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았지만, 내가 재벌이 된다: Chapter 471 - Chapter 480

554 Chapters

제471화

성유원은 연지아의 눈에 가득한 무력감과 공포를 바라봤다. 거칠게 내뿜어지는 뜨거운 숨결과 온몸을 떨고 있는 모습... 크게 뜬 눈동자에는 끝없는 고통이 담겨 있었다.성유원의 눈빛이 살짝 가라앉더니 낮게 잠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도대체 뭘 그렇게 두려워하는 거야?”연지아는 입술을 세게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굵은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고 남아 있던 이성마저 가장 원초적인 욕망에 집어삼켜 지기 직전이었다.마치 수많은 손이 어둠의 심연 속으로 끌어당기는 것만 같았다.성유원은 무너져 내리기 직전의 연지아를 깊게 응시했다. 깨문 입술에서는 피가 배어 나왔고, 마지막 남은 의지로 버티고 있었다.어느새 두 팔은 무의식적으로 성유원의 어깨를 붙잡고 있었고 몸은 점점 그에게 기울어졌다. 거부하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 때문에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성유원의 입술은 메마른 사막 속 유일한 샘물처럼 느껴졌다.성유원은 점점 흐려지는 눈빛을 말없이 바라봤다. 깊은 검은 눈동자에도 서서히 욕망의 빛이 번져갔다.그리고 연지아의 입술이 먼저 닿아온 순간... 성유원은 자연스럽게 입술을 받아들였다.숨결이 뒤엉키고 연지아의 이성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그때 문이 갑자기 열리며 성유원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었다.“성유원, 연지아 건드리지 마!”강현수의 분노 어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 소리에 연지아의 정신도 잠시 돌아왔다. 연지아는 괴롭게 몸부림치며 성유원을 밀어냈다. 눈에는 절망이 가득했다.“안 돼! 안 돼... 윽!”연지아는 갑자기 피를 토했고 붉은 핏방울이 성유원의 흰 셔츠 위로 튀었다.성유원이 순간 당황한 사이 강한 힘이 그를 거칠게 밀어냈고 곧바로 주먹이 얼굴에 꽂혔다.성유원은 중심을 잃고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성유원의 눈에는 분노가 타오르고 있었지만 강현수는 단 한순간도 지체하지 않았다. 재빨리 외투를 벗어 연지아에게 덮어준 뒤 그대로 안아 들고 문밖으로 향했다.문 앞에 서 있던 매니저는 겁에 질린 채 눈앞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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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연지아는 병상에 누운 채 의식을 잃고 있었다. 얼굴에는 핏기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강현수는 침대 곁에 앉아 연지아의 손을 꼭 쥔 채 창백한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 적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었다.그때 병실 문이 열렸다.강현수는 즉시 고개를 들어 문 쪽을 경계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성유원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서늘한 기세를 두른 채 들어선 그는 오른쪽 뺨에 선명한 붉은 부기가 남아 있었다. 시선은 먼저 병상에 누워 있는 연지아에게 머물렀고 곧 두 사람이 맞잡고 있는 손으로 옮겨갔다. 검은 눈동자가 가늘게 좁혀지며 위험한 빛을 띠었다.성유원은 천천히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남의 것을 탐내는 취미가 있었나 보네요.”강현수는 성유원을 똑바로 바라봤다. 안경 너머 눈빛은 차갑게 날이 서 있었다.“연지아는 누구의 소유도 아니에요. 연지아는 그저 연지아일 뿐이고, 성 대표는 지아를 가질 자격도 없어요.”성유원은 침대 곁에 멈춰 섰고 얼굴에 비웃음이 스쳐 지나갔다.“강 대표, 아직도 연지아가 누구의 아내인지 모르는 모양이군요.”강현수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성 대표도 아내라는 의미가 뭔지 모르잖아요. 한 번도 지아를 존중한 적 없으면서 말이죠. 형식뿐인 혼인신고서 말고 당신들이 무슨 관계인데요?”성유원의 눈빛이 얼음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안타깝지만 그 형식뿐인 종이 한 장조차 강 대표는 평생 넘을 수 없는 선이죠. 남의 아내에게 그렇게까지 집착하지 말죠.”순간 병실 전체를 짓누르는 듯한 숨 막히는 기류가 퍼졌다.성유원의 낮고 위험한 목소리가 울렸다.“내 아내는 내가 돌보죠.”그 말의 의미는 더없이 분명했지만 강현수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아쉽게도 지금 연지아는 성 대표 보살핌이 필요하지 않아서요.”성유원은 냉소적으로 웃었다.“강 대표, 당신이 하루는 막을 수 있어도 평생은 못 막아요. 분명히 말해두죠. 연지아는 내 딸의 엄마예요. 나와 연지아는 절대 이혼하지 않아요.”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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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성유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으로 비켜섰다.