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는 뜻밖에도 너무나 익숙했다. 채이의 입가에 걸려 있던 웃음이 바로 사라졌다.“아, 오빠. 누가 저보다 먼저 골라 둔 것 같은데요. 어떡하죠?”“네가 마음에 든 물건이면 누구도 못 가져가. 누구든 너랑 다툴 생각은 하지 말아야지.”태빈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다가 채이와 눈이 마주쳤다.태빈의 얼굴에 떠 있던 웃음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이런 곳에서 채이를 만나게 될 거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 했다.“너...”“참 질긴 인연도 다 있네요.”설희가 못마땅한 얼굴로 중얼거리자 태빈의 표정은 더 딱딱해지면서 미간까지 살짝 구겨졌다.“채이야, 너도 여기 있었네. 혹시 우리 따라온 거야?”“혼자만 특별한 줄 아는 버릇은 좀 버려. 네가 뭐라고, 내가 널 따라와?”채이는 어이없다는 듯 눈을 흘겼다. 고작 하루 안 봤을 뿐인데 이 남자는 전보다 더 자기한테 취한 것 같았다.시은은 눈빛을 슬쩍 바꾸더니 금세 놀란 척 입을 열었다.“언니, 여기 계셔서 다행이에요! 오빠가 요즘 회사 일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시거든요. 그러니까 얼른 돌아가서 좀 도와주세요. 언니, 혹시 저 때문에 불편하시면 저는 가도 돼요.”“네가 왜 가? 아무도 널 가게 할 수 없어. 채이야, 너는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막무가내로 굴 거야!”채이는 어이가 없어 웃음까지 나왔다.“내가 막무가내라고? 부태빈, 너 진짜 그런 말 할 자격은 있고?”“진채이!”태빈이 버럭 소리를 높였지만 채이는 차갑게 웃기만 했다.“왜, 듣기 싫어? 그런데 어쩌지? 내가 한 말은 전부 사실인데.”“오빠, 그만하세요. 언니랑 더 싸우지 마세요. 다 저 때문이에요. 제가 잘못했어요.”시은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에 태빈은 다시 시은 쪽으로 마음이 쏠렸다.“넌 잘못한 거 없어. 아무 잘못도 없어. 됐고, 채이야. 오늘은 다들 쇼핑하러 나온 거니까 나도 굳이 너랑 끝까지 실랑이하고 싶진 않아.”“내가 진짜 재수가 없었네,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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