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았지만, 내가 재벌이 된다: Chapter 481 - Chapter 490

554 Chapters

제481화

강현수는 손에 쥔 휴대폰을 점점 더 세게 맞쥐며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했다.연화 빌리지 별장 안.송정미는 안홍걸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안홍걸은 송정미 이전에 벌인 일들을 이미 다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아내를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저 송정미가 한 모든 행동이 안씨 가문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안연청은 어젯밤 내내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이제 안연청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어머니뿐이었기에 결국 숨기지 못하고 실토했고 송정미 역시 모든 전말을 알게 되었다.그 탓에 송정미도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게다가 송나겸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그러니까 에블린이 예전에 임신으로 그 자리에 올라탔던 그 여자라는 말이지?”송정미는 지친 목소리로 답했다.“네, 맞아요.”안홍걸의 목소리가 한층 무거워졌다. 비록 성유원과 송나겸의 관계가 깊다고는 하나 만약 성유원이 안연청과 결혼만 해준다면 결국 그와 가장 가까운 세력은 안씨 가문이 될 터였다.당장 안씨 가문에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송나겸 쪽을 견제하는 카드는 될 수 있었다.그렇기에 안홍걸은 안연청이 성유원과의 결혼을 고집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성유원이 안연청을 각별히 챙기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성유원에게는 이제 이혼을 하고 안연청과 결혼할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안홍걸의 마음속에서 원망이 불쑥 치밀어 올랐다.“연청이 혼자서 그런 일을 꾸몄을 리가 없어.”송정미가 말했다.“조씨 가문의 조경주가 먼저 연청이를 찾아왔대요.”“조경주? 연청이가 그 자와 어떻게 아는 사이지?”안홍걸에게도 그 이름은 낯설지 않았다. 안씨 가문과 조씨 가문은 해외에서 비즈니스로 왕래가 있었기에 조씨 가문에 쌍둥이 아들이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둘 다 젊은 세대 중 아주 출중하고 우수한 인재들이었으며 특히 장남인 조정혁에 대해서는 결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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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송나겸은 그 문자 메시지를 오랫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하지만 끝내 답장을 보내지는 않았다.송정미는 다시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수화기 너머로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 그녀가 날카롭게 물었다.“황동식 그쪽 상황은 어떻게 됐어요?”지금껏 그 누구도 자신을 그토록 모욕한 적은 없었다. 배난화, 그까짓 여자가 도대체 뭐라고 감히 자신에게 그런 수치를 준단 말인가.“상대방이 워낙 틈을 주지 않고 감시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줄곧 황동식의 뒤를 밟고 있어서 배난화에게 접근할 기회 자체가 전혀 나지 않는 상황입니다.”송정미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이 응어리를 풀지 못한다면 그녀는 정말 단 한 자락도 편히 잠들지 못할 것 같았다.같은 날 저녁 6시.회사 로비로 걸어 나오던 송나겸은 로비 휴게 구역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순간 걸음을 뚝 멈추었다. 코트 주머니에 찔러 넣은 손가락 끝이 잘게 떨리며 꽉 맞쥐어졌고 머릿속이 일순간 하얗게 비어버리는 듯했다.연무현 역시 송나겸을 발견하고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어느새 훌쩍 자라 어른이 된 아들은 예전과 모습이 많이 변해 있었지만 그는 단번에 제 자식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순간, 연무현의 눈시울이 붉게 달아올랐다.송나겸은 발이 땅에 굳어버린 듯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퇴근하던 직원들이 그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그의 귀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직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이내 묵묵히 자리를 떠났다.10분 후.송나겸과 연무현은 회사 근처의 한 식당에서 마주 보고 앉았다.피를 나눈 부자 관계였지만 너무나 오랜 세월이 흘러버린 탓에 두 사람 사이에는 묵직한 침묵만이 맴돌았다.숨 막히는 정적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연무현이 먼저 조심스레 입을 열며 무거운 공기를 깨뜨렸다.