는 조심스러움이 묻어 있었다.“요 몇 년 동안, 사실 나도 너한테 연락하고 싶은 적이 많았어. 그런데 괜히 네 일상을 흔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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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오빠한테 아직 말 못 했죠. 저 곧 약혼해요. 그런데 태빈이랑 하는 거 아니에요. 다른 사람이에요.”채이는 망설이지 않고 분명하게 말했다.두 사람은 원래 가까운 사이였다. 이런 일까지 굳이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그 말을 들은 수안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채이가 이렇게 빨리 약혼을 앞두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다.그리고 눈빛 한쪽에는 살짝 아쉬움도 스쳐 지나갔다. 그 표정은 어딘가 난처해 보이기도 했다.“왜 그렇게까지 서둘러? 그렇게 빨리 다른 사람이랑 결혼해야 해?”수안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듯 물었다. 속으로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양이었다.‘원래 내가...’“약혼 상대는 집에서 정해 주신 사람이에요. 저도 이제 나이가 적은 편은 아니고, 한 번 실패한 연애도 겪었잖아요. 솔직히 저는 지금 감정이라는 것 자체에 큰 기대가 없어요. 그냥 저한테 잘해 주는 사람이면 그걸로 충분해요.”채이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정작 그 말을 하는 채이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가슴 한쪽이 괜히 비어 있는 듯했다.왜 그런지는 채이 자신도 잘 몰랐다.그런데도 준모와 결혼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채이는 생각보다 거부감이 크지 않았다. 오히려 설명하기 어려운 의지 같은 게 생겼다.가끔은 준모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느낄 때도 있었다. 분명 그런 기억은 없는데도, 어딘가 익숙했다.‘분명 처음 만난 사람인데... 왜 자꾸 낯설지 않지?’“그래도 너무 갑작스럽잖아. 너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제대로 알아?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왜 이렇게 서두르는 거야?”수안은 눈에 띄게 조급해하면서 말까지 자꾸 꼬였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수안은 오랜만에 채이와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이 꽤 즐거웠다. 그런데 채이가 약혼 이야기를 꺼낸 뒤부터는 마음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이유도 없이 답답하고, 괜히 신경이 날카로워졌다.일이 왜 이렇게까지 빨리 흘러가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아무나 상관없다고 했는데, 왜 그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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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정말 난감한 일이었다.두 사람이 웃고 떠들며 식사를 이어 가고 있던 그때, 채이는 문득 낯익은 얼굴 하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사람은 곧장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준모였다.오늘 왜 하필 여기서 준모를 마주치는 걸까?이렇게까지 우연이 겹칠 수 있나 싶었다.채이는 이유도 없이 갑자기 긴장됐다.“준... 준모 씨, 여기 어떻게 왔어요?”채이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방금 전까지도 수안과 함께 준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바로 그 사람이 눈앞에 서 있는 건지 채이 자신도 어리둥절했다.“저는 약속이 있어서 왔어요.”준모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채이 맞은편에 앉아 있는 남자를 한 번 바라봤다. 조금 전 두 사람이 웃으며 이야기하던 모습은 이미 준모의 눈에 전부 들어온 뒤였다.준모의 마음도 편하지 않았다.채이는 늘 자기 앞에서는 어딘가 조심스럽고 긴장한 모습이었는데, 이 남자 앞에서는 훨씬 편안해 보였다. 웃는 표정도 자연스러웠고, 목소리도 가벼웠다.준모는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채이가 보여 준 웃음은 진심으로 즐거워서 나온 웃음이라는 걸.그런데 자기 앞에서의 채이는 전혀 달랐다.‘저 사람 앞에서는 저렇게 편하게 웃는구나.’“소개해 줄게요. 이쪽은 저랑 친한 지인, 주수안 씨예요.”채이는 급히 분위기를 정리하려는 듯 말했다.“그리고 이쪽은...”채이는 준모를 소개하려다가 잠시 말을 멈췄다. 이상하게 그 말이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채이는 잠깐 숨을 골랐다가 결국 마음을 다잡고 입을 열었다.“제 약혼자, 배준모 씨예요.”그 말을 꺼내는 채이의 목소리에는 어딘가 힘이 들어가 있었다.“안녕하세요, 배 대표님. 오랜만입니다.”수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수안의 눈빛에는 분명한 놀라움이 담겨 있었다.수안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눈치였다. 준모가 채이의 약혼자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오랜만입니다, 주 대표님.”준모도 차분하게 인사를 돌려줬나눴다.“두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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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준모가 자리를 떠난 뒤, 테이블에는 다시 두 사람만 남았다.이상하게도 채이는 마음 한쪽이 자꾸 불편했다. 뭐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었지만, 묘하게 걸리는 기분이 남아 있었다.고작 이틀 정도 못 봤을 뿐인데, 준모의 태도가 왜 그렇게 달라진 것처럼 느껴졌는지 채이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정말 내가 괜히 예민하게 느낀 건가?’“채이야, 그런데 나는 정말 몰랐어. 네가 결혼하게 될 사람이 하필 그 사람일 줄은...”수안도 마음이 복잡한 듯 말했다.사실 수안은 채이가 그 남자와 완전히 끝난 뒤에는, 자신에게도 조금은 기회가 생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두 사람 사이가 예전보다 더 가까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도 아주 없었던 건 아니었다.그런데 결국 수안은 한발 늦었다.“사실 저도 이런 방향으로 갈 줄은 생각 못 했어요. 저도 가끔 제 자신한테 물어봐요. 정말 이렇게 누군가를 만나 바로 약혼해도 되는 건가 하고요.”“그래도 이건 가족들이 정해 주신 일이잖아요. 저는 부모님이 저한테 해가 되는 선택을 하실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분명 저한테 가장 잘 맞는 사람을 골라 주셨을 거예요.”