간호사는 거의 다 떨어져 가던 수액을 제거하고 새 수액으로 교체했다.“언제쯤 깨어날까요?”성유원이 묻자 간호사는 긴장한 표정으로 답했다.“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두세 시간 정도면 깨어날 것 같습니다.”성유원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간호사는 서둘러 병실을 빠져나갔다.강현수는 고성주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자리에서 일어나 발코니로 나갔다.“손재인 씨랑 설지한 씨는 깨어났어요. 지아 씨는 상태가 어때요?”강현수와 고성주는 함께 호텔로 사람을 찾으러 갔었다.손재인과 설지한은 계속 룸 안에 있었고 호텔 직원이 발견한 뒤에야 알려졌다.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는 고성주가 먼저 사람들을 병원으로 옮겼고 지금은 아래층 병실에 입원해 있는 상태였다.“아직 안 깨어났어요. 수액 맞고 있어요. 성주 씨는 직접 한원 쪽에 한번 다녀와야 할 것 같아요.”고성주는 곧바로 답했다.“알겠어요.”강현수는 이어서 비서에게도 전화를 받았다. 상대의 보고를 들은 뒤 업무 관련 지시를 몇 가지 더 내렸다.한편 성유원 역시 병실 밖에서 업무 전화를 받고 있었다. 통화를 마친 직후 메일로 자료 하나가 전송돼 왔고 정신건강 진단서였다.그 순간 다시 전화가 울려 성유원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상대가 보고했다.“에블린 씨는 반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건 당시 진단서입니다. 담당 정신과 의사는 환자가 남성의 접촉을 극도로 거부했고 구역질이나 구토 증상을 자주 보였다고 말했습니다.”그 말인즉슨 연지아가 남녀 관계 자체를 혐오할 정도였다는 의미였다.조정혁은 연지아를 건드리지는 않았지만 멘탈을 끊임없이 짓밟고 괴롭혔다. 정확히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조정혁의 비틀린 성향을 생각하면 성유원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상황에서도 연지아는 끝까지 몸을 지켜냈다.몸에 남아 있던 상처들을 떠올리자 연지아가 얼마나 독하게 버텼는지 알 수 있었다. 정말 고집 세고 꺾기 어려운 성격이었다.성유원은 곧바로 다른 번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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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조정혁은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어디 한번 지켜보지. 그런데 성유원이 에블린 때문에 안연청을 처분할 수 있을까? 순한 척하는 여자일수록 마음은 더 독한 법이거든.”안연청은 송나겸이 누구보다 아끼는 여동생이었고 성유원은 지금 에블린과 이혼할 생각도 없었다. 안연청과 에블린 사이에서 성유원이 과연 누구를 선택할지 궁금해졌다.조경주는 어깨를 으쓱했다.“어쨌든 이번 일만으로도 성유원 속은 꽤 뒤집혔을 거야. 그런데 송나겸 쪽은 아직도 소식 없어?”송나겸의 신원과 관련된 조사는 더 이상 진척되지 않고 있었다. 누군가 뒤에서 막고 있는 게 분명했고 조정혁은 그 배후가 성유원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경원시에서 성유원의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조정혁은 안연청을 통해 정보를 캐내 보려 했지만 안연청 역시 그 부분만큼은 경계하고 있었다. 그럴수록 송나겸에게 분명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확신만 강해졌다.“응, 아직은 없어. 좀 더 시간이 필요해.”...연지아는 얼마나 오래 의식을 잃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흐릿했던 의식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눈을 뜨자 머리가 묵직하게 아파왔고 떨리는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 올리자 익숙한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성시하의 목소리가 들렸다.“엄마!”흐릿하던 시야가 점점 선명해졌다. 고개를 돌리자 걱정이 가득 담긴 성시하의 작은 얼굴이 보였다.“엄마, 드디어 깼어요? 어디 아직도 아파요? 시하가 주물러 줄게요.”여기는 오션빌리지 별장 성시하의 방이었다. 연지아는 힘없이 손을 들어 성시하의 볼을 쓰다듬었다.“엄마는 괜찮아.”괜찮다고 하긴 했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약했다. 몸을 갉아 먹던 수많은 개미 같은 고통은 이미 사라졌었지만 기운이 전혀 없었다.화장실이 가고 싶었던 연지아는 몸을 받치며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성시하가 부축하려 했지만 아직 어려서 힘이 부족했다.“아빠!”성시하가 부르자마자 문이 열리며 성유원이 들어왔다.침대에서 일어나려는 연지아를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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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연지아는 문득 뭔가 떠올랐다. 주변을 둘러보며 휴대폰을 찾았지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결국 성시하의 스마트워치로 강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금세 연결됐다.