“나겸아, 결혼은 했니?”송나겸이 나직하게 답했다.“아직 안 했습니다. 평소에 일이 너무 바쁘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조금 낮추어 가라앉은 목소리는 여느 아들이 아버지의 질문에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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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송나겸은 창밖으로 돌렸던 시선을 거두다가 문득 길 건너편에 정차해 있는 벤틀리 한 대를 발견했다.“참, 네 어머니가 그러더구나. 최근에 너랑 아주 크게 다퉜다고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네 어머니인데, 자식과 부모 사이에 무슨 영원한 앙금이 있겠니.”연무현의 말에 송나겸은 속으로 차갑게 비웃음을 흘렸다.바로 그때 송나겸의 휴대폰이 징하고 울렸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며 연무현에게 양해를 구했다.“아버지, 전화가 와서 먼저 좀 받겠습니다.”“그래, 받으렴.”송나겸이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여보세요.”수화기 너머로 성유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언제쯤 도착해?”“일이 좀 생겨서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아.”성유원이 짤막하게 대답했다.“알았어.”연무현의 귀에도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어딘가 귀에 익은 목소리였지만 상대방이 고작 한두 마디만 건넨 탓에 누구인지 확신할 수 없었고 이내 별다른 의심 없이 생각을 접었다.송나겸이 전화를 내려놓는 것을 본 연무현이 물었다.“급한 업무라도 있는 거니?”송나겸이 답했다.“아닙니다, 그리 급한 일은 아니에요.”“그럼 우리 먼저 밥부터 먹자꾸나. 오늘은 이 아비가 사마.”송나겸은 거절하지 않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좋아요.”두 사람은 그제야 종업원을 불러 음식을 주문했다.저녁 식사가 모두 끝난 뒤 송나겸이 연무현을 바래다주려 하자 연무현이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만류했다.“나를 데리러 올 기사가 따로 있으니 안 그래도 된다. 나중에 시간 나면 꼭 집에 밥 먹으러 오너라.”송나겸이 덤덤하게 답했다.“네, 알겠습니다.”연무현은 아쉬운 마음에 또다시 당부를 건넸다.“일 너무 무리해서 하지 말고, 항상 몸 건강히 잘 챙겨야 한다.”“아버지 말씀대로 할게요.”마침 차 한 대가 도로변에 매끄럽게 멈춰 섰다.송나겸이 다가가 차 문을 열어주자 연무현이 차에 올랐다. 그는 여전히 못내 아쉬운 눈빛으로 창밖의 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어서 가보려무나. 무슨 일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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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사업판에서 벌어지는 기만과 암투는 네가 뜻대로 주무를 수 있을지 몰라도, 사람 마음은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하는 법이잖아. 특히 감정이라는 건 세상에서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법이지.”성유원은 레드와인을 들어 자신의 잔에 새로 한 잔을 채웠다.송나겸의 읊조림을 가만히 듣던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군.”집으로 돌아온 연무현은 기분이 꽤 좋아 보였다.거실 소파에서는 배난화가 연지훈을 품에 안은 채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고 연지훈은 내용을 알아듣는 건지 그저 재미있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배난화는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왔어?”연무현은 다가와 아들을 품에 안아 올리며 다정하게 얼렀다.“지아랑 우진이는 아직 안 들어왔어?”“아직 회사래. 연말이라 다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네. 그나저나 저녁은 누구랑 먹은 거야?”어제 연지아에게 일어났던 아찔한 사건에 대해서는 배우진도 부모님께 굳이 알리지 않은 상태였다. 이제는 몸도 괜찮아졌으니 괜히 걱정만 끼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연무현은 아들을 안고 소파에 앉으며 배난화에게 사실대로 털어놓았다.“아들이랑 저녁 한 끼 먹고 왔어.”그 말에 배난화는 연무현이 말한 아들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챘다. 그녀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지며 마음속에 경계심이 바짝 치밀었다.“예전엔 당신 아들이 경원시에 있다는 얘길 꺼낸 적도 없었잖아. 먼저 연락이 온 거야?”송정미가 질이 안 좋은 인간인데 그 밑에서 자란 아들이라고 온전할 리가 없었다. 예전에 친아버지가 한창 힘들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이제 와서 굳이 만남을 청한 저의가 의심스러웠다.분명 뭔가 뒤가 구리거나 부탁할 게 있어서 찾아온 게 틀림없었다.연무현은 집으로 오는 내내 배난화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심했었다. 