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대표님 사과는 받지 않겠습니다. 이 일은 누가 했든, 그 사람이 직접 책임지면 됩니다. 그럼 저는 먼저 가볼게요.”그 말을 남기고, 연지아는 자기 물건을 챙겨 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송나겸은 여자가 떠나는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연지아가 거실을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았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설명할 수 없는 짜증은 오히려 더 짙어졌다.주진성은 송나겸의 좋지 않은 안색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했다.“송, 송 대표님...”“꺼져.”주진성은 다급히 대답한 뒤 황급히 몸을 돌려 빠르게 자리를 떴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즈음, 송나겸은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강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를 마치고 나자, 도우미가 차 한 잔을 들고 와서 조심스레 말했다.“그분, 우리 아가씨랑 좀 닮은 데가 있네요.”송나겸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낮게 말했다.“조금 닮긴 했지.”연지아는 차를 몰고 빌라를 떠났다.이런 결말은 애초부터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그때, 차량 블루투스 전화가 울렸다.발신자 이름을 확인한 순간, 연지아의 기분은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 전화를 받자 저편에서 성시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에블린 이모, 퇴근했어요?”연지아는 예전에 성시하에게 자기 출퇴근 시간을 알려 준 적이 있었다.“응, 시하는 뭐 하고 있었어?”“오늘 새 곡 하나 배웠어요. 이모한테 들려줘도 돼요?”연지아는 잠시 멈칫했다. 성시하는 이번에 출장을 따라가지 않은 모양이었다.그 생각이 들자 연지아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안연청과 성유원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건 연지아가 알 바 아니었다. 다만 성시하가 안연청과 함께 있을까 봐 그게 싫었던 것뿐이었다.“좋아.”곧 전화기 너머로 피아노 선율이 천천히 흘러나왔다. 곡 분위기는 동화처럼 귀엽고 가벼웠다. 딸의 연주를 듣고 있으니, 연지아는 온몸이 조금씩 치유되는 기분이 들었다.연지아는 차를 길가에 세우고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한 곡이 끝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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