채이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예전에는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있어야 행복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아요. 아무리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해도, 정작 그 사람이 내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그 말을 하는 채이의 눈빛에는 쓸쓸함이 묻어났다. 머릿속으로는 자꾸 예전에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채이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가진 것도, 줄 수 있는 것도 전부 다 내주었다. 그렇게 진심으로 대하면, 상대의 진심도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채이야, 너는 지금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너 아직 어리잖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얼마든지 더 있고. 가족들 때문에 네 평생의 행복을 걸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해.”수안은 채이를 바라보며 진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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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괜찮은 프로젝트가 있으면 저한테도 꼭 알려 주세요. 저도 제 특허를 최대한 빨리 제대로 완성하고 싶어요.”채이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자기 특허였다. 그건 채이가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결과물이었고, 언젠가는 그걸로 스스로에게도 떳떳할 만큼 성과를 내고 싶었다.“알겠어. 그건 내가 계속 생각해 볼게. 일단 이것부터 좀 먹어.”수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채이의 앞접시에 음식을 덜어주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한동안 가볍게 이야기를 더 나눴다. 식사가 끝날 무렵, 채이는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했다.마침 오늘 수안도 직접 차를 가지고 왔다. 그래서 수안은 끝까지 자기가 채이를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고집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혼자 보내 놓고 싶지 않다는 듯, 좀처럼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결국 채이는 수안의 차를 타고 집 앞까지 돌아왔다.차에서 내리기 전, 채이는 수안을 바라보며 말했다.“돌아가시는 길 조심하세요. 집에 도착하시면 꼭 저한테 연락 주세요.”두 사람의 집은 생각보다 거리가 있었다. 게다가 시간이 이미 늦은 터라, 채이는 자기 때문에 수안이 더 늦게 돌아가는 게 괜히 마음에 걸렸다.수안은 고개를 끄덕였고 별말 없이 그대로 차를 출발시켰다.그는 알고 있었다. 이곳이 채이 집이 아니라 준모의 집이라는 걸.그렇다면 두 사람이 이미 함께 지내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어쩌면 서로에게 더 가까운 단계까지 이미 들어선 것일지도 몰랐다.그 생각이 들자, 수안은 다시 마음이 편치 않았다. 괜히 속이 답답했고,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역시 너무 늦었구나.’채이가 집 안으로 들어섰을 때, 장순주는 아직 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작은 사모님, 들어오셨어요. 제가 따로 해 드릴 일 있을까요?”장순주가 먼저 다가와 물었다.“아니에요. 이모님, 벌써 이렇게 늦었잖아요. 이모님도 얼른 쉬세요. 저도 이제 씻고 잘 거예요.”채이는 이미 밖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온 상태라 딱히 더 필요한 건 없었다.장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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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채이는 천천히 입을 열어 오늘 있었던 일을 다시 설명했다. 사실 식당에서 세 사람이 마주쳤을 때도 이미 한 번 말했던 내용이었다.그래도 준모가 그 말을 믿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준모는 미간을 찌푸린 채 나지막하게 물었다.“지금 저는 채이 씨의 약혼자인데요. 채이 씨가 도움이 필요할 때, 왜 가장 먼저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떠올리신 거예요?”채이는 그 말에 머릿속이 잠시 하얘졌다.‘지금 나한테 따지고 있는 건가?’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말이 흘러가자 채이는 순간 당황했다.“저... 준모 씨가 너무 많이 생각하시는 거예요. 수안 오빠가 마침 그쪽 분야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고, 저희도 오래 알고 지낸 편한 지인이라서 제가 연락을 드린 것뿐이에요.”채이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그리고 준모 씨는 원래도 너무 바쁘잖아요. 저는 제 일 때문에 준모 씨한테 괜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어요. 정말 중요한 일이 생기면, 당연히 제일 먼저 준모 씨한테 말할 거예요.”채이는 숨을 한 번 골랐다.“사실 저는 제 일을 스스로 해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수안 오빠를 찾은 건, 그쪽이랑 협업까지 같이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설명하면 할수록 채이는 이상하게 더 긴장됐다.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도 점점 헷갈렸다.‘정말 화가 난 건가?’준모가 이 일을 신경 쓰고 있다는 건, 채이도 느낄 수 있었다.그런 감정은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완전히 숨겨지지 않는 법이었다.“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채이 씨가 먼저 저한테 이야기하면 됩니다. 제가 방법을 찾아볼게요. 다른 남자를 먼저 찾지 말고요.”준모는 차분하게 말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준모의 소유욕도 결코 약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감정은 채이를 향한 진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준모는 채이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아직 두 사람이 정식으로 약혼식을 올린 건 아니었다.그래도 오늘 준모는 자기 마음속에 있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마주 앉아 웃으며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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