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았지만, 내가 재벌이 된다: Chapter 131 - Chapter 140

334 Chapters

제131화

연지아는 태연한 표정으로 사무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녀는 그 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다. 넓은 사무실 안은 어린 여자아이의 흔적으로 가득했고 새하얗고 깨끗한 벽에는 아이의 그림과 스티커가 가득 붙어 있었다.카펫 위에는 블록들이 놓여 있었고 미니언 로봇까지 놓여 있었다....성유원은 그때 업무를 보고 있었다.성시하는 자기 소파에 얌전히 앉아 로봇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성유원은 눈을 들어 문으로 들어오는 여자를 바라보았다.오늘 연지아는 아주 단정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흰 셔츠에 정장 바지, 머리는 단정히 올려 묶었고 얼굴은 또렷하게 아름다웠으며 분위기는 단정하고 능숙했다.그가 그녀를 바라보는 순간 연지아는 이미 표정을 가다듬고 성시하를 보지 않으려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성시하는 작은 고개를 들었다가 연지아를 보는 순간 눈이 반짝 빛났고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기쁘게 달려가며 외쳤다.“예쁜 이모!”연지아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성시하는 이미 그녀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연지아는 그 충격에 살짝 흔들렸지만 재빨리 중심을 잡고 본능적으로 허리를 숙여 아이를 붙잡았다. 고개를 내려다보니 성시하의 얼굴은 예쁘고 사랑스러웠고 커다란 눈은 맑고 또렷해 마치 반짝이는 검은 보석 같았다.연지아는 몸이 굳은 채 서 있었고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뛰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성시하의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예쁜 이모, 저는 성시하예요. 이모는 이름이 뭐예요?”한눈에 봐도 밝고 활발한 성격이었던지라 사랑 속에서 자란 아이임을 알 수 있었다.연지아는 천천히 몸을 낮춰 아이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시하는 이모를 알아?”연지아의 물음에 성시하는 얌전히 대답했다.“그날 아빠랑 영상통화 할 때 예쁜 이모를 봤어요. 아빠랑 TV 볼 때도 또 봤고요. 아빠가 오늘 이모를 만날 수 있다고 했는데 진짜로 왔어요!”성시하의 눈과 얼굴에
Read more

제132화

성유원은 보모를 불러 들어오게 해 성시하를 데리고 나가게 했다. 성시하는 앞으로 다가와 연지아의 손을 잡고 고개를 들어 올리며 얌전히 말했다.“예쁜 이모 저는 밖에서 놀고 있을게요. 이모랑 아빠는 먼저 일하세요. 방해 안 할게요.”연지아는 미소를 띠며 가볍게 대답했다.“그래.”보모는 성시하를 데리고 사무실을 나갔다.성시하가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 남자의 분위기는 눈에 띄게 차가워졌다. 연지아는 그를 바라보며 공적인 어조로 말했다.“성 대표님 오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마치 주말에 그와 벌였던 불쾌한 다툼이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보였다.성유원의 길고 깊은 검은 눈이 그녀를 한 번 스치듯 보고는 몸을 돌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앉아요.”남자는 걸음을 옮겨 소파 앞에 앉았다. 소파 위에 놓인 어린이 동화책을 정리해 옆에 있는 성시하 전용 책장에 가지런히 꽂았다.연지아는 자세를 바로 하고 한쪽에 서서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봤다.남자가 소파에 기대어 앉자 길게 뻗은 다리를 느슨하게 굽혔다. 단정하고 고고한 눈매는 서리처럼 차분했고 화를 내지 않아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상위자의 기세에 사람의 신경이 저절로 긴장됐다.성유원이 그녀를 바라봤다.연지아는 옅게 미소 지은 뒤 그의 맞은편에 단정히 앉았다. 카메라를 든 스태프는 그녀의 뒤에 자리 잡았다.모든 준비가 끝났다.“바쁘신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디지털 지능 시대의 경제 속에서 데이터 알고리즘 연산 능력은 점점 더 중요한 전략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이번 인터뷰의 주제는 디지털 지능 시대로 나아가는 국내 발전과 세계 경제에 맞춰져 있었다.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성유원은 그녀가 던진 질문에 깊이 있는 답변을 내놓았고 자신의 견해도 함께 밝혔다.연지아는 그의 답변을 들으며 긴장했던 신경이 잠시 느슨해졌다. 성유원의 사생활이나 인성이 어떻든 업계 최정상 리더로서 그의 능력과 통찰력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그렇기에 이런 절대적인 권위를 지닌
Read more