“여보세요, 누구시죠?”“교수님, 저예요.”강현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지아야, 깨어났구나. 지금 몸 상태는 어때?”“교수님 덕분에 괜찮아요. 그런데 제 휴대폰이 없어요.”연지아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났다. 휴대폰 안에는 영은의 내부 자료가 적지 않게 들어 있었다.강현수는 차분히 설명했다.“너랑 손재인, 설지한 휴대폰은 전부 가져가 버렸어. 대신 내가 사람 시켜서 해킹으로 접근한 뒤 안에 있던 데이터는 전부 삭제해 놨어.”다만 상대가 이미 일부 자료를 내려받았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괜한 걱정을 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연지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상대의 목적은 단순히 자신만 노린 게 아니었다. 영은 내부 정보를 빼내려는 의도도 분명 있었다.“지금 병원이야?”강현수가 물었다.“아니요. 시하네 집이에요.”성시하가 병원에 도착한 뒤 강현수는 오래 머물지 않고 먼저 떠났었다. 휴대폰 문제를 처리해야 했기 때문이다.연지아는 수액을 다 맞은 뒤에도 계속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몸 상태에 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나오자 성유원이 성시하와 함께 별장으로 데려왔다. 집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연지아가 눈을 뜬 것이었다.강현수는 짧게 응했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다.“그럼 푹 쉬어. 이번 일은 신경 쓰지 마. 내가 끝까지 조사해 볼게.”“네.”잠시 침묵이 흐른 뒤 강현수가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한원 인수합병 건은 영은에서 더 이상 필요 없어.”계약서는 지금 성유원 손에 있었다. 강현수는 성유원이 그 계약서를 이용해 연지아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려 한다고 생각했다.그는 누구보다 연지아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업무적으로는 엄격했지만 직원들의 실질적인 이익만큼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지금 연지아 팀 사람들은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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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성유원의 목소리는 담담했고 예전처럼 강압적이거나 위협적인 기색은 전혀 없었다.연지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성유원을 바라봤다. 마치 그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읽어내려는 듯했지만 끝내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었다.성유원은 그런 경계 어린 시선을 마주한 채 옅게 웃었다.“난 당신한테 아무것도 안 해. 그냥 여기서 시하랑 같이 지내자는 거야. 그런데 뭐가 그렇게 무서워? 물론 끝까지 가겠다고 하면 나도 억지로 붙잡진 않아.”성유원의 태도 변화는 연지아에게도 당황스러웠다. 정말 아무 조건도 없이 계약서를 돌려주겠다는 뜻인지 잠깐 생각했다. 물론 믿을 수는 없었다.잠시 침묵하던 연지아는 천천히 계약서를 내려놓았다.“이 계약서 필요 없어. 내가 되찾아 오지 못했다는 건 원래 내 것이 아니었다는 뜻이니까.”성유원은 계약서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손을 뻗어 다시 가져갔다.“정 필요 없다면 나도 강요하진 않겠어.”성유원은 계약서를 정리해 두었다.연지아는 더욱 알 수 없었다. 평소와 너무 달랐던지라 오히려 더 의심스러웠다. 도대체 또 무슨 계산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잠시 후 연지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오늘 일은 안연청이랑 무관하지 않아.”호텔 방에서 강현수에게 안겨 나올 때 흐릿한 의식 속에서도 안연청의 얼굴을 분명히 봤다. 하필 그 장소에 나타난 것도 그렇고 해성시에서 있었던 일도 그렇고, 안연청은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생각해 보면 우스운 일이었다. 두 번 모두 결국 자신을 구한 건 성유원이었다. 지금쯤 안연청은 얼마나 분하고 억울할지 상상이 갔다.성유원은 담담하게 말했다.“그 일은 내가 처리할게. 당신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줄게.”연지아는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비웃음이 번졌다.“만족할 만한 결과? 안연청이 왜 나한테 이런 짓을 하는지 당신이 정말 몰라서 하는 말이야?”모든 일의 근원은 결국 눈앞의 남자였다.성유원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말했다.“이혼만 아니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보상할 수 있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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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유미연이 들어와 말했다.