지금 배난화가 송정미라는 이름 석 자에 극도로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는 걸 잘 알기에 일단 그녀의 비위를 맞추며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전에 송정미에게 아들 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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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이야기를 들을수록 배난화의 안색은 점점 더 험악하게 가라앉았다.역시나 제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 송정미의 손에서 자란 놈이 온전한 심성을 가졌을 리가 없었다.“참 지독한 오라버니 납시셨네. 그럼 우리 지아가 당한 일은 이대로 그냥 덮고 넘어가겠다는 거야?”배난화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매섭게 몰아붙였다.“어쨌든 송나겸이 하필 이 시점에 아저씨를 찾아온 건 절대 우연이 아닐 거예요. 지아 일은 강 교수님이 알아서 해결할 것 같고 성민우도 제 형한테 따로 연락을 취해 뒀다고 하더라고요.”그 말에 배난화는 그제야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쉬며 안타까운 듯 탄식했다.“강진연의 오빠가 우리 지아에게 정말 지극정성이구나. 그 사람이나 우리 민우나 참 어디 하나 버릴 데 없는 진국인 남자들인데.”하필이면 그런 연지아가 성유원 같은 인간과 결혼을 해버렸으니 이 모든 게 정말 가혹한 운명인 듯싶었다.앞으로 연지아가 누구와 맺어지든 자신들이 굳이 나설 문제는 아니었다. 아직 이혼 도장도 찍지 않은 상태이니 우선 이혼부터 깔끔하게 끝내고 난 뒤에 연지아 스스로 선택하게 두는 것이 맞았다.“네 아저씨는 조만간 그 송나겸을 집으로 불러서 밥을 먹이겠다고 난리인데, 지아가 제 친오빠가 다름 아닌 안연청의 오빠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가슴이 얼마나 찢어지겠니. 받아들이기 정말 힘들 거다.”“그러게요.”지아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충격일 터였다.배우진이 말을 이어갔다.“지아가 최근에 겪은 일도 너무 많고 업무도 과중한 데다가 이혼 소송까지 지지부진한 상황이잖아요. 이런 마당에 그런 잔인한 고통까지 보태고 싶진 않아요. 지아가 정말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까 봐 겁나네요.”만약 송나겸이 이 집안 발걸음을 들인다면 그 뒤 감당해야 할 그림은 안 봐도 비디오였다. 눈물겨운 남매의 극적인 상봉 따위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 뻔했다.“어차피 지아도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만 최소한 지금은 때가 아니에요. 조금 더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는 게 맞아요.”배난화가 고개를 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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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그 뒤 이틀 동안 연지아는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우선 연말이라 확실히 바빴다. 한원 프로젝트는 이미 포기했고, 새로 협의해야 할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다. 연말 보너스를 위해 팀 직원들은 밤낮없이 야근하며 바쁘게 움직였고, 그녀 역시 조금도 긴장을 풀 수 없었다.그리고 테스 프로젝트도 그녀가 따로 조사를 해야 했다.무려 2조 대에 이르는 프로젝트였다. 이렇게 거대한 이익 앞에서라면, 누구라도 그 유혹을 이겨내기 어려울 것이다.성유원은 정말로 과감했다. 이 프로젝트를 포기하는 것은 성유원에게도 결코 작은 손실이 아니었다.게다가 프로젝트 안에는 AI 기술도 포함되어 있었고, 충분히 부한과 협력할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를 따내기만 하면 배우진이 체결한 협의는 초과 달성될 것이고, 부한의 시가총액도 따라 폭등할 터였다.하지만 성유원의 속내는 너무나도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녀는 쉽게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다.사흘째 되는 날.성유원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생각 정리는 다 했어? 프로젝트는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아.”“너 지금 회사야?”“집에서 시하 돌보고 있어. 시하가 어젯밤에 갑자기 열이 났어. 지금은 열이 내렸는데, 아직 기운이 별로 없어.”그 말을 들은 연지아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마침 설지한이 들어와 그녀에게 서류 하나에 서명해달라고 했다. 그녀는 그에게 몇 가지를 지시한 뒤, 곧 짐을 챙겨 회사를 나섰다.오션 빌리지에 도착했다.성유원은 거실에서 성시하와 함께 TV를 보고 있었다.성시하의 이마에는 해열 패치가 붙어 있었고, 아이는 축 처진 채 아빠 품에 기대어 있었다. 엄마를 보자마자 곧장 안아달라고 손을 뻗었다.“엄마.”부드럽고 여린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연지아는 성시하를 품에 안았다. 