제133화

연지아는 사무실을 나서며 뒤돌아 안을 한 번 바라봤다. 남자가 봉투를 뜯고 소환장을 확인하는 순간 서리처럼 차가운 옆모습과 입가에 걸린 비웃음 섞인 냉소가 보였다.“에블린 이모, 제 비밀기지에 데려가 줄게요.”연지아는 눈매를 부드럽게 풀며 물었다.“비밀기지?”“가 보면 알아요.”연지아는 촬영 감독과 스태프에게 먼저 내려가 기다려 달라고 말한 뒤 성시하를 따라 어린이 놀이 구역 옆 통로를 지나 위층으로 올라갔다. 이쪽 사무실은 대대적으로 개조된 상태였다.위층의 한 방 앞에 도착하자 성시하는 익숙하게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문을 열었다.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연지아는 숨이 멎은 듯 멈춰 섰다.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작은 식물원이었다. 전 구역이 항온 시스템으로 유지되고 있었고 실내 전체는 홀로그램 기술로 구현된 환경이었다. 그곳에 서 있으면 정말 숲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온갖 희귀한 꽃과 식물, 인공 암석과 연못, 물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잉어, 나뭇잎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새들까지... 성시하는 연지아의 손을 잡고 안으로 이끌었다.성민우에게서 그의 재산 절반이 성시하 명의로 넘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지만 실제로 느끼는 성유원의 애정은 여전히 놀라울 정도였다.이 남자는 자신이 아끼는 사람에게는 모든 사랑을 쏟아붓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끝없이 냉혹해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성시하는 연지아를 꽃밭 앞으로 데려가며 말했다.“에블린 이모, 우리 같이 화관 만들까요?”연지아는 천천히 몸을 낮춰 성시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시하야, 이모가 한 번 안아봐도 될까?”성시하는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말을 마치자마자 성시하는 먼저 연지아의 목을 끌어안으며 품에 안겼다. 연지아는 두 팔로 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작고 따뜻한 몸과 달콤한 아기 향기가 전해졌다.수많은 감정이 가슴 깊이 밀려 올라왔고 코끝이 시큰해졌다.이 아이는 그녀의 딸이었다. 수없이 힘들었던 밤을 그녀의 뱃속에서 함께 버텨 준 아이였다.같은 시각 대표실
Read more

제134화

성시하는 머리에 쓴 화관을 만지며 기쁘게 말했다.“에블린 이모가 만들어줬어요.”“그럼 시하는 에블린 이모한테 고맙다고 했니?”그 말투와 분위기만 보면 마치 자신이 성시하의 엄마인 것처럼 느껴졌다.성시하는 말했다.“이미 했어요.”안연청은 몸을 일으켜 연지아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에블린 씨 손재주가 참 좋네요.”연지아는 옅게 웃으며 말했다.“시하가 좋아하면 됐죠.”성시하는 아빠에게 달려가 자신의 화관을 자랑했다. 성유원이 딸을 바라보는 눈빛은 언제나 다정했고 세상 모든 보물을 다 안겨줘도 부족하다는 듯했다.안연청은 그 부녀를 바라봤다. 겉으로는 감정을 잘 숨기고 있었지만 무심코 드러난 미묘한 기색을 연지아는 놓치지 않았다.여자의 직감은 속일 수 없는 법이었다.그녀는 성시하를 질투하고 있었다. 성유원이 아이에게 쏟는 사랑과 보호를 질투하고 있었다.안연청은 연지아의 시선을 느낀 듯 고개를 돌려 바라봤고 이미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표정을 되찾은 채 말했다.“에블린 씨 오늘 여기 일 때문에 오신 건가요?”연지아의 목에는 사원증이 걸려 있었다.연지아는 말했다.“오늘은 인터뷰 때문에 왔어요.”“그렇군요. 그럼 이제 끝나신 건가요?”볼 일 끝났으면 이젠 이곳을 떠나라는 의미가 분명히 담긴 말이었다. 연지아가 그것을 알아듣지 못할 리 없었다. 아무리 딸이 아쉬워도 더 머물 이유는 없었다.그녀는 짧게 대답한 뒤 성유원을 바라보며 말했다.“성 대표님,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성유원이 답하기도 전에 성시하가 다급하게 말했다.“아빠, 점심을 에블린 이모랑 같이 먹으면 안 돼요?”연지아는 순간 놀랐다. 아까 이미 성시하의 부탁을 한 번 거절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직접 성유원에게 물어본 것이었다.성유원은 연지아를 바라봤다. 깊고 어두운 눈빛에는 무언가를 탐색하는 기색이 담겨 있었다.안연청 역시 그녀를 바라봤고 눈빛에는 분명한 경계가 담겨 있었다.연지아는 담담한 표정으로 성시하를 보며 말했다.“시하야, 오늘은 이모가 같이 밥을
Read more