“도련님, 성민우 도련님이 오셨습니다.”성유원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들여보내세요.”곧 성민우와 배우진이 거실로 들어왔고 연지아를 보자마자 성민우는 성큼 다가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지아야, 괜찮아?”연지아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난 괜찮아.”배우진과 성민우는 오늘 외지에서 열린 전시 행사에 참석했다가 강현수의 전화를 받고 막 경원시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강현수에게서 연지아가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두 사람은 곧바로 차를 몰고 돌아왔다.이제야 연지아가 무사한 모습을 직접 확인한 배우진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원래는 연지아를 집으로 데려갈 생각이었지만 성시하를 보는 순간 마음이 누그러졌다. 그는 연지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집에 갈래?”그때 성시하가 갑자기 연지아의 손을 붙잡고 배우진을 올려다봤다.“우진 삼촌, 엄마는 오늘 밤 여기서 시하랑 같이 잘 거예요.”배우진은 몸을 숙여 성시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럼 시하가 엄마 잘 챙겨줘.”성시하는 자신 있게 가슴을 폈다.“시하가 꼭 엄마를 잘 돌볼게요.”배우진은 미소를 지으며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다시 연지아를 바라봤다.“휴대폰은?”오늘 하루 종일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던 게 떠올랐다.연지아는 담담하게 답했다.“잃어버렸어요. 내일 가서 유심부터 다시 발급받아야 해요.”배우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성유원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는 분명한 경계심이 어려 있었다.성유원은 그런 시선을 태연하게 받아내며 말했다.“배우진 씨, 걱정하지 마세요. 연지아에겐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결국 배우진과 성민우는 별장을 떠났다.연지아는 계단 위에 서서 두 사람이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봤다.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가냘픈 몸을 스쳐 지나갔고,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성유원은 옆에서 그녀를 바라보다가 팔을 뻗어 연지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순간 연지아의 몸이 살짝 굳었고 고개를 들자 성유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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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창밖에는 차가운 바람이 몰아쳤지만 방 안은 따스하고 아늑한 기운으로 가득했다.성시하가 잠든 후 연지아는 침대 헤드에 기대어 태블릿 PC 속 전자 문서를 손가락으로 넘겨보았다. 성유원이 방금 그녀에게 건넨 테스 프로젝트의 모든 세부 데이터 자료였다.성유원은 철저하게 이익만을 좇는 지독한 이기주의자였다. 그런 그가 이토록 막대한 이익을 기꺼이 내놓았다는 것은 그가 이루려는 목적이 이 프로젝트보다 훨씬 더 가치 있다는 뜻이었다.‘그러니까 이제는 성유원에게 가정이 더 중요해졌다는 뜻인가?’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연지아의 입가에 씁쓸하면서도 차가운 미소가 소리 없이 번졌다.연지아는 태블릿을 침대 머리맡에 내려두고는 곁에 누워 곤히 잠든 성시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레 몸을 뉘어 성시하의 이마에 살포시 입을 맞추었다.다음 날 아침 밤새 푹 쉰 덕분인지 연지아는 몸 상태가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잠에서 깬 성시하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은지 엄마 품에 쏙 안겨 한참을 투정 부리며 어리광을 피웠다.바로 그때 노크 소리가 잔잔하게 울렸다. 이어서 방문이 조용히 열리더니 성유원이 걸어 들어왔다.고급스러운 질감의 연회색 얇은 캐시미어 니트에 블랙 스트레이트 팬츠를 매치한 성유원은 가볍게 내려앉은 머리칼과 곧은 자태 덕분에 평소보다 한층 깔끔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겼다.“아빠.”성시하가 반갑게 부르자 성유원이 다가와 물었다.“아침 식사는 방으로 가져다줄까?”성시하는 엄마에게 기대어 아빠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응, 아빠가 여기로 가져다줘!”성유원은 귀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아이의 통통한 볼을 살짝 꼬집고는 이내 방을 나섰다.연지아는 성시하를 데리고 일어나 세수와 양치를 시킨 뒤 아이의 머리를 빗겨주기 시작했다. 거울 속에 비친 양갈래머리를 요리조리 살펴보던 성시하가 툴툴거렸다.“엄마, 머리가 예쁘게 안 땋아졌어요.”