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하는 한애정과 배호창에게 아무리 말해 봐도 더는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그렇다면 계속 이곳에 남아 있을 이유도 없었다.어차피 함께 있어 봐야 또다시 말다툼만 이어질 게 뻔했다. 끝도 없이 같은 문제를 두고 부딪힐 것 같았다.이제는 부모님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조차 이해하기 어려웠다.심지어 배호창이라는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더 자기 중심적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예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으니 미처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다.지금 와서 돌아보니, 배호창의 삶에는 늘 자기 자신이 가장 먼저였던 것 같았다.한애정이 오랜 세월 곁을 지켰고, 두 사람 사이에는 아들까지 있었다.그런데도 배호창은 한애정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지금까지 버텨 왔는지 제대로 들여다보려고 하지도 않았다.자기 아내의 마음조차 그렇게 쉽게 뒤로 미뤄 두는 사람이었다.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오히려 이상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자기 엄마 마음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이 아내 마음이라고 제대로 생각해 줄 수 있을까?’결국 배호창은 자신이 가장 편한 방향만 바라보고 있는지도 몰랐다.다른 사람이 어떤 상처를 받든, 어떤 생각을 하든 깊이 고민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그래도 배호창은 찬하의 아버지였다. 아버지라는 사실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그래서 더 답답했고, 그래서 더 견디기 힘들었다.어떤 일은 아들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바꿀 수도 없었고, 억지로 해결할 수도 없었다.찬하가 자리를 떠날 때까지도 배호창과 한애정은 같은 문제를 두고 계속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두 사람 모두 한 치도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배호창은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과 논리가 확고했고, 한애정 역시 더는 참을 수 없다는 태도였다.문제는 배호창이 이 얘기만 나오면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 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그래도 찬하는 한애정의 편에 설 수밖에 없었다.적어도 엄마만큼은 이제 제대로 아내 자리를 가졌으면 했다.한애정은 오랜 세월 배호창 곁을 지켜 왔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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