제135화

방금 성유원이 받은 것은 이혼 소송 소환장이었을 것이다. 그가 소환장을 바라보던 순간의 반응을 떠올리면 아마 그녀의 분수를 모르는 행동을 비웃고 있었을 것이다.연지아는 차에 올랐다.촬영팀과 함께 점심을 먼저 먹은 뒤 회사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날 오후 내내 연지아는 도무지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성시하의 모습뿐이었다.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그녀는 일부러 성시하를 만나지 않았고 성유원 앞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감정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이제는 밀려드는 그리움을 피할 수 없었고 결국 마주하고 견뎌내야 했다.그날 밤 원래는 손재인과 술을 마시기로 했지만 그녀는 프로젝트 마감 때문에 야근 중이었다.아연이는 몸이 좋지 않아 강진연이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결국 연지아는 혼자 술집으로 향했다.프센바는 수도권에서 손꼽히는 고급 바 중 하나로 주로 엘리트층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곳이었다.연지아는 바 테이블에 앉아 위스키 두 잔을 주문했다.어둑한 조명에서 따뜻한 빛이 흘러내리며 짙은 갈색 바 테이블 위를 부드럽게 감쌌다.얼음이 위스키 잔 안에서 잔잔하게 부딪혔다. 연지아는 잔을 들고 단숨에 비워냈다. 한 잔 또 한 잔 술이 이어졌다.여전히 단정한 정장을 입고 있어 이곳 분위기와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았지만 눈부신 얼굴과 살짝 어린 취기가 더해진 눈빛은 검고 맑게 빛났고 시선이 흐르는 순간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흘러나왔다.테이블에 앉아 있던 여러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꽂혔고 그 눈빛에는 숨기지 못한 욕망이 담겨 있었다.그때 2층 복도에서 한 남자가 난간 앞에 서 있었다.어두운 조명 아래 그의 거의 완벽에 가까운 얼굴은 더욱 깊고 매혹적으로 보였다.곧게 선 자세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바 앞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눈동자는 깊고 차가웠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이때 한 남자가 술잔을 들고 그녀에게 다가와 옆자리에 앉았다.“유원 씨.”그 말을 듣고 성유원은 시선
Read more

제136화

불려 들어온 경호원은 다짜고짜 연지아를 의자에서 끌어 내리려 했다.“날 건드리지 마!”여자가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보자 경호원은 그 기세에 눌려 순간 멈칫했다. 하지만 경호원은 곧 정신을 차리고 다시 손을 뻗으려는 순간이었다.“그만둬!”서안성이 사람들 사이를 가르며 성큼 다가와 연지아 앞에 섰다. 술기운에 붉어진 그녀의 얼굴을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에블린 씨, 괜찮아요?”연지아는 잔에 남아 있던 반 잔의 술을 단숨에 비우고 바텐더를 향해 말했다.“계산해주세요.”서안성이 말했다.“오늘 술값은 제가 에블린 씨께 대접하겠습니다.”그제야 연지아가 서안성을 바라봤다. 평소 맑고 차갑던 눈동자는 옅은 물안개에 덮여 속을 가늠할 수 없었지만 오히려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부드러움이 번졌다.그 눈길에 서안성은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세차게 요동치는 걸 느꼈다.연지아는 술기운이 올라와 있었지만 정신은 또렷했다. 서안성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마음은 고맙지만, 괜찮아요.”서안성은 정신을 차렸지만 곧바로 밀려드는 허탈함을 떨쳐내지 못했다. 연지아는 계산을 마치고 그대로 자리를 뜨려 했다.“서안성 씨, 그 여자 돌려보내기 전에 먼저 나한테 설명부터 해야 하지 않겠어요?”서안성이 돌아서서 정석민을 노려봤다. 상대가 반응할 틈도 없이 주먹을 날리며 내뱉었다.“씨X, 난 내 가게에서 소란 피우라고 한 저 없는데?”그 장면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이내 서안성은 정석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서안성!”묵직하고 힘 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서안성의 주먹이 공중에서 멈춰 섰다. 그는 분을 참지 못한 채 정석민을 놓아주었다.정석민은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경호원이 급히 다가와 그를 부축했고 그는 성유원을 확인하자 마음속 분노를 억지로 눌러야 했다.이미 떠나려던 연지아는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췄다. 뒤돌아본 순간 조명 아래 선 남자는 타고난 귀족 같은 기품으로 주변 모든 것을 배경으로 만들어버리고 있었다.
Read more