성시하는 유독 외모 가꾸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매일 예쁜 머리를 하고 마음에 드는 핀을 꽂아야 직성이 풀렸고 성유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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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성유원이 자신을 의심하는 것에 대해 조경주는 그리 놀라지 않았지만 이미 안연청을 도우며 자신의 흔적은 깔끔하게 지운 뒤였다.“역시 성 대표님답게 참 냉정하시군요. 하지만 에블린 씨가 안연청 씨보다 아내 자리에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건 사실이죠. 그 가련한 안연청 씨는 지금쯤 마음이 찢어지게 아프겠지만 말이에요.”“허, 할 줄 아는 짓이라곤 고작 그런 뒤에서 부리는 지저분한 수작질뿐이죠.”성유원은 그대로 차갑게 돌아섰다. 조경주는 멀어져 가는 남자의 등 뒤로 그저 옅은 미소만을 지어 보였다.성유원이 차에 올라타자 먼저 앉아 있던 연지아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어제 일이 조경주와 관련이 있는 거야?”방금 성유원이 조경주에게 던진 매서운 경고를 들었기에 어제 일어난 일들을 차분히 짚어보는 중이었다.송나겸이 안연청을 위해 한원 그룹과의 합병 건을 따내 준 것은 맞지만 한원과의 협상을 이용해 자신을 함정으로 밀어 넣을 인물은 아니었다.송나겸은 비록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 할지언정 그런 비열한 짓까지 저지를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즉, 안연청 혼자만의 힘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판이었다.처음에는 송정미와 얽힌 일이라 생각했다. 송정미는 제 딸의 자리를 굳히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었고 예전에도 연지아의 명예를 실추시키려 했던 전적이 있었으니 딸을 돕기 위해 또 움직였을 가능성도 충분했다.하지만 지금 조경주를 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조경주가 자신에게 품은 원한은 안연청 못지않았고 안연청을 이용해 연지아를 파멸시키는 동시에 영은 그룹의 내부 자료까지 빼돌리려 했다면 그야말로 일거양득이었을 것이다.만약 어제 성유원이 조금이라도 늦게 도착했다면 그들의 간사한 계략은 고스란히 성공했을 터였다.성유원은 생각에 잠긴 연지아를 보며 짐짓 가벼운 말투로 툭 던졌다.“당신 원한 산 사람이 생각보다 참 많군.”연지아는 그를 차갑게 한번 흘겨보고는 그대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려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차는 천천히 유치원을 벗어났다.“내 제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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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강진연이 알게 된다면 틀림없이 조경주와 또 한바탕 난리를 피울 터였다. 예전에 두 사람이 이혼하네 마네 하며 싸웠을 때 가장 상처받은 건 결국 아연이였다.특히 한번은 두 사람이 격렬하게 말다툼하는 모습을 본 아연이가 그대로 울다가 기절까지 한 적이 있었다.당시 상황은 지켜보던 연지아마저 소스라치게 놀라게 만들었고 강진연 역시 아이를 위해서라면 몇 번이고 현실과 타협하고 싶어 했다. 자식은 어머니에게 가장 큰 약점일 수밖에 없었다.“알고 있어요.”“성유원이 한원 그룹 일에 대해 이야기했었어?”연지아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답했다.“정말 교수님 말씀대로더라고요. 거절하기에는 조금 아까운 조건이긴 했지만요.”강현수가 단호하게 말했다.“영은 그룹은 성유원의 적선 따윈 필요 없어.”테스 프로젝트에 관해서는 연지아도 일단 강현수에게 말을 아꼈다. 스스로 먼저 깊이 고민해 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안연청 쪽은 이번에 그냥 쉽게 넘어가 줄 수 없어요.”“송나겸이 분명 그 여자를 감싸고 돌 거야.”성유원이 연지아에게 제안한 프로젝트 역시 안연청을 위해서가 아니라고는 했지만 실상은 이번 일을 더 이상 추궁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나 다름없었다다만 연지아는 강현수가 이미 안씨 가문 쪽에 연락을 취해 두었다는 사실까지는 알지 못했다.앞으로 영은 그룹과 계속 협력하고 싶다면 이번 일에 대해 납득할 만한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선을 그어둔 상태였다.연지아가 강현수의 집무실을 나섰다.혼자 남은 강현수에게 민여희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가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어머니, 무슨 일이에요?”민여희가 다급하게 물었다.“너랑 그 에블린이라는 분, 도대체 무슨 사이니?”강현수의 미간이 옅게 찌푸려졌다.“어머니, 갑자기 그건 왜 물으세요?”민여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에블린 남편이라는 사람이 집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왔단다. 네 아버지는 지금 아주 화가 머리끝까지 나셨어. 아무리 봐도 그 남편이라는 사람은 아내와 이혼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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