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하는 돌아온 지 시간이 꽤 된 만큼, 어느 정도 집안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정부자는 배호철을 몹시 못마땅하게 여겼고, 배호철을 향한 거부감도 분명했다.하지만 찬하는 달랐다. 배호철은 이 집안에서 입지는 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게다가 속내가 곧은 사람도 아니었다.그런 배호철을 움직이려면, 배호철 앞에서 좋은 사람처럼 보여야 했다. 그래야 배호철을 확실히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다.동시에 정부자에게도 찬하가 이 집안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보여 줄 수 있었다. 찬하에게는 이보다 더 나은 방법이 없었다.“맞아요. 찬하 말이 맞습니다. 지난 일은 이제 지나간 일로 두는 게 좋겠습니다. 지금은 어머니가 편하고 기뻐하실 수만 있다면, 저는 뭐든 할 수 있습니다.”배호철은 찬하의 뜻을 알아듣고 곧바로 물러섰다. 찬하가 말로 분위기를 푸는 데 능하다는 것도 느꼈다. 무엇보다 정부자의 기분을 맞추는 솜씨가 좋았다.배호철은 가끔 후회가 밀려왔다. 왜 자신은 예전에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왜 어머니를 기쁘게 해 주고, 어머니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었을까?“됐어. 다들 와서 밥 먹어. 나는 너희가 오늘만큼은 조용히 있어 줬으면 좋겠다. 날 화나게 하지 말고, 걱정시키지도 마.”“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안 와도 된다. 괜히 와서 내 기분 상하게 만들지 말고.”정부자의 몸 상태는 어느 정도 안정되었지만, 입원한 뒤로 기력은 예전 같지 않았다. 이제 더는 화를 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괜히 성을 내 봐야 몸만 더 상할 뿐이니까.게다가 정부자가 병원에 가게 되는 일은 거의 매번 집안 사람들 때문에 벌어졌다. 집안 사람들은 정부자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존재들이었다.정부자는 자신이 어쩌다 이런 아들을 낳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배호철은 온통 돈에만 마음을 두었고, 한 번도 어머니인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한 적이 없었다.“할머니, 교수님이 그러셨잖아요. 이제 막 퇴원하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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