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원은 별다른 말 없이 성큼성큼 앞서 걸어갔다.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서서 얼마 지나지 않아 연지아는 체력이 부쳤는지 성시하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아이의 손을 잡았고 성시하는 다른 한 손으로 아빠의 손을 잡았다.아파트 동 입구로 향하는 내내 성시하는 가끔 두 사람의 손을 잡고 매달리며 그네를 탔고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성시하에게 보상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그들은 정 교수네 집에 도착했다.정 교수의 아내는 성유원과 성시하를 보고는 익숙한 듯 반겼지만 연지아를 보자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유원 씨랑 시하 왔구나, 어서 들어오렴.”정 교수는 올해 여든 살로, 국내 최고의 소아청소년과 권위자였다. 벌써 은퇴했을 나이였지만 여전히 매주 이틀은 병원에 나가 진료를 보곤 했다.오늘은 정 교수가 집에서 쉬는 날이었다.“의사 할아버지, 오랜만이에요!”성시하가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붙임성이 좋은 성시하의 성격은 어른들이 좋아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정 교수는 기특한 듯 성시하를 꼭 안아주었다.“그래, 우리 시하, 키가 더 컸구나.”성시하가 신이 나서 정 교수에게 소개했다.“의사 할아버지, 시하 오늘은 엄마랑 같이 왔어요.”연지아가 앞으로 나서며 정 교수에게 인사했다.“정 교수님, 안녕하세요.”정 교수는 연지아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간 성유원이 성시하를 데리고 올 때 그녀를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만나서 반가워요.”“정 교수님, 실례가 안 된다면 시하가 당시 수술받았던 상황에 대해 여쭤봐도 될까요?”정 교수는 의아한 듯 성유원을 한 번 쳐다보았다. 이 일은 남편인 성유원에게 물어봐도 될 만큼 그가 아주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사람을 보니 확실히 여느 부부처럼 보이지는 않았다.정 교수는 굳이 그 이유를 파헤치려 들지 않고 흔쾌히 대답했다.“그럼요, 괜찮습니다.”성유원이 연지아를 한 번 쳐다보더니 성시하를 불렀다.“시하야, 이리 와.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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