제137화

강현수는 성큼성큼 걸어와 연지아 앞에 멈춰 섰다.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보더니 물었다.“괜찮아?”연지아는 그를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저었다.“저 괜찮아요.”성유원은 두 사람을 가만히 바라봤다.강현수는 성유원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가 경호원에게 부축받고 있는 정석민에게 눈길을 옮기며 상황을 단번에 파악했다. 얼굴이 굳어지더니 다시 성유원을 바라보며 물었다.“성 대표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는 순간 주변 공기마저 숨 막히게 조여드는 듯했다.정석민은 강현수를 알아보고는 얼굴빛이 확연히 나빠졌다.경원에서 성유원과 견줄 만큼 수완이 뛰어난 인물로 꼽히는 사람이 바로 강현수였는데 그 여자가 그의 사람일 줄은 몰랐기에 속으로 후회가 밀려왔다.박형주가 앞으로 나서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그냥 오해였을 뿐이야. 이분이 무사하면 된 거지. 현수, 네 여자친구야? 드디어 연애할 마음이 생긴 거야? 그런데 왜 나한테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어?”박형주는 박대훈의 장손으로, 강현수와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강현수는 옅게 웃으며 박형주의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어르신께서는 요즘 건강 괜찮으셔? 조만간 찾아뵙고 싶네.”박형주가 웃으며 말했다.“아주 정정하시지. 며칠 전에도 네 얘기를 하시더라고. 한동안 안 찾아뵌 것 같던데.”“그래.”강현수는 짧게 덧붙였다.“이번 일만 마무리되면 꼭 찾아뵙고 사과드릴 거야.”“...”두 사람은 몇 마디를 더 주고받았고 현장의 팽팽하던 분위기는 조금씩 풀렸다.“그럼 우린 먼저 가 볼게.”“그래, 다음에 시간 되면 한 번 봐.”강현수는 짧게 응한 뒤 손을 뻗어 연지아의 어깨를 감싸며 그녀를 데리고 바를 나섰다.사람들이 멀어지고 나서야 박형주는 무표정한 얼굴의 남자를 돌아보며 한 걸음 다가섰다.“현수 여자친구가 뭘 잘못했길래 그랬어요?”방금 강현수가 부정하지 않았기에 박형주는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강현수가 한 여자에게 저렇게까지 신경
Read more

제138화

이서연은 곧장 회사로 가 아이를 데려왔다.그때부터 성시하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지만 아무리 물어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시하는 오후 내내 기운 없이 축 처져 있었고 좋아하는 음식을 해줘도 입도 대지 않아 이서연은 마음이 너무 아팠다.성한민이 돌아온 뒤 두 사람은 아이를 계속 달래며 함께 아래층으로 나가 놀아주었고 그제야 성시하의 기분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저녁에는 평소보다 조금 더 먹었다.성유원은 대답하지 않고 말했다.“제가 가서 보고 올게요.”그는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침실 문을 살짝 열었다.은은한 조명 아래, 분홍빛으로 꾸며진 아늑한 공주 방 안에서 작은 아이는 이불 속에 쏙 들어가 옆으로 누운 채 털이 복슬복슬한 토끼 인형을 꼭 안고 잠들어 있었다.성유원은 다가가 침대 머리맡에 놓인 진주 팔찌와 꽃 화환을 눈에 담았다.그는 천천히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깊이 잠든 딸의 고요한 얼굴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이마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살며시 걷어주었다.그렇게 한참을 딸을 바라보고 앉아 있다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른 채 방을 나섰다.이서연과 성한민은 거실에 앉아 있었다.성한민이 성시하 방에서 나온 아들을 보며 물었다.“시하가 네게 이렇게까지 토라지는 일은 드문데, 무슨 일이냐?”성시하는 아버지를 가장 잘 따르고 말도 잘 듣는 아이였다. 가끔 투정을 부리긴 해도 오늘처럼 완전히 마음을 닫아버린 적은 없었다.성유원은 다가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가끔 부리는 투정일 뿐이에요. 내일이면 괜찮아질 거예요.”성한민은 더 묻지 않았다.이서연이 다시 물었다.“아, 그래. 너 지금 안연청이랑은 어떻게 되는 거니? 시하도 그 애를 꽤 좋아하는 것 같더라. 시하도 점점 크고 있는데, 너도 계속 혼자 아이를 키울 수는 없잖니. 이제는 네 일도 좀 생각해야지. 그래야 시하도 돌봐줄 사람이 한 명 더 생기고.”성유원은 담담하게 말했다.“시하가 조금 더 크고 나서 생각해볼게요.”이서연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아들의
Read more