기운 없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두 사람은 성시하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시하는 연지아에게 기대어 잠이 들었다.성유원은 성시하를 안고 침실로 올라갔다. 성시하를 잘 눕혀준 뒤 아래층으로 내려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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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성유원은 저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만년필 하나 가지고 그렇게 아까워 해?”연지아는 못마땅한 눈으로 그를 한 번 바라볼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손에 든 계약서를 잘 챙겨 가방 안에 넣고, 가방을 어깨에 멨다.“점심 먹고 가.”성유원이 말했다.“나 할 일 있어. 퇴근하고 나서 다시 시하 보러 올게.”성유원은 별다른 말이 없이 문밖까지 배웅해 줬다.“운전 조심해.”연지아는 대답하지 않고 몸을 숙여 곧장 차에 올랐다. 그리고 차를 몰고 떠났다.성유원은 몸을 돌려 별장 안으로 돌아갔다.그때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성 대표님, 안연청 씨가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반 시간 전.송나겸은 사람을 시켜 안연청을 공항으로 보내게 했다. 그런데 공항에 도착한 뒤, 경호원이 잠시 방심한 사이 안연청이 공항 밖으로 뛰쳐나갔고, 차에 치여 사고를 당했다.지금은 긴급히 병원으로 옮겨진 상태였다.송나겸이 안연청을 해외로 보내려 했던 것은 송정미와 이야기를 마쳤기 때문이었다. 안연청을 해외로 보내 경원시를 떠나게 하고, 스스로 정신을 차리게 할 생각이었다. 강현수 쪽은 그가 직접 가서 이야기할 예정이었다.연지아는 회사 사무실로 돌아왔다.카톡으로 업무 메시지에 답하다가, 무심코 성유원이 올린 SNS를 보게 되었다. 글은 없고 사진 한 장뿐이었다. 사진 속 물건은 바로 그녀의 만년필이었다.연지아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연지아: SNS에 그걸 왜 올려?]성유원은 꽤 빠르게 답장을 보냈다.[성유원: 그냥 올린 건데. 그것까지 신경 쓰는 거야?]연지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더 이상 답장할 마음이 없어졌다.막 휴대폰을 내려놓았을 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연무현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그녀는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아빠.”“지아야, 점심 먹었니?”“아직이요. 조금 있다 먹으려고요. 무슨 일 있으세요?”“요 며칠 집에도 안 들어오고, 일이 그렇게 바빠?”“연말이라 일이 많이 바빠요. 제가 알아서 잘 챙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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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의사가 괜찮다고 하니까 너도 더는 걱정하지 마.”성유원이 말했다.“연청이 성격도 참 고집스러워.”송나겸이 말했다.“걔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아픈 건데, 이번에는 스스로 차도에 뛰어들기까지 했어.”안연청의 교통사고는 스스로 차에 부딪혀서 생긴 것이었다.이틀 동안 안연청은 계속 송나겸에게 애원했다. 제발 자신을 해외로 보내지 말라고, 경원시를 떠나고 싶지 않다고, 더더욱 성유원이 그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고.송정미는 그녀를 달래며, 우선 해외에 가서 잠시 피하라고 했다. 송나겸이 일을 잘 처리하고 나면 다시 돌아오면 된다고.안연청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속 불안 때문에 도저히 떠나고 싶지 않았다.성유원이 말했다.“사람 하나 붙여서 잘 돌보게 해.”연지아는 오늘 한 무더기의 데이터를 검토하고 심사한 뒤, 세 시쯤 경제지 쪽으로 갔다. 그리고 밤 여덟 시가 다 되어갈 때까지 계속 바쁘게 일했다.그때야 휴대폰이 진동했다.연지아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발신자 표시를 확인한 뒤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전화는 성유원에게서 걸려 온 것이었다.“아직 야근 중이야?”“응.”“시하가 너를 기다리고 있어.”그 말을 듣고 연지아는 그제야 성시하가 아팠던 일을 떠올렸다. 오늘 밤 다시 가서 아이를 보겠다고 했었다.“시하는 좀 괜찮아졌어?”“열은 내렸는데, 아직 기침을 해.”“나 지금 일이 있어서 자리를 못 비워. 아직 처리할 일이 남았어. 시하한테 말해줘. 내일 가서 같이 있어 줄게.”내일은 주말이었다.그녀도 조금은 쉬고 싶었다.전화 너머는 한참 동안 조용했다.“시하한테 말해둘게.”그 말을 듣고 연지아는 저도 모르게 잠시 멈칫했다. 그는 이상할 정도로 말이 통했다.“응.”“너 지금 어디야?”연지아가 대답했다.“경제지 쪽.”“그럼 먼저 일해.”휴대폰을 내려놓고 나서야, 연지아는 성유원이 이미 메시지를 여러 개 보내두었다는 것을 보았다.