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가 준모를 처음 본 날이었다. 갈샊으로 그을린 피부, 흑요석을 닮은 눈동자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고, 콧날은 높고 반듯했다.채이의 기억 속에서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잘생긴 사람은 늘 오빠였다. 그런데 이 남자를 보는 순간, 오빠는 준모와 견주기조차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채이의 가슴이 쿵쿵 뛰면서 심장 박동도 눈에 띄게 빨라졌다.준모는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해도 사람을 숨 막히게 만드는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준모야, 어떻게 온 거야?”정후가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벌떡 일어섰다. 그러고는 시선을 슬쩍 채이 쪽으로 돌렸는데, 말끝에는 묘한 느낌이 묻어났다.“잠깐 들렀어.”준모는 담담하게 입을 열더니 곧장 채이 옆자리에 앉았다.그 바람에 채이는 몸 둘 바를 몰랐다. 전에도 전화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었지만, 직접 마주한 느낌은 전혀 달랐다.채이는 곁눈질로 준모를 몰래 한 번 바라봤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옆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예전에 어디선가 한 번 본 적이 있는 사람처럼.채이는 한참 동안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끝내 떠오르는 건 없었다.‘그럴 리가 없잖아. 이제 막 처음 만난 사이인데 어디서 봤겠어. 내가 착각한 거야.’채이 곁으로 은은한 레몬 향이 스며들었다. 준모에게서 나는 향이었다. 진하지 않으면서도 기분 좋게 감도는 냄새였다.“채이 씨, 계속 드세요. 우리끼리 너무 오랜만에 만났거든요. 오늘은 제대로 한잔해야겠어요.”정후는 채이의 어색함을 눈치챈 듯, 입가에 옅은 웃음을 띠었다.속으로는 다른 생각도 하고 있었다.‘준모야, 네가 그렇게 마음에 두고 있던 여자는 이제 널 알아보지도 못하는데...’‘이 여자 때문에 일부러 여기까지 돌아온 거냐.’그래도 정후는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채이는 곧 다른 남자와 약혼을 앞두고 있었다. 둘을 억지로 엮으려다 괜한 오해만 생길 수 있었다.정후는 두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채이는 고개를 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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