제139화

성유원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다른 사람이 원하지 않는 일인데, 시하가 아빠한테 그걸 억지로 부탁해서라도 들어주길 바라는 거야?”성시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아빠를 바라봤다.“그 일 때문에 그 사람이 시하를 싫어하게 되면 어떡하려고?”성시하는 고개를 숙였다가 한참을 망설인 뒤에야 말했다.“에블린 이모는... 나 싫어하지 않을 거야.”하지만 그 말에는 확신이 담겨 있지 않았다.에블린 이모는 분명 일이 바쁘다고 말했었는데 그걸 생각하니 자신이 억지로 시간을 내달라고 하면 정말 싫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아이는 에블린 이모가 자신을 싫어하게 될까 봐, 좋아하지 않게 될까 봐 시하의 마음속은 알 수 없이 답답하고 괴로워졌다.그때 문밖에서 이서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자, 이제 나와서 아침 먹자.”성시하는 아빠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식당에 도착하자 성시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고 밝게 웃으며 불렀다.“할아버지, 할머니.”성한민이 다가와 손녀를 안아 들며 말했다.“시하야, 며칠 동안 할아버지랑 할머니 집에서 지낼래?”...연지아가 눈을 떴을 때는 온몸이 무겁고 머리가 어지러웠다.몸을 겨우 일으켜 이불을 걷고 일어나 세면을 마친 뒤 따뜻한 물을 조금 마시고 나서야 겨우 상태가 조금 나아졌다.그때, 초인종이 울렸던지라 연지아는 문을 열었다.강현수가 아침 식사를 들고 문 앞에 서 있었다.어젯밤 강현수는 그녀를 오션빌리지에 있는 집까지 데려다주었고 이 근처에 그 역시 넓은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었다.“교수님.”강현수는 들고 있던 봉투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아침 가져왔어.”연지아는 몸을 옆으로 비켜 그를 안으로 들였다. 강현수는 식당으로 가서 봉투를 식탁 위에 내려놓고 물었다.“지금 몸은 어때? 불편한 데는 없어?”연지아는 말했다.“지금은 많이 괜찮아요. 어젯밤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강현수는 옅게 웃으며 아침을 차려놓고 말했다.“그럼 먼저 식사부터 하자.”연지아는 식탁 위에 차려진 아침을
Read more

제140화

이곳에서까지 연지아는 자신이 성유원과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다. 정말 하늘도 참 얄궂게 장난을 치는 것 같았다.성유원은 커피 한 잔을 주문했고 아마 이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다.연지아는 노트북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눈앞의 남자를 없는 사람처럼 무시했다. 그 사이 강현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약 10분 뒤에 도착한다고 했다.“네.”연지아는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왔다.다시 돌아왔을 때 남자는 이미 그녀의 맞은편 자리에 앉아 있었던지라 연지아는 순간 놀라 눈을 크게 떴다.성유원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연지아는 정신을 가다듬고 한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성 대표님, 그 자리는 사람이 있는데요.”성유원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오만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전화번호를 알려줘 봐요.”연지아는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곧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이어졌다.“오해하지 말아요. 그쪽한테 관심 있는 게 아니라, 내 딸이 그쪽을...”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지아는 커피잔을 들어 그대로 그의 얼굴에 끼얹었다.진한 커피가 남자의 얼굴을 타고 목을 따라 흘러내려 옷깃까지 번졌고 순식간에 셔츠가 크게 젖었다. 이마 위로 내려온 머리카락도 축축하게 젖어 붙었다.그 장면에 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연지아는 노트북과 가방을 집어 들고 그대로 돌아서 빠르게 걸어 나갔다. 상황을 본 직원은 급히 달려가 젖은 수건을 가져왔다.연지아가 얼마 가지 않아 정면에서 걸어오던 사람과 마주쳤다.흰 티셔츠에 연한 색 바지를 입은 비교적 편안한 차림의 남자였다. 차분하고 절제된 분위기를 풍겼지만 눈빛에는 5년 전보다 한층 더 날카로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연지아는 그를 한 번 흘끗 본 뒤 그대로 지나쳤다.송나겸은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녀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뒤를 바라보다가 결국 시선을 거두고 테라스 쪽으로 향했다.그곳에는 성유원이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있었다. 젖은 머리카락
Read more
PREV
1
...
1213141516
...
34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