밤 아홉 시가 되어서야 마지막으로 검토해야 할 기사 한 편만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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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상의는 하이넥 블루 니트를 입고 진주 목걸이를 더해, 지적이고 우아한 분위기가 났다.연지아가 시선을 주자, 성유원은 태연한 표정으로 시선을 마주했다. 심지어 그녀를 향해 웃음을 머금고 입꼬리까지 살짝 올렸다. 훔쳐보다가 들킨 사람다운 어색함이나 당황스러움은 조금도 없었다.연지아는 처음에는 옆에 있는 남자를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시선이 너무 노골적이었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연지아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성유원은 옅게 웃으며 말했다.“너 진주를 꽤 좋아하는 것 같아. 그리고 정말 잘 어울려.”그녀를 볼 때마다 대부분의 액세서리는 진주였다.연지아는 시선을 거두고 다시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여자한테 어떤 액세서리 스타일이 어울리는지도 관찰할 줄은 몰랐네.”성유원이 말했다.“요즘 너를 많이 봤으니까, 자연스럽게 알게 됐지.”마우스를 움직이던 연지아의 손이 순간 멈췄다. 입가에 옅은 비웃음이 떠올랐다.“네 감정은 정말 싸구려 같고 우습네.”“내 감정이 싸구려인지 아닌지는 네가 제일 잘 알겠지.”연지아는 더 이상 그를 상대하지 않고 마지막 원고를 마저 처리했다. 만두는 다 먹었고, 수프도 마셨지만, 갈비탕은 손대지 않았다.그녀는 손을 뻗어 안경을 벗고 눈가를 문질렀다.“일 다 끝났어?”성유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연지아는 힐끗 바라보았지만 대답하지 않았다.그때.민 대표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그녀가 아직 퇴근하지 않은 것을 보고 확인하러 온 것이었다.안으로 들어와 소파에 앉아 있는 성유원을 본 순간, 민 대표는 깜짝 놀랐다.“성... 성 대표님.”“민 대표님도 아직 퇴근 안 했습니까?”성유원의 인사에 민 대표는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놀랐다. 그는 2초 정도 멍해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막 퇴근하려던 참입니다. 에블린 사무실에 아직 불이 켜져 있어서 한번 와봤습니다.”성유원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법 편하게 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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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연지아는 뒤에 있는 성유원을 돌아보며 말했다.“먼저 갈게.”성유원도 굳이 고집하지 않았다.“그래.”연지아와 강현수는 먼저 떠나 차에 올랐다.성유원이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강현수는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나랑 무슨 이야기 하고 싶어?”연지아는 가방에서 서류 한 부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교수님, 한번 봐요.”강현수는 손을 뻗어 받아 들었다.서류 내용을 본 강현수는 곧바로 무언가를 짐작했다. 그는 연지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성유원이 준 거야?”연지아는 맞다고 대답했다.“너 이 프로젝트를 갖고 싶구나.”“저도 세상일에 아무 욕심 없는 성인은 아니니까요. 솔직히 거절하기 어려워요.”“이런 계약서를 쓰면서, 그 사람은 아무 조건 없었어?”연지아는 낮게 비웃었다.“보상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냥 시하 곁에 있어 달라는 거죠.”그녀는 오늘 성유원이 서명한 계약서도 그에게 건넸다.“오늘 성유원 찾아가서 서명받은 거예요.”이 계약서는 상당히 엄격한 편이었다. 프로젝트를 따낸다 해도 성유원이 개입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서명했다.강현수는 계약서를 바라보다가 유난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성유원은 이 계약서로 너랑 혼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거야.”연지아도 당연히 그 점을 짐작하고 있었다.성유원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이익을 따지지 않고 교환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눈에는 형태가 있는 물건이든, 형태가 없는 감정이든, 모든 것에 가격이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것이 바로 돈이었다. 그래서 그는 아마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그는 그런 식으로 오만하고도 거만한 사람이었다.“성유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저랑 이혼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죠. 당장 이혼할 수 없다면, 이렇게 큰 이익이 눈앞에 있는데 받지 않을 이유도 없고요.”강현수는 손에 든 계약서를 정리해 돌려주었다. 그리고 손을 들어 안경테를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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